기다리던 사람 대신 못 온다는 기별이 밤 늦게서야 오고

난 뒤 이틀만, 아니 하루만 기다려달라는 내 청을 비바람은

들어주지 않았다 살림을 산산이 부수던 이웃집 사내처럼 바

람은 밤새 몽둥이를 휘둘러대었다 벚꽃송이고 오얏꽃 향기고

앵두꽃잎이고 모조리 깨고 부수어버렸다 함께 보고 싶었던

꽃들을 조각조각 내 마당에고 텃밭에고 마구 집어던졌다 거

덜난 자의 심정으로 나는 꽃잎이 부서지고 흩어진 나무 옆에

앉아 망연자실하였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여울 2007-04-16 02: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눈이 시리도록 맑은 날, 낮 잔치-시골장터의 흥청거림, 저녁잠, 어둠은 스펀지에 물처럼 스며들고, 머리는 맑아지는데, 허세욱님의 소식을 접하다. 고인의 명복을 빈다.

여울 2007-04-16 02: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칼새 알

 

 

 

모두들

나무에 걸려 있는 환한 꽃만 바라보는데

나는

땅에 떨어져 죽은 꽃들을 보았다

믿는 것들이 다 그러하듯

쩍쩍 찢어진 꽃잎들

어지럼증 끝내고 숨 끊겨 뒹굴었다

어쩌자고 약속도 없이 손을 놓고

바람에 줄줄이 끌려가 죽었을까?

떨어지기 전

세상에 걸린 날개 잡아당기느라

얼마나 푸드득거렸을까?

봄날, 하루가 출렁거린다

켜지고 꺼지는 꽃잎들,사람들

알을 낳고 싶은 칼새처럼

허공에 떠 있던 꽃들의 삶이 땅으로 내려온다

이제 그만 바닥에 닿기 위하여

모두들 아직 나무에 걸려 푸드득거리는 꽃만 보는데

나는 바닥을 본다

칼새가 떨어뜨린 비린 알들을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