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리던 사람 대신 못 온다는 기별이 밤 늦게서야 오고
난 뒤 이틀만, 아니 하루만 기다려달라는 내 청을 비바람은
들어주지 않았다 살림을 산산이 부수던 이웃집 사내처럼 바
람은 밤새 몽둥이를 휘둘러대었다 벚꽃송이고 오얏꽃 향기고
앵두꽃잎이고 모조리 깨고 부수어버렸다 함께 보고 싶었던
꽃들을 조각조각 내 마당에고 텃밭에고 마구 집어던졌다 거
덜난 자의 심정으로 나는 꽃잎이 부서지고 흩어진 나무 옆에
앉아 망연자실하였다
칼새 알
모두들
나무에 걸려 있는 환한 꽃만 바라보는데
나는
땅에 떨어져 죽은 꽃들을 보았다
믿는 것들이 다 그러하듯
쩍쩍 찢어진 꽃잎들
어지럼증 끝내고 숨 끊겨 뒹굴었다
어쩌자고 약속도 없이 손을 놓고
바람에 줄줄이 끌려가 죽었을까?
떨어지기 전
세상에 걸린 날개 잡아당기느라
얼마나 푸드득거렸을까?
봄날, 하루가 출렁거린다
켜지고 꺼지는 꽃잎들,사람들
알을 낳고 싶은 칼새처럼
허공에 떠 있던 꽃들의 삶이 땅으로 내려온다
이제 그만 바닥에 닿기 위하여
모두들 아직 나무에 걸려 푸드득거리는 꽃만 보는데
나는 바닥을 본다
칼새가 떨어뜨린 비린 알들을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