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0.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될까? 지난 금요일 <조선시대의 산수화>, 토욜은 산행, 오늘 <사도세자의 고백>을 마저 읽고, 저녁 식사뒤 시작한 <미완의 귀향과 그이후>를 조금 남겨두고 있다. 송두율교수의 책은 간간이 읽었는데, 확인해보니 십여년 전에는 세밀히, 경계인의 사색은 건너뛰듯이 읽어버렸다. 밑줄이 그어진 것을 보니, <큰 이야기>와 <작은 이야기>의 교감을 요청한 것이 벌써 12년전의 일이다. 그리고 그것에 공감한 것도 ... ...
그의 학문적 행간을 읽을 수 있던 것이 3부에서이다. 조금만 다르면 <집단적 가학성>이란 잣대로 처절하게 짓뭉개려고 하는 심리가 여전히 남아있던 것이 아닌가 한다. 어김없이 진보라는 사람들도 포함하여, 우리에게 체화된 것이 아닌가 할 정도로 말이다. 학자로서 노력이나 사문화된 국보법이 아니라 친북이라는 성향에 지나치게 꼬리표를 붙이려하거나 시간의 경과를 보지 못하고 지난 편협된 지식으로만 본 것이 아닌가 하는 부끄러움이 이 책을 읽으면서 들었다.
그의 학문적 이력은 방대하고 유연해보인다. 김우창 교수님처럼 숱한 학자들이 편안하고 맥락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최근의 탈현대, 이론들이 넓고도 깊게 그물망에 걸려 있고, 진화되어 있는 느낌이었다. 아마 편의적으로 보고 놓쳤던 것들이 아닌가 한다. 활동하는 사람들이 이론의 맥락을 따라가면서 훑어보아도 좋을 듯하다. 너무도 지난 것에 얽매여 있고 변화하기를 싫어하는 구태가 너무 많은 것 같다. 너무 바빠 책을 읽지 않는 것인가? 팜플렛이라고 생각하고 읽으면 안되는 것인가? 엔엘-피디논쟁이 겹치기도 하지만 찬찬히 학문의 흐름과 반성의 지점으로 3부를 꼼꼼이 읽어도 좋을 듯하다. 이념 속에 인간이 있는 것이 아니라 인간 속에 이념이 있다. 아***의 지난 한해의 논의가 짚어왔던 부분의 복습일 수도 있겠다 싶다.
1. <조선시대 산수화>는 산수화의 흐름을 잘 볼 수 있다. 그림과 설명의 조화가 남다른 것 같다. 부록으로 산수화의 다양한 기법과 화폭에 대한 설명도 있어, 그림을 시대별로 세밀하게 비교하고 기교도 얻을 수 있다. 120년을 집권한 노론의 그림 풍조와 정조이후로 60년을 냉대속에 지낸 영남의 남인들의 화풍도 차이가 난다는 점. 계모임이 조선시대 중반부터 있었고 일반화되었는데 기본적인 기조는 책을 읽고 한달에 한번씩 나누는 모임이란다. 잘한 이는 칭찬을 받고, 그러지 않은 이는 반성의 변을 써서 돌려나누었다고 한다. 아회는 아취가 있는 모임으로 좀더 자유스러웠다고 하는데, 시,문을 짓고 풍류를 갖는 모임으로 여기면 된다.
2. 조선시대가 재조명되며 많은 것을 새로운 시각에서 볼 수 있게 되는 것 같다. 당쟁도 평면적인 서술에서 다소 입체적으로 볼 수 있는 점, 산수나 삶의 모습들이 조금씩 겹쳐보이는 것 같다. 학자들의 노력으로 덤으로 얻게되는 것 같지만, 몇가지 지점에서 불편하기도 한다. 집중도가 너무 확연한 점들이 걸리적거리기도 한다.
3. 양반들의 시스템이지만 부러운 것이 눈에 많이 띄인다. 계회도, 아회도, 교육시스템도 그러하며, 서원도, 정치현안에 대한 여파, 후학에 대한 부분도 그러하다. 짧은 호흡이 아니라 느리지만 뚜렷한 호흡에도 마음길이 많이 간다.
4. 학자로서 성과물들에 대해 다시 한번 비교해서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몇권을 덧붙였다.
5. 시간과 공간이 응축되는 지점에서 학문적 성과들도 모여드는 것이 아닌가 싶다. 달리가던 행로가 모여지는 듯, 헤쳐나가는 방법도 유사하다는 느낌이 든다. 그 투명한 공간을, 속도에 틈을 내고 늘리는 일들, 만드는 일들은 어쩌면 60년이 될 수도, 120년이 될 수도 더, 먼 일이 될 수 있는 일인지도 모른다. 보인 것들이, 보여주고 속도에 통과되어 급속히 분화되고 말 수도 있는 위험은 고스란히 있겠다.
6. <미완의 귀향과 그 이후> 팁
57쪽, 전기 epoche 일단정지/관성을 멈춰야
149쪽, 복제시대는 흔적만 남길뿐, 진정성의 의미, 숨결이 깃든 것
151쪽, 하트와 네그리의 <제국>, 몸의 귀환이 몸짱, 얼짱으로 표면만 핥아서는 되지 않은 일
168쪽, 속도 변화는 만족과 성취감은 주지만, 불안감과 불만감을 동시에 낳튼다. 이는 전쟁이 속도의 의미를 가장 잘 보여주는 것과 같다. 정보시대의 속도가 지각능력의 부담이 되는 것과, 인간의 시간이 기계의 시간으로 치환되는 것을 잘 보아야 한다.
174쪽, 논어 자로편, 군자는 화이부동, 소인는 동이불화, 밖으로 같은 생각을 가진 것처럼 보이나 실은 화목하지 못함
175쪽, 다양성의 비폭력적인 통일. 짐멜의 돈의 철학. 고상한 질을 지닌 개인주의를 볼품없고 진부로 빨리 치환한다. 거리와 여유가 필요한 시점이다.
202쪽. 유럽 2004년 최악의 단어는 [인간자본]이란 말이다. 그래서 인재는 사회-문화적 맥락을 포함하고 있지만 인간소재에서 출발한 인간자본은 경제적 맥락만 말하기 대문이다.
208쪽, 손익만 계산하는 경제문제/권력문제와 연결된 코드로 무리하게 해석하는 언론매체의 위험수준을 넘는 정보의 과도생산은 전체사회의 집단적 조울증을 낳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