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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곡의 얕은 개울가에서 사람들은 무엇인가 찾고 있다. 작은 돌들을 치우며 찾지만 원하는 것을 찾지 못하는 것 같다. 어깨너머로 건네보지만 찾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겠다. 무엇을 찾고 있는 계곡이 보이는 상류로 화면이 옮겨진다. 아래로 흘러가는 평평한 곳에 신발이 하나 있다. 물에 빠진채 떠있는 낡지 않은 검은색 런닝화다. 옆에 있던 그(녀)는 한쪽은 신발을 신었는데 다른 한쪽은 맨발이 보인다. 이것이라고 이것을 신어보라고 꼭 맞을 것 같다고, 이것이 찾는 것이 아니냐고 다짐을 주지만, 갸우뚱한다. 나는 주장을 반쯤 섞었지만, 그것이 만족한다는 것인지 표정을 자세히 볼 수 없다. 그 신발을 신은 것인지 아닌지 꿈은 그렇게 옅어지고 끊기었다. 그렇게 끊긴 기억은 계곡이 출발하는 광장에 다시 이어진다. 많은 사람들 속에 그 계곡의 몇사람 얼굴이 선명해지고 또 다시 옅어진 흔적을 끝으로 꿈에서 벗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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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새벽녘 꿈을 돌이켜봅니다. 이렇게 꿈을 활자화하고 덧붙이다나니 문득 이런 생각이 듭니다. 의식의 집요를 벗어난 놈이 내 몸에 둥지틀고 기회를 엿보는 것도 별 것 아니다 싶은 생각요. 애써 끼워맞추려는 의식의 눈으로 봐서 그런가요? 지난 번, 일터 사람들이 꿈에 나왔죠. 의식적으로 이야기는 하지 않지만 꿈이 말하는 것을 보면, 꿈속에서 잠을 더 자게하려는 해소가 일터에서 인정투쟁이었죠. 인정받고 싶다는 욕망이 평소의 의식을 벗어나 그렇게 해소해버리더군요. 깨고 나서 나의 생각의 그릇이 그만하구나라구 말입니다. 더도말고 덜도말구. 아마 지켜보는 사람들은 알 것입니다. 나의 무의식의 범위까지 아마 미리 알고 있을 것입니다. 그런 놈이다하구 말입니다. 한계와 생각이 머무는 곳. 말입니다.
다른 꿈, 다른 생각, 다른 마음들을 갖기가 쉽지 않아요. 나를 버리지 않으면, 달라지지 않으면. 늘 제 한계에 제가 걸려있는 모습을 되새김질 합니다. 나르시즘이 너무 강한게죠.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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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의식은 우리 안에 살면서 우리도 눈치채지 못하게 지시를 내리며,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로 말하지도 않는다. 그것은, 우리의 잠에 끼어들어 알 수 없는 말을 하거나 중얼거리는 무시무시한 신탁이다. 22
무의식은 마주하기 싫은 현실의 한 측면을 애써 부정하려고 한다. 25
꿈은 채워지지 않으면 수면을 방해하는 소망을 환각적으로 만족시켜 수면을 지속시키는 방편이라고 주장한다. 26
꿈 자체의 내용에서 간극들이 나타난다. 이는 욕구와 환상을 표현하게 되는 지점에서 꿈의 내용은 "소멸되고" 중얼거림으로 대치된다 31
수면 중에 품게 되는 소망이 불안, 죄책감, 수치심을 야기할 수 있는 것이라면 소망 충족이 그 정체를 위장하게 된다는 가설을 세웠다.-꿈은 매우 놀랍고 급작스러운 이미지로 나타나게 된다. 32
꿈은 소망 외에도 다양한 심리적 요소들, 즉 환상, 지각, 두려움, 생각, 창조적 발상 등과 결합하는 것처럼 보인다. 꿈이 갈등을 포함하여 동요하는 정서적 삶의 영역을 다루려는 시도로 이해할 수 있다.
꿈자체가 의식과 무의식 사이의 "차단벽" 기능을 한다. 이 벽이 무의식을 표현하거나 은폐한다는 것이다. 차단벽의 의식이 무의식의 "헛소리"에 압도되지 않도록 막아주는 역할을 한다.-감각적인 자료를 정서적으로 의미있는 시각적, 청각적, 후각적, 촉각적인 표상으로 변화시키는 것이다. 이렇게 변화된 표상은 "소화되고" 우리 마음의 성장에 기여하는 것이다. 36-37
꿈이 표상하는 방식: 응축과 대치 - 개별적인 요소들을 중첩하여 한 곳에 응축된 그 산물은 마치 하나의 감광판에 여러 번 사진을 겹쳐 찍은 영상처럼 전체적으로 이미지가 희미하고 모호하다. -대치; 생각을 시각적 이미지로 바꾸고 추상적인 관념을 보다 구체적인 어떤 것으로 대치한다. 40-41
무의식만의 특징: 1. 상호 병존할 수 없는 충동과 관념이 아무런 모순을 보이지 않은 채 공존 2. 의미가 어떤 이미지에서 다른 이미지로 쉽게 대치된다. 3. 다양한 의미들을 하나의 이미지로 결합(응축) 4. 시간의 제약을 받지 않는다 5. 외적 진실에 신경쓰지 않으며 내적인, 심적인 현실을 표상한다. 따라서 꿈이나 환각이 현실로 지각될 수 있다.
꿈의 배꼽, "알 수 없는 것을 향해 뻗어 나가는 지점"에서 버섯이 자라난다.(불가지점)
정신분열증 환자들이 제대로 잠들고 제대로 깨어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는 것이다. 마치 깨어 있으면서 꿈을 꾸는 것 같은 상태가 될 수 있다. 무의식의 인지양식이 의식을 침범하면, 타인을 이해하고 타인과 의사소통하는 능력에는 비참한 결과가 초래된다. 61
우리의 언어, 예술, 문화는 무의식적 사유양식이 깨어 있을 때의 삶에 조심스럽게 침투해 있기에 정서적 색채를 띨 수 있다. 직관적, 혹은 예술적 재능을 타고난 특정 개인들은 평소 상태에서도 무의식적 인지양식에 접근하는 방식이 남다르다. 일차적 과정은 조심스럽게 제어된 수만 있다면 최상의 창조적 원천이 된다. 그러나 일단 그 고삐가 풀리면 합리적 사유능력을 제압하고 파괴할 수 있다. 바로 여기에 천재성과 광기의 아슬아슬한 경계선이 있는 것이다. 62
역학적 무의식, 전반성적 무의식, 인증받지 못한 무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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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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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1203 꿈
배추인지, 과일인지 맛있게 먹고 있었다. 그런데 꿈틀거리는 것들이 조금씩 선명해진다. 그리고 맛있게 먹던 그것. 손에 집혀있던 것들이 과일이 아니라 스멀거리는 배추벌레인지 다른 벌레인지 하얀색의 그것이다. 갑자기 속이 미식거린다. 여기저기 있던 채소들을 자세히 들여다보니 그 벌레들이다. 탁도를 가진 초록색과 미백의 벌레들. 징그러울 정도는 아니지만 그것을 먹었다는 느낌이 무척 불편했다.
움직이고 있는 것들. 여기저기 움직이고 있는 것들이 범위를 넘어선 것들일까? 감당해내야고 생각한 것일까? 벌레들은 무엇일까? 꿈을 주워담다가 이런 생각이 스며든다. 어제 내려오며 안산 부근 무슨 산인지 모르지만 나무들의 군상이 무척이나 인상적이다 싶다. 잔가지까지 벌려나가는 물결은 거기에서 멈춘다. 나무가 바지런을 떨며 제 몸의가지를 내는 것도 거기까지는 아닐까? 생각의 물결도 거기에서 그치는 것은 아닐까? 나무에게서 멈춰선다 싶은 느낌이 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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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주말 알랑 드 보통 책을 읽었습니다. [동물원에 가기]를 읽었죠. 독신남. 일과 행복, 진정성, 슬픔이 주는 기쁨, 따분한 장소의 매력, 희극....전부 추상적인 주제죠. 그런데 이상하게도 이 보통씨에게 가면 표준화되고 공장에서 제조된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추상을 이렇게 상품처럼 찍어낼 수 있다는 능력이 대단하다 싶었죠. 그리고 한편 재단하는 것은 못된 습관이긴 하지만 좌-우로 선을 매긴다면 놀라운 능력에도 불구하고 가운데에서도 한참이나 우측에 서있다 싶더군요. 경험을 표준화하는 매력이라 그 덕을 보고 있구나 싶더군요. 그리고 다음날 [불안]을 보았죠. 왠 걸. 이 친구 장난이 아니네 싶더군요. 여기저기 필요한 사람을 편집하는 것이 아니라 녹여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정영목 번역자가 그랬듯이 일상에서 사회에 대한 관심으로 기울여진 것이 의아하다고 했는데. 생뚱맞지는 않았습니다. 그리고 한참 보통씨 이야기에 귀좀 기울여야겠구나 싶었어요. 우리세대나 우리생각장치들이 만들어내는, 조미료같은 맛에 길들여진 생각을 갖고 있는 보통씨의 보통이야기게 관심 좀 기울이면 좋겠다 싶었습니다.
그리고 책장을 덮으며 드는 느낌들이 있더군요. 많은 분들을 지금여기에 불러내지만, 그럼 보통씨 당신은 뭐야? 모든 사람을 평균화하는 당신의 포인트는 뭐냐구 묻고 싶었습니다. 아직 가슴이 보이지 않는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머리 속에서 가슴으로 내려오기 전인지? 그냥 한번 써 본 것인지? 그 가운데 보통씨는 걸려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만약 가슴으로 내려온다면 당신을 느낄 수 있을 것이고, 도로 머리로 올라간다면 잊혀질 것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정신차리세요. 평균율의 미를 보고 싶은 것이 아니라 당신의 뜨거운 마음과 몸을 보고 싶기도 하군요.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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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가난이 낮은 지위에 대한 전래의 물질적 형벌이라면, 무시와 외면은 속물적인 세상이 중요한 상징을 갖추지 못한 사람들에게 내리는 감정적 형벌이다. 사치품의 역사는 탐욕의 이야기라기보다는 감정적 상처의 기록으로 읽는 것이 정확할 것 같다. 이 역사는 남들의 경멸에 압박감을 느껴 자신에게도 사랑을 요구할 권리가 있음을 보여주기 위해 텅 빈 선반에 엄청난 것을 전시하려 했던 사람들이 남긴 유산이기 때문이다. 38
2. 우리가 매일 마주치는 수많은 불평등을 고려할 때 질투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우리가 모두를 질투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라고 할 수 있다. 엄청난 축복을 누리며 살아도 전혀 마음이 쓰이지 않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우리보다 약간 더 나을 뿐인데도 끔직한 괴로움에 시달리게 만드는 사람들도 있다. 우리는 우리 자신이 같다고 느끼는 사람들만 질투한다. 우리의 준거집단에 속한 사람들만 선망한다는 것이다. 가장 견디기 힘든 성공은 가까운 친구들의 성공이다 59
3. 이 사기꾼의 말을 듣지 마라. 땅의 열매가 모든 사람의 소유이고 땅은 누구의 소유도 아니라는 사실을 잊는다면 우리는 파멸할 것이다.[인간불평등기원론,루소]
- 당신은 모범적인 시민일 수도 있고, 동물 학대 예방 협회의 회원일 수도 있고, 거기에 청정한 향기까지 풍길 수도 있지만, 당신은 결국 가슴에 심장이 없는 생물이다.[자본론 1권, 부르주아지에게 하는 말]
- 부자들이 부유한 것은 똑똑하거나 적극적이거나 부지런해서가 아니라 교활하고 비열하기 때문이다. 가난한 사람들이 가난한 것은 게으르거나 술에 절어 살거나 우둔해서가 아니라 눈을 뜨지 못한 채 학대당하기 때문이다.[영국 노동계급의 조건, 엥겔스] 92-93
4. 어릴 때 우리 모두 가졌던 환상, 즉 우리가 살아가는 제도가 날씨처럼 자연스러운 것이라는 환상을 머리에서 씻어내야 한다. 그것은 자연스러운 것이 아니다. 그것이 우리의 작은 세계 어디에나 존재하기 때문에 우리는 그것이 늘 존재해왔고 또 늘 존재해야 한다고 당연하게 생각한다. 이것이 위험하고 잘못된 생각이다. 이런 제도는 사실 임시적으로 변통하기 위해 만들어 놓은 것이다. 실제로 아무도 가능하다고 믿지 않았던 변화가 몇 세대 만에 일어나곤 한다. [지적인 여자를 위한 사회주의와 자본주의 안내, 조지 버나드 쇼, 런던, 1928] 279
5. 평범한 삶이 모욕적이고, 천박하고, 초라하고, 추하다고 생각할수록, 그 삶으로부터 멀어지고자 하는 욕망도 강해진다. 공동체가 부족할수록, 개인적 성취의 유혹도 강해진다. 331 [mass in b minor,바흐] 모든 인간이 귀중하다는 인식을 회복할 수 있을 때, 아니 그보다 더 중요한 것으로, 그런 인식을 유지할 수 있는 공간과 태도를 조성할 수 있을 때, 사람들은 평범한 삶을 어둡게 보지 않는다. 그럴 때 단단한 벽 뒤에 고립된 채 혼자 의기양양하게 살아가고 싶은 욕구는 약화될 것이며, 이것은 심리적으로 모든 사람에게 유익이 된다. 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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뱀발. 1. 메모 가운데 정치적인 접근이 마음에 든다. 지위 불안에 대한 해법 가운데 하나로 정치를 들고 있는데 꼭지 2.1.4 처럼 제도에 대한 무관심이나 고정관념은 정치에 불감하게 한다. 그것이 고정된 것이 아니라 날씨처럼 변덕이 심하고 변한다는 사실에 관심을 두지 않으면 늘 개인에 뭍히거나 웃자란 욕망에 묻힐 뿐이란 지적이다.
3.
아트 방송을 잠깐 보았습니다. 조지오웰 다큐와 박수관 민요이야기도 듣고 보았습니다. 오웰. 채 쉰이 되기 전이더군요. 최근 돌아가신 공공연구노조 김준씨도 겹치고, 서리서리 맺힌 서도,남도, 동도?민요를 듣다보니 지난 번 스친 책들이 겹쳤습니다. p.o.u.m/ 화전민의 삶이 그렇게 서려있는 민요들이 왜 그런지. ... ... 보통씨의 보헤미아나 해답으로 제기된 여러 흔적들이 스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엄마와 나]는 읽다가 중동 나 있습니다. 다음에 이야기 나누기로 하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