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과 음악은 사랑의 묘약이다], 박정희, 책생각  


[낮은 데로 임한 사진-나의 인생 나의 사진], 최민식, 눈빛 - 사진이 감동을 주는 것은 그것이 삶에 뿌리박고 있기 때문이며, 삶과 동떨어진 사진은 결코 감동을 주지 못한다는 사실도 깨달았다. 나는 인간과 사진은 일치한다고 생각한다. 사진은 진실과 가장 가까이 있을 때 울림이 크고 빛나 보인다. 나는 사진으로 휴머니즘을 추구하였다. ...인간의 사랑은 그 자체로서 충분히 아름답고 의미가 있다. 특히 가난한 사람들의 사랑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깨닫게 해주고, 고통과 절망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길도 열어준다. 낯설고 황폐한 세상에서 아름다운 사랑을 발견한다는 것은 우리에게 새로운 희망의 가능성을 갖도록 해주는 일이다. 무너진 도덕과 가치관, 맹목적인 삶, 눈 뜬 장님의 삶, 이것이 바로 거의 모든 현대인의 삶이다. 

-나의 사진은 도미에와 밀레의 그림과 사상에서 큰 영향을 받았다. 두 화가는 나에게 주제를 정해주었고, 그 속에서 숭고함과 영원성을 부여받았기에 항상 고맙게 생각한다. 31  

- 생각은 글로써 정리되며 사진은 느낌으로 정확히 표현된다. 사진에 생명을 주는 것은 논리 이전에 감동이다. 체득의 과정 속에 그리고 감성과 이성의 만남 위에 사진이 있다. 아픔처럼 우리를 깊게 하는 것도 없다. 어쩌면 나는 누구보다도 많은 고통을 느꼈기에 사진을 통해 항거하는 데 익숙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그것이 '휴머니즘'이라고 감히 말하고 싶다. 32  

- 나는 어던 난관에 부딪혀서 체념 상태에 주저앉으면 문득 어린 시절을 회상하며 분발하곤 한다. 그리하여 젊은 날의 숱한 방황과 좌절을 거쳐 지금까지도 사진을 통해서 자신의 길을 구하고 사진을 나의 심장과 함께 고동치게 하다가 그 속에 자신을 불살라버린 외톨박이의 길을 가고 있다. 42 

-에즈라 파운드는 이렇게 말했다. "만일 당신 사후에 당신의 시가 세편만 남아도 자신을 위대한 시인으로 알고 시를 쓰십시오. 그리고 생전에는 절대로 유명해질 생각은 말고 시를 쓰십시오. 

-참된 희망은 일상의 삶에서 찾을 수 있다. 그러나 사진의 창작은 처절한 절망을 체험한 뒤에야 가능하다. 삶을 통해 부대끼게 되는 괴로운 문제들 모두는 체험에서 나온다. 창작은 이런 것을 넘어설 때 가능해진다....또 많은 사람들의 운명을 가슴으로 체험하는 법을 배워야 했다. 그곳에서 가치 있고 의미 있는 사진을 얻을 수 있었다. 63  

- 1982년 서독 정부의 초청으로 독일을 방문했다. 정부 관계자와 만나 [인간] 3집을 기증했다. 여러 얘기 끝에 여성국장이 몇집까지 출판한 예정인가 하고 물었다. 얼결에 10집까지 만든다고 답했다. 잠시 후 그녀는 "베토벤은 심포니를 9번까지 만들었는데..."하는 것이다....14집은 2009년 중반에 출간할 예정이다.- 사진을 눈뜨게 된 것은 내 나이 28세이던 1955년, 미국의 사진가 edward steichen이 기획한 사진집 [ the family of man]을 접하면서부터이다. 76  

- 예술의 주체는 사람이다. 예술가는 자신이 살고 있는 그 시대를 가장 예민한 촉수를 가지고 가장 멀리, 가장 깊이, 가장 널리 바라보는 사람이다. 그리고 바로 그 이유 때문에 동시대 사람들에게 이해받지 못해 어렵고 외롭게 사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그들은 그 고통을 찬란한 예술로 승화시켜 우리에게 남기고 떠나간다. 그래서 그들이 남긴 작품 하나하나에는 그들의 혼이 어려 있다. 147 도스토예프스키 [가난한 사람들] 

- 사진은 물음을 포착하는 활동이다. 사진은 우리들의 일상적인 물음으로부터 시작된다. 참된 사진 활동은 생활 속에서 진실하고 가치가 있는 것들에 관하여 철저하게 그리고 근본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다. 사진은 심상의 세계이다. 따라서 내면의 문을 열고 찾아 들어가는 세계이다. 사진가는 시각의 세계로 감성,이성,지성을 표현해야 한다. 삶이란 무엇인가, 어떻게 살 것인가, 참으로 엄청난 이 물음 앞에서 사진가는 사진을 생각해야 한다. 사진예술에 있어서의 리얼리티는 종합적인 삶에서 생기는 형상성의 힘이다. 156  

- 나의 서재에 있는 장서량은 1만권정도 된다. 그중에서 1천권 가량은 사진집이다. 나는 게을러지거나 나태해지려고 할 때 책을 더 많이 읽으려고 노력한다. 책을 읽으면 게으르고 싶었던 마음이 사라지고 건강한 자신으로 돌아올 수 있기 때문이다. 생활에 지쳐서 게을러지는 것이 아니라 책을 읽지 않아서 게을러지는 것이다. 그래서 나에게는 독서가 삶의 근면성을 측정하는 기준이 된다. 164 사마천 [사기]  

- 사람들은 독서를 지겨워하고 싫어하지만 한 권의 독서가 끝난 후의 성취감은 일의 성공과 다를 것이 없다. 게다가 독서는 지식을 축적하고 경험을 정리하도록 돕기 때문에 다음 일을 하는 데 큰 자신감으로 작용한다. 독서가 알게 모르게 삶의 태도에 영향을 끼치는 것이다. 166 유진 스미스, 베르너 비숍, 살가도와, 쿠델카  

- 인생은 그냥 왔다가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실천을 통해서만 삶의 진정한 의미를 발견할 수 있다. 인간 존재의 진정한 의미와 경험을 탐색하고 발견할 때 삶은 우연히 일어나는 것이 아님을 알게 된다. 삶은 우리가 만들어 가는 것이다. 우리 스스로가 삶을 의미 있게 살아야 하는 것이다. 168

[창조적으로 이미지를 보는 법-사진에서의 구성,색감, 그리고 디자인], 브라이언 피터슨, 청어람미디어

[구스타프 클림트, 정적의 조화], 박홍규, 가산 - 그가 남긴 253점의 유화 작품 중 60여점은 에로틱하기는 커녕 마치 명상이라도 하는 듯한 분위기를 풍기는 정적의 조화를 표현한 풍경화였고 나머지 대부분도 조용한 분위기의 초상화거나 상징적인 우의화였다. 클림트가 이런 정적의 조화를 인물과 자연을 통해 그린 세기말 빈은 교조적인 전통과 양극화의 빈부갈등으로 점철된 사회현실의 모순이 뒤범벅된 혼란의 시대, 무질서의 도시였다. 클림트의 삶과 사랑 그리고 예술은 그런 허위의 전통과 사회현실의 모순에 대한 반항이자, 현실의 혼란과 무질서를 초월하여 새로운 미래의 아름다움인 정적의 조화를 창조하기 위한 추구였다. 인간과 자연 모두 그런 정적의 조화 속에 살기를 바랐다. 

- 나의 몸은 [키스] 속의 남녀처럼, 숲 속 깊이 명상하는 나무들처럼 한없이 그림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그 순간 나는 깨달았다. 그래, 몸에 맡겨라, 감각에 맡겨라 어쩌면 몸은 머리나 마음보다 더 정직할 수 있을지 모른다. 헛된 지식을 버려라. 아는 만큼 보이지 않고, 도리어 잘못 아는 만큼 잘못 보일 수도 있다. 그냥 보고 느껴라. 아는 것은 그 다음이다. 32

[바람이 되어도 좋아], 김진아, 랜덤하우스  

뱀발.  

 1. 집회에 가려다가 소식을 알길이 없어 답답함을 누르고 책방으로 향한다. 걸음이 내내 무겁다. 될수록 가벼운 책들을 집어들고 정작 읽으려 가져간 책들은 건너 뛴다. 오늘은 우연히 집어든 책이 최민식님 사진집인줄 알았는데, 작품론과 삶에 대한 이야기를 정신없이 빠져든다. 아버지도 겹쳐지고 지나간 많은 사람들과 지난 흔적들이 묻어올라온다. 한마디 한마디 뼈속깊다. 그리고 삶의 깊이도 고통도 아픔도 엷디 엷은 내가 비추인다. 다음은 박홍규님의 클림트론이다. 그리이스 신화를 통해 그려진 그림들도 많은데 작품론을 쓴 분들의 글들이 겉만 핥은 모양이다. 백년전의 오스트리아 빈과 지금을 대위한다. 빌려보고 싶어 대출하려고 하니, 며칠 더 기다려야 한단다. 아쉽지만 그렇게 훑어보고 작품을 대하는 태도의 흔적을 남겨본다. 나머지 책들은 사진구성, 색상, 여행집들이다. 굳이 찾아볼 필요는 없을 듯하다. 그리고 책같지 않은 책-와인과 음악이 아래 책과 묘하게 대비된다. 아직도 이런 책들이 왜 나오는지 모르겠다. 

2. 우린 아까운 예술가들을 너무 많이 놓치고 있다. 그들의 삶과 열정. 김수영의 일상의 뜨거움과 대비되는 다른 무엇이 있다. 하지만 울타리 밖의 그(녀)들로 보고 있는 것은 아닐까 싶기도 하다. 

3. 최민식님을 좋아하는 분들은 조금 기웃거리다 마음을 가져갔으면 좋겠다. 힘들더라도 마음도 아픔도 다독이며 가시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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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독서가로서 최민식선생님의 명복을 빌며
    from 木筆 2013-02-13 16:12 
    나의 서재에 있는 장서량은 1만권정도 된다. 그중에서 1천권 가량은 사진집이다. 나는 게을러지거나 나태해지려고 할 때 책을 더 많이 읽으려고 노력한다. 책을 읽으면 게으르고 싶었던 마음이 사라지고 건강한 자신으로 돌아올 수 있기 때문이다. 생활에 지쳐서 게을러지는 것이 아니라 책을 읽지 않아서 게을러지는 것이다. 그래서 나에게는 독서가 삶의 근면성을 측정하는 기준이 된다. 164 사진은 물음을 포착하는 활동이다. 사진은 우리들의 일상적인 물음으로부터
 
 
 

발제문을 훑어본다. - 이*태위원의 세계금융위기와 잠정적 대안들, 하*수 - 지역에서 희망찾기: 개론의 성격인 듯하다. 좀더 세밀하여 감탄을 자아낼 수 있는 안들이면 좋을텐데. 다소 일반적인 이야기다. '삶의 질'에 대한 코멘트, 하지만 지역주민이 참여할 수 없는 이유, 참여가능한 경로에 대한 고민, 기발한 방법이나 아이디어는 없을까? 싶다. 이*태위원은 런던 G20회의 미국의 시스템변화에 대해서 논한다. 금융의 대응력이 런던회의로 다소 안정적인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평하는데, 이후 지속성 여부에 대해 세부적으로 논한다. 논거가 좀더 활발하고 다양하거나 다른 전문가의 의견이 보태지면 좋을 것 같다.

[추방과 탈주], 고병권, 그린비 2009 - 그는 이야기한다. 환자가 덜 아픈 어제를 그리워할 수는 있지만 그렇다고 병이 어제 이미 시작되었음을 부인할 수는 없다. 오늘 넘어야 하는 것은 어제 넘어야 했던 그것이다. 대중들이 지난 정부와 지난 여당에게 마음을 주지 않는 이유는 어제의 증세와 오늘의 증세를 왕복할 생각이 없기 때문이다. 대중이 부와 권력의 주변으로 밀려나고, 시간과 공간 그 어느 것도 보장받지 못한 불안할 존재로 전락한 것, 자기 나라 안에서 자기 정부를 잃은 내부난민으로 떠돌기 시작한 것이 과연 오늘의 일인가. 분명히 어제와 오늘은 규모도 다르고 수준도 다르다. 그러나 오늘은 어제가 낳은 야수이고, 오늘은 지난 십 년의 숙성이다.

한국 민주주의가 매개나 조정보다는 명령이나 통보형식을 띠고 있다고 했지만, 어찌 보면 매개나 조정, 합의 등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그것들이 사라졌다기보다 명령과 통보, 추방의 체계 안으로 흡수되었다고 말하는 편이 옳을 것이다. 여야는 정치적 갈등을 조정하고 해소하기 위해 조정하고 합의한다. 여전히 언론들은 여론을 매개하고 전달한다. 여전히 시민단체들은 운동을 조직하고 대의한다. 그러나 매개와 조정, 대의는 그 자리에서 내려진 결정에 의해 배제되는 사람을 산출하고 있다.

추방, 그것은 지난 십여 년간 학국 사회에서 일어난 일을 말해 준다. 탈주, 그것은 앞으로 일어날 일의 전조이다. 길 위의 무수한 대중들은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에 대한 증언이자 '무슨 일이 일어날 것인가'에 대한 예언이다.

2부 3. '앎'은 '삶'을 구원할 수 있는가 - 현장인문학에서 만난 '가난한 사람'들은 지식을 받아들임에 있어 자신의 삶을 참조하는 것 같다. 물론 이 사람들 대부분이 학력이 낮다는데서 일부 연유하는 특징일 것이다. 그러나 앎이 다른 앎을 참조하지 않고, 곧바로 삶을 참조한다는 것은 그 자체로 중요한 의미가 있다. 더 흥미로운 점은 앎이 삶을 참조하고 있기때문에, 그 배움이 곧바로 삶의 변화로 나타난다는 사실이다. [앎의 신체성]

우리가 극복해야 하는 것은 '장애'가 아니라 '정상성'이라는 것, 우리는 우리 시대의 지각구조, 우리 시대의 공통감각을 문제삼아야 한다는 것, 오랫동안 철학자들은 우리가 '현장인문학'을 통해 만나는 사람들, 즉 재소자나 노숙인, 여성, 어린이, 장애인 등을 결핍과 미숙의 존재로 이해해 왔다. ... 진리란 한 사회가 가진 체계적이고 객관적인 오류이며, 그 사회에 고유한 어리석음이라고 할 수 있다. 이것이 인문학자들이 갇혀 있는 감옥이다. [비정상성 되기]


[누구의 과학이며 누구의 지식인가(여성들의 삶에서 생각하기)], 조주현 옮김, 나남, 2009 -서구과학과 기술을 제국주의적 기획으로부터 가장 덜 혜택받은 사람들의 입장에서 본다는 것은 무슨 뜻일까요? . 매순간 억압받는 사회집단이 역사의 무대에 등장할 때 그 집단은 "우리의 삶의 관점에서 보면 상황은 다릅니다"와 같은 말을 하곤 합니다. 입장론은 집단경험들간의 바람직한 관계는 어떤 것인지, 그리고 무엇을 지식으로 간주해야하는지에 대해 새로운 논쟁의 가능성을 열어놓습니다. 이것이 더욱더 악명 높아지는 서구 인식론과 과학철학의 "저발전"을 치유하기 위해 필요한 첫번째 조치입니다. "서구의 인식론적 위기"는 또한 서구 남성성의 위기임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샌드라 하딩

하딩은 연구결과의 객관성을 증대시키기위해 여성들의 삶의 관점에서 생각을 시작하기를 권한다. 이것은 타자의 삶의 관점에서 연구를 시작하는 것으로서 체계적으로 지배당하고 착취당하는 삶의 관점을 택한다는 것을 말한다. 하딩은 지배집단과 피지배집단이 모두 각각의 사회적 위치로 인해 현실인식이 이데올로기적으로 왜곡되어 있지만, 피지배집단의 삶의 위치에서 생각을 시작하는 것이 지배집단의 삶의 위치에서 생각을 시작하는 것보다 덜 왜곡된 지식을 산출할 수 있다고 주장함으로써 가치중립적 객관성을 비판하였다.
2002, [페미니즘과 과학], 이재경 박혜경 공역, 이화여대출판부

[니체와 악순환-영원회귀의 체험에 대하여] 피에르 클로소프스키,조성천옮김,그린비 -
[세상에서 가장 우아한 두바퀴 탈 것 - 자전거의 역사문화오늘], 데이비드 V. 헐리히,김인제옮김
[네그리 사상의 진화],갈무리
[꿀벌없는세상, 결실없는 가을],에코리브르 

 

 

 

 뱀발. 발길이 뜸했는데 책방을 오랫만에 들르다. 신간서적란에 맘에 두던 책들이 있어 여러권 챙기고, 강연자료 복사물을 읽다. 병어찜의 여운이 채 가시지 않은 채, 졸음이 잠시 다녀가신다. [세상에서 가장 우아한..] 자전거의 사진은 진작 나왔으면 짝퉁채널 만들때 안성맞춤이었는데 아쉽다. 꿀벌없는 세상은 지식채널에서 방영된 바가 있다. 오늘 잠깐독서엔 당연 졸음에 맞춤인 히딩의 난해한 이야기다. 부제가 여성의 삶에서 생각하기인데 당황스럽기도 하고 간학문을 넘나드는 모양이 이해도 되긴하지만, 덧붙인 책들을 읽지 않으면 되지 않을 듯하다. 사회 속에 embeded한 과학의 이해는 이해될 법도 하지만 혹 읽게된다면 그 진전이 딱딱한 글만큼이나 지지부진하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조주현님의 번역이 이어져있다. 고추장님의 글은 최근 3-4년간 수유+너머의 동선이 담겨있다. 현장인문학-노숙자,교도소-의 행간이나 생각들을 따라 읽을 수 있어 좋다. 사회적 독서 프로젝트의 흔적도 담겨있다. 앎의 신체성, 몸의 말이, 몸과 머리, 가슴의 연대에 대한 생각이 겹쳐진다. [고뇌의 원근법 - 고흐편] 화가의 신체성과도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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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사진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정원을 배경으로 생각에 잠겨있는 모습. 콧수염과 시선. 대학에서 청중들에게 연설중인 장면. 그리고 그의 글을 읽는다. 페어플레이는 아직 이르다. 나를 해하고자 한 개는 물에 빠져도 끝까지 몽둥이로 때려야 한다. 아니면 그 물에서 나온 개에게 언제 또 물릴지 모르므로 때려서 혼 줄을 내지 않는 이상, 그 개는 나도, 너도 물어자빠뜨릴 것이다. 개에게 보편적인 가치나 중립을 이야기한다는 것이 말도 되지 않는다. 그의 개에 대한 이야기는 몇편이 더 이어진다. 발발이, 그리고 개의 근성들. 어쩌면 김훈이나 개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이 글을 읽는다면 불편할 수도 있겠지만, 우리는 개만도 못한 세상을 살고 있다는 불편도 한번 생각해봐야 한다. 개만도 못하는 인간과 짓거리들을 보고 개를 보며 아이 내새끼 내새끼하며 끌어안는 아이러니의 불편함이 자리하지 않고선 하루도 넘어설 수 없다.


나는 오늘도 가학을 하며, 그것이 사랑이라 말하고, 싫어하고 협박에 고통당하면서도 교태를 부리고, 부려야 하는 일상과 만난다. 그리고 그 변태의 되돌이표를 겪는다. 나는 오늘도 창의,가치와 수평이란 사탕발린 아흔아홉가지의 똑같은 말로 세뇌당한다. 몸은 노예인데 주인의 입을 가진자들의 아이러니와 맞닥뜨린다. 세뇌를 당하면서도 좋은 말이라고, 그래도 옳은 말이라고 몸에 주입하는 학대하는 일상을 만난다. 견뎌내는 것인지 버티어내는 것인지 현실의 외줄은 일찍감치 재미를 감금시켜버린다. 미소를 차압당한다.


나는 오늘도 어처구니없는 일상과 만난다. 민주주의를 사랑한다고 말한다고 징계를 하는 현실을 만나고, 생사의 기로에선 해고자들의 투쟁을 만나고, 알짜일을 하고 해고되는 비정규직을 만나고, 자본에게 회사를 차려 표현의 자유를 상납해야한다는 개짓는 소리를 만난다. 그리고 마름이 되어 주인보다 더 열심히 물어뜯는 개들을 만난다. 불편하지 않게 한다는 마름의 논리와 마주선다. 애초에 논리도 가치도 없던 인간들이었기에, 가치를 들이댈 필요가 없던 우리를 나무라며 그 근성만 있는 개들의 무리를 만난다. 돈만 보면 침을 질질흘리는 무리들을 만난다. 아무런 부끄럼없이 돈이라면 환장을 해서 부끄럼에 불감이 걸린 군상들이 버젓이 고개들고 다니는 세상과 만난다. 그리고 그 고기 한점에, 그 비릿한 냄새를 그윽하게 들숨으로 맡는 인간들의 숲을 거닌다.

 

 

 

 

 

 

 

 

 

 

 

 

 

 

아직 '페어'하지 않으므로 '페어'플레이는 이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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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톳물





 

밤새도록 비바람이 몰아친다. 꿈마저 헝클어지고, 언제 어떻게 내달릴지 쌍용을 비롯해 조마조마한 마음들이 일상을 무미하게 만든다. 손바닥그림 챙길 여유마저 사라지는 듯하다. 비야 이리로 향하지 말고 다른 곳으로 가려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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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며칠 장마비는 온통 하늘을 뒤덮는다. 불어난 물들로 강들은 황톳빛이다. 차창가로 비치는 강들을 겹쳐본다. 작은 강들은 빠르고 거칠게, 큰 강들은 느릿하지만 무서움이 깃들 정도의 움직임이 비친다. 세상을 뒤엎을 듯, 그들의 연대와 기세가 앞도한다. 세상은 그렇게 뒤업는 것이라구. 바닥부터 그렇게 온통 강물을 갈아엎는 것이라구 하면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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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비는 왜 이리도 내리는 것인지
    from 木筆 2009-07-21 11:54 
    밤새도록 비바람이 몰아친다. 꿈마저 헝클어지고, 언제 어떻게 내달릴지 쌍용을 비롯해 조마조마한 마음들이 일상을 무미하게 만든다. 손바닥그림 챙길 여유마저 사라지는 듯하다. 비야 이리로 향하지 말고 다른 곳으로 가려무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