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나무와 달 


이팝나무와 달


아파트와 달 

뱀발. 저녁 무렵 일터 회의는 늦어지고 모임도 많이 늦다. ㅁㅅ형의 피곤을 챙겨야 하나, 막내 생일의 다그침은 잦아들지 않는다. 복지수다모임 첫강의의 뒤풀이에 잠깐 참여하고 질문과 분위기만 맛을 보고 그리운 이들과 오랜만의 만남을 자의반 피하게 된다. 잠을 청하려는 녀석이 심퉁맞아 있는데 간식거리와 마지막 군것질선물을 해주니 그래도 입이 벌어져 다행이다. 시간이 어중떠서 다시 가지도 되돌아갈 엄두를 내지 못하고, 몸만 달래준다.  일터의 달과 이렇게 도시의 달은 또 다르다. 은은과 또 다른 불빛아래 화려함의 덧칠이라고 할까? 그래도 님이 좋은 것을 어떡하랴. 감나무 잎새와 이팝나무 이밥그득한 곳에 견줘본다. 아직 느티나무도 목련도 남아 있다. 돌아오는 길 아카시아 향이 무척이나 짙다. 6k 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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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쭉
 


비가 세차게 흔들고 간자리
가지에 꽃을 반쯤 내밀고
나머지 반은 그늘에 소담스럽게 앉아있다.

또 한차례 비가 세차게 오고
가지는 꽃을 반의반쯤 간신히 부여잡고
나머지는 그늘에 여기저기 헝클어져 있다.

오월의 해가 뜨고 오가는 이들은
그늘로 향하고
가고오는 발걸음에
꽃들은 보도에 문신을 아로새긴다.

실핏줄이 선명한 흰꽃잎들은 온몸의 물기를 뱉어내고
꽃그늘위에 듬성듬성 흰목을 드리운 꽃들이
고개를 치켜세우고 있다.

제 꽃목을 잘리우며 여름으로 타들어가도
세상은 꽃그늘이 말라비틀어져
오체투지로 보도를 파고들어가도
그저 찬란한 꽃이라며  봄을  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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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대비 내린다. 주룩주룩.일터일로 여*를 다녀오다. 온전히 즐길 수 없어 아쉬웠지만 저만치 배와 섬, 바다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어 다행이다 싶다. 벌써 아카시아 향이 내리는 비만큼 진해져 있는 곳이 다름이라면 다름이다. 

 게장골목이 있어 동료와 함께 http://www.lieto.co.kr/?document_srl=172723 식사를 하구 돌게장을 챙겨주다. 산중턱에 걸린 터널을 연신지나는데 비는 쭈룩쭈룩 내리다가 지리산의 여운이  가실무렵 언제 비가 왔냐는 듯이 산에 걸린 구름들 흔적이 없이 저기 맑은 파란하늘이 온갖 구름과 섞여 있다. 


 


저녁 자** 강의를 듣고 마친 뒤 질문을 듣다나니 뒤풀이도 챙기지 못한다. 뒤풀이 없는 날. 오랜만에 달님 산책을 나선다. 총총 호흡을 맞춰 달림을 응해본다. 붉은 철쭉은 꽃그늘을 붉울게 드리우고, 흰철쭉꽃들이 한점 두점 빨간꽃그늘에 곤두서있다. 땀이 송긋 맺히고 무뎌진 몸들 사이로 달님이 구름을 드리우고 나선다. 나무들은 진초록만큼 진한 감초록의 그늘을 드리운다. 드리운 그늘이 내몸에도 맘에 자라는 것 같아 무섭다. 달님만 코옥 제것으로 발라낼 양으로 욕심을 비추는 것은 아닐까? 땀한점 드리우지 못하는 일상이 맘에 진을 빼내 관계도 아랑곳하지 않고 편의대로 혼자 생각을 몰고 가는 것은 아닐까? 두손으로 보듬지 못하고 피곤을 빌미로 지내는 것은 아닐까? 반달 위로 별이 총총 빛난다.  



 

선운사 동백꽃만 뚝뚝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여기저기 동백보다 더 슬피빨간 철쭉이 둑둑 떨어지는 나날이다.  몸의 볼록만큼 맘이 오목해진 듯하다.7k 45'
 


 

가고오고 나니 이곳의 녹음이 제일 좋다. 푸욱 육감이 아니라 7감까지 그곳에 잠겨보는 것도 좋을 듯 싶다. 땀이 송긋나도록 다리의 노고를 경축해볼 일이다. 밤이 깊다. 

 

뱀발.  

1. 아*** 가는 길 월*** 김**씨를 만나 짐을 들어주며 이야기를 나눈다. 삶의 속도가 너무 빨라 생각이나 마음은 잡을 수 없을 듯 싶다. 한 것보다는 어쩌지 못하는 것이 더 겹친다. 


2. 마초다. 사회구조에 빌붙어 사는 마초로 불쑥 생각도 몸도 자라버렸다는 느낌이 들었다. 무섭다. 꽃그늘의 꽃잎들은 정작 이런 것이어야 할텐데. ...스멀스멀 몸속으로 파고드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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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일요일 밤, [나가수]를 보며 든 저녁과 후식, 그리고 막걸리 몇잔에 기우뚱한다. 소화 겸 생각줄기들이 덧보태어지길 바라며  마실을 나선다. 가로등에 여린 목련잎들은 겹쳐 진초록 그림자를 만들고, 느티나무는 벌써 잎새가 무장무장해 숲터널을 만들어 놓았다. 철쭉과 붉은 단풍은 가로등에 저리 붉다. 숲사이로 갈증나듯 달빛은 설핏설핏 스며들고, 별 밝은 곳에선 구름이 달빛을 껌벅인다. 이제는 짙은 꽃들만 남고, 짙은 향의 꽃들만 도열할 듯한데 산책길 바람이 알맞다. 6k 60' 

 

 

2.  

두권의 시집이 낯설다. 따로따로 떨어져 있는 시편들 뭔가 이어지기에는 비릿하여 요점을 잡을 수 없다. 이리저리 둘러본 뒤에야  일관성들을 따라나선다. 시대의 불콰함은 선을 넘어서고 혼란스럽다. 언어도 시도 다 쓸모없는 듯한데 이렇게 새로운 말들을 토해낸다. 생경하다. 아직 두렵다. 서사를 만드는 시라고 이름붙여도 될까?  살아내는 이들의 함성과 그들을 불러내는 아주 나지막한 목소리...들꽃처럼 허리를 숙여 가까이 들어봐야 들리는 마 ㄹ...

 

 

  youtu.be/ZGPiY1yHGwI
 3.

[세속의 철학자][자본주의][자본론]을 겹치게 보고 있다. 경제학을 철학의 한 범주로 넣고, 그 앞에 세속을 입혀버렸다. 그만 호흡이 가빠지고 드레스입은 우아한 철학들에만 눈길을 보냈던 것인지 짧은 카운터 펀치를 맞은 듯 멍하다. 다가서는 책보기가 정치철학자들을 애타게 찾는 듯했는데 어느순간 0, 00에서 멈추어 눈길 한번 제대로 주지 않고 있음을 깨닫는다. 세속에 머물지 못한다는 느낌이 몸을 감싸고 있던 것일까?  그렇게 우아한 철학의 목을 스멀스멀 감으며 책이 껌뻑거리며 요구하는 것은 무엇일까? [세속의 철학]에서 멈칫거리고 있다.

그러다가 제임스 밀의 아들 존 스튜어트 밀에 대한 설명이 나오고 우아한 경이로움에 감탄하는데 마르크스는 자본론에서 대뜸 이렇게 말한다.  공리주의가 그렇게 나누고 있는 자유, 평등, 소유는 이익에만 파묻혀있는 얼마나 허접한 것이냐고 말이다.  

[자본론 강독 +]

 


그리고 강단에서 강의한 내용들로 출시한다는 데이비드 하비의 [자본론 강독]?이 눈에 끌린다.
 

 

 



4.

공화주의에 대한 논의를 담은 책이다. 김상봉 ...의중이 읽혀지는데, 아쉬운 것은 나/너 서로주체성이란 개념이 알속만 있는 것은 아닌가하는 선입견이 든다..씨알 사상의 계승자로서 말이다.  [정치철학 관련도서]와 겸하면 어떨까 싶다. 좀더 세밀해지고 예민해져 뭉뚱그린 생각들을 더 반듯하게 펼 수 있으면 하는 느낌이 든다.


5.

낯섬과 공감의 교집합을 평가의 잣대로 삼자고 한다. 낯섬만 가지고는 너무 포스트 모던해서 도대체 무슨 말인지 알아먹을 수 없다. 거기에 공감을 넣어 아이디어에 생동감을 넣는 것이 고려되어야 한다고 한다. 진보가 마음에 걸린다면 한번 좌판을 펼쳐놓고 싶은 생각이 든다.  통찰 역시 생각하는 길로 가다보면 나올 수 있는 것이라면 속는 셈치고 한번 그 길을 따라가고 싶다.  과제를 나누어서 볼 줄 알고, 거기에 대한 대위를 해서 생각과 아이디어를 고르고, 다음은 낯섬과 공감의 잣대로 불을 지펴 애드벌룬을 띄우는 것이라면 한번 쯤 속아보자. 대중성과 전문성을 넘어서는 일이 거기에 있다면 말이다. 숙고를 함께 길게 하지 못하는 것이 우리의 숙명이라면, 애써 한땀 한땀 가보는 것도 괜찮겠다 싶다. 서로 채워주거나 이어주거나 하면서 아이디어가 중동나지 않도록 보듬는 일이 우리 일인 듯 싶다.
 

 

6. 

어버이날, 당직 겹친 일정으로 모임이 순탄치 않다. 연기될 듯한 소식을 듣고 준비한 책 [타타르로 가는길]로 마음을 돌린다. 아톨로니아(태양이 뜨는 동쪽), 소아시아의 터어키, 시리아, 그루지야를 구글로 공간을 옮겨가며 읽는다. 한나라의 정치와 경제는 역사와 문화에 붙어있다. 꼼지락거리지만 정치란 것이 얼마나 여러 들숨과 날숨을 제대로 들이쉴 수 있는지에 대해 여러갈래의 느낌이 든다.  그리고 먼땅의 일이라 무지로 범벅하고 있는 지금의 나에 대해 민망하다는 느낌도 교차한다. 

 

뱀발. 몸도 마음도 정신없이 지내다보니 버거워한다. 이틀 산책삼아 몸마실이 그나마 기운을 보태고, 짬을 내어 읽은 책마실이 그나마 중동난 생각쉼표를 이어준다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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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배꽃이 담겨있는 과수원 울타리에 탱자꽃이 가시에 톡톡 터지듯 가늘고 얇게 피다. 맺힌 꽃들이 소담스럽다.

  

2. 초등학교에 핀 작약이 바람결에 흔들리자 치마폭이다. 어린아이가 물끄러미 잡고 있는 엄마의 치마결이다.

  

3. 녀석을 바짝 다가서서 훔치는데 왼쪽 꼬리가 눈에 들어온다. 그리고 하루가 지나 넘실거리는 놈의 춤장단을 눈으로 따라가다보니 영락없는 그 녀석이다. 녀석은 아마 지금쯤 철쭉꽃속을 정신없이 넘나들던가 다른 님을 만나 오붓한 끝봄을 맞고 있겠다 싶다.

[사진 조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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