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쭉
비가 세차게 흔들고 간자리
가지에 꽃을 반쯤 내밀고
나머지 반은 그늘에 소담스럽게 앉아있다.
또 한차례 비가 세차게 오고
가지는 꽃을 반의반쯤 간신히 부여잡고
나머지는 그늘에 여기저기 헝클어져 있다.
오월의 해가 뜨고 오가는 이들은
그늘로 향하고
가고오는 발걸음에
꽃들은 보도에 문신을 아로새긴다.
실핏줄이 선명한 흰꽃잎들은 온몸의 물기를 뱉어내고
꽃그늘위에 듬성듬성 흰목을 드리운 꽃들이
고개를 치켜세우고 있다.
제 꽃목을 잘리우며 여름으로 타들어가도
세상은 꽃그늘이 말라비틀어져
오체투지로 보도를 파고들어가도
그저 찬란한 꽃이라며 봄을 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