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에서 지금까지 논한 바와 같이, 감정을 배제한 냉철한 자기반성과 분석은 대다수 동료 사회 과학자들이 인정하고 싶지 않겠지만, 독자적인 지적 전통을 마련하기 위해 우리가 쓸 수 있는 사상적 개념적 자원이 서구의 것밖에 없다는 슬픈 현실을 노정한다. 즉 우리는 서구의 개념적 자원과 이론적 틀에서 출발할 수밖에 없음을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서구의 지적 지배를 인정하고 그에 도전함으로써 뭔가 새로운 것을 변증법적으로 시도해야 한다. 우리의 학술문화에서 하기 어려웠던 지적 도발을 하고 싶었다. 250-251

 

개인의 느낌이 다루는 주제라면 굳은 강의실에서 세미나를 할 필요가 있을까? 그냥 집에서 읽고 느낌을 가지면 될 것이다. 토론을 더 이상 진행할 수 없는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다. ‘느낌혼잣말이 부유하는 가운데 대체 무슨 놈의 접점이 생기겠는가? 접점에서 갑론을박해야 쟁점이 발화할 텐데 여기저기서 갑론을박만 무성하다. 60 ( 볕뉘 1. 조한혜정교수가 학생들과 수업하는 내용을 지적하면서 하는 내용이다. 그렇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세미나가 그렇기도 한다. 인상비평에 가깝고, 혼자도 인상만 남기고 만다. 이론의 맥을 잡고 서로 다투는 것도, 그런 사람을 만나는 것도 희귀한 일이다. 자칫 논쟁을 발화하자고 하면 비판이 아니라 비난으로 느끼는 것이 현실이기도 하다. 우리의 지적풍토의 현실이 이렇다. )

 

윌리엄스는 반영매개대신 한계짓기압력 가하기라는 은유로써 언어를 통한 인간의 상호작용 영역에서 결정의 의미를 찾으려 했다. 그는 토대와 상부구조는 서로 분리된 영역이 아니라 토대가 이미 사람의 일상세게에 스며들어 그들의 언어와 인식, 상호작용을 가능케하는 틀로 작동한다고 주장한다. 토대가 압력을 가하고 한계를 짓는다는 그의 주장을 문화유물론이라고 부르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즉 윌리엄스에게 토대(물질적인 것)는 상부구조(문화)배여 있거나 녹아들어가 있는것이지, 시공간적으로 분리되어 상부구조를 원격조종하는 게 아니다. 윌리엄스에 따르면, 마르크스가 역사의 진정한 전제라고 부른 물질적 삶의 조건인 토대는 속류 마르크스주의 추종자들의 주장처럼 언어나 역사적 자료와 동떨어져 있는 것은 아니다. 66 ( 볕뉘 2. 80년대 학생운동은 무엇을 지향했을까? 89년 소련의 몰락과 함께 마르크스주의마저 내동댕이친 것이 우리의 실수는 아니었을까? 어쩌면 우리가 외치고 이해하던 것은 대부분 속류마르크스주의였을 것이다. 토대와 상부구조를 도식적으로 이해하고, 변증법이라는 것도 정반합으로 암기하고 마는 소련동구류의 인식에 그쳤는지도 모른다. 그런 몰이해와 지적인 전통과 다른 흐름을 붙잡으려는 노력은 부족하거나 현실을 보는 눈을 통해 드러나지 않았는 것 같다. 김경만저자가 지속적으로 비판하고 있는 것은 핵심에 대한 몰이해다. 인식의 확장을 위해 깊이 들어가지 않는 사회학에 대해 내놓으라는 교수들의 지적단절이 아닌가 싶다. 더 이상 학문을 하거나 지적흐름을 살피려고 하지 않는 그 지점에 마르크스가 서 있다. 복기라는 것이 가능하다면 속류마르크스주의가 아니라 이러한 일련이 지적흐름을 살피는 것이 또 다른 현실에서 김경만저자가 말하는 것처럼 이론을 모색할 수 있는 근거가 아닌가 싶기도 하다.)

 

쿤에게 패러다임은 추상적인 이론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그가 소위 예시라 부른 실제 문제풀이 과정에 녹아들어가있다. 또한 그는 주어진 문제들을 풀어가는 행위/실천의 과정 자체가 바로 실재라고 주장한다. 실재 역시 문제풀이 행위에 녹아들어가 있다는 말이다. 결국 과학자들은 문제풀이라는 실천 행위와 실재에 대한 인식을 동시에습득한다. 과학자들은 이렇게 문제풀이를 통해 습득한 실재의 경계 안에서(한계짓기!) 문제풀이, 즉 가설을 수립하거나 실험을 진행하고, 이 과정에서 쉽사리 그 경계선을 넘지 못하게끔 제약을 받는다(압력 가하기!) 67

 

생산력에 조응하는 생산관계 속 위치, 즉 주어진 계급구조 아래 특정한 계급에 위치한 사람들은 계급 하비투스를 몸에 체화하고 있는데, 이것이 일상의 모든 국면에 판단 기준으로 작동해서 사람들의 언어와 사고를 제한하고 압력을 행사한다. 69 (볕뉘 3. 계급의 특성이 달리나타난다는 것이다. 어쩌면 우리는 그 스펙트럼을 계층으로 포함해서 더 형식의 관점에서 넓게 봐야할지도 모른다. 그 한계를 보거나 사유할 수 있을 때 현실은 또렷하게 상이 맺히기도 하고 더 유연하게 상황을 헤쳐갈 수 있는 여력도 생기게될지 모른다. 계급에 매개하거나 녹아있는 다양한 삶의 양태들에 대한 학문의 결과물이 없다. 인식조차 없으니 그런 결과를 바란다는 것도 의아할 것이다. 문화분석이라는 형태로 뭉둥그려 해석하고 마는 것이 지금은 아닌가 싶다. )

 

윌리엄스는 그람시의 헤게모니 개념을 수정분화시켜서 지배문화’ ‘잔여문화’ ‘부상문화같은 일련의 개념들을 내놓는다. 속류 마르크스주의와 달리, 헤게모니는 피지배 계급의 동의를 전제하지만 당대 사회의식 전체를 완벽하게장악하지 못하는데, 그 이유는 지배적 의식에 편입되길 거부하는 과거의 지배적 사유가 잔존하고, 한편으론 지배적 의식에 대항해 새롭게 부상하는 의식이 형성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비록 헤게모니가 있는 지배적 의식이 존재하지만, 당대 사회의식 전체는 항상 이 세 힘의 역동적 관계, 즉 지배와 저항의 동력학적 관계에 따라 형성하고, 변화하고, 이행한다. 70

 

최재천과 그를 따라하는 학자들은 이미 30년 전에 미국에서 일어났던 논쟁을 폐기물 재생업자처럼 지금수입해 재생하는 걸까?” 80 위키피디아와 식탁류의 책들은 내용의 간략함이란 공통분모가 있다. 간결함이 왜 문제가 되는가? 어떤 주제든 간에 깊이 파고들어가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학자가 논문을 쓸 때 위키피디아를 보고 짜깁기해서 쓸 수는 없다. 논문을 풀어가다 보면 반드시 깊이 파고드는논의가 필요한데, 이런 식의 짜깁기로는 깊이 들어가기는커녕 금세 바닥이 드러나고 말기 때문이다. 78 과학의 대중화니, 과학과 인문학의 융합이니 하는 온갖 구호를 갖다붙이겠지만, 나는 이런 행태가 지적 거인들과의 힘겨운 싸움은 회피한 채 세속적인 성공을 향한 쉬운 길로 가려는 기회주의의 소산이라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 81 대중과의 소통이라는 미명하에 저자-출판사-미디어와의 관계를 공고히 해온 학자들은 자신이 대중적 지식인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교묘히 감추고, 오히려 글로벌 지식장에서 상당한 상징자본을 획득한 저명한 학자인 양 행세한다. 85

 

한국 사회과학자들의 가장 큰 문제점은 서구이론이 한국에 적실성이 없는데도 무차별적으로 차용한 데 있는 게 아니라, 애당초 적실성이 무엇인지에 대한 황소걸음같은 진득한 탐색과 고구가 전혀 없다는 데 있다 92

 

항해 도중 고장난 배를 수리하려면, 배 전체를 바다 한가운데서 전부 해체해 다시 조립할 수는 없기 때문에, 배의 다른 부분들은 괜찮다고 가정하고 당장 필요한 부분을 배가 떠있는 상태에서 수리해야 한다. 그러고 나서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 또다른 부분을 다른 모든 부분은 괜찮다는 가정 아래 고쳐야 한다. 이 과정이 하버마스가 제시한 의사소통행위를 통한 언어게임/전통의 변화를 예시해주는 적절한 은유다. 100

 

우리는 이미 서구 사회과학의 개념적 자원과 틀에 젖어 있고 그 언어게임 안에서 움직여왔기 때문에 우리에게 현재 주어진 전통은 유교가 아닌 서구 사회과학임을 강조한다. 유교를 재해석하는 것은 여러 문제가 있고 비용면에서도 현실성이 없는 작업이다. 매몰비용을 생각하면 서구이론과 개념에 따라 연구해온 우리의 과제는 내재적 비판을 통해 서구 사회과학을 변증법적으로 극복하는 것이지, 고비용 저효율이 거의 확실한 유교의 재활용은 아니다. 101-102

 

자료는 스스로 말하지 않는다 111

 

이론은 실재나 현실을 잡아내거나 담아내기 위해 고안된 유기적으로 연결된 개념들의 망이다. 118

 

낮은 봉우리들은 최정상의 거장들을 추격하고 있는 학자, 예컨대 랜들 콜린스, 조너선 터너, 악셀 호네트, 존 오닐 등이라고 할 수 있다. 122

 

상아탑에 안주하는 것이 아니라 치열한 고통이며, 지금까지 진화해온 고도로 추상적인 이론의 망을 통해 형성된 계보나 전통 에서 논쟁해 창의적 이론을 정립하는 것만이 고통스럽지만 글로벌 지식장에서 상징이익을 거둘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129

 

하버마스나 부르디외 같은 서구학자가 방한하면 정작 자신의 주장은 까맣게 잊은 채 무슨 대단한 일이라도 되는 양 법석을 떨며 세계적인 학자이니 한국 현실에 대해 한마디 해달라고 간청하는 양면적인 모습이 우리 학술문화의 자화상이다. 우리가 글로벌 지식장에서 방향감각을 상실한 국제 미아로 전락해버린 데는 이러한 병적인 풍토와 서글픈 자화상이 한몫했음을 부정할 수 없다. 131

 

볕뉘 4. 글로벌 지식장도 중요하지만 학문을 하는 사람, 학문하려는 태도와 지속성을 존중하고 지켜주는 분위기가 우선인 듯하다. 그것이 지켜진다면 관심사를 이어나가고 심화시켜 나가는 사람이 늘어난다는 사실에 기대를 걸 수 있지 않을까. 가라타니 고진을 지금을 120년전 청일전쟁의 전야와 같다고 말하면서 남북을 쇄국과 개화의 두 흐름이 지금까지 이어지는 것이 아닌가 해서 다소 의아했다. 하지만 어찌보면 그렇게 봐도 딱히 할 말이 없기도 하다. 외부의 흐름을 소화하지도 못한다는 사실은 크게 달라진 것도 없으며 풍토또한 단 한발자욱도 나아가지 못한 것 같다. 횡행하는 반지성주의나 대중과 뒤섞여버리고자하거나 가르치고자 하는 표풀리즘이 제 살을 더 깊숙이 찌르거나 갉아먹고 있다는 사실은 아파해야 할 것 같다. 지적전통이라는 것은 이렇게 바닥에서 다시 시작해야 하는 것은 아닐까 싶다. 현실을 읽지도 못하는 현실 안에서...볕뉘 5. 담론과 해방이후 너무 오랜만이라 지적인 단절이 있었나보다 했다. 그 과정을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어 다행이다. 독자로서 이것저것 바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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볕뉘.

 

1. 매슬로우의 가장 아래단계인 안전의 욕구마저 실현시키지 못하는 상징적인 일이 지금 이땅에서 벌어지고 있다. 국가가 경제논리에 사로 잡히거나 다른 국가를 경쟁대상이나 적으로 규정하는 일이 어김없이 재현되고 있는 것 같다. 그럴 경우 정치인은 국가의 시녀가 되며, 시녀의 역할에 충실할 수밖에 없다. 나라밖의 안전은 자기나라의 이익보다 중요한 것이 아니다. 일단 우리라도 잘먹고 잘살아야 정치수명도 연장할 수 있는 것이다. 오바마정부의 군사적인 헤게모니 전략으로 '아시아로의 귀환'은 조바심까지 보태는 듯하다. 옴 진리교의 탄저균 살포사건은 늘 대중들에게 지나간 사건으로 사라지지만, 생화학적 무기를 실험과 오용은 근본적인 문제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2. [바이러스 폭풍]의 저자 네이션 울프는 크게 바이러스에 의한 리스크를 두가지로 보고 있다. 인위적인 보관과 살포, 실험으로 인한 것과 인수공통전염으로 인한 위험을 말하고 있다. 2011년에 쓴 책이다. 영장류나 인간이란 종은 한정되어 있지만, 바이러스는 매년 새로운 종이 출현한다. 착한 바이러스, 나쁜 바이러스라는 개념도 그렇지만 박멸을 목표로 삼는 연구개발 방향도 근본적인 전환이 필요하지 않은가싶다. 지구는 너무나 좁아져있다. 앎을 대하는 태도도 너무나 이기적인 것은 아닌가. 편의대로 정보를 끌어서 쓰는 것이 아니라 극단의 경우의 수를 가정하고 그 위험을 줄여나가는 것이 보다 현명하는 태도가 아닌가 싶다. 가난한 사람이든 부자이든 정치인이든 생활인이든 모두에게 필요한 자세가 아닌가 싶다. 저자는 신종플루와 동물독감이 같이 걸리는 경우의 위험을 가장 우려하고 있다. 똑같이 탄저균이나 생화학무기의 전략적 실수 역시 씻지 못할 오명이 이 땅에서 벌어질 수 있다는 사실이 더 우려스럽기도 하다.

 

 


 

 

그 짐승은 멈춰 서서 몸의 균형을 잡는 듯하더니 의사를 향해 달려오다가 또다시 멈추어 섰고 작게 소리를 지르며 제자리에서 한 바퀴 돌다가 마침내는 빠끔히 벌린 주둥이에서 피를 토하며 쓰러져 버렸다.” 알베를 카뮈의 <<페스트>> 339

 

2009, 나는 물론이고 많은 과학자들이 유전자 재편성 reassortment을 우려했다. H1N1바이러스가 세계 곳곳에 폭발적으로 확산되면서, 동시에 사람이나 동물의 체내에서 H5N1을 만난다면 천지개벽을 일으킬 가능성이 적잖이 있기 때문이다. 과학자들은 조기에 이런 가능성을 알아내어 돌연변이를 일으킨 바이러스들이 확산되는 걸 신속히 차단해야 한다. 만약 어떤 사람이나 동물이 두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동시에 감염된다면, 그는 효과적인 혼합용기 mixing vesseel가 되어, 바이러스들이 유전자를 교환할 최적의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돼지독감인 H1N1에서 확산성을 물려받고, H5N1으로부터 치사율을 물려받는다면, 결국 지독한 치사율을 지닌 채 엄청난 속도로 확산되는 바이러스가 될 것이다. 23-24

 

1만 달러 이하로 인간 게놈 전체의 배열 순서를 정리하고, 휴대폰을 지상 어디에서나 사용할 만큼 거대한 텔레커뮤니케이션 기반시설이 조만간 구축될 시대에 우리가 살고 있긴 하지만, 놀랍게도 판데믹과 그 원인이 병원균에 대해 아는 것은 거의 없는 실정이다. 게다가 판데믹이 작은 마을에서 대도시로, 다시 세계 전역으로 확산되기 전에 이를 미리 예측하고 예방하는 방법에 대해서는 더더욱 아는 것이 없다. 27

 

진정한 의미에서 최초의 판데믹이 무엇이었는지 확실히 알 수는 없지만, 천연두는 유력한 후보인 건 분명하다. 보유숙주로 추정되는 낙타를 가축화한 이후에 천연두는 구세계 전역에 확산되었지만, 신세계 토착민들에게는 천연두가 없었다. 그러나 약 500년 전부터 서서히 세계여행이 시작되면서 구세계와 신세계가 만나자 천연두는 신세계까지 넘어갈 기회를 얻었고, 그 결과로 면역력이 없는 수백만명의 아메리카 원주민들을 죽음으로 몰아갔다. 이런 대륙 간 이동 덕분에 천연두는 최최의 진정한 판데믹으로 선정되기에 부족함이 없다. 147

 

항공기의 도래로 인간의 교류는 더욱 빈번해졌고, 더불어 병원균의 교환도 훨씬 더 신속하게 이루어졌다. 병원균의 잠복기는 사람마다 다르다. 잠복기는 한 개체가 병원균에 노출되어 감염되거나 병원균을 다른 개체에게 옮길 때까지의 기간을 뜻한다. 현재까지 알려진 병원균 중에서 잠복기가 하루 이하인 병원균은 거의 없다. 대다수의 병원균은 잠복기가 일주일 혹은 그 이상이다. 167

 

존과 그이 동료들은 1996년부터 2005년까지의 계절별 인플루엔자 자료를 분석해서 그 결과를 항공기 여행패턴과 비교했다...흥미롭게도 추수감사절이 낀 11월의 여행 성수기가 특히 중요한 듯한다. 물론 해외여행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해외여행자의 수가 줄어들면 계절별 인플루엔자 극성기가 그만큼 늦게 찾아온다. 여행자 수가 적을 때는 바이러스가 확산되는 데 더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169

 

2004년 린더츠와 그의 동료들은 코트리부아르의 타이 국립공원에서 탄저균 때문에 침팬지들이 유사하게 떼죽음한 사건을 보고한 적이 있었다. 드야 보호구역에서 고릴라의 죽음은 이런 사례는 처음이었지만, 탄저균은 숲 유인원들의 킬러로 이미 악명 높았다. ..탄저균 포자는 오랫동안, 심지어 100년까지 생존가능하다. 만약 탄저균 포자가 수원지를 오염시켰다면 유인원들이 호수나 냇물을 통해 탄저균에 감염되었을 수 있었다. 226

 

현존하는 모든 영장류의 공통조상이 약 7,000만 년 전에 하나의 포말상 바이러스를 지녔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영장류가 다양하게 분기하며 종을 형성하자 그 바이러스도 따라갔다는 뜻이다. 놀랍게도 포말상 바이러스들의 진화나무와 영장류의 진화나무가 실질적으로 똑같다는 점이다. 246

 

현재 DARPA프로페시라는 프로그램을 개발 중이며, 이 프로그램의 목표는 모든 바이러스의 자연진화를 성공적으로 예측하는 것이다. 프로페시는 세계 곳곳의 바이러스 빈발지역에서 해당 지역 현장 전문가팀의 협력과 첨단 테크놀로지를 적절하게 결합함으로써 지엽적인 집단 발병이 어떤 방향으로 진행될 것인지 예측하려는 프로그램이다....현재 우리가 활용할 수 있는 테크놀로지와 판데믹에 대한 지식수준을 고려하면 DARPA가 추구하는 목표는 분명히 가능한 세계이다. 264

 

제너는 인류에게 최악의 천형이었던 천연두를 예방하는 백신을 개발해냈다. 일부 역사학자의 평가에 따르면, 천연두 백신은 역사에서 어떤 발견보다 많은 생명을 구한 최고의 발견이었다....우리에게 천연두의 박멸이 백신 덕분이라고 흔히 생각한다. 그러나 이 부분에 대해 좀 더 깊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우리에게 천연두 박멸이라는 승리를 안겨주었던 백신은 실제로 순수한 바이러스였다. 우리는 그 바이러스를 제대로 이용하고 활용했을 뿐이다. 게다가 백신vaccine’이라는 단어도 라틴어에서 우두를 뜻하는 바리올레 바키네에서 유래한 것이다. 바리올레는 두창을 뜻하고 바키네소의라는 뜻이다. 달리 말하면 백신이란 개념은 어떤 바이러스를 생산적으로 이용해서 다른 바이러스와 싸운다는 뜻이다. 280-281

 

겨울철에는 호흡기 질환의 전염경로를 항상 염두에 두고, 호흡기 질환에 걸리지 않으려 애쓴다. 그래서 지하철이나 비행기에서 내린 후에는 손을 씻거나, 알코올을 기반으로 한 간단한 손세정제를 이용한다. 또한 많은 사람과 악수를 나누면 곧바로 손을 씻거나, 쓸데없이 코나 입을 만지지 않으려고 애써 노력한다. 언제나 깨끗한 음식을 먹고 깨끗한 물을 마시는 것이 중요하다. 안전하지 못한 섹스로 인한 위험을 줄이는 것도 중요하다. 물론 어떤 직업에 종사하고 어디에서 사느냐에 따라 대답은 달라진다. ...하지만 가난한 사람만이 아니라 부자도 피해가지 못한다. 우리 모두는 하나로 이어진 세계에서 살아가고 있다. 306-307

 

손을 맞잡는 대신에 팔꿈치를 맞대는 식으로 악수법을 바꾸자는 제안도 있다. 이렇게 하면 손바닥보다 팔뚝에 대고 재채기를 하는 셈이기 때문에 감염성 질환의 확산을 막는 데 크게 도움이 될 것이다. 악수 대신에 한국이나 일본처럼 허리를 굽히는 인사법이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연구한 학자는 한명도 없으리라 생각된다. 분명 한국식의 인사법이 감염성 진환의 확산을 줄이는 효과가 있으리라 예상된다. 또 독감에 걸리면 수술용 마스크를 쓰는 관습도 병원균의 확산을 억제하는 데 효과가 있다....현재의 습관을 유용한 방향으로 대신할 수 있는 대안은 얼마든지 존재한다. 323

 

 


 

 

3. 호환마마도 이렇게 다시 또아리를 트는 세상에 살고 있다. 각자도생도 어려운 세상이다. 어쩌면 근본적인 것을 다시 물어야하는지도 모르겠다. 안전한 시대에 살고 있지 않다. 그 환경을 다시 묻고 확인하는 일도 다른 시작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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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탁]

 

돈을 빌려주고도 그 사람이 미안해할까봐 빙~돌아서 다니는 부친의 피를 물려받았네요. 부탁은 가급적 삼가고, 일은 되도록이면 스스로 메꾸는 사람이군요. 오글거리는 편지를 보내고 좌불안석입니다. 상상 제2호가 ISSN 라벨달고 정식발간되었습니다. 년 2만원입니다.

 

오늘 꿈을 꿀 것 같습니다. 상상구독 댓글이 달려서 영국으로 호주로 캐나다로 달려가는 꿈을 말입니다. 아침에 일어나보니 세상이 달라져있더라는 말이 [상상]에게도 현실이기를 바라봅니다.

 

 

 


 

회원 여러분들께 드리는 글

 

바닷가 포말이 이는 해변에서

사무국과 대표단의 마음을 받아 이렇게 몇 자 적어 올립니다.

 

늦봄이자 초여름, 나뭇잎도 붉은 새순으로 타오르는 더운 여름에도

샛바람이 불면

그래도 여긴 무더위와 여름 내음은 어느새 달아나곤 합니다.

 

몇 해 전 바다와 호수와 달이 함께 서성거리는 목포에서

집-일터-동료의 순환 쳇바퀴처럼 정해진 동선과 정해진 사람과 정해진 이야기를 나눌 수밖에 없는 일상 속에서 문득 아카데미를 떠올렸습니다.


아카데미회원들이라면, 이처럼 사는 것이 틀에 갇혀 팍팍하지는 않을 텐데 하고 말입니다.

그래서 아카데미안들과 수다 한 점 못 나누는 밤이 몹시 아쉬웠고, 아쉬운 그 기억이 생목처럼 올라옵니다. 틀과 상식을 흔들고 삶을 움직이며 나서는 것이 우리 회원들인데 말입니다. 그 품과 생각과 열정이 무척 그리워집니다.


어느덧 상상 창간호에 이어 푸른 달 오월에 나온 상상 002호가 여러분 곁을 찾아갑니다.


아카데미 사무실을 들어서면 한 켠에 초등학생보다 못한 그림 한 점이 있습니다.

그림 안에는 ‘아카데미안’이라고 써두고 옆 테두리에 ‘줄탁동시’라고 제목을 적어두었습니다.


병아리가 알을 깨고 나오기 위해서는 알에서 새끼가 ‘줄’하고 어미가 ‘탁’하는 순간이 있어야 한답니다.

 

회원여러분들께 부탁드립니다.

 

편집위원과 편집장, 필자들의 노고를 받아 안아 ‘줄’할 테니 어미의 마음으로 ‘탁’하면서 상상을 터뜨려주십시오. 그로서 잡지 안의 고민과 아픔과 더 나은 삶의 가능성이 꽃피울 수 있도록 말입니다.

 

회원 분들의 마음을 씨앗으로 해서 쳇바퀴 같은 일상에 머물지 않는, 더 좋은 이야기와 사람과 삶의 출발이 되고 지역이 함께 아카데미안인 회원여러분처럼 삶의 틀을 깨는 상상이 현실이 될 수 있도록 말입니다.

 

 

정기구독자가 되어주십시오. 반값이나마 회원 분들께 잡지구독료를 부담시키는 데에 고민이 있었음을 고백합니다. 정기구독을 요청 드리는 사무국의 안내문자와 전화를 어미의 마음으로 따듯하게 받아주실 것을 다시 한 번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정기구독자가 되는 방법, ⓵월회비 천원 인상 또는 ⓶연회비 1만원 추가납부에 동의해주시면 됩니다.

 

 

2015. 06. 01

 

대전시민아카데미 대표단 노현승, 이예선, 신명식 드림

 

 

 

 

 

 

 

 

 

 

볕뉘. 아카데미 준비기간 2년, 아카데미 횟수로 10년째입니다.  많은 도움을 받았고 굳굳하게 지켜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틈틈히 월급을 채워넣어도 부족하기만 합니다. 여러분의 마음이 간절합니다. 개인사로도 청탁은 몇번 없었습니다. 아이의 병원행으로 학연을 동원해 예약날짜를 당긴 일, 그리고 지금입니다.  홀로 감당하기에도 버거움을 느껴서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니면 이제 제 품을 떠나야 하는 것이 아카데미여야 할 것 같기도 합니다. 가는 길 서재 벗들의 작은 힘이 상상의 나래를 펼 수 있게 할 것 같습니다.  숙고에 숙고를 거쳐 이렇게 컴밍아웃합니다. 건강과 행복이 늘 여러분과 함께하길 기원하겠습니다. 노현승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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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에서 역사와 반복

 

공포는 자본주의 경제에서 생기는 반복적인 현상입니다. 그것은 경기순환의 일환입니다. 즉 자본의 축적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생기는 반복성입니다. 마르크스는 이 두 가지 반복이 결부되어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다시 말해, 그는 국가라는 차원의 반복성과 자본주의 경제라는 차원의 반복성이 결부되어 있다는 것에 주목했다고 말해도 좋습니다. 173

 

자본주의의 단계적 발전은 그저 리니어한 것일 수 없습니다. 단계적 발전은 세계상품의 교대는 물론, 장기적 불황 또한 수반합니다. 동시에 그것은 헤게모니를 둘러싼 국가의 사활을 건 항쟁을 수반합니다. 그러므로 그것은 국가 차원의 고유한 반복을 수반합니다. 따라서 세계자본주의의 단계는 제국주의적인 단계와 자유주의적인 단계의 반복으로 볼 수 있습니다. 176

 

(자본주의의 발전단계는 다음과 같이 생각됩니다. 중상주의, 자유주의, 제국주의,후기 자본주의...다른 관점에서 보면, 이와 같은 단계는 세계상품의 교체에 의해 특징지어집니다. 즉 중상주의는 양모공업, 자유주의단계는 목면공업, 제국주의단계는 중공업, 후기자본주의단계는 자동차나 전자제품과 같은 내구소비재입니다. 그리고 1980년 이후에 새로운 단계(신자유주의)는 정보에 의해 특징지어집니다. 이런 리니어한 발전은 기본적으로 생산력의 변화에 대응하는 것입니다. ...이와 같은 관점으로부터는 제가 서술해온 것과 같은 반복적 구조를 볼 수 없습니다. 174)

 

1990년대에 전면화된 글로벌리제이션이라고 불리는 사태는 1970년대 선진국에서의 이윤율저하 만성불황이라는 위기에서 기인합니다. 그 원인의 하나는 내구소비재가 보급되어 이제까지의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렀다는 것에 있습니다. 그리고 내구소비재 생산과 관련하여 일본과 독일의 급격한 발전 때문에 아메리카는 헤게모니를 상실했습니다. 이 때문에 아메리카의 자본은 글로벌한 자유경제에 활로를 찾으려고 했던 것입니다. 하지만 그것은 아메리카라는 국가의 군사적인 헤게모니에 의거하지 않고서는 불가능합니다. 현재의 자본주의 단계는 그 때문에 신자유주의라기보다도 오히려 신제국주의라고 해야 합니다. 180

 

아메리카가 신자유주의로 향했을 때, 그것은 19세기 말에 영국이 자유주의에서 제국주의로 향했을 때와 유사합니다. 이 시기에 우세하게 된 이데올로기가 사회다위니즘이었습니다. 적자생존, 약육강식을 당연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신자유주의는 그와 같은 것이 생겨납니다. 예를 들어, 신자유주의로 말하면 자조(self-help), 자기책임, 적자생존과 같은 사고방식은 사회다위니즘의 재판입니다. 물론 1990년대 이후의 상태는 19세기 말과 다릅니다. 제국주의 열강이 세계를 분할하고 재분할하는 것과 같은 사태는 없습니다. 하지만 19세기 말과는 다른 의미에서 현재의 세계는 몇 개의 제국이 병립해 있는 상태가 되어 있습니다. 181

 

현재의 신자유주의1890년대의 제국주의와 유사합니다. 이 유사성은 특히 동아시아를 볼 때 분명합니다. 현재 동아시아의 지정학적 구조는 1890년대에 형성된 것입니다. 예를 들어, 현재의 동아시아에는 중국, 북한, 한국, 대만, 일본, 그리고 아메리카와 러시아가 존재하는데, 이것은 청일전쟁 전후의 상황과 유사합니다.

 

청일전쟁 무렵이 중국은 원래 대국이었을 뿐만 아니라 아편전쟁 이후 군대의 근대화를 통해 일본에게 있어 강적이었습니다. 이어서 청일전쟁에 이른 원인 중 하나는 조선왕조의 두파, 즉 일본 측에 서서 개국을 하려는 파와 청조의 지원을 받아서 쇄국을 유지하려는 파의 대립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오늘날 남북조선의 분단은 어떤 의미에서 여기에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이어서 대만은 청일전쟁 후 청조가 배상으로 일본에 준 것입니다. 이에 더하여 이 시기 하와이왕구을 멸망시키고 태평양을 넘어서 동아시에 등장한 미국을 놓쳐서는 안 됩니다. 당시 미국은 일본과 손을 잡고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러일전쟁 후에는 일본이 조선을 영유하고 미국이 필리핀을 영유한다는 비밀협정이 이루어졌습니다. 이상과 같은 점에서 지금의 동아시아적 지정학 구조가 반복적이라는 것은 명확합니다. 189-190

 

한마디로 말해, 우리는 지금 동아시아에서 청일전쟁의 전야에 가까운 상황에 있습니다. 나는 일본에서 몇 년 전부터 이것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만, 귀를 빌려주는 사람이 적습니다. 190

 

 

물론 현재의 상황은 유사하지만 120년 전과는 다릅니다. 무릇 중국은 지난날의 청조처럼 쇠퇴하고 있지 않습니다. 그러기는커녕 어쨌든 당분간 발전해가는 상태에 있습니다. 한편 아메리카는 쇠퇴하고 있습니다. 일본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런 것이 청일전쟁과 결정적으로 다른 점입니다. 그러므로 만약 역사가 반복된다면, 120년전과는 반대의 결과가 생길 것이라고 생각하는 쪽이 좋을 것입니다. 192

 

 

 

볕뉘.

 

1. 따로 정리할 겸해서 서너번을 정독한다. 하지만 그 틈새로 다른 일이 끼어들어 호와 흡을 놓친다. 고진은 세계사의 구조를 쓴 이유가 이 전쟁의 위험성때문이라고 거듭 말하고 있다. 120년전의 역사의 구조가 반복되는 지점이 바로 여기라는 것이다. 그가 제시하고 있는 방법은 일본헌법 9조 전쟁방기의 사수이다. 이것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것이 아니라 전쟁보다 오히려 쉬운 것이라고 말한다. 증여의 한 형식으로 호혜의 한 흐름으로 만들어가지 않으면 역사는 또 반복되기 마련이라는 것이다. 120년전에는 일본과 미국이 솟아 올랐지만 지금은 거꾸로이다. 미국은 경제적 헤개모니를 읽고 군사적으로 안간힘을 쓰고 있다. 아시아로 귀환과 재균형이라는 이름으로 말이다.

 

2. 동북아의 역사는 안보만이 아니라 문화, 역사적으로 입체적으로 조망해야 한다. 5년뒤의 삶, 10년뒤의 삶, 100년 뒤의 삶을 조망하면서  미래세대에게 물려줄 것이 무엇인가...경제적 부도 없고 평화도 없는 세상까지 물려주어서는 되겠는가... 경기의 순환은 공포의 순환으로 이어진다. 국가는 공포를 먹으면서 통제될 수 없는 지경에 까지 이르렀다. 고삐도 없는 채로....시민의 힘은 좋아요공화국에 고개를 쳐박고 나올 수가 없다....고삐가 어디에 있는지조차 모르는 현실은 아닐까....

 

3. 빨리 호흡을 가다듬고 정리하고 싶다. 될는지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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