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재독이다. 다시 읽기의 장점은 아무래도 서문이나 머리말이 다시 들어온다는 것이다. 처음 읽기는 아무래도 새로운 시선에 집중하여 그 요지를 잘 추리기는 어렵다. 첫읽기를 통해 체가름한 건더기들만 남아있기 마련인데, 재벌읽기는 다시 저자로 돌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저자의 시선으로 디테일을 재배열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인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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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구매했는데 생각보다 빨리 도착한다. 아무런 밑줄이 없어 생소하지만, 참아내며 읽는 맛도 괜찮다.
0.
저자는 생명이란, 인식이란, 의식이란 이런 명사(존재에 관한 질문)를 모조리 빼버렸다. 오로지 물음과 대답. 묻고 듣고 답하고의 순환이라고 할까. 실패가 아니라 실수. 문답의 반복과 실수의 공통점은 끊임없이 조정하는 행위에 방점을 둔다는 것이다. 그래서 저자는 실수할 권리, 견해를 바꿀 권리를 인권의 항목으로 추가해야 한다고 한다. 그리고 언제라도 자리를 뜰 권리가 있다고 한다.
1.
서문이나 저자의 머리말에 있기 마련인 개요들은 첫읽기에서는 새로운 관점이나 경향을 쫓기 마련이어서 놓칠 수가 있다. 다시읽어보니 시종 침착하게 대담자의 반론을 되짚어 말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첫읽기에서 대담자의 호흡이나 물음을 따라가고 있었던 것 같다. 지금에서야 저자의 호흡과 관점을 다시 응시하고 있음을 안다.
2.
어머니 주여사가 걱정되어 금요일 올라가 한잔. 부친모친 원년멤버, 배드민턴모임의 방문, 처조카결혼식, 진주여행까지 피곤하기도 하고 설레기도 한 일정들. 끝이날 무렵에서야 안심하고 있다. 난 마음이 놓이고 있다는 말을 건네듣는다.
3.
애도의 나날 역시 쉽지 않지만, 명복이란 말의 무게가 새삼 다가온다. 혼자 삭일 수는 없는 무게를 타인이 조금씩 나누어 지는 일의 행로. 그 길의 고마움 말이다. 조금씩 덧나겠지만, 다짐같은 것들이 잘 감싸주리라 여긴다. 주여사님께 편안함이 살짝 깃들어 있다는 점, 주변 사람들의 마음다독임이 가까이 있어 그리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 그런 것들이 마음 놓이는 것이다.
4.
책은 손에서 떠날 일은 없었지만 그리 진도는 나가지 않는다. 그래도 읽기의 깊이. 이 저자에 대해 헛갈렸던 모습이 많이 추스려졌다. 더 확실하게 읽고 있음에 말이다.
5.
휴식 겸 이른 잠에 자정 무렵에 일어나 두반장에 두부 안주를 만들어 한잔 할 겸 책을 읽는다. 그래그래야지. 좀더 쉽게 명확하고 없는 것에 기대지 않고, 좀더 자세히 설명해주실래요하는 대담자의 궁금을 보태면서 읽는다.
6.
써내야하는 글에 조금 더 가까이 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군 어제밤 첫 보일러를 튼다. 가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