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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나리 삼겹살이 나오는 계절이다. 부들부들, 야들야들 씹히는 향은 입안에 가득 고인다. 살짝 익힌 미나리 위에 고기 한 점, 구운 마늘, 쌈장에 절인 매콤한 고추를 올리고 한 입 가득 넣고 오물오물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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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 일이 있어 책방에 들르고 캔 커피 셔틀을 하려던 참, 작업실로 향하는 차의 타이어압 표시등이 깜박거린다. 이크 큰 일인 걸. 작업실 입구 아주머니가 하는 카센터가 떠오른다. 어떡하죠 하니 앞으로 뒤로, 핸들 돌리시고, 여걸이신 아주머니는 거품스프레이로 확인하고, 몇 분이 더 붙어서도 잡아내질 못한다. 공기압을 올려주시더니 이상 없는 것 같다고 콜하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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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실에 들러 작품 사이즈를 다시 잰다. 정말 편집-디자인 빼곤 마지막 일이다. 맞아. 라떼 셔틀. 음성전화 주문을 하고 가려던 참인데 타이어 압력이 떨어지는 수치가 보인다. 펑크네, 펑크야. 이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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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골 카센터 추사장님은 압을 높이더니 단 번에 잡아내신다. 이런 노련함이란, 이건 못이라기보다 패인 듯싶다고, 본드발이를 해주신다. 대기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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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재독, 삼독하면서 기록을 남기는데, 저자가 이 책도 썼다는 걸 눈치챈다. 그치 꽤 인상깊게 읽었는데, 원제는 중동태의 세계가 아니라, '의지와 책임'의 고고학이다. '의지'라니 그런 건 없다고 지웠는데....뒤돌아서자마자 의지라니.....
예전의 기록을 찾아보니 능동/수동의 구조, 삼분, 삼표, 변증의 길을 여기서도 발견한 것 같아 기쁜 마음이었던 것이다. 그렇게 흥분한 기억. 하지만 잊히고 말 무렵, 저자의 책들을 다시 접할 수 있어 고맙다. 곁의 책도 같이 본 흔적이 있다. 아침에 이 책들을 찾으려 눈검색을 하니 쉬이 잡히지 않는다. 같이 있는데, 같이 있어야하는데 어디에 둔 거지. 몇 차례 분류를 하다보니 기억과 다르게 다른 곳에 점핑해둔 것이다. 간신히 찾아 에코백에 넣는다. 출근이다. 아아 챙겨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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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동과 수동이란 이분법은 행위자가 있다는 걸 전제한다. 능동태, 중동태. 엊그제 이분법의 사례들을 장황하게 알고 싶어, 검색 찬스를 써보았다. 그러다 걸린 것이 문학과 사회 2018년판이던가....
중동태는 행위를 하는지 당하는지 여부로 주체를 구분하는 것이 아니라, 사건의 안에 있는지 밖에 있는지에 따라 나눴다고 하는 고대의 문법 개념이다. 중동태의 사유에서 '나'는 자주 바뀐다. 상황과 장소, 시대와 분위기에 따라 나의 판단과 행동은 일관적일 수가 없다. 능동/수동의 이분법에 가려져 '바뀌는 나'가 여지껏 알려지지 않았다면, 이제 우리는 주체를, 특히 광장의 주체를 새롭게 바라볼 수 있을까?
이런 대목이 걸려 따로 남겨두자 이 책이 동시에 떠오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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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주전 '서울의 봄'이야기가 나와서 한 마디 하였는데, 천만 영화가 수십번, 억명이 영화를 봤는데도 세상은 조금도 바뀐 것 같지 않다고 했다. 그리고 불필요한 사설을 상가집에서 나누었다. 상주의 정신없음을 위해서라도 말이다. 언제가부터 영화라는 독법이, 소설이라는 장르가, 문학이 너머서지 않고 있음을 느끼지만, 뾰족한 말이 없었다. 그래서 빌미를 삼는다. 책날개가 접힌 걸 보니 다 읽지는 않은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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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체가 없는 묘사...세잔의 대목이 다시 떠오른다. 정녕 다른 길들은 없는가. 갇히 문학과 영화가 열어제치는 다른 결들은 여기저기 있겠지. 살피지 못하는 건, 기존의 시야, 눈은 아닐까.....비가 툭 떨어질 것 같은 하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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볕뉘.
막 뒷부분을 완독한다. 얘기꺼리가 무척 많다. 잇기로 한다. 16: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