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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을 아껴쓰고 있는데 날라가버렸다. 이전글이 이후글을 덮어버렸다. 창이 두 개가 열려있었고, 하나를 잘못 누르는 바람에 이렇게 되어버렸다. DC. 정말 더블클릭이 문제다. 이 친구. 아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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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마 이렇게 시작했지. 친절한 금짜씨, 아니 친절한 라투르씨!! 정말 준비를 다 해두셨더군요. 두꺼운 벽돌책을 구입하자 벌써 요령부릴 궁리부터 한다. 서언과 목차를 뚫어져라 쳐다보고 몇 군데 굵직한 장 몇 개를 앞뒤로 읽으면 되겠다 싶다. 어라 그런데 술술 읽히는 건 어찌된 영문인가. 놓치지 않게 되고 심지어 리듬감도 생긴다. 웬 일이람. 


그래도 겹친 일들이 많아 틈틈이 마음도 쉬고 책도 쉬어가야 한다. 절반을 넘고 오고가는 길. 마음 속에선 내내 읽고 싶은 심정이다.  그래도 내달리지 못한다. 드뎌 마무리 지점까지 온다. 일주일 남짓이다. 마지막 피벗테이블과 작품각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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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쉽다. 몇 가지만 짚고 넘나든다면 말이다. x,y,z 축의 한점. 한 사물. 물건 하나. 그 걸 발명한 이의 시선을 거둔다면 어떨까? 정신과 육체란 동전의 양면을 둘로 나누기 시작한 이의 관점을 거둬들인다면 어떨까? 주사현미경 보다 더 가까이 양자측정기들이 더 가까워지는 순간 옹기종기 있던 이들은 사라지고 찰랑찰랑하던 이들이 곤두선다. 춤춘다. 넘나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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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물도 만물도 타자다. 모두가 타자다. 모두가 존재자다. 근대인들이 헤메이던 정치, 법, 기술, 종교, 조직, 도덕, 제도, 픽션 들 같은 깊거나 낡아버린 폐광같은 곳을 민속학자라는 이에게 숨통하나 지게 하고 들여보낸다. 등엔 한 가닥의 실을 드리운다. 미노소궁 같은 근대인이란 자만과 자충의 폐허를 돌아다녀본다. 


1


숨관이란 실끈은 끊어질 듯 위태롭다. 끊어지기 직전, 또 다른 희망이란 끈으로 매듭지어진다. 그렇게 매듭지어진 곳에 또 다른 홑눈이 생긴다. 또 다른 겹눈도 나타난다. 주객이 전도되거나 주와 객 사이의 심연이라는 것이 조명아래 살펴보니 허구라거나 붙어있어야 할 곳이 저 평면 아래였다거나 시선들이 좁혀지니 조금씩 질서 정연해보인다.  사과밭이 무성하고 빽빽한 줄만 알았는데 옮겨보니 열과 행이 잘 맞는다. 잠깐 놓치지 말아야 돼. 이 시선은 말야. 조금 가파르고 높은 곳을 올라서니 보이지 않던 것들이 다르게 보이기 시작한다.


2


그렇게 하나 하나 애써 짚어보인다. 잘 보세요. 이건 이렇고 저건 저렇구. 그만 해도 될 것 같은데, 꼬리에 꼬리를 물게한다. 그리고 이제 연습을 많이 했으니 <경제>도 살펴보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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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어렵다. 주체-객체의 좌표에 변신-재생산을 가져다 놓기도 하고, 전치사란 하이폰을 거리낌없이 붙여 사유의 물꼬를 터 나간다. 신은 없다란 자만심에 무엇이라도 할 것 같았던 근대인들은 불안하다. 무엇이라도 다 할 수 없을 것 같다. 신은 예기치 않은 모습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없다고는 할 수 없다. 어쩌다 정치-법-기술-조직의 연결망에 잘못 걸려든 것 같다. 이게 꿈이길, 하지만 이젠 멈출 수 없다. 벗겨진 시야에는 다른 것들이 보일 수밖에 없다. 그렇게 하이폰을 잇다보면 그곳이 출렁거리는 욕망의 잔 실뿌리들이 보일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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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령의 집합인 사회와 문화, 이분의 잣대가 제대로 측정하지 못한 곳들을 다른 잣대로 세밀하게 재측정해야 한다. 이렇게 퍼즐은 다시 맞춰질 수 있다. 그제서야 근대인의 헛점투성이를 메우게 되고 행동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게 된다. 한 매듭 맺힌 곳들은 다시 살펴볼 수 있다면 좀더 나은 변신들이 채울 수 있다면 그 폐광이 폐허가 소생하기에도 그리 어렵지 않다는 걸 느낄 수 있게 된다.


볕뉘.


라투르씨 그리 애간장을 끓이지 않아도 될 듯요. 충분해요. 잘 만들었다고, 각주는 정말 예술이었다는 말도 전하고 싶군요. 멋지네요. 다시 시작할 수 있어요. 다시 시작하면 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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