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0401 폭풍벙개를 맞고 거리의 제한을 풀어놓는다. 눈이 시리도록 꽃은 희다. 꽃의 오르가즘이다.  밤 모임. 벗은 노래 한자락에 눈물샘이 터져 마르지 않는다. 고인이 아직 마음끝에 맺혀 풀리지 않는지 말이다.  친구들을 만나 내돈, 내집, 내아이 이야기에 머무르지 않아 좋다. 아니 온통 다른 이야기들로 날이 새는 줄 몰라 좋다. 꽃이며, 음악이며, 그림이며, 철학이며, 사람의 무늬를 어루만질 수 있어 좋다. 아직 시대의 우울을 논할 수 없고, 더 좋은 방법을 나눌 수는 없지만 든든한 이들이 곁에 있어 미련이 남는다. 하룻밤을 지새고 돌아오는 길, 세상은 보란 듯이 혁명이다. 세상이 끓어넘치는 일이 이렇게 쉬운 것이라고 몸짓으로 벼린다. 목련만 진 자리 벚꽃도 개나리도 진달래도 배꽃도 복숭아꽃도 조팝나무도 같이 핀 일을 목도한다. 소통은 없다라고 한 시인의 말이 걸린다. 삶이 비슷하지 않는 이상 소통은 없다. 비슷한 삶들이 많아야 한다. 삶들의 지지대는 어쩌면 다른 삶을 살려고 하는 이들로부터 탄탄해지는 것인지도 모른다. 살아내지 않으면 안된다. 삶은 선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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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4-04-02 22: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포항을 알리는 이정표가 생생하네요... 꽃,... 살아내야 한다는 말이 다소 무겁게 들리네요... 잘 보고 갑니다..

여울 2014-04-03 06: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 친구의 우울이 겹쳐 ᆞᆞ속내 걸어두네요 ᆞᆞ

세실 2014-04-03 10: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돈, 내집, 내아이 이야기에 머무르지 않는다. 꽃, 음악, 그림, 철학, 사람의 무늬...참 좋다!! 좋아요~~~ 삶은 선물이죠, 암요^^

여울 2014-04-04 08:30   좋아요 0 | URL

그쵸! 삶은 선물이죠. 좋은 사람들과 좋은 얘기 나눠요^^ 언제 관장님과도 ㅎㅎ

꿈꾸는섬 2014-04-03 18: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친구들을 만나 내돈, 내집, 내아이 이야기에 머무르지 않아 좋다. 아니 온통 다른 이야기들로 날이 새는 줄 몰라 좋다. 꽃이며, 음악이며, 그림이며, 철학이며, 사람의 무늬를 어루만질 수 있어 좋다.
---정말 부러운 구절이네요.
이런 모임에 저도 가보고 싶어요.ㅎㅎ

여울 2014-04-04 08:32   좋아요 0 | URL

생각보다 가까이 있어요. 아마 등잔밑... 그래요. 모임 만들어가요. 뫔 맞는 사람들끼리... ... 건너 건너 오신다면 환영뿐이겠어요. 입구에 대형 플래카드라두..ㅎㅎ 늘 감사해요. 꿈꾸는섬님!

꿈꾸는섬 2014-04-04 21:36   좋아요 0 | URL
사실 엄마들은 내 아이 이야기가 주가 되거든요. 가끔 그게 우울해요. 제가 다른 이야기를 화제삼아 꺼내도 어느새 아이들 이야기, 남편이야기, 시댁이야기ㅜㅜ 그래요. 그러니 여울마당님이 정말 많이 부러워요.^^

여울 2014-04-05 10:40   좋아요 0 | URL

되돌이표죠. 혹시 아마 자신의 삶이 없다는 것. 참 어려운 얘기죠. 대신 산다는 것. 세상살이가 마치 그런 것처럼 아이의 삶을 어느 덧 개입하고, 그러다보면 아이의 삶을 살아주고 있는 건 아닐까 싶어요. 남편의 삶에 관여하다보면 ...어머니가 되고 마는 건 아닐까요. 자신의 이야기, 자신의 삶의 이야기를 가꿔나가다 보면 남의 시선은 그리 크지 않은 건 아닐까? 그래요. 참 저도 자신없는 얘기죠. 하루하루 각박한데...불쑥 내 삶이 거울앞에 서는 것도 아니구요...조금 제멋대로 사는 것도 한가지 방법은 아닐까요? 또 생각이 스며들면 말씀드리죠. 좋은 날이에요. 꿈꾸는섬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