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려 남진정책 연구 - 임진강에서 금강까지
백종오 지음 / 서경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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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말에 2권의 책을 읽었으니 하나는 앞에 소개한『의식과 전쟁』이었고 또 하나가 바로 이 책이었다. 저자는 최근에 박사과정이 통과된 사람으로서 선배가 기와에 대한 석사논문을 준비 중이어서 마침 저자의 박사논문을 볼 기회가 있었다. 현재 고구려 '고고학' 분야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학자가 그렇게 많지 않은데 저자가 이번에 기와를 주제로 고구려 고고학 박사학위를 받음으로써 고구려사 연구에 있어 또 하나의 획이 그어졌다고 할 수 있겠다. 암튼, 이런저런 이유 때문에 이번에 책이 나왔다 하여 겸사겸사 책을 챙겨보게 되었다. 하지만 반응은 영~같은 과 후배랑 같이 책을 구입해서 같이 보기 시작했는데 둘 다 똑같은 반응이 나와서 역시 이 책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할 수 밖에 없게 되었다.

예전에 경기도 박물관에서 고구려에 대해서 특별전을 한 적이 있었다. 이 게시판 67번 글에 그때 열린 특별전과 학회를 갔다와서 남긴 후기가 있는데 그때에도 언급했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바로 특별전 도록이었다. 경기도권의 고구려 보루군에 대해 일목요연하게 정리를 다 해 놓고 있었으며 경기도에 남아있는 고구려 관련 설화 등도 적고 있어 공부하는데 있어 좋은 자료들을 제공해주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그 도록이 비매품이어서 못 사고, 물어봤더니 저자와 아는 사람이냐고~묻는 것이었다. 당연히 모른다고 했고, 나중에 선배가 안다고 해서 선배한테 구해달라고 했는데 뭐 아직껏 깜깜 무소식이다. 암튼, 이건 여담이니 넘어가고 문제는 그때 그 도록을 본 적이 있는데 그 도록의 내용과 이 책의 내용이 거의 비슷하다는 사실이었다.

후배에게 그 얘기를 했더니 역시 반응은 같았고, 기대하던 고구려 '남진정책'에 대한 연구가 아닌 단순한 보루군에 대한 설명이 대부분이었던 것이다. 현재까지 나왔던 보루 관련 연구성과들을 총정리한 연구사를 보는 것이지, 어떤 개인적인 연구가 있었다고 볼 수는 없었다. 아마 이건 책의 전체적인 목차를 살펴본다면 더 쉽게 알아볼 수 있을 것이다.

1. 머리말

    ㄱ. 남한지역 고구려 유적 조사 현황

    ㄴ. 남한지역 고구려 유적 현황

2. 고구려 남진정책의 역사적 배경

    ㄱ. 고구려의 성립과 발전

    ㄴ. 체제정비와 영토확장

    ㄷ. 군사적 배경

3. 임진강 · 양주 일대의 고구려 유적

   ㄱ. 임진강 유역의 고구려 유적

   ㄴ. 양주분지 일대의 고구려 유적

4. 한강 · 금강유역의 고구려 유적

    ㄱ. 한강유역의 고구려 유적

    ㄴ. 금강유역의 고구려 유적

5. 남한지역 고구려 성곽의 특징

    ㄱ. 고구려 성곽의 일반적 특징

    ㄴ. 임진강유역 고구려 성곽의 구조와 특징

    ㄷ. 한강유역 고구려 성곽의 구조와 특징

    ㄹ. 고구려 성곽 출토 유물과 그 성격

6. 유적을 통해 본 남진정책

    ㄱ. 유역별 관방체계

    ㄴ. 하천로와 성곽배치

7. 맺는 말 - 과제와 전망

    ㄱ. 관방유적의 특성 파악

    ㄴ. 고구려 유물의 인식 범위

    ㄷ. 성곽 구조의 비교 연구

    ㄹ. 고구려의 지방지배방식

목차는 대개 이러한데 전체적인 분량에서 봤을때 저자가 제목에서 언급했던 고구려의 남진정책에 대한 부분은 6장과 7장 부분에 집중되어 있었고 그 분량은 303~329페이지까지 채 30페이지도 안 되는 정도였다. 책을 주욱 읽어내면서 온라인이 아닌, 오프라인에서 구입하지 못한 주인장 본인을 탓할 수 밖에 없었다. 솔직히 말해서 1장은 그렇다치고 2장 부분은 고구려 남진정책의 역사적 배경이라는 제목을 달고 있었지만 그것과는 직접적인 연관성이 없었으며 단순히 고구려사를 개괄한 정도에 불과하였기 때문에 쓸떼없는 내용들이 대부분이었다. 거기다가 3~5장, 이 책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61~302페이지까지의 내용은 대동소이한데다가 기존 특별전 도록에 있는 내용과 큰 차이가 없었다.

이래서 고고학자가 글을 쓰는 것은 한계가 있는 것인가? 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유적이나 유물을 소개하면 그것을 설명하는 것에서 그치지 말고, 그것을 역사적인 맥락 속에서 해석을 할 필요가 있는데 매일 조사보고서만 쓰다보니 이런 추론의 과정에 약한 것이 고고학자라고 생각했는데 이 책이 딱 그러했다. 지금까지 알려진 고구려 보루군과 경기도 일대의 관방체계에 대한 고고자료를 총정리한 것은 보기 좋았다. 하지만 그렇다면 책의 제목을『고구려의 남진정책 연구』라고 했다면 보다 거시적인 안목에서 각 유적과 유물들을 언급했어야만 했었다.

이를 위해 문헌의 인용은 필수적임에도 불구하고 거의 찾아볼 수 없었고 당시의 전투나 전쟁 상황에 대한 설명 역시 거의 없었다. 단순히 그 자리에 고구려 성과 보루가 있었다. 그리고 각 성과 보루는 위치상으로 어떤 연계성이 있었다. 이로 미루어 봤을때 이들은 도하를 막고, 주변 조망이 쉽고, 교통로를 확보하는 등의 역할을 했을 것이다, 로 끝맺음을 맺고 있는 것이다. 당시 한강일대를 둘러싼 삼국의 치열한 각축전에 대한 심도있는 고찰이나, 당시 전투 양상이나 전략 · 전술 등에 대해서는 일언반구 없었던 것이다. 소위 한강에서의 쟁탈전을 인식할때 의문이 드는 것은 당시 한강 쟁탈전을 한국전쟁의 고지전과 비슷하게 연결을 시킨다는 사실이다. 일정한 방어 라인을 형성하고 그 고지를 점령하면서 전략적인 우위를 확보하기 위한 거점을 차지하는 식의 고지전 말이다. 그리고 이를 그대로 휴전선과 연결시켜 지금 우리의 대치 상황 정도로 인식하고 있는 것이 주인장 개인적으로 이해가 가질 않는다.

당시 한강 일대는 지금처럼 인구 1천만이 넘는 대도시가 밀집해있는 국가의 중심지가 아니었다. 오히려 지금의 임진강 일대와 같은 군사 지역(Millitery Zone)으로서 인구가 밀집하지 못 하고 전쟁의 참화로 인해 경제기반으로서의 제 기능을 다하지 못 하던 지역이라고 봐야 옳을 것이다. 그렇게 봤을때 그 지역에 있던 각종 보루와 성들은 지금까지의 고고학자들이 하는 연구만으로 해석해서는 안 될 것이다. 주인장은 전방에 있었기 때문에 전방 GP와 GOP에서 근무하는 장병들의 생활이나 훈련상황, 작전현황 등에 대해서 어느정도 알고 있는데 이는 비단 주인장 뿐만 아니라 전방에서 근무했던 대부분의 예비역들이라면 누구나 알 수 있는 부분일 것이다. 그리고 그런 생활을 상기한다면, 그리고 그 생활을 오늘날의 고구려 보루군에 대입시킨다면 분명 지금과는 다른 해석을 해야 한다고 느낄 것이다. 군사 접경 지역, 그것도 삼국이 똑같이 치열하게 대립했던 군사 접경 지역에 설치된 고구려 보루군은 보다 심사숙고해서 처리해야 할 부분이다. 아직 보루에 대한 시 · 발굴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각 보루의 편년 또한 수립되지 않았지 않은가? 그런데 과연 보루에 대해 왈가왈부 떠들어댈 수 있을지 의문이다.

책을 다 읽고 나서 마지막을 펴니 저자가『남녘의 고구려 문화유산』이라는 책을 또 냈음을 알게 되었다. 그런데 책 내용을 보니 역시 임진강부터 금강 일대까지의 보루군에 대한 소개로 끝나고 만 책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어째서 고구려 보루를 갖고 할 수 있는 연구가 관방체계를 살펴보는 것 밖에 없단 말인가.

저자는 책 마지막에 맺는 말이라 하여 앞으로의 고구려 보루군을 연구하는데 있어 과제와 전망을 제시(?)하고 있었다. 그는 보루의 국적이 보루의 특성, 방어체계, 보고자의 보고문 충실, 유적 훼손 정도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다고 하면서 앞으로의 가능성과 함께 보다 폭넓은 시각에서 접근하는 연구자세가 필요하다고 적고 있다. 또한 고구려 유물에 대해서도 그러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으며, 흑룡강성 일대의 보루를 언급하면서 경기지역의 보루군과 많이 비슷하다고만 할뿐, 양자를 비교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역설하고 있다. 왜 이런 문제점들을 알면서 정작 본인은 기존 연구성과를 답습했는지 알 수가 없었다. 기존 연구는 논문들이고, 자신이 처음으로 단행본을 냈으니 그걸로 일단은 됐다고 생각하는 것인가? 더 나아가 고구려의 지방지배방식을 언급하면서는, 기존의 연구 성과에서 그치지 말고 더 연구를 해야 하며 고구려 지명이 이후 오래도록 사용된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그런데 본인은 왜 자신의 연구서적에서 이런 얘기를 하지 않았는지 궁금할 뿐이다.

주인장이 대개 고구려사를 공부하는데 있어 꼽는 텍스트적인 서적들(이 게시판에서 이미 여러번 소개한 바가 있는)은 기존 연구성과를 모아 연구사적으로 정리하는 것 이상으로 하나의 일관된 틀에 맞춰 어떤 주제에 대해 글을 써나간 것들이 대부분이다. 그 과정에서 기존에는 알려지지 않았던 내용들을 담은 것들도 다수 있어 기존 학계를 통렬하게 비판하는가 하면, 기존 연구성과를 뛰어넘는 새로운 사실들, 새로운 자료들을 소개하는 것들도 많이 있었다. 그런데 이 책은 분명 고구려 고고학계에서 나온 거의 최초의 고구려 남진정책에 대한 연구서임에도 불구하고 실망스러움이 한둘이 아니었다.

주인장은 이렇게 현재까지 파악된 고고자료를 설명하는 위주의 서술로는 절대로 도록이나 조사보고서 이상의 글이 쓰일 수 없다고 생각한다. 하다못해 구의동 보루를 설명할때 만든 신라군의 기습으로 인해 고구려군 전사와 함께 보루의 전소, 그래서 남겨진 무수히 많은 유물들...뭐 이런 식의 시나리오 정도라도 언급이 되어 있어야 하는데 그런 것이 전혀 없는 것이 그저 아쉬울 따름이다. 물론 고고자료로 역사를 해석하는 고고학의 한계가 있긴 하지만 '역사고고학'이라는 특성을 살린다면 여타 문헌이나 금석문을 참고한 연구가 얼마든지 가능하다. 그럼에도 그런 작업들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은 저자의 자질이나 집필 의도를 탓할 수 밖에 없는 것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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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식과 전쟁 : 고대 국가를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 책세상문고 우리시대 74
박대재 지음 / 책세상 / 200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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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얼마전에 인터넷을 하다가 우연히 검색하게 된 책이 하나 있다. 바로 위에 소개한『의식과 전쟁』이라는 책인데 전쟁과 어떤 사상적인 부분을 파악할 수 있겠거니 하는 마음에 바로 구입하게 됐다. 책 가격이나 페이지 숫자를 보면 알겠지만 굉장히 작은 책이었다. 실제 내용도 어떤 연구서적이라기 보다는 연구사를 정리한 정도라는 것을 어렵지 않게 추정할 수 있을 것이다. 최근 주인장이 전쟁고고학(戰爭考古學)과 군사생활사(軍事生活史)에 대해 공부를 하면서 이런저런 자료들을 접하고 있는데 솔직히 우리나라에는 아직 이런 연구성과가 없는 것이 사실이다. 그런 상황에서 이 책을 우연히 접해서 사게 됐는데 다 읽어본 지금, 굉장히 만족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이 책은 저자가 미국에 유학을 가서 1년여간 머물면서 공부한 자료들을 연구사적으로 정리하면서 본인의 생각과 앞으로 한국 학계가 나아가야 할 길 등에 대해서 간략하게 정리한 글인데 비록 얼마 되지 않은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주인장에게는 굉장히 많은 사실들을 시사해 주었다. 그러다보니 내용은 적은 분량임에도 엄청나게 많은 주석들이 달려있는 데다가 대부분의 주석이 외국 원전이어서 차후에 이 부분에 대해 공부하고자 할때 많은 도움을 얻을 수가 있었다. 물론 충분한 외국어 실력을 갖춘 뒤의 일이겠지만 말이다.

암튼 대강의 내용을 살펴보면 이 책은 전체적으로 전쟁에 대해서 집중적으로 언급한 책은 아니다. 본래 집필 의도는 '고대 국가의 형성'에 대하여 알아보는 것이고, 그것의 한 방법으로 의식과 전쟁이라는 수단을 언급한 것이다. 어떻게 보면 전쟁 그 자체에 대해서 알아보고자 하는 주인장의 의도와 딱 맞아 떨어지는 것은 아니었지만 군사생활사라는 측면에서 봤을때, 정치사적인 측면이 아닌 전쟁사적인 측면으로 살펴보는 고대 국가의 형성이라는 문제 역시 크게 어긋나는 주제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책의 내용은 주인장에게 새로운 시각을 갖게 해 주었고 많은 도움을 준 것이 사실이었다.

저자처럼 주인장 역시 전쟁과 의식을 통해서 차후 국가 구조나 국가 형성 혹은 기원에 대해서도 차후 공부할 예정이지만 일단은 의식과 전쟁에 대한 각종 연구사를 파악할 수 있다는 점에서 참 유용했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외국의 여러 연구 성과를 정리하면서 그것을 한국사학계의 고질병이라 할 수 있는 '4세기 국가형성론'에 빗대어 자신만의 견해를 피력한 것은 분명 주목할만한 부분이었다. 전쟁이라는 부분이 절대 중앙집권적인 정치체(국가)의 등장 이후에만 이뤄진 행위가 아니라는 점에 주목하여 우리가 흔히 원삼국시대라고 말하는 4세기 이전의 정치체에 대한 해석이 기존과는 다르게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었다. 즉, 전쟁에 대한 올바른 해석만 한다 하더라도 원삼국시대와 같은 불분명한 경계선에 놓여진 시대구분은 사라질 수 있다는 것을 말하고 있었던 것이다.

게다가 한국 고대 국가 모델을 두고 기존에 너무 중앙집권적인 부분에만 집착했다는 지적 역시 빼놓지 않고 하고 있었다. 이 부분은 한때 주인장도 생각해봤던 부분인데 이른바 '황제병' '제국병'과 같이 '중앙집권병'이라고 표현할 수 있는 부분이다. 즉, 지방분권적, 봉건제도로 이뤄진 국가는 상대적으로 덜 문명화된 정치체라는 인식이 은연 중에 깔려있는 이런 것들에 대해 저자는 여지없이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다. 이미 고고학적으로 확인되었듯이 전쟁은 계층화가 분화되면서 사유재산의 확충과 농경의 본격화를 기점으로 시작된 것이며 그것은 이전과 같은 국지전 형태가 아닌, 정치체와 정치체간의 대규모 전면전일 가능성이 더 높다. 그렇게 봤을때 전쟁이라는 행위의 주체자를 4세기 이후의 국가단계의 고대 삼국으로 규정하던 기존 견해들은 분명 수정될 부분이 많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 책을 보면서 그런 부분에 대해 재삼 생각해볼 수 있어서 좋았던 것 같다.

분명 내용은 많지 않다. 하지만 짧은 시간에, 간단하게 읽어 넘길 줄 알았는데 주인장에게 많은 부분들을 생각하게 해줬기 때문에 충분히 다른 이들에게도 추천해주고픈 책이라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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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북아시아 선사 및 고대사 연구의 방향
이성규 외 지음 / 학연문화사 / 200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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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에 후배가 이 책에 대한 서평을 다른 까페에 올렸던 것을 본 적이 있다.

윤명철 선생님이 이 책을 읽고 난 다음 쓴 서평 같은데 이 책의 전체적인 내용이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연구의 방향을 새롭게 제시하고 추구하고자 하는 실험정신을 지니고 의도된 것으로 보이지만 그 내용은 그러지 못 하다고 적고 있었다. 각 연구자들의 개인 논문, 혹은 연구사의 단순 정리, 자기 설의 장황한 소개에 그친 경우가 많다는 것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중에는 많은 노력을 기울여서 쓴 독창적인 내용의, 연구지침으로도 훌륭한 글들이 있음을 밝히고 있다. 특히 이성규의「중국 고문헌에 나타난 동북관」과 신종원의「단군신화의 여러 문제」를 거론하고 있는데 그는 마지막으로 역사학자들이 역사학의 자기 역할을 수행하고 책 제목대로 연구방향을 추구하려면 좀더 적극적인 지적 모험을 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자신의 견해를 피력하며 끝을 맺고 있다.

이 서평이 어디에 실린 서평인지는 모르겠지만 암튼, 서평 내용상으로 봤을때 상당히 흥미로운 주제로 쓰여진 책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이처럼 여러명의 공저자가 책을 쓰는 경우, 대부분 이미 기존에 자신들이 세운 학설이라든가 연구성과들을 한데 모아 보기 좋게(?) 정리한 것들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실제 윤명철 선생님 역시 이 점을 지적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몇 논문들에 대해 참신하고 독창적이라는 평을 남긴 것을 보면 분명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진보적인 역사 접근법을 확인할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인터넷으로 가격을 알아봤더니 할인가격으로 판매되지 않기에 기다렸다가 마침 이번 전국고고학대회때 20% 할인가로 구입해서 보게 되었다.

책은 전체적으로 얇다. 200페이지 남짓인데다가 6명이 쪼개썼으니 한 사람당 35페이지 정도 되는 글을 남긴 것이니 일반 논문 한편 분량 정도였었다. 차를 타고 오매가매 조금씩 읽어서 3일간 다 읽었는데 전체적으로 책을 다 보고 난 다음의 평은 대체로 윤명철 선생님의 그것과 비슷했다. 하지만 주인장의 지식이 더 얇은지라 윤명철 선생님보다는 평이 더 너그러워질 수 밖에(?) 없다는 생각도 들었다. 왜냐하면 전체적으로 몇몇 지리한 부분도 분명 있었지만 상당히 많은 부분들에 있어서 재미있고 주목할만한 내용들을 담고 있었기 때문이다.

먼저 윤명철 선생님도 언급했던 이성규 선생님의 연구성과는 주인장의 고대사 인식에 일타를 가했다. 동양사학과 교수님인만큼 이성규 선생님은 풍부한 중국 문헌들을 분석하고 그 안에서 중국인들이 갖고 있던 동북관에 대해 언급을 하셨다. 즉, 그들은 의식적으로 문헌에 기록할때 동이(東夷)라 불리는 집단들에 대해 중화에 복속한 집단임을 강조했다는 것이다. 고로 동북공정이 결코 21세기에 중국이 억지를 부려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지난 수천년간 천천히, 조금씩 진행되어 왔음을 강조하고 있었다.

중국인들은 예로부터 북적과 동이 중에서 북적이라 불리는 북방유목민들은 마치 벌레나 짐승처럼 묘사하면서도 동이에 대해서는 교화의 대상, 예의가 있는 나라로 설정하고 있는데 이는 모두다 '중화의 예법을 받아들여 교화된 존재'로서의 동이의 존재를 상정했기 때문이라고 적고 있다. 우리는 종종 중국측 문헌을 인용하는데 있어 그들의 주장을 우리가 주체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 예를 들면, 고대 삼국에는 왜인이나 중국인 등이 많이 잡거(雜居)하고 있다는 기록을 두고 우리는 고대 삼국이 중국에 비해 부강했기 때문에 주변에서 이주민들이 많이 들어왔으며 이는 곧 고대 삼국이 부국강병을 이룩했다고 해석한다. 하지만 이성규 선생님은 그 반대로 이해하고 계신다. 즉, 그런 기록을 중국인들이 남긴 의도적인 이유는 중국인들이 섞여 들어가 살고 있는 고대 삼국은 부국강병해졌다, 라는 식이라는 것이다. 기존에 고대사를 바라보는데 있어 중국측 문헌에 접근했던 주인장의 생각과는 정반대였다.

하지만 이에 대해서는 전적으로 동의할 수가 없었다. 물론 이성규 선생님 말씀대로 중국측 문헌을 이해할때 우리가 주체적으로 해석하는 것 뿐만 아니라 중국인이 어떤 입장에서 그러한 기록을 남겼는지를 파악하는 것은 중요하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당시 중국인의 눈으로 바라본 당시 역사라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될 듯 싶다. 그렇기 때문에 그 기록을 남긴 중국인의 눈 자체를 규명하는 것도 좋지만 그 안에 담긴 내면적인 의미까지도 이끌어내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그 2가지 작업이 모두 이뤄진다면 그 안에서 비록 타인의 기록이지만 보다 객관적인 사실들을 이끌어 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어쨌든, 그동안 간과하고 있던 부분에 대해서 일타를 가해준 부분이었기에 책을 처음 넘긴 그 순간부터 주인장은 앞으로의 내용이 상당히 많이 기대된 것이 사실이다.

뒤이은 신종원 선생님의「단군신화 연구의 여러 문제」역시 참신한 내용을 담고 있었다. 단군신화의 곰이 동물로서의 의미가 아닌 신(神)과 동의어라는 사실을 먼저 규명하면서 신화에 나오는 곰과 호랑이, 2마리의 동물에 어떤 상징성을 부여하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었다. 이 부분은 주인장이 작년의 어떤 수업 시간에 의문을 품고 관련된 자료들을 찾아가며 공부를 잠깐 했었던 부분이기에 더 흥미를 끌었다. 그러면서 신종원 선생님은 이런 세부 단어들의 존재를 규명함은 물론이고, 단군신화를 거시적으로 분석해 고대로부터 내려오는 단군에 대한 인식,『삼국유사』에 녹아있는 불교적 영향이 단군신화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체계적으로 해석하고 있었다. 이는 지금까지 어느 한쪽 부분만 갖고 단군신화를 바라봤던 여타의 연구성과와는 확연히 다른 부분이라고 생각했다.

그와 더불어 신종원 선생님은 '단' 자에 대해서 단(檀)이 아닌 단(壇)이라는 말을 덧붙였다. 박달나무가 어떠한 신성성을 부여받은 것도 아닌 상태에서 나무 목(木) 변의 '단' 자를 취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말도 덧붙였다. 오히려 제단을 의미하는 단(壇) 자가 쓰여야 적합하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 부분은 보다 더 고찰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단(檀)이 단순히 박달나무로 해석되어야만 하는지 의문이 들었기 때문이다. 물론 지금이야 그렇게 해석하고 있지만 당시에는 두 글자 모두다 제단이라는 의미를 지녔을 가능성도 없지 않기 때문이다. 두 글자를 비교했을때 나무 목(木) 변이냐, 흙 토(土) 변이냐에 따라 의미가 달라짐은 곧 당시의 제단이 나무 혹은 흙으로 만들어졌을 것이고 충분히 문화 · 민족에 따라서 차이점을 보일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단군신화에 대해서 새로운 사실들을 알려줄 수 있어서 그 점들이 정말 좋았다.

그리고 박경철 선생님의「부여사 연구의 제문제」와 임기환 선생님의「고구려사 연구의 제문제-정치사와 대외관계사를 중심으로-」는 윤명철 선생님의 평대로 식상한 것임에 분명했다. 기존의 두 분 선생님의 연구성과를 통해서 이미 충분히 전달되고 있는 상태였고, 현재 학계의 문제점을, 마치 지금까지 연구가 많이 진행된 상태에서 이번에 새롭게 등장한 학계의 문제점인 것처럼 소개하고 있어 안타까움마저 들었다. 그래서 이 부분은 읽으면서도 그다지 새로울 것이 없다 느꼈다. 이는 가장 마지막 부분인 이청규 선생님의「철기시대 전기의 중국 동북과 한반도의 금속기문화-세형동검문화를 중심으로-」역시도 크게 다를 바가 없었다.

덧붙여 주인장이 또 하나 관심있게 바라본 부분은 오강원 선생님의「요령지역의 청동기문화와 지역간 교섭관계」였는데 일단 광범위한 시각에서 요령성이나 길림성 등에 분포하고 있는 각종 청동기문화를 지역별로 구획하고 이들간의 상호 문화교류에 대해서 편년을 수립해 정리하고 있어서 한눈에 당시의 상황을 파악할 수 있었던 점이 좋았다. 물론 주인장이 청동기시대에 대해 관련 지식이 미흡하고 이 부분에 대해 잘 몰랐기 때문에 이 내용에 대해 좋은 평을 내린 것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다양한 도판과 도표를 통해서 당시의 상황을 잘 서술하고 있다는 점에서라도 좋은 평을 받을 자격이 있다고 주인장은 생각한다.

다만 조금 아쉬운 부분이라면 당시의 고고학적 성과를 일목요연하게 잘 정리한 것은 좋았지만 그런 고고학적 성과를 역사적인 맥락에서 이해하는 부분이 없어 이 점이 아쉬웠다. 즉, 그는 요령지역의 청동기문화를 기원전 10세기 후반~9세기 중반, 기원전 9세기 중반~8세기 중반, 기원전 8세기 중후반~6세기 전반, 기워전 6세기 전반~5세기, 기원전 4~3세기 등, 총 5개 시기로 구분했는데 그 시기는 분명히 이 지역에 단군조선부터 위만조선을 위시한 각종 정치체들이 존재하던 시기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고학적인 문화구분과 몇몇 표지유물을 통한 각 문화권간의 교섭 관계를 파악하고 거기서 그치고 말았다. 이 점을 제외하고는 각 문화권간의 교섭관계까지 하나의 도판에 정리하고 있어 당시의 상황을 파악하는데 많은 도움을 주고 있었다.

다 읽고 나니 전체적으로 짧은 내용들이었지만 학문적 깊이가 결코 얕지 않은 내용들로 꽉 짜여있는 책임을 알게 되었다. 그러다보니 개설적인 부분이 적어 청동기문화의 경우, 주인장도 잘 이해가 안 가는 부분들이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글들이 현재까지의 연구성과를 정리하고 있었고 거기서 더 나아가 새로운 사실들을 분석함은 물론, 앞으로의 연구 방향을 제시하고 있어 주인장이 보기에는 전체적인 구성이 적합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분량도 크게 많지 않고 고고학-문헌사학간의 연계성도 잘 확보하고 있어 비단 역사학을 공부하는 사람뿐만 아니라 고고학을 공부하는 사람들에게도 많은 정보를 제공해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며 이만 글을 마치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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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에 새긴 우리 역사
박창범 지음 / 김영사 / 200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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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천문학(古天文學)'혹은 '천문고고학(天文考古學)'이라는 학문분야가 있다.

간단하게 말해서 현재 남겨진 문헌이나 각종 고고학적 기록등을 통해서 천문 관련 데이터베이스화된 자료를 통해, 옛날의 천문분야에 대한 연구를 하는 학문이다. 그리고 이는 과거사 복원에 있어 보다 자연과학적이고, 다양한 시각에서 접근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이기 때문에 상당히 중요하며 또한 상당히 주목받는 학문 분야라고 생각한다.

예전에 주인장의 후배 한명이 천문고고학을 하고 싶다고 하면서 연구소를 들어온 적이 있었다. 그때 연구소 소장님이 그게 뭐냐? 고 묻자, 옆에서 외국 유학을 갔다오신 선생님께서 웃으면서 페루 나스카의 거대한 비행장 유적을 언급하면서 외계인이나 우주인을 연구하는 분야라는 식으로 얘길했다. 그러자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이 폭소를 터뜨린 것이 사실이며 그 얘길했던 친구는 멋적어했으니...결국 그 친구는 요즘에 천문고고학을 하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어떻게 보면 안타까운 일이기도 하며, 한국 고고학계의 단적인 면을 보여주는 일화라고 생각하는데 사실 주인장이 알기로 천문고고학은 그런 외국의 외계인 따위를 연구하는 학문이 아니라고 알고 있다.

그리고 이 책은 그러한 고천문학 · 천문고고학에 대한 이야기를 재미있게 서술하고 있었다. 이 책이 나온지는 발행년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엄청 오래됐다. 당시『환단고기』류의 진위여부가 의심받는 책에 기록된 천문현상이 천문학적으로 봤을때 사실에 가깝다는 저자의 주장은 당시 소위 '환빠'라 불리는 사람들에게 대환영을 받았으며 이윽고 그의 주장은 그러한 환빠들에 의해 여기저기서 무분별하게 인용되기에 이르렀다. 그런 시기에 주인장은 이 책에 대해 크게 관심을 두지 않았다가 최근에 구입해서 보게 되었는데 처음에 갖고 있던 선입견들이 많이 사라지게 되었다. 단순히 역사를 좋아하는 재야사학자의 저작물로 보기에는 상당히 과학적인 접근방법을 이용해 논지를 전개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의 연구가 기존 학계에서도 많은 호응과 반향을 불러일으켰다는 사실에 더욱 놀라웠다.

원래는 이번에 3일 계획으로 경기도 양평의 백제주거지를 발굴하러 가기로 했기 때문에 그 사이에 틈틈히 보려고 마음먹었던 책인데 결국은 첫날 두어시간만에 다 볼 수 있을 정도로 책은 쉽게 쓰여져 있었고 재밌었으며 또한 양이 많지 않았다. 이 책에서 근거자료로 제시되는 것은 일단 문헌자료다. 하지만 상고시대의 역사에 대해 서술한 우리측 기록이라고는 앞서 언급한『환단고기』류의 책들 뿐인데 그 책들은 아직 진위여부의 논쟁 속에서 위서라고 확실시되고 있는 책들이다. 물론 그 책 안의 천문기록들이 자연과학적으로 사실에 가깝고 조작이 힘들다는 사실은 분명 주목할만하다. 이는『환단고기』류의 책이 위서이기는 하지만 '한 개인물의 창작품'이라는 종래의 견해를 비판하는데 주요 논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위서라고 해서 그 안에 담긴 내용 100%가 지어낸 것이 아니라면 이러한 고천문학 · 천문고고학 분야의 연구를 통해 그 안에 인용된 진짜 사실들을 가려내는데 요긴하게 쓰일 수 있기 때문이다.

암튼, 이와 같은 문헌자료는 역사시대로 넘어오면 보다 믿을만해지는데『삼국사기』는 물론이고,『고려사』와 같은 고려시대 기록과『조선왕조실록』을 통해 한국사에서 방대한 분량의 천문관측 관련 기록들을 찾아내 일일히 분석하고 그것들을 종합해 관련 기록들을 정리했다. 일단, 그 노고에 진심으로 존경을 표하면서 책을 읽었다. 일단 주인장이 알기로 천문학은 장기간의 관측 기록을 기초로 과거도, 미래도 예상할 수 있다고 알고 있으며 이를 통해 앞일을 대비하는 목적이 강하다고 알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고대로부터 역대 왕조들은 이런 천문학 분야에 집중적으로 연구인력을 투자함으로써 왕조의 정통성을 확립하고 피지배층에 대한 지배권을 확보했던 것이다.

온라인상에서 박창범의 이런 연구성과에 대해 많은 비판이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그때에는 무슨 소리인가 싶어 그냥 가볍게 보고 넘어갔는데, 지금 이 책을 읽고 났으니 그에 대한 비판으로 어떤 것들이 있는지 한번 확인해봐야 하겠다.

일단 책을 읽으면서 주인장이 비판적으로 본 부분이라면 문헌사료에 집중적으로 기대어 상고사, 고대사를 확인하고 있는데 그 문헌사료 자체에 대한 검증 과정을 거치지 않았다는 것이 눈에 띄었다. 즉, 유교적 시각에서 쓰여진『삼국사기』는『구삼국사』를 저본으로 했음에도 내용에 있어서 유교적 입장에 맞춰 쓰여진 부분이 적지 않은데 대표적인 것이 '좋지 않은 일(凶事)'을 천문 · 기상 현상에 빗대어 표현한 것들이다. 흑룡이 나타났다거나, 하늘에 별이 떨어졌다거나, 하는 식으로 말이다. 그렇게 봤을때 저자는 이러한 은유적인 표현의 검증은 따로 하지 않았던 듯 싶다. 이 부분이 일단 지적할만한 부분이라 할 수 있겠다.

두번째는 고인돌과 같은 청동기시대(지금으로부터 최소한 1,500년 이전) 유물이나 유적을 통해서 상고시대(더 정확하게 말하면 단군조선의) 천문학 수준에 대해 자신의 논지를 전개하고 있는데, 그때 주요 논거로 드는 것이 성혈(星穴)이라는 점이었다. 물론 아득이마을의 석판처럼 실제 천체현상을 기록한 천문도, 혹은 둥그런 바탕의 십자선이 그어진 고대 윷놀이판으로 생각되는 석판 등 충분히 저자가 논지의 근거로 활용할만한 것들도 있지만 성혈처럼 그 존재가 지극히 의심스러운 것들도 적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물론 중국의 경우는 죽서기년 등을 통해서 시대를 편년하고 갑골문을 통해 기후나 천문에 대한 기록들을 얻어내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지금 그런 것들이 없기 때문에 이러한 저자의 접근방법도 필요하기는 하다. 하지만 아직 이것이 학계의 주류 견해로 성장하기에는 분명 부족한 근거들이 아닐까 싶다. 이는 순전히 주인장이 저자의 연구성과를 어느정도 지지하게 되었음에도 그 근거가 적어 안타까워 하는 말이다.

뭐 이 2가지 정도만 제외한다면 그 밖의 내용들은 전체적으로 주인장이 상당히 주목해서 살펴보게 되었다. 특히 고대 삼국의 강역을 천문기록을 통해 추정한 것은 정말 눈여겨보게 되었다. 이 부분은 이미 이 책을 보기 전부터 온라인상에서 들어들어 알고 있었는데, 이 연구성과는 한국 고대사 연구의 중요한 한 축을 담당하게 되었다고 감히 말하고 싶다. 앞으로 이 부분에 대해 더 다듬어진 연구성과가 나오기를 바라는 마음에 한장 두장 책을 넘기다보니 짧은 시간 안에 책을 완독할 수 있었다. 책 뒤에 참조된 천문기록 내역 또한 중요한 자료가 되었는데 분량은 비록 적지만 전체적으로 속이 알찬 책이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일단은, 기존에 시도되지 않았던 참신한 방법론이 적용된 것만으로도 충분히 읽어볼만한 책이라는 생각을 하며 이만 글을 마치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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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기 1
이남교 / 고려원(고려원미디어) / 1992년 3월
평점 :
절판


삼국기...아마 주인장 나이 또래의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읽어보았을 책일 것이다.

요즘은 삼국시대 역사 소설이 하도 많이 나와서 나올때마다 다 읽어보지도 못할 정도지만 90년대 초반, 그러니까 주인장이 초등학교~중학교 다닐 적에는 삼국시대 관련 역사 소설책이 거의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 책은 지금도 그렇지만 삼국시대를 그려낸 역사 소설로 손색이 없다고 주인장 개인적으로 평가를 내리고 싶은 책이다. 실제 92년,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던〈삼국기〉라는 대하사극의 원본이 되기도 했는데 지금은 자세하게 기억이 나지 않지만 그 사극 역시도 주인장이 굉장히 열심히 봤던 기억이 난다. 지금도 가장 주인장 뇌리에 강하게 박혀있는 장면은 아마도 김유신(서인석)의 파상공세에 결국 황산벌에서 패배한 계백(유동근)이 백제의 깃발을 잡고 온몸에 화살이 박힌채 고슴도치가 되어 눈을 번득이며 주검이 가득한 전장에 홀로 서 있는 장면이었다.

암튼, 그 정도로 주인장의 눈에 강한 인상을 남겼고 또한 주인장의 머릿 속에 삼국시대에 대한 강한 인상을 남겼던 것이 바로 이 삼국기라는 역사 소설책과 사극이었다. 지금도 가끔씩 이 책을 집에 오면 뒤적거리면서 보는데 상당히 잘 쓰여졌다는 생각을 그때마다 하게 된다. 요즘에『우리나라 삼국지』라는 책(11권)을 보고 있는 중인데(지금 8권 읽는 中) 갑자기 옛날 생각이 나서 이렇게 다시금 이 책을 집어들어서 뒤적거리다가 서평을 간략하게 쓰게 되었다.

이 책을 주인장이 좋아하는 이유는 첫째로 상당히 오래전에 쓰여진 책임에도 불구하고 최근에 나온 책에서 보여주는 주체적인 필력이 돋보이기 때문이다. 예전에 주인장 역시 비평을 썼지만 이덕일의『오국사기』라고 하는 책과 구성 면에서는 비슷했지만 내용면에서는 천지차이라 할 수 있다. 고구려, 백제, 신라, 왜 4국을 중심무대로 한다는 점에서 수 · 당까지를 무대로 넣었던『오국사기』와 다소 차이가 있지만 중국측 문헌을 액면 그대로 해석해 서술한『오국사기』에 비한다면 이 책은 훨씬 더 주체적인 필력으로 이야기를 전개해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이 책은 저자가 88년, 일본 오사카 한국 총영사관 부영사 시절에 일본어로 출간한 책을 이후 고려원에서 89년 번역 · 출간했으며 92년 KBS 대하사극으로 방영이 결정되면서 사극과 같은 명칭인『삼국기』로 재삼 출판하게 된 작품이었기 때문에 그런 면에서 더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겠다.

그 다음으로 꼽고자 하는 점은 각국의 역사를 서술하는데 있어 균형잡힌 시각으로 파악하고자 했다는 점이다. 일부 역사 소설을 보면 우리는 지극히 높이고, 타국은 지극히 낮추는 극단적인 시각이 적용되는 사례가 종종 발견되곤 했는데 여기에서는 그런 모습이 잘 보이지 않는다. 거듭 말하지만 최근 출간되어 세간의 화제가 되고 있는『우리나라 삼국지』와 비교했을때도 전혀 꿀리지 않는 탄탄한 구성과 스토리를 갖고 있는 책이 바로 이 책이라고 생각한다. 딱딱하게 역사적 인물들만 등장한 것도 아니며 적절하게 가미된 픽션이 보는 이로 하여금 재미를 더 하게 하고 있으며 무엇보다도 단 2권이라는 짧은 분량으로 인해 스피디한 전개가 돋보이는 것 또한 이 책의 매력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래서 주인장은 이 책을 삼국시대 관련 역사 소설책으로 적극 추천하고자 하는 것이다.

물론 다소 역사적인 사실과 거리가 먼 내용도 있다. 친왕파로서 연개소문과 거리가 멀었던 선도해가 고구려의 명참모로 등장한다는 점이나 계백이 젊은 시절, 김유신과 전장에서 만났다는 식의 설정이 그러한데 이는 분명 오늘날 알려져있는 학계의 연구와는 많이 다른 내용이다. 하지만 전체적인 이야기 설정에 있어서 크게 무리가 없는데다가 지나친 허구성이 가미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큰 상관은 없다고 본다. 오히려 최근 혹평을 피하지 못하고 있는 대하사극〈연개소문〉에서 연개소문이 어려서 신라에서 머물며 김유신과 친분이 있었다는 식의 설정이나 안시성 전투때 길다란 목책 사다리를 이용해 토산을 점령한다는 식의 황당한 설정보다는 오히려 낫다고 생각한다. 어디까지나 역사 소설이 사실 그대로만을 100% 수용해서는 재미가 없을테니 말이다.

마지막으로 이야기 전체적으로 굵직굵직한 전쟁씬이나 정치적인 대사건 등은 가볍게 처리하면서도 등장인물들 간의 내면 묘사에 주력하고 있기 때문에 지금껏, 아니 요즘에 읽는 역사 소설들과는 또 다른 느낌이 들 것이라 생각한다. 암튼, 오래된 삼국시대 역사 소설의 고전이니만큼 한번쯤 읽어보기를 권하고 싶다. 분량도 얼마 안 될테니 재밌게 금방 읽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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