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바이킹 관련해서 재밌는 영화를 봤는데(나중에 따로 소개하겠음), 문득 생각해보니 지금까지 본 바이킹(혹은 북유럽인) 관련 영화가 별로 없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봤던 바이킹 관련한 영화들이 다 괜찮았다는 생각이 들면서 이렇게 몇자 적게 됐다. 아마 영화 리뷰를 쓰면서 뭔가 테마를 정한 적은 이번이 처음인 듯...암튼, 색다른 시도인만큼 재밌을 것 같기도 하다. 그럼 본격적으로 몇자 적어보자.  

이 영화는 정말 정말 정말 오래전에 본 영화다. 미국에서는 1999년에 개봉한 듯 한데, 아마 나도 다운받아 본 것은 아니고 비디오를 빌려서 봤던 것 같다. 2000~2001년 무렵에만 해도 다운받아 보는 것이 그렇게 보편적인 문화적 현상(?)은 아니었으니 말이다. 암튼, 그때 왜 이걸 빌려 보게 됐는지 동기따위는 생각나지 않는다. 예전부터 필자 주변에 영화를 그렇게 많이 보는 사람들이 없기 때문에, 누구의 추천을 받았던 것 같지도 않고, 인터넷에서 검색해서 찾아봤던 것 같지도 않다(당시 필자는 오직 다음의 역사까페-여기 말고-에서만 활동했었기에 다른 인터넷 활동은 거의 하지 않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냥 비디오 가게에 들려서 재밌을 것 같기에 빌려봤던 것 같다는 생각만 든다. 영화를 어떻게 보게 됐는지 동기도 생각나지 않는 영화의 리뷰를 이렇게 쓰게 된 이유는, 어느날 이 영화를 보고 학교 도서관에서 책을 하나 빌려봤는데 정말 놀랍게도 이 영화와 스토리가 아주아주아주 흡사해서 놀랬던 기억이 나기 때문이다. 나중에 알고보니 이 영화는 이 영화의 연출을 맡은 마이클 클라이튼이 1997년에 발표한 소설 '시체 먹는 사람들(Eaters Of The Dead)'을 영화화한 작품으로, 10세기를 배경으로 바이킹족의 전사들과 식인종인 '웬돌족'과의 전투씬 등이 잔인하고도 웅대하게 펼쳐진다고 한다. 

이걸로 검색했더니 최근까지도 나온 것으로 봐서 꽤 인기가 있는 책인 것 같다(분명 난 그때 번역본을 읽은 것 같은데, 그 책 제목을 정확히 기억을 못 해서 검색하지 못 하겠다). 암튼 책 얘기는 뭐 생략하겠다. 다만, 책과 영화의 내용이 상당히 흡사했다는 점, 그만큼 원작을 충실히 영화화했다는 점이 기억날 뿐이다. 

이 영화의 스토리는 인터넷에 검색하면 나오지만 아주 간략하게 줄여서 좀 적어보겠다. 바그다드, 당시 세계에서 손꼽히는 문명국의 중심부에서 화려하고 안정된 삶을 살아가던 주인공은 불륜 스캔들에 휩싸여 차디찬 먼 북구에 사절단으로 파견된다(이 부분은 정확히 기억이 안 나지만 인터넷을 검색해보니 불륜녀의 남편이 농간을 부려 그를 보냈다고 한다. 당시 무슨 일로 그가 원치 않는 여행(?)을 떠난 것 같기는 한데 정확히 기억은 안 난다). 그런데 그 동네 주변에는 적지 않은 규모의 식인종들이 살고 있었고, 그들에 의해 북구 바이킹 애들은 공포에 떨고 있었다. 결국 아주아주 쌈짱인 바이킹 족장의 아들이 원정대를 이끌고 걔네들을 까러 가는데, 무당이 예언하기를 외부인 전사를 1명 데리고 가야 한다고 말한다. 그가 바로 주인공인 13번째 전사 '아메드 이븐 파할란'이다. 그리고 그는 점차 바이킹 애들과 친하게 지내면서 나름 지략도 써 가면서 적들을 하나하나 공략해 나간다. 그리고 그 땅의 평화를 되찾아준다(그런데 아무리 머리를 쥐어 짜내도 지금 마지막 결말이 잘 기억이 안 난다. 책의 내용 역시...-.-;).  

이 영화의 스토리는 네이버 영화 검색을 찾아보는 것이 가장 적절할 것 같아 여기서는 Pass! 

암튼, 이 영화에서 기억나는 단편을 끄집어내어 몇가지만 좀 자세하게 적어보도록 하겠다. 

첫째, 바이킹과 아랍 문화권의 만남에 대해 그린 것이 흥미로웠다. 

솔직히 당시 아랍권과 바이킹 문화권이 만난 것 자체가 신기한 것은 아니었다. 다만, 그걸 영화화했다는 것이 흥미로웠다는 것 뿐이다. 이 영화를 보면 아주 간간이지만 주인공(아랍권 인물)과 다른 전사들(북구권 인물들)의 대화나 행동 방식, 사고 방식의 차이를 잘 보여줬던 기억이 난다.  

예를 들면, 주인공은 우아하고 세련된 문화를 영위하던 사람인데 반해 다른 전사들은 거칠고 다소 미개한 이미지가 강하게 묘사되었다. 뭐 아랍인의 눈으로 본 영화 전개라는 점을 상정한다면 그리 이상할 일은 아니지만, 그런 것들을 극명하게 묘사했다는 것이 재밌었다. 또한 바이킹들이 거대한 검을 양손으로 쥐거나, 한손으로 쥐고 싸우면서 어설픈(?) 아랍인에게 칼싸움을 가르쳐주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 장면이 흥미로웠다. 계속 쓰러지던 주인공은 잠시 타임! 을 요청하더니, 바이킹들이 건네준 칼을 그라인더(?)에 갈아서 刀(언월도까지는 아니고, 살짝 만곡한 형태의 도)로 만들었다. 그리고 다시 재결투를 하더니 아주 능숙하게 刀를 다뤄 바이킹족을 이겨버린 것이었다. 이처럼 영화에서는 양자가 서로간의 차이점을 점점 극복하면서 戰友로서 맺어지는 과정을 그려내고 있었는데 이것이 볼 만했다.  

둘째, 식인종인 웬돌족이 왠지 동방의 유목민족처럼 그려지고 있었다. 

웬돌족이 어떤 애들인지 자세히는 모르겠다. 다만, 그들은 모두 곰을 숭배하는 듯 했고, 상당히 힘이 강한(비정상적으로) 애들로 묘사되었다. 사용하는 무기 역시 강철검이나 철제화살 등이 아니라 두꺼운 곤봉이나 도끼 등 투박한 무기를 사용하는 것으로 그려졌으며, 특이한 것은 이 녀석들이 말을 타고 다니는 기병으로 등장한다는 점이었다. 필자가 알기로는 바이킹 역시 기병 전술을 활용했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 여기에서는 웬돌족에게 속소무책으로 당하는 모습으로 등장하고 있어 조금 독특했다. 마치 유럽인들이 느끼는 몽골족이나 헝가리족에 대한 공포를 그려낸 것처럼 이 영화에서는 바이킹족(일반적으로 세계사를 배울때 우리는 바이킹족이 유럽 각지로 진출하여 공포에 떨게 한 모험가 겸 정복자로 배웠지만 적어도 이 영화에서는 아니다)의 웬돌족에 대한 공포가 아주 잘 드러나고 있어 독특했다. 

거기다가 그들은 안개를 틈타 횃불을 들고 능숙하게 열을 지어 진군하곤 했는데, 이것이 멀리서 보면 마치 용이 꿈틀거리는 것처럼 보여 더욱더 바이킹들의 공포를 부추겼던 것이다. 그들은 여왕(무당을 겸하고 있는)을 모시고 있었으며, 바이킹의 마을을 만나면 전부 파괴하고, 사람들의 사지를 찢어 죽일 정도로 잔인한 녀석들이었다. 그때 영화를 봤을 때는 별 생각없이 봤었는데, 지금 이렇게 리뷰를 쓰면서 기억을 되새겨보니 마치 잘난 아랍권 녀석들을 비웃기라도 하듯이, 영화에서는 동방에서 온 듯한 이 미개한 야만족들을 아주 철저하게 야만스럽게 묘사하고 있었다. 영화 자체가 당시 사람들의 시각을 그대로 반영한 듯 스토리 전개를 하고 있어 그 점 또한 흥미로웠던 부분이었다. 

셋째, 다소 억지스러운 설정이 몇몇 있었다. 

주인공이 13번째 전사로서 바이킹들과 먼 여정을 떠나는 장면이 기억난다. 밤에 모닥불에 앉아 영어로 저희들끼리 씨부리는 바이킹들을 주인공이 유심히 쳐다본다. 그러던 중 한 바이킹이 주인공을 비웃으면서 주인공의 어머니에 대해 모욕적인 언사를 날리는데, 주인공이 딱 그들 말로 이를 반박하는 장면이 나온다. 당연히 바이킹들은 '너 우리 말 할줄 아는데 왜 모른 척 했어!?'라고 하면서 칼을 겨누고, 주인공은 '너네 씨부리는거 듣고 다 배웠다. (내가 좀 짱이거등)'이라고 말한다. 이 부분은 영화에서 상당히 중요한 반전 효과를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영화 초반부 우리의 주인공은 시종일관 아랍어로 대사를 치는데, 영화 초중반 무렵 이 장면을 시작으로 영어를 마구 사용하기 시작했고, 결국 바이킹들과 의사소통에 있어 아무런 지장이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타민족의 언어가 그리 쉽게 배울 수 있는 것은 아니지 않은감?? ㅋㅋ 그때에도 정말 어이가 없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정말 어이가 없다.  

또한 주인공이 적의 괴수(여왕 겸 무당?)를 공격하는데 있어 약간의 지략을 발휘한다. 뭐 영화 후반부에 가면 식인종 대다수와 아주 격렬한 전투를 치루는데, 그때 12명의 바이킹을 이끌었던 부족장의 아들이자 주인공과 친하게 지내게 된 인물이 전사하고 만다. 지금 어렴풋한 기억으로도 상당히 멋진 포즈로 최후를 맞이했던 것 같다. 그러면서 주인공이 자연스레 리더가 되고 있었지만, 이게 상식적으로 적절한 설정인지 의문이 가긴 한다. 필자가 보기에 그가 리더가 될만한 활약상을 영화 중반 이후로 보여준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바이킹의 짱이 죽자, 기다렸다는 듯이 리더가 된 것이었다. 그리고 그의 활약상으로 전투는 바이킹의 승리로 끝이 나고 말이다.  

뭐 필자가 기억나는 단편은 여기까지다 일단은. 전체적으로 전투씬이나 배경, 싸운드 등은 바이킹과 어울리는, 그리고 액션과 어울렸던 것 같다. 하지만, 스토리를 지나치게 앞당기는 듯 한 느낌이 드는 몇몇 장면은 지금 생각하면 그리 곱게 보이지는 않는다. 하지만 가장 좋은 점수를 주고 싶은 부분은 역시 처음에 얘기한 것처럼 아랍권과 북구권의 만남을 자연스럽게 이어나가려 했다는 점, 그게 가장 볼 만했다. 미리 몇자 적자면, 바이킹 관련한 영화들 중에는 이처럼 다른 문화권과 만나는 내용이 상당수 나오는데, 그건 왜 그런지 모르겠다. 뭐 다른 문화권의 문헌기록에 바이킹이 많이 나오기 때문? 으로 이해하고 넘어가는 건 너무 무책임한 거겠지? 어쨌든, 옛날 영화 기억 떠올리며 몇자 적었는데 다음 작품에 대한 기억도 더듬어야 해서 이만~ 

P.S) 이 영화에 대한 리뷰가 몇 있는데 다음 2개의 글이 가장 그럴 듯 해서 여기 소개한다. 참고하시길~ 

지리산손길님이 척추의 명가 지리산손길 까페에 올린 영화 감상평 

허브님의 네이버 블로그에 올라온 영화 감상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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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10-12-22 1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이킹의 위대한 왕 불바이가 전쟁이 끝난 후 장렬한 최후를 맞이하는 라스트씬이 멋있었던 영화로 기억되는군요.

麗輝 2010-12-28 14:45   좋아요 0 | URL
네~저 역시 그 장면이 기억납니다. 상당히 멋있게 묘사했던 것 같거든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