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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한 괴수 영화! 필자의 결론부터 말하면 이렇다. 

이미 한국 영화계는 2006년, 봉준호 감독의 <괴물>이라는 영화를 통해 '한국형 괴수영화'가 무엇인지 경험한 바 있다. 그리고 이번에 나온 <7광구>는 <괴물>의 뒤를 잇는 기대작이자, 보다 큰 스케일, 보다 화려한 CG로 무장한 새로운 괴수영화로서 개봉 전부터 큰 관심을 받았다(아래 기사는 개봉 직전 기사인데, 대부분의 기사들과 내용은 비슷하다). 

8월 3일 - 파이낸셜뉴스 기사 '7광구' 예매율 압도적 1위, 블록버스터 최강자 탄생! 

그런데...갈수록 흥행과 평가에서 엇갈린 반응을 엇더니만 결국에는 일찌감치 영화를 내리고 말았다. 

8월 5일 - 뉴스엔 기사 '7광구' 첫날 흥행스코오, '해운대'보다 높아..천만 되나 

8월 8일 - 뉴스엔 기사 애증의 '7광구' 폭풍흥행, 볼까 말까..'너 때문에 미치겠다' 

8월 11일 - 미디어다음 기사 '7광구' 혹평 입소문에 흥행 내려앉나 

8월 13일 - 뉴스엔 기사 '블라인드' 스크린수, '7광구'보다 적은데..순위는 앞서 

8월 26일 - 스타뉴스 기사 '7광구' 스크린수 733개→7개..사실상 종영 

8월 29일 - 뉴시스 기사 '7광구' 폐쇄 초읽기, 어쩌다 이 지경 됐나 

100억 이상이 들어간 대작에다가, 화려한 CG와 출연진으로 큰 관심을 모았는데도, 왜 망했을까? 

그에 대해서 필자가 몇자 적어보도록 하겠다. 물론 이건 어디까지나 필자 개인적인 기준에 의거한 것임을 참고하시길. ^^ 

1. 뚜렷하지 않은 캐릭터 

하지원은 여전사로서의 이미지를 확실하게 굳혀 '한국의 안젤리나 졸리'가 되려 했지만, 뭔가 부족했다. 그것보다는 그냥 드라마 <씨크릿 가든>에서의 스턴트우먼의 이미지가 더 강했던 느낌이 난다. 그만큼 액션이 뭔가 부족했다는 것! 안성기는 늘 그렇듯이 정신적 지주로서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간간히 활약했는데 마치 영화 <무사>에서의 분위기와 흡사했다. 그밖에 오지호, 이한위, 박철민, 송새벽은 기존의 이미지에서 벗어나려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이미지를 그대로 갖고 이 영화에서 활약(?)했는데, 그게 정말 NG였다는 생각이 든다. 기존의 모든 영화 혹은 드라마에서 볼 수 있는 박철민의 캐릭터, 그리고 앞선 영화들에서 보여준 송새벽의 캐릭터는 너무 익숙해서 오히려 이 영화와 맞지 않을 정도였다. 

앞서 <고지전>의 경우에는, 오히려 캐릭터들 사이의 극중 대립이 돋보여서 좋았는데, 이 영화에서는 그런 면을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그나마 꼽는다면, 안성기 이후 이클립스호(시추선)의 캡틴을 맡은 황인혁 역할의 박정학과 하지원과의 대립인데 이마저도 중심을 잃고 흐지부지 끝나고 말았다(개인적으로 박정학이 영화 초반에 보여준 침착하고 다소 이기적인 모습은, 영화 후반에서 전혀 다르게 묘사되어 의아할 정도였다. 뭔가 비밀이 숨겨져 있을 것처럼 하더니만 그것도 아니고). 영화 후반부에는 전대 캡틴이었던 안성기의 비밀이 드러나면서 하지원과 약간 트러블이 생기는가 싶더니 그것도 결국 안성기가 살신성인의 자세로 괴물과 싸우면서 흐트러지고. 캐릭터끼리의 관계가 명확하지 않고, 단순히 하지원이라고 하는 여주인공의 캐릭터만 돋보이다 보니 어설픈 영웅물이 되어버린 셈이다. 그런데 어쩌랴. 영웅물이 제대로 되려면 제대로 된 스토리와, 주변 캐릭터들의 확실한 희생 및 보조 등이 뒤따라야 하는데 그런 것들이 전혀 없었다(특히 하지원의 연인으로 나오는 오지호의 역할은 그야말로 안습! T.T). 

2. 어설픈 CG 

깜짝 놀랐다. 영화 중간중간 계속 나오는 배경이 마치 합성한 것과 같은 어설픈 느낌이랄까? 좋게 말하면 영화 <씬시티>에나 나올법한 이질적인 화면처리 같았고, 나쁘게 말하면 드라마 <연개소문>에서 여러번 지적된 어설프기 짝이없는 배경 및 CG를 보는 것 같았다. 대체 100억은 어디에 다 들어갔단 말인가? 어떤 기사 보니깐 98% 이상이 다 CG 처리되었다는데. 솔직히 영화를 보기 전 예고편만 보고서는 오오~CG 괜찮은데~라는 생각을 하기는 했다. 하지만, 예고편에 나온 것들은 영화 전체 중에서 CG가 가장 잘 표현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찍는 내내 배우들이 얼마나 고생했고, 얼마나 힘들게 촬영했는지는 충분히 이해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영화에 대한 평가까지 잘 해줘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특히 시추선을 멀리서 찍은 전경 등이 굉장히 어설펐는데, 종이배경을 합성시킨 것 같은 느낌이 아주 강하게 났다. 예전에 <괴물>에서는 정작 주인공(?)인 괴물이 어설펐다는 네티즌들의 평가가 많았고, 그에 대해 제작진들은 일부러 그런 느낌의 괴물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라는 얘기를 했었던 기사를 봤다. 그런데 정작 이 작품에서는 괴물은 상당히 잘 표현됐다는 생각이 든다(봉준호 감독의 <괴물>보다도 더!). 그런데 주변 배경이라든가, 기타 CG들이 어설퍼서 괴물의 생생함이 많이 감퇴했다는 느낌이다. 

특히, 영화 후반부 오지호가 죽고, 하지원과 단독으로 싸우는 괴물 그 자체만 놓고 본다면 CG는 수준급이었다고 생각한다. 단, 아직까지 헐리웃 영화 속에서 나오는 3D, 혹은 일반 영상과는 많은 차이가 있다는 것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 

이 두가지 정도만 얘기하도록 하겠다. 

솔직히 괴물 나오는 SF 영화에서 배우들의 조합에 문제가 있고, CG가 엉성하면 뭐 볼게 있나 싶다. 그밖에 이 영화에 대해 스토리를 언급하는 분들도 많이 있는데, 필자는 개인적으로 스토리에 대해서는 큰 무리가 없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어차피 괴수 영화라는 것 자체가 비현실적인 것이니만큼, 비현실적인 설정에 기인해 스토리를 짜야 하는데 거기에서 얼마나 합리적이고, 설득력있는 현실적인 꺼리들이 나오겠나 싶다. 봉준호 감독의 <괴물>은 미군부대의 악성폐기물 무단 방류에 따른 괴물 탄생으로 이야기가 시작했지만 정작 왜 괴물이 달랑 한마리만 생겨났는지에 대한 얘기는 없었다. 그 정도로 생물체에 엄청난 영향을 미쳤다면, 수질오염이라든가, 다른 환경적인 오염도 엄청났을텐데 그런 것도 없고. 그리고 이번 영화 <7광구>에서는 원래 심해에 존재했던 괴생물체를 인간의 욕심으로 크게 부풀려서(?) 아구와 물개를 뒤섞어놓은 그런 괴물을 만들어낸 것인데, 어떻게 보면 일반적인 괴수 영화의 스토리로 큰 문제는 없지 않나 싶다. 

영화 <고질라>도 그렇고, <용가리>도 그렇고, 왜 그런 괴수가 태어나게 됬는지는 따지지 않는다. 그냥 갑자기 등장하는 것 뿐이다. 그렇게 봤을때 개인적으로 원래 있었던 괴물인데 사람이 외계로 가는 바람에 만나게 되는 '에일리언'이나, 원래 있었던 괴물인데 사람이 약간의 조작을 가해 크게 만들어낸 '7광구의 괴물'은 크게 다를 바가 없다는 생각을 한다. 뭐 굳이 따지자면 좀비 영화의 신기원을 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28일 후><28주 후>, 베트맨에 대해 새로운 해석을 내린 <베트맨 비긴즈><다크나이트>, 혹은 최근에 개봉한 <혹성탈출 : 진화의 시작>처럼 영화 속 이야기가 어떻게 시작되고, 어떻게 진행됐는지 분명하게 얘기해주는 영화들이 있긴 하다. 그렇지만 <7광구>는 기본적으로 괴수와 싸우는 인간의 혈투를 집중적으로 다루는 영화이기 때문에, 그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는 것만도 시간이 부족할테고, 이처럼 친절한(?) 사전 설명은 생략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마치 <에일리언 1>에서 일단 괴물이랑 미친듯이 싸우고 보는 것처럼 말이다. 

이 영화가 한국 영화 중 괴수를 다룬 최초의 영화였다면, 분명 평가는 더 좋았을 것이다. 하지만 분명 봉준호 감독이 수년전에 영화 <괴물>로 이미 그런 시도를 한 바 있고, 그 영화는 전반적으로 흥행도 성공하고 평가에서도 호평을 받았었다. 그리고 수년 후 더 나아진 기술력과 연출력을 갖고 과감하게 같은 분야에 도전했음에도 이처럼 실망스러운 작품을 만들었다는 것은 분명 혹평을 받을만 하다고 생각한다. 영화 <괴물>에 나오는 괴물과 기본적으로 크게 다르지 않은 괴물의 설정은 신선함보다는 익숙함을 선사했고, 그러한 익숙함은 배우들의 캐릭터에서도 고스란히 나타났다. 아마 그 점이 하지원 혼자 고군분투해도 이 영화를 제대로 이끌어가지 못 하는 마이너스로 작용했던 것은 아니었나 싶다. 

그래도 끊임없이 이러한 괴수 영화가 나온다는 것은 한국 영화계에 분명히 긍정적인 효과로 작용하리라는 생각은 한다. 솔직히 이렇게 앉아서 인터넷에 몇자 끄적거리는 필자가 뭐라고 함부로 할 수는 없는 일일지도 모르겠다. 영화에 대한 평가는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것이므로 그점 다시 한번 밝히고, 마지막으로 영화를 만드느라 고생한 모든 배우들과 제작진들에게 고생하셨다는 한마디를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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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지전'. 제목만 봐도 전쟁영화임을 알 수 있다. 

그리고 포스터를 보면 한국전쟁에 대한 영화라는 것도 쉽게 알 수 있다. 

휴전선을 따라 지겹게 지도에서 한줌 정도 되는 땅뙤기를 빼앗기 위해 싸우는 고지전. 한국전쟁을 통해 이전과는 전혀 다른 양상으로 전개된 것이 바로 고지전이다. 우리나라에서 한국전쟁을 다룬 몇몇 영화가 있지만(최근에 개봉한 영화로는 <포화 속으로>나 <적과의 동침>이 있겠다), 영화 속에서 고지전에 대해 묘사한 것은 그리 많지 않다. 그래서 일단 소재부터 독특했다. 

거기다가 전쟁의 시간적 배경 또한 아주 독특하다. 

전쟁 초반을 다룬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전쟁이 한창 벌어지고 있는 시점을 다룬 것도 아니다. 

이 영화는 전쟁이 끝나가는 시점, 그것도 휴전협정에 조인이 된 다음부터 치열한 고지전을 그리고 있다. 

영화에 대한 대략의 줄거리는 다음에서 검색한 것을 그대로 옮겨본다(클릭).내용은 대강 이러하다. 애록고지는 가상의 공간인데(감독이 Korea를 뒤집어서 aero-K라고 했단다. 머리 좋은데? ^^), 일단 동부전선의 실제 상황과 비슷하게 만들기 위해 노력한 흔적이 보였다. 뭐 전쟁 중이기에 나이 어린 청년이 대위가 되고, 이등병에서 중위로 특진하는 사람도 있고 그렇다고 할 수 있지만, 조금 과장된 측면도 있다. 암튼, 그런 특진 과정이 중요한 것은 아니니깐 생략하도록 하겠다. 일단 영화를 보면서 필자가 감상 포인트로 삼았던 몇 군데를 언급하도록 하겠다. 

   
 

1953년 2월, 휴전협상이 난항을 거듭하는 가운데 교착전이 한창인 동부전선 최전방 애록고지에서 전사한 중대장의 시신에서 아군의 총알이 발견된다. 상부에서는 이번 사건을 적과의 내통과 관련되어 있다고 의심하고 방첩대 중위 ‘강은표’(신하균)에게 동부전선으로 가 조사하라는 임무를 내린다. 애록고지로 향한 은표는 그 곳에서 죽은 줄 알았던 친구 ‘김수혁’(고수)을 만나게 된다. 유약한 학생이었던 ‘수혁’은 2년 사이에 이등병에서 중위로 특진해 악어중대의 실질적 리더가 되어 있고, 그가 함께하는 악어중대는 명성과 달리 춥다고 북한 군복을 덧입는 모습을 보이고 갓 스무 살이 된 어린 청년이 대위로 부대를 이끄는 등 뭔가 미심쩍다. 

살아 돌아온 친구, 의심스러운 악어중대. 이 모든 것이 혼란스러운 가운데 은표와 수혁은 고지 탈환 작전에 투입된다. 그러나 신임 중대장의 무리한 작전으로 엄청난 위기에 처하게 되고 악어중대의 어리지만 베테랑인 대위 신일영(이제훈)과 중위 수혁의 단독 작전으로 위기를 모면한 채 후퇴한다. 사사건건 자신의 의견에 반기를 들고 단독 행동을 하는 악어중대원들을 못 마땅해 하던 중대장은 중화군과의 함화공작 전투를 벌이던 중 자신의 명령에 불복종하는 중사 오기영(류승수)에게 사살위협을 가하고 그 순간, 수혁은 망설임 없이 중대장을 쏴 버린다. 눈 앞에서 벌어진 상관의 죽음, 이를 아무렇지도 않게 은폐하는 그들과 무표정한 수혁. 순식간에 하나가 된 중대 전체에 은표는 당혹감을 느낀다. 

사라진 지난 2년, 그에게... 그들에게...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1. 전쟁의 본질을 그려냄 

영화 초반부 북한군에게 사로잡힌 강은표는 북한군 장교 현정윤에게 이런 이야기를 듣는다. 

"너네들이 왜 지는지 알아? 너네들은 왜 싸우는지를 모르고 보기 때문이야~" 라고. 

그렇게 영화는 초반부에 한국전쟁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 의문점을 던진다. 이후 풀려난 강은표는 인간적이면서도 한편으로는 빨리 휴전이 되길 바라는 베테랑 군인으로 거듭난다. 그리고 강은표는 거기에서 죽은 줄로만 알았던 절친 김수혁을 만나는데, 수혁의 계급은 사병이 아닌 중위다.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또한 김수혁은 더 이상 전쟁에 두려워하며 벌벌 떨던 이등병이 아니었으며, 애록고지 전투를 담당하는 악어중대의 실질적인 리더가 된 상태였다. 그런데 알고보니 악어중대 간부와 몇몇 군인이 북한군과 내통(?)하고 있음이 밝혀지게 된다. 실상은 이렇다. 악어중대 부대원들은 어차피 고지를 서로서로 점령하는 마당에 보급품이나 각종 물자를 다 옮길 필요가 뭐 있냐? 싶어서 놔두고 갔다가 북한군이 이를 몽땅 가져간 사실을 알게 되었고, 훗날 그 구덩이를 통해 서로 먹을 것도 놓고, 편지도 전해주고 했던 것이다. <공동경비구역 JSA>의 시공간적 배경을 좀 옮겨왔다고나 할까? 

암튼 이를 두고 강은표 대위는 딜레마에 빠진다. 알고 봤더니 어리바리한 중대장이 오면 악어중대는 알아서 그를 제거하고, 자신들의 생존을 위해 투쟁해왔던 것이다. 오직 삶. 삶에 집착하는 악어중대에게 국가에 대한 충성심, 상관에 대한 절대적인 상명하복 등은 일반 부대와는 조금 다르게 느껴지고 있었다. 필자는 어떻게 보면 이게 전쟁의 본질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강은표 대위처럼, 국가를 위해, 휴전을 위해, 무의미한 죽음을 방지하기 위해, 大意를 지키기 위해 전쟁을 수행하는 사람도 있었을 것이다. 개중에는 전쟁이 끝나갈 시점, 자신의 전공과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해 전쟁터로 왔다가 김수혁 중위에게 머리에 총 맞고 죽는 어리바리한 유재호 대위같은 사람도 있었을테고. 그렇지만 대다수의 군인들은 악어중대원들과 같은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싶다. 전쟁이 다 무에 소용이냐? 그냥 죽지 않고 살아가고, 맡은 바 임무만 수행하면 돼지. 거기에서 북한군 옷을 입든, 북한군이 주고 간 술을 마시든, 북한군과 편지 및 사진을 주고 받든 그게 무슨 소용인가? 

<웰 컴 투 동막골>이나 <꿈은 이루어진다>에서는 남한군과 북한군과의 만남이 다소 코믹스러운 소재로 그려지고 있지만, 여기에서는 충분히 가능성있는 모습으로 그려지고 있어 더욱더 현실성이 부각되었다. 안 그래도 얼마전 공동경비구역 JSA와 같은 일이 실제 전방에서 벌어졌음을 확인한 기사(클릭)가 나기도 하지 않았는가. 단순히 <태극기 휘날리며> 혹은 <포화 속으로>에서처럼 영웅적인 주인공의 활약상만을 강조하지도 않고, 앞서 언급한 영화에서처럼 한국전쟁 및 그 이후의 분단상황을 코믹하게 그려내고 있지만도 않아서 그 점이 깊게 와닿았다. 

 2. 현실감있는 전장과 캐릭터 묘사 

솔직히 이 영화 전체 분량에서 실제 전투씬은 그리 비중이 높지 않다(실제 영화를 보신 분들은 아실 것이다. 고지전이라 하면 말 그대로 구릉 정상부를 향해 미친듯이 돌격해서 적의 진지를 빼앗는 장면이 나와야 하는데, 그런 장면이 그리 많이 나오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으로 '고지전'이라는 제목에 걸맞는 분위기가 많이 나는 것이 사실이다. 

사면부에 늘어서 있는 군막사들, 참호 속의 모습, 나이는 어린데 대위 계급장을 달고 있고 약(무슨 약인지 까먹었다)을 무절제하게 복용하면서 고통을 느끼지 못 하는 악어중대장. 평소에는 철없이 웃고 놀다가 전투에 돌입하면 진지하게 작전에 임하는 부대원들. '2초'가 여자라는 것을 알고 죽이지 못하는 강은표 대위. 전장에서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 싸우는 부대원들. 정전협정 후 12시간동안 한뼘이라도 더 차지해야 한다고 하면서 다그치는 연대장. 자신의 욕심을 채우기 위해 말도 안 되는 작전을 고집하는 펜대 굴려 진급한 중대장. '2초'라고 하는 스나이퍼의 존재(그간 한국전쟁 영화에서 스나이퍼에 대한 묘사는 너무 없었다) 등등. 

군사훈련과 실제 전투가 영화의 태반을 차지하는 <실미도>라든가, 형제의 헤어짐과 상봉을 내내 대규모 전쟁과 함께 그려낸 <태극기 휘날리며> 등과는 많이 다른 스타일의 영화였다. 특히 전장 속의 인물 심리 묘사(개인적으로는 신임 중대장의 말도 안 되는 작전지시에 흥분하며 반박하는 신일영 대위의 모습이 기억에 남는다)가 뛰어났는데, 이는 각 배우들이 그만큼 자신이 맡은 캐릭터에 충실했기 때문일 것이다. 특히 신하균과 고수의 극 중 대립(?)은 마치 <유령>에서 최민수와 정우성이 보여준 대립과 비슷한 느낌이 나기도 했다(물론 그보다는 긴장감이 덜 했지만. 그렇기에 여기에서는 결국 둘이 화해한다). 다양한 캐릭터의 배우와 적절한 대립구도는 각 배우들의 열연과 맞물려 영화 전체를 이끌어가는 큰 힘으로 작용했다(그리고 그런 면에서 비슷한 시기에 개봉한 <7광구>는 실패했다고 생각한다). 

이상 두가지 관전 포인트로 인해 필자는 영화를 즐겁게 감상할 수 있었다. 

소재의 특이성부터 시작해서, 현실감있는 묘사, 기존 영화와는 많이 다른 시각으로 한국전쟁을 바라본 영화, 고지전. 관객수는 필자의 기대나 생각만큼 많이 모이지 않았지만 분명 잘 만들어진 멋진 영화라는 생각이 든다. 나중에 기회가 되면 한번쯤 더 보고 싶을 정도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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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여름 들어 극장가에 크게 홍보가 된 블록버스터급 영화는 총 네편이다. 

솔직히 이 네편의 영화게 대한 글을 쓰려다가 어떻게 하다보니 '쓰는 김에 최근에 본 한국 영화 다 써 볼까?' 하게 됐고, 이제서야 원래 쓰고자 했던 글의 본론을 쓰는 것 같다. 암튼 그 네편의 영화가 무엇인고 하니 바로 이 영화와 <고지전>, <7광구>, <최종병기 활>이다. 그리고 현재 이중 극장가에서 내린 영화도 있고, 아직 연일 흥행매진 돌풍을 일으키겨 계속 상영 중인 녀석도 있다. 암튼, 그 네편의 블록버스터 중에서 가장 먼저 본 퀵에 대해서 몇자 적어보려고 한다. 

이 영화의 줄거리는 뭐 굳이 언급하지 않아도 될 것 같지만 그래도 간략하게 몇자 적어보겠다. 

한때 완전 잘 나가던 폭주족이었던 한기수는 개과천선해서 아주아주 유명한 퀵서비스맨이 된다. 그리고 어느날 방송국에서 가수를 옮겨주라는 접수를 받는데, 이 가수가 알고보니 어릴때 서로 사랑하던 아롬이였던 것이다. 그렇게 오랜만에 다시 만난 그 둘은 회포를 풀 시간도 없이, 출발하려는 찰나 아롬이 기수의 헬멧을 쓰고 이내 타이머가 작동한다. 시간 내에 물건을 배달하라는 것인데, 그 물건이 폭탄이니깐 제때 알아서 보내주라는 것이었다. 이게 왠 날벼락? 하지만 그 둘은 이내 심각한 상황임을 알고 냅다 즈려 밟아 달리기 시작한다. 

알고 보니 감독은 <뚝방전설>을 연출한 바 있었다. 그냥 평범하게 봤던 영화였는데, 이번에 찍은 영화를 보니 장족의 발전을 거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안 그래도 연신 최고의 제작비(130억이었나?)를 쏟아부은 대작이라고 광고를 때렸는데, 영화를 보니 실제로 여기저기 돈 쓴 티가 팍팍 났다. 일단 이 영화는 제목 그대로 아주 스피디하게 전개된다. 속도감을 강조하기 위한 카메라 앵글부터, 음향, 각종 CG까지 모두 만족스러울 정도다. 외국에서는 제이슨 스태덤 주연의 <트랜스포터> 시리즈라든가, 빈 디젤 주연의 <분노의 질주> 시리즈 등 과감하고 시원시원한 자동차 액션 영화들이 많이 있기에 왜 우리나라에는 그런게 없나? 했었는데, 그럴 타임에 딱 등장한 영화가 바로 이 <퀵>이다. 또한, 영화 <해운대>에서 호흡을 맞춘 이민기와 강예원이 여기에서도 호흡을 맞춰 더욱 극의 재미를 더하고 있었다. 앞서 언급한 영화처럼 화려하고 멋진 액션이 들어가 있진 않지만, 코믹스러움이 들어간 내용 전개도 나름 신선하고 재밌었기 때문이다. 

위에서 보는 것처럼 쾅쾅! 하고 도심 속에서 시원하게 터져주시는 폭파장면 또한 스피디한 도로질주 씬과 맞물려 빼놓지 말고 봐야할 장면이 아닌가 싶다. 특히 영화 중하반부 도로 한가운데에서 펼쳐지는 추격씬과 자동차 폭파씬 등은 단연 압권이었는데, 어색함없이 제대로 연출되어 보는 내내 '우와!'라는 생각이 절로 들게 했다. '아아! 드디어 우리나라에서도 이렇게 제대로 부수고 박살내는 영화가 나오는구나!'라는 생각이 들면서 <트랜스포머 3>의 그것과 비교해봐도 크게 나쁘지 않다는 생각을 했다(아닌가? -.-;).  

암튼, 이 영화에 대한 필자의 감성평을 정리하자면... 

첫째. 개성있는 캐릭터들의 적절한 연기와 환상 호흡이 돋보였다. 해운대에서 사고뭉치로 나온 김인권이 여기에서도 감초 역할을 제대로 해줘서 더욱더 영화가 빛을 발했다고 생각한다. 남우조연상감이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둘째. 영화 초반 '왜 하필 나한테 이러는데!?'라고 외치는 주인공과 나쁜 놈으로 나오는 정인혁과의 관계가 영화 막바지 밝혀지면서 스토리 라인도 극 초반부터 끝까지 일관되게 진행된 것 같다는 느낌이 난다. 정인혁과 한기수와의 개인적인 원한 관계에다가 정인혁이 폭탄기술로 떼돈을 벌기 위해 벌이는 음모까지, 2개의 스토리 라인이 잘 버무러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셋째. 엄청나게 돈을 많이 들인 티가 팍팍 나면서 크게 어설프지 않은 CG 및 도심 속에서 벌어지는 대규모 추격씬이나 폭발씬 모두 시원하게 잘 그려졌다. 거기에다가 격투나 살인으로 점철된 액션이 아닌, 코믹이 버무러진 액션인지라 독특한 스타일의 한국형 액션영화를 만들어내는데 성공했다고 본다. 예전에 <흡혈형사 나도열>이 개봉하면서, 새로운 한국형 히어로를 만들려고 했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는데, 그건 실패한 반면(그나저나 이거 2탄이 2007년에 나왔다는데 극장 개봉한건 아닌 것 같고, 뭐지?? 클릭 처음 알았다, 이 영화가 2탄까지 나왔는지...호오~), 이 영화는 시리즈로 나온다고 하면 크게 호응을 얻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넷째. 무더운 여름에 시기적절하게 잘 개봉한 것 같다. 아마 봄이나 가을, 겨울쯤에 개봉했다면 덜 와닿았을 것만 같다. ^^; ㅎ 

암튼, 지금껏 평한 영화 중 가장 여름에 걸맞고, 가장 시원하게 봤던 영화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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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마지막 바이킹 관련 영화를 소개하도록 하겠다(따지고 보면 바이킹 관련 영화가 참 적다는 것을 다시금 알 수 있다).

제목 그대로 '이방인'이라는 의미인데, 내용은 다소 식상하다. 앞서 <패쓰파인더>를 소개한 적이 있는데 이 영화도 전체적인 줄기는 이와 비슷하다. 패쓰파인더에서 주인공이 인디언이고, 외부에서 바이킹족이 쳐들어왔다면 이 영화에서는 바이킹족이 주인공이고 외계인이 쳐들어오는 스토리다. 잉? 왠 외계인?? 앞서 필자가 <드래곤 길들이기>에 대한 리뷰를 쓰면서, 바이킹에 대한 다소 환상적이면서도 뭔가 심오한 이미지가 판타지적인 영화를 내놓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한 바 있다. 이 영화 역시 마찬가지다. 바이킹족이 가진 야만성(?) 혹은 와일드함, 거칠고 강인한 전사적 이미지가 외계인이라는 조합과 어울려 이 영화를 탄생시킨 것 같다. 또한, 이 영화를 만든 감독이 <언더월드 1 : 라이칸의 반란>을 만든 감독인데 개인적으로 그 영화를 좋아하기도 해서(딱 그 영화라기보다 그 시리즈물 전체를 좋아한다) 개인적으로 어느 정도 기대를 하고 이 영화를 봤다.

일단 전체적인 분위기는 상당히 음침하고 어두워서 좋다(?). 그리고 스토리 또한 B급 영화로 치부하기에는 적절했다고 생각한다. 역시 시대는 언제인지 모르지만, 배경은 노르웨이의 어느 바이킹족 마을이다. 우주선 1척이 불시착하고 물 속에서 우주복을 입은 외계인 2명이 나온다. 1명은 이미 죽은 상태였지만 나머지 1명은 멀쩡하게 살아 있었다. 그리고 그 1명은 누군가에게 잡혀가는데, 그들이 바로 바이킹족이었다. 처음에 이 '아웃랜더'를 못 믿은 바이킹족은 얘를 잡아 가두고 족치기 시작한다. 그런데 당시 바이킹족에는 두 세력이 있었고, 그들은 서로 대립각을 세우고 있었다. 그 상황에서 바이킹족의 차기 족장이 될 울프릭이 속한 마을 주변의 취락 하나가 박살이 난다. 울프릭은 상대방 세력이 공격한 것으로 판단했고, 그 자리에 있던 외계인 카이난을 유력한 용의자로 의심했던 것이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범인은 사람이 아니었다. 그건 바로 무어웬이라고 불리는 외계 괴물이었다.

거기서 카이난의 이야기는 시작된다. 카이난이 속한 집단은 살만한 별을 찾기 위해 여기저기 떠돌아다니다가 어느 한 별에 정착하게 되는데, 그 별의 원주인이 바로 덩치 큰 사자같이 생긴 무어웬들이 사는 동네였던 것이다. 그리고 압도적인 화력을 지닌 카이난 집단은 무어웬을 싸그리 죽여버리고 그 별을 청소한 다음, 자신들이 살아갈 수 있게끔 개발했던 것이다. 하지만 어떤 일로 인해 카이난은 지구로 불시착하게 됐고, 무어웬 한마리가 지구까지 따라오게 된 것이다. 스타크래프트에 나오는 테란족의 배틀 크루저같은 무기로 싸그리 죽였던 녀석들인만큼 무어웬 한마리가 지닌 파괴력은 어마어마했다. 그리고 서로 대립하던 두 바이킹족 마을은 힘을 합치게 되고, 카이난 역시 여기에 합세해 무어웬을 없앨 계획을 세운다. 그 과정에서 무어웬의 근거지까지 쳐들어가게 되고, 그 놈의 새끼까지 있는 상황에서 주인공 일행은 무어웬을 해치우는데 성공한다. 그 과정에서 차기 족장이었던 울프릭은 전사하고, 차기 대권(?)을 카이난에게 물려주고, 카이난은 호수 속에 불시착한 우주선 안에 갇혀 죽은 아내를 떠나 프레야라는 아가씨와 알콩달콩 사랑을 나누는 해피엔딩이다.

이 영화의 내용은 일단 이 정도이며, 액션씬이나 CG 수준도 상당히 수준급이다. 무어웬에 대한 묘사가 상당히 세밀하며, 움직임이나 전체적인 화면 구도 자체가 굉장히 안정적이어서 '오~의외네~'라는 생각을 했다. 다른 블로거분들의 글을 보니 흐름이 뚝뚝 끊어지는 경향이 많았다고 하시는데, 필자 개인적으로는 무난했다고 생각한다. 갑자기 외계인이 등장한 것 자체를 뭐라고 하면 할 말이 없지만...암튼, 외부 세력이 아닌 외계인이라는 소재와의 조합 자체가 일단 신선했다고 본다. 또한, 처음에 사이가 좋지 않다가 점점 대립 구도를 없애고 하나로 힘을 합치는 과정도 그닥 나쁘지 않게 자연스러웠던 것 같다. 특히나 액션 중심의 오락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당시 시대 고증에 상당히 신경을 쓴 부분들이 있어 좋았다.

먼저 바이킹족과 관련된 영화에서 많이 나오는 것들이 있다. 그건 바로 거대한 목조건물로 이뤄진 연회장과 그 안에서 뷔페식으로 벌어지는 활기차고 왁자지껄한 연회다. <베오울프>의 첫 장면을 장식한 것도 이것이며, <드래곤 길들이기>에서 주인공 히컵과 그 친구들의 심리 묘사가 주로 이뤄지는 곳 또한 연회장에서다. 여기에서도 그러한 장면은 절대 빠지지 않았다. 연회장에서 울프릭은 카이난에게 게임을 제안하고 그 게임과 연회를 통해서 카이난과 바이킹족은 하나가 될 수 있었다. 여러 사람들이 어깨 위에 방패를 올리고 그 위에 한명이 올라가 빨리 걷거나 뛰면서 그 위에서 재주를 부리는 게임인데, 바이킹족 중 최고라고 하는 울프릭 못지 않게 카이난이 이를 잘 수행함으로써 양측은 더 긴밀한 사이가 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게임에 착안한 카이난은 무어웬을 잡기 위한 함정을 팔때 이를 응용하기도 한다. 즉, 바이킹 특유의 문화적 현상을 영화 중간중간에 잘 집어넣어 스토리 전개에 무난하게 써먹었다는 점을 높이 사고 싶다.

그리고 또 하나가 바이킹 족장의 장례식장에 대한 묘사다. <베오울프>에 대한 리뷰에서는 이 얘기를 딱히 콕 짚어서 얘기하지는 않았지만, <베오울프> 마지막 장면에서도 화려하게 불타는 왕의 무덤배에 대한 묘사가 멋있었다. 필자의 기억이 맞다면, 왕의 시신과 각종 금은보화를 실은 배가 불덩이가 떨어지는 바닷가의 계곡부를 지나면서 불타 점점 가라앉는 장면이었는데, 여기에서는 울프릭의 시신이 담긴 배에 카이난이 불화살을 날려 마지막을 장식하는 장면이 나왔다. 이는 바이킹족의 배로 된 무덤들이 발견되면서 우리가 바이킹에 대해 갖는 일반적인 이미지 중의 하나가 되어 버렸다(고고자료가 아니었다면 문헌기록이 부족한 바이킹족의 상황을 아는데 많이 부족했을 것이다). 리처드 루드글리의『바바리안 - 야만인 혹은 정복자』에서도 언급한 바가 있지만, 바이킹족의 삶은 고도로 조직된 제국적 시스템이 없었을 뿐, 상당히 수준높았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바이킹족의 독특한 장례행위는 바이킹에 대한 또 하나의 문화상을 알려주는 좋은 소재라고 할 수 있다. 바이킹과 관련된 영화에서 이런 장면이 안 나오면 아쉬울 정도다.

또한 무어웬을 잡기 위한 함정을 파는데, 바이킹 남자들이 나무삽을 갖고 땅을 파는 장면이 나왔다. '오홋!' 고증에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 감독이었다면 분명 철삽을 썼을텐데 별거 아닌 부분에 신경을 썼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밖에 바이킹족 마을을 공중에서 한바퀴 돌면서 보여주는 화면이 있었는데, 건물의 형태나 취락의 구조에 대해 어느 정도 신경을 썼다는 점을 느낄 수 있었다. 거기에다가 바이킹족들이 쓰는 무기(창이나 도끼, 활 등) 역시도 괜찮았다. 다만, 중간에 카이난이 무어웬을 벨 수 있는 무기를 만들기 위해 호수 속에 가라앉은 우주선 잔해를 갖다가 무기를 만드는 장면이 나오는데, '저렇게 단단한 녀석이 풀무질 몇번에 담금질해서 강해질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긴 했다. 하지만 뭐 전반적으로 무리없이 스토리가 전개됐기 때문에 큰 상관은 없을 듯 싶다.

이상이다. 지금껏 총 5편의 영화에 대해서 언급했는데 솔직히 이 리뷰들을 기획하게 된 계기가 바로 이 영화였다. 상당히 독특한 소재에 기대한 것 이상(기대를 워낙 많이 안 하긴 했지만)의 CG와 액션씬, 스토리 라인 등이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여기저기 단순한 액션영화로 끝나지 않을만큼 고증에도 신경을 많이 써서 괜찮았다는 생각을 다시금 하게 된다. 앞으로 바이킹 관련된 영화가 얼마나 많이 나올지는 모르지만, 이제는 어떤 소재와 조합된 것이 나올지 상당히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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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소개할 영화는 조금 독특한 영화다. 뭐 내용도 그렇고, 이걸 보게 된 느낌도 그렇고.

일단, 필자는 처음에 이게 애니메이션인지 모르고 봤다. 잉? 뭔 소리야? 라고 하는 분들도 있겠지만, 처음에 TV 광고나 예고편을 봤을때 너무나 사실적인 표현때문에 실사 영화인 줄 알았던 것이다. 

인터넷에서 검색해서 한번 봐라~ 저 포스터하며, 영화 중간 캡쳐 사진까지! 아마 다른 분들도 공감하시겠지만, 예고편에 나왔던 장면들을 한번 보면 실사인지 CG인지 쉽게 구분이 가질 않을 것이다.

그래서 별 생각없이 선배 2명과 함께 극장을 찾았다. 그런데 정말 놀랍게도 그 당시에 이미 3D 상영이 되는 영화여서 뭘로 볼 것인지 물어보는 것이 아닌가. 그런데 우리는 별 생각없이 그냥 2D로 보겠다고 했고, 그렇게 극장 안으로 들어갔다. 엇! 그런데 첫 장면이 딱 봐도 컴퓨터 그래픽으로 만들어진 화면! 그래서 우리는 서로 속닥거리면서 '이거 만화였어? 잘못 들어온 거 아니야?' 하면서 당황했었다. 암튼, 그렇게 영화를 계속 감상했고, 나중에는 점점 빠져들게 되었다. 특히 놀랄 정도로 정교하게 만들어진 화면을 보면서 입을 다물지 못 했던 기억이 난다. 암튼 필자의 이런 생각은 다른 블로거들의 생각과 거의 비슷한 것 같다.

'캰슐츠님'의 '완성도 20.03%' 블로그 포스팅  →  이 분도 처음에 실사인 줄 알고 보셨단다. ^^;  

'슬픈단잠님'의 '여럿~ 공략의 장' 블로그 포스팅  →  3D 아이맥스가 아니면 재미없다라...후회된다. 다시는 못 볼테니...-.-;; 

'SALON_de_April shower' 블로그 포스팅  →  이 감독이 정말 대단한 사람인 것 같다는 생각이 거듭 든다.

일단 줄거리를 간단하게 적어보자면...

때는 바이킹이 활약하던 8~9세기 쯤이지만, 신과 인간, 괴물과 영웅이 공존하는 독특한 환경으로 설정해놨다(늘 느끼는 거지만, 우리는 그리스 신화에 너무 익숙하다 보니 그런 문화가 다른 곳에는 없었던 것처럼 착각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 것 같다. 너무 그리스 신화를 기준으로 다른 나라의 신화를 바라보려 한다고나 할까?). 호르트가르 왕의 왕국에서는 매일밤 그렌델이라는 괴물이 나타나 사람들을 살해하고, 잡아간다. 그때 바다 건너 대단한 영웅으로 소문나 있던 베오울프가 호르트가르 성에 나타나 왕을 도와주기로 약속한다. 그리고 그날밤 그렌델과 싸운 베오울프는 그의 팔 한쪽을 자르게 되고, 괴물은 죽는다. 이윽고 그렌델의 어머니인 마녀까지 죽이기 위해 베오울프는 출동하는데, 여기에서 놀랄만한 반전이 있다. 호르트가르 왕이 마녀의 꼬드김에 넘어갔고, 그 둘 사이에서 태어난 자식이 바로 그렌델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다시 주인공인 베오울프를 꼬드기는 마녀...(안젤리나 졸리가 분한 마녀는 정말 놀랍도록 아름답고 매력적이어서 남자들로 하여금 그 치명적인 마력에서 빠져나가지 못 하게 하고 있다)

예전에 베오울프를 너무 재밌게 봐서 영화를 보고 난 다음 까페에 베오울프 관련된 글을 하나 올린 적이 있다. 베오울프가 뭔지 전혀 몰랐었기에 그 내용이나 생겨나게 된 배경 등이 상당히 흥미로웠다. 일단 원본의 내용과 영화는 약간 다르다. 원본에는 그렌델과 화룡이 적으로 등장하는 내용이 1, 2부로 각각 다른데, 영화상에서는 이 둘을 하나로 묶어서 이야기를 전개하고 있으니 말이다. 어떻게 보면 좀 더 부드럽게 살을 붙여서 내용을 만들었다고나 할까? 또한, 이것이 기독교가 스며드는 그 과도기적인 단계에 등장한 영문 서사시라고 하니 그 오묘한 분위기 또한 어느 정도 이해가 갔다. 어쨌든, 스토리 면에서도 어느 정도 원작의 내용을 충실히 반영했다고 할 수 있으며, 일단 어떻게 보면 신화적 내용을 현실감있게 잘 표현한 것이 일단 마음에 들었다.

또 하나, 실사와 CG의 경계가 헤깔릴 정도로 잘 만들어진 화면은 정말 감탄사를 연발하게 한다. 물론 모든 장면에서 그런 것은 아니고, 일단 딱 보면 CG로 만들었구나~정도는 알 수가 있었다(이 감독이 <폴라 익스프레스>라는 작품을 먼저 만들었다고 하는데, 확실히 그것도 대단한 작품이지만 그거에 비하면 이건 뭐 비할 바 없이 완성도가 높은 작품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흐르는 땀방울이라든가, 바람에 날리는 머리카락이라든가, 눈썹이나 미간이 살짝 찌그러지는 등의 미세한 표정연기까지 놀라울 정도로 잘 표현해내고 있어 확실히 이전과는 다른 새로운 스타일의 영화인 것만은 분명하다. 특히 마지막 부분에 화룡과 싸우는 장면은 여느 판타지 영화 못지 않은 수준이었다. 

거기다가 바이킹의 생활을 영화 속에 잘 고증한 것 같아서 그 점도 보기 좋았다. 호르트가르 왕의 궁궐과 바이킹 전사들의 무기, 그들의 무장과 戰船, 그들의 사고방식, 연회 장면 등등 이것저것 세세한 부분까지 많이 신경을 쓴 것 같았다. 앞에 이미 소개한 2편의 영화들에 비해 전혀 고증 부분에서 후달린 부분은 없어 보였다. 또한 스토리 면에서도 서사시를 바탕으로 약간 윤색만 가했기 때문에, 개연성이 부족하다거나 앞뒤 연결이 부자연스러운 면이 오히려 적어 보였다. 물론 원본 서사시의 내용이 많이 함축되어 있었고, 기독교적인 색채, 즉 당시 서사시가 생겨나게 된 시대적 상황 등이 잘 반영이 되어 있지 않았지만 뭐 정통 사극을 지향한 영화가 아니었기 때문에 큰 상관은 없다고 생각한다. 

이상이다. 나중에라도 3D 영화를 볼 기회가 있다면 다시금 꼭 보고 싶은 이 영화, 강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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