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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룡 : 그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 ㅣ 시공 디스커버리 총서 9
장 기 마샤르 지음 / 시공사 / 1995년 4월
평점 :
'Le monde perdu des dinosaures', 이 책의 제목이다. 불어에 문외한이기 때문에 야후 바벨피쉬로 검색해보니 영어로는 'The lost world of the dinosaurs' 정도 되는 것 같다. '공룡들의 잃어버린 세계' 정도로 보면 적당하려나? 그렇게 놓고 보니깐, 저 위에 붙은 제목이 조금 마음에 안 들었다. 왠지 공룡에 대해 더 신비감을 조장(?)하는 듯한 제목이라고나 할까? 어쨌든, 책 제목에서부터 그닥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렇게 책 표지를 넘겼는데, '으잉? 이건 뭐임?' 필자의 나이가 많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적은 편도 아닌데 필자가 초등학교(그때는 국민학교 시절)때 봤던 공룡 관련 책에서나 볼 법한 삽화들은 필자의 미간을 절로 찌그러뜨리기에 충분했다.
책의 전반부는 그저 그런 내용들이 이어졌다. 공룡이라는 녀석들이 어떤 녀석이라는 식의 개설적인 내용이 전부였으니 말이다. 다만 특이한 점은 이 책의 저자가 콤프소그나투스(Compsognathus)라는 몸길이가 1m도 넘지 않으며, 수킬로그램의 몸무게를 지닌 아주 소형의 공룡을 연구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이를 통해 육식공룡의 진화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니 상당히 독특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까지 필자가 죽 봐왔던 공룡 관련 고생물학자들의 주된 관심분야는 대개 대형 공룡들이 많았기 때문이었다(예전에 시조새를 연구하는 학자의 인터뷰를 한번 본 적이 있긴 하다). 더군다나 크기가 작은 공룡의 경우, 그 골격이 온전히 남아있기 힘들텐데(실제 14쪽을 보면, 지층의 퇴적물 입자가 매우 고운 덕택에 1861년, 콤프소그나투스의 완전한 골격이 확인되었다는 내용이 적혀있다) 그런 대상을 연구 주제로 잡았다는 점이 독특했다. 그러다보니 한편으로는 저자의 중심 연구주제에 대한 내용이 책 전반적으로 많이 기록되어 있지 않았으며(개인적으로 이 작은 녀석을 통해 어떻게 육식공룡의 진화 과정을 밝혀낼 수 있는지에 대한 대략적인 내용이 나왔으면 했었다), 공룡에 대한 일반적인 내용(다른 공룡 연구자들도 충분히 쓸 수 있는)들만 나열되어 있어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은 2장으로 넘어가면서 공룡의 연구史를 간략하게 적고 있다. 역시 이구아노돈이 빠지지 않고 등장했으며, 메갈로사우르스라든가, 디노사우리아와 같은 명칭이 어떻게 생겨나게 됐는지 등의 내용이 적혀 있었다. 다만, 흥미로웠던 점은 북아메리카에서 '오스닐 찰스 마시'와 '에드워드 드링커 코프'라는 2명의 학자가 서로 경쟁적으로 공룡 화석 발굴에 매진했다는 사실이었다. 그들은 서로의 연구성과를 인정하면서도 경쟁자로 인식했으며, 전 재산을 투자해 서로 탐색대와 정보조직을 만들고, 발굴대를 갖춰 발굴을 실시했다고 한다. 그 결과, 두 사람은 북아메리카 서부의 여러 주에서 훌륭한 공룡 화석 표본을 수집할 수 있었고, 130종 이상의 공룡을 세상에 알릴 수 있었다고 한다. 그밖에도 코프의 조수였던 '찰스 해즐리어스 스턴버그'와 세 아들과 같은 이들이 계속적으로 공룡 화석을 발굴하면서 공룡 연구는 점차 활기를 띠게 되었다고 한다(유적이 주로 강을 따라 분포했던 탓인지, 숙소 겸 연구소로 이용하는 너벅선이 실린 사진이 재밌었다. 저런 식의 발굴도 한번쯤은 경험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순간 들 정도로). 그렇게 초기 유럽과 아메리카를 중심으로 진행되던 연구는 훗날 아시아와 아프리카까지 확장되었는데, 간간히 한반도에서도 확인되는 공룡 화석에 대한 소식이 절로 떠올랐다(EBS에서 제작한 <한반도의 공룡>이라는 다큐를 정말 재밌게 봤던 기억도 같이. 주인공이 점박이였던가?).
그 뒤에 조금 흥미있게 읽었던 부분은 3장의 '공룡은 어떤 동물인가' 부분에서 공룡이 '도마뱀의 골반을 갖는 용반목'과 '조류의 골반을 갖는 조반목'으로 나뉜다는 부분이었다. 이러한 이분법은 지금까지도 그대로 사용되고 있는데, 책 맨 뒤(136쪽)에도 나오지만 용반목은 다시 수각아목과 용각아목으로, 조반목은 조각류, 각룡류, 검룡류, 곡룡류 등으로 나뉜다고 한다. 이러한 내용은 이전에 몰랐던 부분이어서 상당히 신선했고, 또 흥미롭기까지 하였다. 같은 파충류인데 용반목과 조반목이라니. 조반목이라고 하면 시조새 정도만 생각했던 필자에게는 상당한 충격이었다. 그리고 공룡과 관련된 여러가지 분야의 학설들을 소개하고 있어서 공룡에 대한 개략적인 내용을 이해하는데 좋은 도움이 되었다. 물론 개중에는 이전부터 널리 알려진 것들이어서 상식적인 내용(?)도 있었지만,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몰랐던 부분들이 있어서 적잖은 흥미를 유발시켰다.
그러면서 저자는 공룡의 집단소멸에 대해서 현재 60가지 이상의 학설이 제시되고 있다고 하면서 끝맺음을 하고 있었다(솔직히 60가지 이상의 학설이 나왔다는 사실도 놀라운 것 중에 하나였다). 그렇지만 저자는 다시 그 여러가지 학설을 크게 7가지로 재분류하였다. 첫째는 먹이사슬의 변화에서 원인을 찾는 견해, 둘째는 공룡 자체의 종족의 노화, 신진대사의 이상 등에서 원인을 찾는 견해, 셋째는 전염병, 기생충, 육식공룡의 과도한 사냥, 포유류의 등장과 같이 다른 종의 등장에서 원인을 찾는 견해, 넷째는 기후의 변화에서 원인을 구하는 견해, 다섯째는 지질이나 대기의 변화(화산재, 유독가스, 지구 자전축의 이동 등)에서 원인을 찾는 견해, 여섯째는 천문학적인 사건(유성 충돌 등)에서 원인을 구하는 견해, 일곱째는 노아의 방주 혹은 우주인의 파괴, 신의 의지 등에서 원인을 찾는 견해 등이 있다고 한다(물론 현재에는 이 중에서 3가지 이론만이 중점적으로 다뤄지고 있는데, 대체로 기후 혹은 천문학적인 현상과 연결된 것들이 언급되고 있는 것 같았다). 이는 어릴때 봤던 공룡 관련 책에서도 나왔던 이야기인데, 지금 서른이 넘은 시점에서도 똑같이 언급되고 있다고 하니 세월이 흐르고 공룡에 대한 연구가 아무리 많이 진행되었어도 변함이 없구나~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또한 중간에 공룡형인간(Dinosauroid)에 대한 내용이 조금 흥미로웠지만(예전에 국내 만화 중에서 인간의 조상이 포유류가 아닌 파충류다~라는 식의 내용이 나왔던 적이 있었는데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지금은...) 전체적으로 가쉽거리처럼 쉽게 받아들여질만한 것은 없었다. 다만, 본문 마지막에 저자가 적은 문구 하나가 눈에 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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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룡이 어떻게 죽었는가가 아니라 어떻게 살아 남았는가 하는 것이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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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그렇지. 공룡은 지금껏 지구 상에 살았던 생물 중 어떻게 보면 가장 오랫동안(1억 5천만년) 번성했던 생물군이었다. 지금의 인류보다도, 인류와 같이 공존하는 여러 생물보다도 말이다. 그럼에도 그동안 공룡이 왜 멸망했는지에는 큰 관심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공룡이 어떻게 긴 시간동안 잘 살아남으면서 번성하고, 진화했는지는 큰 관심을 안 가진 것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다. 순간 한때 인기리에 방영되었던 영화 <쥬라기 공원> 1~3편 시리즈가 떠올랐다. 공룡이 어떻게 살아남았는지, 어떤 식으로 번성했는지에 대해서 잘 묘사한 영화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책을 다 읽고 나니깐, 책의 제목을 왜 저렇게 '의역'했는지에 대해서 일견 수긍이 갔다. 그 제목이 책의 내용을 보다 독자에게 흥미진진하게 받아들일 수 있게끔 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또한, 책의 말미에 한반도에서 발견된 공룡에 대한 내용이 나오고 있어서 뭔가 공룡에 대한 이런저런 생각들을 잘 갈무리한다는 느낌이 강했다. 확실히 책을 다 읽고 나니깐, 읽기 전에 생각했던 것과는 달리 상당히 긍정적인 방향으로 생각을 정리할 수 있었다(개인적으로 이렇게 책에 대한 인식이 부정 → 긍정으로 변한 경우는 많지 않다). 그래서 처음에 별 3개를 책정했다가, 4개를 책정하기도 했고.
전체적으로 분량이 얼마 되지 않기 때문에, 간단하게 읽어나가는 데에는 큰 문제가 없을 듯 싶다. 공룡에 대해 어릴적 갖고 있던 막연한 환상과 인식이 아직 남아 있는 분이라면, 한번쯤 읽어볼 만하다고 생각하기에 적극 추천하는 바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