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식과 전쟁 : 고대 국가를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 책세상문고 우리시대 74
박대재 지음 / 책세상 / 2003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얼마전에 인터넷을 하다가 우연히 검색하게 된 책이 하나 있다. 바로 위에 소개한『의식과 전쟁』이라는 책인데 전쟁과 어떤 사상적인 부분을 파악할 수 있겠거니 하는 마음에 바로 구입하게 됐다. 책 가격이나 페이지 숫자를 보면 알겠지만 굉장히 작은 책이었다. 실제 내용도 어떤 연구서적이라기 보다는 연구사를 정리한 정도라는 것을 어렵지 않게 추정할 수 있을 것이다. 최근 주인장이 전쟁고고학(戰爭考古學)과 군사생활사(軍事生活史)에 대해 공부를 하면서 이런저런 자료들을 접하고 있는데 솔직히 우리나라에는 아직 이런 연구성과가 없는 것이 사실이다. 그런 상황에서 이 책을 우연히 접해서 사게 됐는데 다 읽어본 지금, 굉장히 만족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이 책은 저자가 미국에 유학을 가서 1년여간 머물면서 공부한 자료들을 연구사적으로 정리하면서 본인의 생각과 앞으로 한국 학계가 나아가야 할 길 등에 대해서 간략하게 정리한 글인데 비록 얼마 되지 않은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주인장에게는 굉장히 많은 사실들을 시사해 주었다. 그러다보니 내용은 적은 분량임에도 엄청나게 많은 주석들이 달려있는 데다가 대부분의 주석이 외국 원전이어서 차후에 이 부분에 대해 공부하고자 할때 많은 도움을 얻을 수가 있었다. 물론 충분한 외국어 실력을 갖춘 뒤의 일이겠지만 말이다.

암튼 대강의 내용을 살펴보면 이 책은 전체적으로 전쟁에 대해서 집중적으로 언급한 책은 아니다. 본래 집필 의도는 '고대 국가의 형성'에 대하여 알아보는 것이고, 그것의 한 방법으로 의식과 전쟁이라는 수단을 언급한 것이다. 어떻게 보면 전쟁 그 자체에 대해서 알아보고자 하는 주인장의 의도와 딱 맞아 떨어지는 것은 아니었지만 군사생활사라는 측면에서 봤을때, 정치사적인 측면이 아닌 전쟁사적인 측면으로 살펴보는 고대 국가의 형성이라는 문제 역시 크게 어긋나는 주제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책의 내용은 주인장에게 새로운 시각을 갖게 해 주었고 많은 도움을 준 것이 사실이었다.

저자처럼 주인장 역시 전쟁과 의식을 통해서 차후 국가 구조나 국가 형성 혹은 기원에 대해서도 차후 공부할 예정이지만 일단은 의식과 전쟁에 대한 각종 연구사를 파악할 수 있다는 점에서 참 유용했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외국의 여러 연구 성과를 정리하면서 그것을 한국사학계의 고질병이라 할 수 있는 '4세기 국가형성론'에 빗대어 자신만의 견해를 피력한 것은 분명 주목할만한 부분이었다. 전쟁이라는 부분이 절대 중앙집권적인 정치체(국가)의 등장 이후에만 이뤄진 행위가 아니라는 점에 주목하여 우리가 흔히 원삼국시대라고 말하는 4세기 이전의 정치체에 대한 해석이 기존과는 다르게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었다. 즉, 전쟁에 대한 올바른 해석만 한다 하더라도 원삼국시대와 같은 불분명한 경계선에 놓여진 시대구분은 사라질 수 있다는 것을 말하고 있었던 것이다.

게다가 한국 고대 국가 모델을 두고 기존에 너무 중앙집권적인 부분에만 집착했다는 지적 역시 빼놓지 않고 하고 있었다. 이 부분은 한때 주인장도 생각해봤던 부분인데 이른바 '황제병' '제국병'과 같이 '중앙집권병'이라고 표현할 수 있는 부분이다. 즉, 지방분권적, 봉건제도로 이뤄진 국가는 상대적으로 덜 문명화된 정치체라는 인식이 은연 중에 깔려있는 이런 것들에 대해 저자는 여지없이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다. 이미 고고학적으로 확인되었듯이 전쟁은 계층화가 분화되면서 사유재산의 확충과 농경의 본격화를 기점으로 시작된 것이며 그것은 이전과 같은 국지전 형태가 아닌, 정치체와 정치체간의 대규모 전면전일 가능성이 더 높다. 그렇게 봤을때 전쟁이라는 행위의 주체자를 4세기 이후의 국가단계의 고대 삼국으로 규정하던 기존 견해들은 분명 수정될 부분이 많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 책을 보면서 그런 부분에 대해 재삼 생각해볼 수 있어서 좋았던 것 같다.

분명 내용은 많지 않다. 하지만 짧은 시간에, 간단하게 읽어 넘길 줄 알았는데 주인장에게 많은 부분들을 생각하게 해줬기 때문에 충분히 다른 이들에게도 추천해주고픈 책이라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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