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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여름 한국 공포영화는 그저 그랬다. 이 영화 말고도 <화이트 : 저주의 멜로디>와 <기생령> 역시 기존 영화에는 없던 소재였기 때문에 연신 방송에서 떠들고 홍보도 많이 하고 했지만, 대부분 성적은 초라했다. 그나마 이 영화가 조금 나았다고 해서 봤지만 이 역시도 뭐 그냥 그저 그런 영화일 뿐이었다(관련 기사를 보니 초반에만 반짝하고 전체 흥행성적은 화이트가 가장 높은 것도 같다. 클릭). 

간단하게 줄거리를 읊어보자면, 주인공 소연은 어릴적 충격으로 폐쇄공포증을 앓고 있는 아가씨로 펫숍에서 미용사로 일하고 있다. 고양이를 사랑하고 아끼는 역할이기 때문에 앞으로의 내용 전개에서 어떻게 살아남을지 극 초반에 충분히 짐작 가능하다. 그리고 이야기는 소연에게 고양이를 맡긴 아줌마(부잣집)가 엘레베이터에서 죽는 것부터 시작한다. 이후 이야기는 예상한대로 흘러간다. 소연 주변의 고양이를 괴롭히는 사람들이 하나둘씩 죽게 되고(소연이 다시는 펫숍 주인이라든가, 고양이를 괴롭히는 소연 친구 보희, 고양이 안락사시키는 남자 등), 소연은 그것이 고양이 '비단이'(처음에 죽은 아줌마가 기르던 고양이)와 관련있는 일이라고 짐작하게 된다(아래 사진의 고양이가 비단이다). 경찰의 부탁으로 비단이를 집에서 기르는데, 그때부터 어린 소녀를 보기 시작한다(이때 어린 소녀는 거의 주온의 그 아이처럼 숑숑 등장한다). 

뭐 다음의 영화 소개를 보니, 세 사건 모두 밀폐된 공간에서 목격자 없이 죽었으며, 사체 발견시 현장에서 고양이가 발견되었다는 공통점이 있음을 강조하고 있는데...그게 무슨 큰 상관이 있는지 모르겠다. 그것만 갖고 이야기 전체를 이끌어가고 있어 연결고리가 상당히 취약하기 때문이었다. 대개 저런 식의 스토리가 이어지려면, 세 사건에서 죽은 사람이 고양이를 괴롭히던 존재라는 것만 갖고는 안 되며, 서로 어떠한 상관성이 있어야만 하는게 아닌가 싶다. 예를 들어 엄정화가 열정적(?)인 엄마로 분한 <오로라 공주>에서처럼, 서로 관련없는 듯한 여러 사람들이 갑자기 의문의 죽음을 당하고, 결국에는 그 죽은 사람들이 모두 하나의 사건으로 귀결되는 그런 스토리가 되어야 하지 않나 싶다. 하지만 여기에서는 그런 연결고리가 취약하다. 그래서 내용 전개에 있어서 어설픈 부분들이 있다. 

내용을 좀 더 스포하자면... 

저 사진 위의 소녀(위에서 갑자기 슝슝 나타난다는 아이)가 이 모든 살겁(?)의 원흉이다. 저 아이는 고양이를 너무 좋아해서 살던 아파트 지하실에서 버려진 고양이들과 함께 매일 즐겁게 노닌다. 하지만, 아파트에 사는 아줌마들은 집값 떨어진다고 지하실을 완전 메워 버리라고 경비 아저씨를 닥달하게 되고, 마침 소녀가 지하의 정수조에 사고로 빠지게 된 그 찰나에 지하실을 완전히 메워버린다. 그리고 소녀는 고양이를 괴롭힌 사람들에게 복수를 하고, 그나마 박민영은 고양이를 잘 대해줬기에 죽음을 당하지 않고, 결국 소녀의 안타까운 죽음을 발견하고 진실을 파헤치게 된다는 것이다. 

일단...내용은 이게 전부인데, 상당히 진부하다. 뭐 방송에서는 고양이가 단순히 가해자측의 상징처럼 묘사되지 않고, 사건을 보고, 뭔가 비밀을 안고 있는 그런 존재로 그려냈다고 이 영화가 신선하다고 하고 있다. 그러나 필자가 보기에는 신선하지 않다. 우리가 흔히 靈物이라고 부르는 고양이(개에 비해서도 상당히 신비한 느낌이 나긴 한다)의 이미지대로라면 이 정도의 설정은 지극히 자연스러우며, 너무나 익숙해서 별게 없다고 봐야하지 않나 싶다. <캣 우먼>과 같이 고양이가 9개의 심장을 갖고 있다는 설정에 따라 만들어진 히로인이 등장하는 헐리웃 영화처럼 만들었다면 당연히 우리나라에서는 별로 호응을 얻지 못 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설정이 익숙하기에 그나마 이 정도로 관객을 끌어모은 것이 아닐까 싶다. 즉, 전체적인 내용이 그만큼 익숙하다는 것은 달리 말하면 진부하다는 의미가 될 수 있다. 

하물며 진부한 소재와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내용 전개가 어설프기 때문에 솔직히 보는 내내 '저게 뭐야?'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소녀는 그저 고양이랑 놀다가 자신의 실수로 정수조에 떨어져 다쳤고, 그 사이에 지하실이 메워진 것인데 왜 애꿎은 고양이를 괴롭히는 사람들만 죽어나는가? (솔직히 그 사람들은 그 소녀의 죽음에 직접적으로든, 간접적으로든 전혀 관여하지 않은 사람인데) 더군다나 아이가 실종됐음에도 이를 제대로 처리앉는 그녀의 아버지와 손녀가 죽어 정신이 나간 할머니를 등장시키는 것은 좋은데 그것이 극의 긴장감을 살리는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고 있었다. 즉, 결론은 소녀가 자신의 억울한(?) 죽음을 누가 알아줬으면 했고 그 메세지를 고양이를 통해 전달하려고 했다는 것인데 각 부분의 연결고리가 미약하다 보니 내용이 이리 갔다, 저리 갔다 했던 것 같다.





예고편 동영상이 있으니 이건 참고하시고~ 

솔직히 박민영이 이 작품으로 <폰>의 하지원, <장화, 홍련>의 임수정 뒤를 이을 수 있다고 보지는 않는다. 그리고 그만큼의 퀄리티가 있는 작품도 아니었고 말이다. 매 여름마다 그래도 한편씩은 공포영화를 봤었는데, 이번에는 망한 것 같다. 

나중에 기회되면 한번 보시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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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중반기 영화계를 강타한 영화를 꼽으라면 누구도 주저없이 <써니>를 꼽을 것이다. 120여일동안 무려 740만이 넘는 관객을 동원해 역대 한국영화 11위에 랭크되었다고 한다(클릭). 이 영화는 처음에 필자의 관심을 크게 끌지 못 했다. 일단 장르가 드라마적인 것이었고, 여자들만 나오는지라 뭔가 잔잔한 이야기로만 진행될 것 같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래서 <풍산개>라든가, <모비딕> 같은 영화보다 빨리 개봉했음에도 불구하고 한동안 신경쓰지 않았던 것이다. 그런데 주변에서 계속 재밌다는 이야기들이 들리면서 한번 가 볼까? 하는 호기심에 가게 되었다. 결과는 대만족! 이미 <과속스캔들>을 대박(이건 무려 830만명 동원!) 낸 감독의 작품인만큼, 비슷한 분위기가 풍기면서도 뭔가 친숙하고 잔잔한 내용이 아주 좋았다.

내용은 아주 간단하다. 진덕여고의 춘화, 장미, 진희, 금옥, 복희, 수지는 소위 학교에서 말하는 '잘 나가는' 아이들이다. 그 학교에 전라도 벌교에서 한 학생(나미)이 전학을 오게 되고, 춘화를 비롯한 아이들은 곧 나미를 자신과 같은 그룹(?)으로 소속시킨다. 진덕여고 의리짱 춘화, 쌍꺼풀에 목숨 건 못난이 장미, 욕배틀 대표주자 진희, 괴력의 다구발 문학소녀 금옥, 미스코리아를 꿈꾸는 사차원 복희 그리고 도도한 얼음공주 수지 등. 그리고 수지와 나미는 초반에 마찰을 빚게 되지만, 나미가 경쟁그룹 ‘소녀시대’와의 맞짱대결에서 할머니로부터 전수받은 사투리 욕 신공으로 위기상황을 모면하는 대활약을 펼치고, 점차 7명은 하나가 되어간다. 7명의 단짝 친구들은 언제까지나 함께 하자는 맹세로 칠공주 '써니'(영화 제목)를 결성하고 학교축제 때 선보일 공연을 야심차게 준비하지만 축제 당일, 뜻밖의 사고가 일어나 뿔뿔이 흩어지게 된다. 그리고 수십년이 지나 이미 결혼하여 번듯하게 돈 잘 버는 남편과 이쁜 딸을 둔 평범한 아내이자 엄마가 된 나미는 우연히 춘화를 만나게 되고, 춘화가 곧 죽을 병이라는 사실에 놀란다. 그래서 춘화를 위해 나미는 옛 멤버들을 다시 모은다는내용이다.

일단 이 영화는 여자들,아니 엄마들의 심리를 잘 표현한 것 같다. 뭐 필자가 여자도 아니고, 엄마의 마음을 그렇게 잘 아는 것도 아니지만 느낀 감상을 위주로 몇자 적어보도록 하겠다.

1. 칠공주

영화 속의 칠공주라는 것은 어찌 보면 상당히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표현이다. 소위 '흑장미파', '칠공주파'와 같이 과거에 학교 짱! 이라고 불리는 일진 그룹을 대표하는 명칭이기 때문이다. 물론 이 표현에는 불량스럽고, 거친 의미가 들어가 있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남들과 다른 일탈을 꿈꾸고, 학창 시절 획일적인 삶(공부만 하는)을 거부한다는 그런 뭐 나름의 진취적인 의미도 담고 있지 않나 싶다. 그렇게 봤을때 감독이 하필 멤버를 7명으로 선정한 것은 이 영화가 추구하는 복고풍과 아주 적절하게 어울리는 것이 아닐까 싶다. 솔직히 남자들이 7명으로 구성되어 칠왕자라든가, 하는 식의 그룹을 형성하는 설정은 없지 않은가? 이것만 봐도 딱 여자를 위한 영화가 아닐까 싶다.

2. 귀여운 복고

요즘 여성그룹 티아라의 <롤리폴리>라는 곡이 연일 인기인데, 이 영화 역시 복고라는 테마를 갖고와 크게 인기를 끈 것이 아닐까 싶다. 각 배우들의 어린 시절을 보면, 복장이라든가 말투라든가, 행동에 있어서 향수를 불러 일으킬만한 것들이 가득가득이다. 어설프게 어른이 되고 싶어 화장을 한다든가, 커피숍에 가서 음악을 들으며 차를 마신다거나, 팝을 들으면서 멋을 낸다거나, 담배를 멋지게 피우는 남자를 동경한다거나, 좋아하는 남자를 짝사랑하고, 다시 그 짝사랑이 이뤄지지 않아 슬퍼한다거나...어린 시절 누구나 겪는 여자들의 아련한 향수를 복고라는 테마와 잘 버무려 표현해냈다. 이는 영화 <친구>와는 또 다른 스타일인데 더 상큼발랄하고 밝은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어 좋았던 것 같다.

3. 여자들의 우정

이게 어떻게 보면 이 영화의 가장 큰 주제가 아닐까 싶다. 우정. 영화 <친구>에서도 우정이라는 주제가 다뤄지긴 했다. 대신 그걸 다루기 위해 감독은 폭력과 조폭, 살인과 죽음이라는 소재들을 갖다 붙였다. 그에 비해 여기에서도 감독은 죽음이라는 소재를 갖다 붙였지만, 폭력은 다소 약화되어 표현되었고(짱끼리 욕으로 싸우는 장면이라든가, 시위 현장에서 싸우는 거라든가, 수지의 무서운 모습이라든가, 수지 얼굴에 상처가 나는 모습 등등), 연신 코믹과 신파, 드라마가 그 자리를 메우고 있었다. 어떻게 보면 적절한 여성적인 영화가 아니었나 싶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똑같이 1명의 친구가 죽지만, 결론은 전혀 다르다. 어느새 사회적으로 크게 성장한 춘화는 나미에게는 써니의 짱 자리를 주고, 나머지 친구들에게는(나미보다 다 못 살고 있는) 어릴때 그들의 꿈을 계속 이어나갈 수 있도록 경제적인 지원을 해주고 이 세상을 뜬다. 이 부분이 중요한 것 같다. 감독은 단순히 춘화라는 친구 한명이 잘 먹고 잘 살아서 나머지 친구들도 호강하게 된다~를 얘기하고 싶은 것은 아닐 것이다. 여자들의 우정과 의리에 대해서 이런 식으로 아름답게 표현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혹시 극장에서 못 본 분들이 있다면, 나중에 DVD 등으로 꼭 봤으면 한다.

영화 중간중간 나오는 소소한 재미들(특히 어린 나미가 눈을 확 뒤집어까고 걸죽한 사투리 욕을 내뱉는 장면은 압도적!)은 물론이요, 전체적으로 무리없이 흘러가는 스토리 라인, 누구나 쉽게 공감하고 이해할 수 있는 친숙한 소재들과 설정 덕택에 관객들은 이 영화에 쉽게 녹아들고, 쉽게 적응할 수 있던 것이 아니었나 싶다.


덧글 1. 그러고보니 지금까지 영화 3편에 대한 리뷰만 했지만 장르가 다 달라서 신기하다. 최근에 개봉한 한국 영화들이 정말 다양한 장르에, 다양한 내용을 담고 있구나~라는 것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

덧글 2. 개인적으로 어린 수지 역을 맡은 민효린보다, 어린 춘화 역을 맡은 강소라가 상당히 매력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흐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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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초에 본 한국 영화다. 개봉한지 2주 정도 지난 뒤에 봤던 것 같다.

원래 한국 영화는 유료 시사회를 보든가, 개봉 당일 혹은 개방한지 2~3일 내로 보는 편인데, 2주 정도 지나고 봤다는 건 그만큼 이 영화에 대해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는 의미가 된다. 주제도 그렇고, 내용도 그렇고 그닥 극장에서 볼 필요가 있을까~싶기도 했지만, 영화를 보러 갈 사람들과의 대화에서 제외된 영화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그래도 보긴 봤다. 그리고 결론부터 말하자면 뭐 나쁘지 않네~였다.

김기덕 감독의 영화들을 지금껏 주욱 봐왔지만 우와! 재밌다! 라고 딱 느낄만한 것들이 많지는 않았다. 그냥 본 영화들이 많았다. 물론 봤을때 재미가 있다, 없다는 단순한 평가기준에 맞춰봐서 왠만한 영화들은 재밌다~정도로 분류가 가능했던 것도 사실이고. 암튼, 이 영화는 김기덕 감독이 3년 만에 내놓은 작품이라고 해서 연신 크게 광고를 때린 기억이 난다. 주제가 주제인만큼, 모든 배우들이 노개런티로 출연을 결정하기도 했고, 영화의 모든 스탭진들이 투자를 해서 만든 영화인만큼 영화 제작 당시 모든 사람들이 열과 성을 다해 제작한 영화임을 알 수 있었다. 아무리 그대로 뭐 윤계상과 김규리가 파격 연기 변신을 했다고 보기는 힘들었고, 김규리가 전라 열연 화제를 했다고 크게 대서특필할 필요는 없었을 것 같다.

암튼 영화 얘기를 약간 하자면...

영화의 스토리는 간단하다. 풍산(영화 속에선 이름이 없는 걸로 나온 듯 한데, 암튼 다음 영화 정보를 보니 '풍산' 역이라고 나와 있어서 일단 이렇게 가겠다)은 북한과 남한을 3시간만에 다녀올 수 있는(왕복 3시간인지, 편도 3시간인지 영화 속에서는 좀 애매모호하게 나오는 것 같다) 남한 내 유일한 연락책이다(헐리웃 영화 <트랜스포터>의 많이 변형된 한국 버전이라면 좀 오바일까? 암튼~). 그는 북한의 귀중품을 밀반출하는 일(물론 그게 뭔지 일일히 확인하지는 않지만)도 하고, 북한의 어린아이를 남으로 실어오는 역할도 하며, 남-북간에 못 만나는 이산가족들의 사진이나 비디오 등을 연결해주면 일반 사람들의 연락책 역할을 꾸준히 하고 있었다.

하지만 어느 날 예기치 않은 일이 터진다. 국정원에서 풍산의 존재를 알게 되고, 그에게 현재 남쪽에 망명 중인 북한 고위관리의 情人을 남으로 데려와 달라고 요청한다. 그리고 설마 설마 하다가 딱 하니 풍산이 미션 컴플리트! 를 하자, 떡 하니 그를 제거하려고 하고, 풍산에게 오히려 국정원이 당한다. 그와 동시에 북에서는 남으로 망명한 북한 고위관리를 없애기 위한 팀을 파견하고, 그 와중에 풍산은 북, 남 모두에게 쫓기는 신세가 된다. 끊임없이 풍산에게 '넌 도대체 정체가 뭐야!?'라는 질문을 하면서 북, 남은 그를 고문 혹은 압박하고, 그 과정에서 풍산은 인옥과 사랑에 빠지게 된다. 하지만 결론은 Bad 엔딩이다! 북한의 고위 관리도 죽고, 인옥도 죽고, 종래에는 풍산도 죽는다. 그렇게 이야기는 마무리한다.

이 역시 별 4개 다 주면 좀 아깝고, 별 3개 반 정도를 주고 싶지만 암튼~

몇가지 부분에서 필자의 생각을 한번 적어보겠다.

1. 민감한 주제를 잘 풀어낸 영화

남-북 간의 이념 대립과 분단이라는 주제는 영화에서 극과 극으로 다루는 주제 같다. 일단, 6.25 전쟁 및 각종 폭탄테러 등 분단 상황을 대규모 블록버스터의 스타일로 풀어내는 전쟁-액션 영화들이 있겠고(쉬리, 태극기 휘날리며, 실미도, 태풍, 고지전 등), 이처럼 남-북 간의 이념 대립에 주목해 몇몇 사람들의 심리나 활동상을 그려낸 다소 미시적인 시각의 영화들이 있는 것 같다(공동경비구역 JSA, 꿈은 이루어진다, 웰컴 투 동막골, 적과의 동침 등). 그렇게 봤을때 이번 영화는 영화 후반부에 코믹스러운 장면들(인옥을 죽이고 풍산의 삶을 엉망으로 만든 남-북한의 국정원 직원 및 암살단을 한방에 몰아넣고 무기를 하나씩 넣어주는 장면)이 나오긴 하지만, 전체적으로 현재 남-북이 어떤 상황인지, 그 안에서 여러 사람들이 어떤 생각을 갖고 살아가는지 등을 잘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끊임없이 풍산에게 '너의 정체가 뭐냐!? 너 북이야, 남이야?!'를 강요하는 남-북한의 악당(?)들을 보고 있노라면, 과연 우리들의 정체성은 무엇인지? 하는 생각이 떠오르게 된다. 북이야, 남이야가 아직도 중요한가? 북한 사람이나 남한 사람이나 다 한민족이고, 윗대가리들의 정치적 선택 때문에 오늘날 이렇게 분단이 되어 있는데...정작 아랫 사람들을 그렇게 족치듯 옭아매고 통제하면서 그들에게 어느 편이냐! 를 묻고 강요하는 것이 참 재밌었다. 그러면서 풍산은 끝까지 한마디도 하지 않고, 자신이 누구이며, 어느 편인지 이야기하지 않는다. 이게 참 멋진 반전인 것 같다. 이렇게 감독은 영화 처음부터 끝까지 관객에게 생각을 하게 만드는 것 같다. 성분(?)이 확실한 주변인들을 두고, 그 사이에 성분(?)이 불분명한 풍산을 놓고 여러 인간 군상들을 그려내고 있는 것이다. 물론 그 사이에는 젊은 요원(이름 모른다)과 인옥이라고 하는 중간자적 입장에서 양측을 어느 정도 객관적으로 인식하는 사람들도 있긴 하지만. 그런 인적 관계를 만들어놓고, 그 안에서 '자아~이제 어떻게 되나 보자~'하는 것이 마지막 장면에서 절정에 치닫는 것이고.

그렇기에 오히려 독특했던 영화 같고(여타 영화처럼 일방적으로 어느 한쪽이 좋거나 나쁘다, 혹은 남-북은 무조건 하나니깐 우리 다 같이 잘 살아보자~와 같은 스타일이 아니었다), 남-북의 민감한 상황을 영화에 은유적으로 잘 그려냈다는 느낌이 들었다(최근에 북한에서 금강산 일대의 재산권을 놓고 강제성을 부여한다는 기사를 봤다. 그러면서 북한은 여전히 군사도발을 감행하고 있고, 북측 정치권은 변화를 모색하고 있고, 남쪽에서는 북측의 수해에 지원하기 위해 국민의 혈세를 동원하려고 하고 있고...암튼 남-북한은 단순한 분단국가 이상을 넘어 복잡한 국제 정세 속에 놓여있는데 이 영화는 그러한 상황을 잘 표현한 것이 아닐까 싶다).

2. 상상의 스토리라서 허구가 너무 심하다?

아무리 특수훈련을 고도로 받은 정예라 하더라도 서울에서 평양까지 3시간만에 주파할 수는 없다. 당연히 이건 말이 안 되는 허구다. 거기다가 물건을 갖고 오는 것과 사람을 데리고 오는 것은 차원이 다르다. 그렇기에 영화에서 이런 허구가 들어간 부분이 많은 것을 그냥 이해하고 넘어가야 하나? 아니면 일일히 지적하면서 비현실적이라 여겨야 하나?

먼저 북한의 국보급 불상을 풍산이 가져오게 되고, 이것을 남한 내에서 유통시키려는 일당이 사로잡혀 풍산에 대한 이야기가 국정원까지 올라간다. 여기에서! 풍산이 지금껏 여러번 남-북을 오고 가면서 유통시킨 물품이 많았을텐데 왜 하필 이런 식의 설정으로 그의 존재가 국정원에 알려져야 하나? 또한, 풍산은 집도 잘 갖추지 않고, 무슨 골방같은 곳에 살면서 벌어온 돈을 쌓아놓고 쓰지도 않는 사람이다. 그렇다고 그가 아주 최신 설비로 무장하거나 그것으로 무얼 이루려는 것도 없는 사람이다. 당연히 그런 위험한 일을 하면서도 신분 노출에 대한 보호가 전혀 없었던 것인데, 저렇게 허술하게 그의 존재가 노출된다는 설정은 조금 억지스러웠다. 물론 그의 정체가 남이냐, 북이냐, 과거에 뭐 했던 놈이냐, 지금 뭐하는 놈이냐...등을 철저하게 비밀에 감춰 그를 통해 우리의 정체성까지도 고민하게 만드는 것은 좋았지만 어느 정도 가이드라인은 정해져 있었어야 하는게 아니었나 싶다.

아이를 데리고 넘어오는 설정은 그렇다 쳐도 다 큰 성인 여성을 데리고 넘어온다니. 그것도 압록강 넘어 중국으로 가는게 아니라 남쪽 휴전선을 넘어서...중간에 지뢰가 터짐에도 불구하고 살아남지를 않나, 아주 난리도 아니다. 또한 남쪽 휴전선을 넘을 때에는 군인에게 사로잡힌 인옥을 풍산이 직접 빼내오기도 한다. 휴전선 부근에 주둔하는 남-북한군이 일반인 하나 어쩌질 못 하고 있으니 조금 어이가 없다는 생각도 해 본다. 이왕 남-북을 오가는 스페셜한 연락책이라면, 좀 더 프로페셜널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어땠는가 싶다. 물론 그런 것에 집중한다면 아무래도 영화의 본질에서 벗어나는 것이긴 하겠지만 말이다.

남쪽으로 망명한 고위 관리에 대한 경호라든가, 신변 확보 부분 역시 어색하다. 영화 속에 나오는 망명한 고위 관리는 거의 황장엽 급의 거물처럼 그려지고 있던데,(내가 알고 있는 거 다 말하면 서울은 불바다야! 뭐 이런 식의 내용이었던 것 같은데 지금은 잘 기억이 나질 않는다) 그의 情人이 북한에서 고이 살아있었던 것도 신기하고, 고위 관리에 대한 대접 또한 허술했다. 길거리를 가다가 총알 세례를 받는 장면이라니...쯧쯧. 너무 인옥에 대한 집착이라든가, 질투에만 눈이 먼 사람처럼 그려지는 것 같아서 그 점이 좀 안타까웠다. 물론 나중에는 회개(?)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며 끝이 나지만, 비현실적인 내용이 많았던 것은 사실이다.

또한, 약간 어이가 없었던 장면은 또 있었는데, 바로 북측 암살팀에 사로잡힌 풍산과 인옥이 그 절대절명의 순간에서도 서로 묶여 있는 몸으로 한데 엉켜 슬픈(?) 키스를 나누는 장면이었다. 이걸 보면서 2가지 생각을 했다. 지금 굳이 저 장면이 필요한가? 아니면 굳이 저 장면을 넣은 제작진의 의도는 무엇인가? 솔직히 잘 모르겠다. 이걸 단순히 어이없어~왜 갑자기 저래? 라고 하면서 욕하고 말 것이 아니라, 뭔가 숨은 뜻을 파악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너무 생뚱맞아서). 그래서 필자가 내린 결론은...어차피 비현실적인 설정과 내용이기에 차라리 은유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더 비현실적인 내용을 집어넣은 것은 아닐까? 하고. 그 키스는 단순히 두 남녀의 욕정을 묘사하는 것에서 그치는 것만은 아닌 것 같았다. 그 키스로 인해서 북에서 내려왔지만 정체성이 북인지, 남인지 불분명한 '인옥'과 남에서 살지만 북에 너무 자주 왔다갔다해서 그 정체성이 불분명한 '풍산'이 하나가 되었다는 의미로 볼 수 있으며, 이는 곧 남-북이 지금도 서로 모순된 관계 속에서 끊임없이 관계성을 부인하지 않으면서 대립하고 있는 것(서로를 인정하면서도 인정하지 않는 뭐 이상한 관계? ^^;)과 비교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그리고 끝내 그 두 사람을 죽음이 갈라놓게 되고...뭔가 암시하는 내용들이 많았던 것 같았다.

뭐 이 2가지 정도만 언급하겠다.

전체적으로 제작진이 함축적인 내용, 상징적인 의미를 많이 집어넣어 영화를 만들었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러다보니 내용이나 소재 자체가 신선하면서도 허구인 경우가 많았고, 또 그 허구의 내용이 공감되면서도 이해가 되는 그런 영화였다. 우리나라이기에 나올 수 있는 영화라는 생각도 들었고, 이런 식의 내용을 좀 더 현실적인 분위기로 풀어내면 어떨까 싶기도 했다(공동경비구역 JSA에서 나온 내용이 당시에는 에이~라고 할만했지만 그와 비슷한 사건이 있었다는 신문 기사를 본 적이 있다(클릭). 이처럼 남-북간의 비현실적인 이야기를 조금만 더 현실적으로 접근해도 재밌는 이야기가 나올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어쨌든, 최근에 본 한국 영화 중 가장 의미있는 영화가 아니었나 싶다.


덧글 1. 그나저나 '오다기리 조'가 여기에서 북한군 1역을 했다는데...나중에 다시 봐야겠다! 대체 어디서?! 왜??

덧글 2. 풍산개 관객수를 보니, 개봉 4일만에 28만명을 동원하며 손익분기점(25만명)을 돌파했지만 이후 68만 5천명을 기점으로 죽죽 줄어든 것 같았다. 아마 해리포터나 이후 필자가 쓸 대형 블록버스터의 등장 때문일 것이다. 김기덕 감독이 '한국 영화계에 고하는 김기덕 감독의 외침'이라는 성명서를 이틀 연속 냈다고 하지만 결국 관객들의 외면을 받은 것일까? 개인적으로 흥미있게 봤지만, 그렇다고 이 영화의 성적이 그리 나쁘다거나 좋다거나 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노 코멘트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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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영화 리뷰를 작성하는 것 같다. 일단 최근에 한국 영화들이 계속 상영하고 있고, 좋은 성과들을 얻고 있는 것에 축하를 보내며 1~2달 전부터 봐 왔던 한국 영화들에 대한 리뷰를 간단히 적어보고자 한다. 필자는 막연히 <고지전>부터 쓰면 되겠지? 라는 생각을 했는데, 다이어리를 주욱 보니(필자는 영화티켓을 다이어리에 다 붙여둔다), 6월 말에 <모비딕>을 봤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로부터 한달 전에는 <헤드>를 봤고.(물론 그 사이에도 영화를 꾸준히 봤지만, 모두 헐리웃 영화였다) 그래서 어떻게 할까 하다가, <헤드>의 경우, 그닥 재밌게 봤다는 생각은 안 들어서(굳이 별을 주면 5개 중에서 3개 반 정도), <모비딕>부터 간략하게 리뷰를 써보자~고 마음먹었다. 

 <모비딕>은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다룬 음모론 영화다. 음모론(conspiracy theory)을 사전에서 찾아보니 '사회에 큰 반향을 일으킨 사건의 원인을 명확하게 설명하지 못할 때, 배후에 거대한 권력조직이나 비밀스런 단체가 있다고 해석하는 것을 말한다'고 한다(http://enc.daum.net/dic100/contents.do?query1=10XXX10174). 뭐 대표적인 예로 9.11 테러 미국 정부 자작설, 예수 결혼설, 존 F 케네디 암살 배후설, 히틀러 생존설 등등부터 해서 프리 메이슨에 이르기까지 전 세계적으로 아주 널리 알려진 것들을 음모론이라는 단어 하나로 묶을 수 있겠다. 더불어 음모론의 영문 단어 그대로, 그러한 사실을 소재로 한 영화 <컨스피러시>가 떠올랐다(97년도 작품인데, 멜 깁슨과 줄리아 로버츠가 나오는 영화이며, 처음에는 무슨 내용이야? 이랬다가 볼수록 몰입했던 기억이 난다. 그때에는 이 제목의 뜻이 뭔지 몰랐기 때문에 더욱 재밌게 볼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럼 이런 의문이 떠오를 것이다. 음모론? 그럼 우리나라에도 그런 배후 세력이라는게 있단 말인가? 만약 있다면? 이라는 흥미로운 의문에서 영화는 출발한다(아마 제작진도 그러한 흥미에서 영화를 만들지 않았나 싶다). 

대강의 내용은 이렇다(이미 오래전 영화이므로 스포가 아닐 듯 싶다. ^^;)  

때는 1994년 11월 20일, 서울 근교 발암교에서 의문의 폭발 사건이 일어나고, 사건을 추적하던 열혈 사회부 기자 이방우 앞에 어느 날 오랫동안 연락이 끊겼던 고향 후배 윤혁이 나타난다. 그는 일련의 자료들을 건네며 발암교 사건이 보여지는 것과 달리, 조작된 사건임을 알린다. 발암교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기 위해 이방우는 동료 기자 손진기, 성효관과 특별 취재팀을 꾸리지만 취재를 방해하는 의문의 일당들로 인해 그들은 계속 위험에 처하게 된다. 그리고 그들은 점점 정부 위의 정부, 검은 그림자 조직이 있음을 실감하게 된다. 

이처럼 이 영화의 주인공들은 모두 사회부 기자다. 물론 윤혁은 보안사 소속이라서 약간 다르지만. 일단 스릴러라고 하면 잘 생긴 남자 주인공과 미모의 여자 주인공이 등장해 긴장감 넘치는 스토리 라인을 전개한다는 설정이 가능할 테지만, 여기에서 그런 것은 없다. 주인공이 싸움을 잘 하는 것도, 특출난 능력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냥 주인공들은 이런저런 단서를 통해서 사건을 파헤치려고 뛰어드는 평범한 기자들일 뿐이다. 기자와 같은 평범한 사람이 거대 세력과 맞서 싸우면서 뭔가를 파헤친다는 설정이 괜찮았던 것 같다.  

또한, 과거 보안사의 민간인 사찰에 대한 양심선언 실제사건과 발암교 폭발이라는 가상사건을 기점으로 이야기는 시작한다. 그렇기에 어찌보면 지금도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을지도 모른다~라는 생각들을 하게끔 해준다. 영화로 만들어진 것은 처음이지만, 평소에 쉽게 생각할 수 있는 소재라는 점에서 일단 친근감이 들었다.  

하지만 그 시기를 1994년으로 잡은 것은 좀 의아했다. 1994년이라면 필자가 중학교때로 '지존파' 사건이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되었던 해이다. 그것 말고는 뭐 딱히 기억에 남는 것이 없는데, 왜 하필 1994년을 영화의 시작점으로 잡았는지가 의아했다. 북한과의 대립이 극에 달했던 시기도 아니고, 폭탄테러라고 하는 요소와 딱히 상관도 없던 시기 같았는데(최근이야 국군의 해외파병이 잦아지면서 우리나라 역시 국제적 위상이 높아졌는지, 폭탄테러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는 상황이지만) 왜 그랬을까? 차라리 아웅산 묘소 폭파사건이나 KAL기 폭파사건이 벌어진 1983년을 기점으로 잡았으면 어땠을까? 싶기도 하다. 아니면 차라리 최근의 천안함 폭침 사건을 한번 다뤄보든가. 암튼, 그런 의아함을 떠나 보이지 않은 검은 세력이 늘 사회를 좌지우지 흔들었다~는 설정이 중요한 것이니깐 일단 시기 문제는 생략하도록 하겠다. 

앞서 얘기했지만 일반인이 주인공으로 나오는 영화다 보니깐 액션씬이나 멋있는 장면 등은 나오지 않는다. 그러다보니 화면 전환이라든가, 내용 전개에 있어 박진감이 넘친다는 느낌도 없다. 그리고 황정민이라든가, 김상호와 같은 연기파 배우들이 나옴에도 불구하고 영화의 긴장감이나 스릴러적인 분위기가 잘 전달되지 않는 것도 같았다. 아마 스토리 자체에서 오는 약점 때문이 아닐까 싶은데, 스토리에서 몇몇 빈약한 부분들이 눈에 띄었다.  

먼저 발암교 폭파 사건을 통해 보이지 않는 검은 손이 이끌어내려고 한 목표가 뚜렷하게 제시되지 않고 있었다. 분명 영화의 첫 시작을 알리는 장면인데도 불구하고 그 폭파 사건이 일어남으로써 앞으로 영화가 어떻게 진행될 것이다~에 대한 내용이 자세히 소개되지 않았다. 그러다보니 발암교 폭파 사건으로 죽은 평범한 사람들에 대한 누명을 벗겨주고, 그들에 대한 진실이 밝혀지는 과정에 있어서도 극적 효과는 거의 없었다. 뻔하게 예상된 스토리라고나 해야 할까? 중간중간 거대한 고래가 나오는 꿈을 황정민이 꾸는 장면이 몇번 나오는데 이는 아마 소설 <백경>에 나오는 어마어마한 거대 존재를 묘사하고자 했던 의도 같다(영화 제목도 그래서 모비딕이고. ㅋ 지금 생각났는데 한 후배가 이를 모네딕으로 읽어서 한참 웃었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정작 거대 존재에 대해서는 잘 알려진 면모가 없다. 물론 정부 위의 정부, 거대한 검은 조직이니까 영화에 낱낱히 소개되면 재미가 없겠지만, 너무 신비주의 전략으로 일관한 듯한 느낌도 강하게 들었다. 그러면서 꿈 속에서 고래는 계속 보여주고 있으니 다소 김빠지는 것도 사실이었다. 그렇게 되니깐 이경영과 그들의 수하가 갖는 뚜렷한 정체성 혹은 소속이 밝혀지지 않아 다소 엉성한 설정인 것 같다~라는 생각도 들었다. 

더불어 마지막에 비행기 폭파를 막기 위해 이방우 기자는 혼자 비행기를 타는데, 정작 이경영은 그 비행기를 폭파시키지 않았다. 영화의 내용을 엔딩으로 치달려야 하는 상황이므로 그렇게 끝맺는 것도 나쁘지만은 않았지만, 이럼으로써 그 보이지 않는 검은 조직의 정체성에 대한 청중의 생각에 혼란을 불러일으키는 결과를 갖고 온 것은 아닐까 싶다. 과연 우리나라의 검은 조직은 저렇게 쉽게 모든 일들을 처리할까? <컨스피러시>에서 보이는 뭔가 확실한 목적을 갖고 움직이는 검은 조직과 그런 그들을 막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주인공들이 있는 것도 아니고, <컨트롤러>에서 나타난 것처럼 세상을 움직이는 神과 같은 입장에서 '부처님 손바닥 위의 주인공들'을 좌지우지 하는 내용도 아니다. 적의 존재가 불분명하다보니 그런 적을 상대하는 주인공들의 행동 패턴과 인식도 불분명하다. 뭐 제작진에서 현실감을 높이기 위해 그것을 노렸다면 할 수 없지만, 영화에서 그런 대립 관계 등을 좀 더 분명히 해주지 못 한 점은 아쉬웠다.  

이상이다.  

뭔가 각 부분마다 2%씩 모자란 내용이었지만, 우리나라 최초의 음모론을 다뤘다는 점에서 일단 높은 점수(별 5개 중 4개!)를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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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회 골든글로브시상식 장편애니메이션상 후보(2011)

23회 시카고비평가협회상 애니메이션상 후보(2010)

67회 베니스국제영화제 PERSOL 3-D상 수상(2010)

 
대단한 애니메이션이다, 이 영화. 아마 작년에 개봉한 애니메이션 중에서 가장 성공한 작품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언제부턴가, 애니메이션 하면 '디즈니!' 대신에 '드림웍스!'가 바로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그 유명한 <슈렉> 시리즈와 <쿵푸팬더> 시리즈를 내놓으면서 드림웍스가 새로운 스타일의 애니메이션을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작품 역시 드림웍스에서 야심차게 준비한만큼 상당히 완성도가 높은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아마 우리나라에서 가족 단위로 많이 가거나, 아이들이 즐겨 봤던 작품일텐데 어른들이 보더라도 전혀 부족함이 없는 작품이라는 생각이 든다. 더군다나 3D로 구현된 화면은 정말 애니메이션의 수준을 한단계 업그레이드 시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일단 이 영화의 주인공은 바이킹 족장의 아들 히컵과 그의 애마(?) 투슬리스(이가 없다고 해서 주인공이 붙여준 이름이다)다. 배경은 바이킹의 마을이며, 시기는 당연히 모른다. 바이킹과 드래곤이 공존하는 동네에서 바이킹들은 정기적으로 가축을 약탈해가는 드래곤들을 막기 위해 사투를 벌인다. 그렇다고 그 과정이 전혀 지루하거나 진지하지도 않는다. 바이킹들에게 있어 드래곤과의 사투는 늘상 있는 일이며, 그런 드래곤과의 대결에서 두각을 드러내야만 진정한 바이킹으로서 인정을 받는데 도입부부터 이야기는 흥미롭게 흘러간다. 주인공 히컵은 아버지의 바람과는 달리 과학기술(?)에 관심이 많을 뿐, 체력이나 전투력(?)이 월등히 낮다. 그런데 우연히 마을로 쳐들어온 드래곤들을 향해 자기가 개발한 거대한 투창기를 쏘게 됐고, 하필이면 가장 빠르다고 알려진 드래곤(이름이 밤의 안개였나? 이름 까먹었다)이 여기에 맞는다. 

다음날 드래곤을 발견한 주인공. 그런데 다른 바이킹의 생각과 달리 가장 빠르고 흉폭하다고 알려진 드래곤은 사실 굉장히 작고 귀여운 모습이다. 그리고 주인공이 쏜 투창기에 꼬리 날개를 다친 드래곤은 하늘을 날지 못 한다. 그래서 주인공은 인공 날개를 달아주고, 안장을 얹어서 드래곤을 타고 다니기 시작한다. 드래곤에게 먹이도 주고, 투슬리스라는 이름도 지어주고, 드래곤이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 등 드래곤을 적이 아닌 친구로 이해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는 다른 바이킹들과는 전혀 다른 태도로서, 투슬리스 또한 주인공이 특별한 것을 알고 친하게 지내기 시작한다. 그렇게 하루하루 즐거운 나날을 보내면서 주인공의 삶도 크게 달라진다. 예전에는 드래곤은 커녕 마을에서 제대로 하는 일도 없었던 주인공이 드래곤을 자유자재로 다룰 줄 알게 되고, 결국에는 마을에서 제일 용감한 전사로 뽑히기까지 한다.

항상 걱정이던 아들이 이제는 아주아주 듬직한 아들로 바뀌자 아버지(바이킹족 족장)는 아들이 너무나 자랑스럽다. 하지만 이내 아들이 드래곤과 친하다는 것을 안 그의 아버지는 투슬리스를 이용해서 드래곤 소굴을 일망타진하려고 한다. 그렇게 대함대를 이끌고 떠난 바이킹들. 그래서 어떤 외딴 섬으로 다가갔는데, 세상에나. 거기에는 엄청나게 큰 드래곤 보스가 살고 있었던 것이다. 지금까지 드래곤들이 바이킹 마을에서 끊임없이 가축들을 납치해 갔던 것도 모두 이 드래곤 보스를 먹이기 위해서였고, 그것마저 부족한 이 녀석은 음식을 날라주던 드래곤들까지 잡아먹는 흉폭한 녀석이었다. 바이킹족은 난생 처음 보는 거대한 녀석때문에 얼어붙었고, 그때 히컵과 투슬리스는 거대한 드래곤을 상대로 훌륭하게 싸워 결국 이겨버린다.



개인적으로 필자가 흥미롭게 본 부분은 마지막에 나온다. 끝판 왕과 싸워 이기지만 거대한 드래곤이 폭발하면서 생긴 화염 속으로 히컵이 떨어지게 되고 투슬리스는 그런 히컵을 구하기 위해 불덩이 속으로 뛰어든다. 히컵의 아버지가 뛰어가고, 투슬리스의 날개 사이에서 목숨을 부지한 아들을 보고 안도의 한숨을 쉬는 순간...아버지의 표정이 바뀐다. 그리고 히컵은 집에 돌아왔고 잠에서 깼는데, 이게 왠 일. 다리 한쪽이 없는게 아닌가. 투슬리스처럼 주인공도 똑같이 불구가 되어 버린 것이다. 그렇게 의족을 달고 투슬리스에게 의지한 채 주인공은 집 밖으로 나서고, 집 밖에서는 드래곤들과 바이킹족이 평화로운 한때를 보내고 있는 장면이 나온다. 뭐랄까~마지막 반전이랄까? 주인공도 불구로 만들면서 인간과 드래곤의 교감을 극대화시킨 것이 아주 인상깊었다.

나중에 검색해보니 이 영화의 원작은 책이라고 한다.  
영국인 작가 크레시다 코엘이 어린이들을 위한 소설로 2003년에 발표한 작품이라고 하는데, 국내에도 번역판이 있으니 나중에 한번 읽어보려고 한다. 또한 영화에 나오는 음악도 좋은 것들이 많은데 나중에 기회가 되면 OST도 한번쯤 들어보기를 권하는 바이다.

또한, 이 영화에서 용(드래곤)이 등장하고, 드래곤과 인간의 관계가 처음에는 안 좋았다가 점점 좋아지는 것으로 바뀌는 것을 두고 어떤 이는 이 영화가 '안티 기독교 영화'라고 말하기도 한다. 애까사쩨님의 '행복한 진화론적 무신론자'라는 다음 블로그를 가 보니 이 영화를 두고 '세련된 안티 기독교 영화' (http://blog.daum.net/ekasacce/152)로 소개하고 있어 조금 독특했다. 뭐 대강의 내용은 이렇다. 서구 사회에서 용은 사탄이고 악마라서 절대로 인간과 양립할 수 없는 존재라는 것이다. 그래서 영화 초반부에도 바이킹과 용들은 대립하지만 결국 화해를 하지 않는가. 그렇기 때문에 이는 안티 기독교 영화라는 것이다. 흐음. 정말 그런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애니메이션 하나에 너무 많은 사상을 주입시킨 것은 아닌가 싶기도 하다.

이 영화를 딱 보면서 든 생각은 '바이킹'이라는 존재가 상당히 미지의 존재이면서도 다소 국가체를 형성하지 못 하고 와일드하게 살아가는 그런 이미지가 강하구나~라는 것이었다. 일찍부터 도시 국가를 이루고 한때 제국을 지향했던 그리스인들과 드래곤이 이렇게 연결되는 것이 어울릴까? 오히려 그리스하면 세련된 느낌의 신과 더 어울리지, 이런 괴수 혹은 드래곤과는 많이 어울리지는 않는다. 그럼 로마인과 드래곤? 에이...거기다가 드래곤과 거칠게 싸워가면서 자신의 삶의 터전을 지킨다는 설정 또한 바이킹에 대한 일반적인 이해도와 아주 잘 맞아 떨어지는 것 같았다. 그렇기 때문에 바이킹과 드래곤이라는 소재는 아주 적절하게 잘 조화되는 것 같고, 그 결과는 영화의 큰 성공과 직결될 수 있었던 게 아닐까 싶다(실제 영화 평가도 어마어마하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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