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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으로 보는 삼국지
김성남 지음, 이용규 그림 / 수막새 / 2009년 9월
평점 :
품절
음. 어디서부터 얘기를 꺼내볼까.
일단 오늘은 오랜만에 재밌는 전쟁사 관련 책을 소개할까 한다.
필자가 저자한테 책을 받아보고 한번 대강 훑어본 결과, 느낀 첫 소감은 ‘괜찮다~(요즘 유행하는 개그맨 버전처럼)’라는 것이었다. 저자는 이미 수막새에서 출간하는 세계전쟁사 시리즈 첫 번째 책인『전쟁으로 보는 한국사』를 내놓은 바 있는데 그로부터 벌써 5년 가까운 시간이 흘렀다. 그리고 그 사이 저자의 책은 업그레이드(?)가 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일단 두 권의 책을 나란히 놓고 보니 표지부터 더 세련된 것처럼 느껴졌다. 개인적으로 단순하면서도 눈에 확 들어오는 디자인을 선호하다보니 그렇게 여겼을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필자는 책 왼쪽 상단의 ‘魏, 蜀, 吳’가 도안화된 것을 보고 확실히 느꼈다. 이전보다 책의 비주얼적인 면모가 많이 발전했을 것 같다는 것을 말이다. 그리고 그 예상은 적중했다.
그럼 서두는 이 정도로 하고 일단 책 속으로 들어가 보자.
저자는 전쟁사를 전공하고 있는 국내의 몇 안 되는 그야말로 ‘전쟁전문가’이다(필자의 개인적인 바람도 그렇지만 암튼. -.-;). 그리고『삼국지』에 대해 저자는 과감하게 말한다.
‘『삼국지』가 과연 영웅들의 낭만적인 이야기일까?’
저자는『삼국지』(혹은『삼국지연의』)에서 우리는 흔히 영웅들의 이야기에 열광하고, 영웅들의 지략과 전략 등에 환호하면서 정작 그 영웅들이 수행하는 전쟁의 실질적인 주인공들(병사와 민중들)에 대해서는 무관심했다고 지적하고 있다. 또한 이 시기는 춘추전국시대 못지않은 혼란기였음에도 낭만적인 영웅호걸들의 무대로만 생각하는 것 또한 잘못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즉, 삼국시대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여러 영웅들의 개인적인 능력이나 성격에 주목하는 것도 좋지만 그들이 수행한 전투 및 전쟁에 대해서 심도 있게 살펴봐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야만 혼란기였던 당시를 더 잘 이해하고 알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주장에 필자는 적극 공감한다. 지금껏 삼국시대에 대해 수많은 전투와 전쟁이 있었고, 그 중심에 수많은 영웅호걸들이 있었음은 누구나 다 알고 있었지만 정작 전투와 전쟁 그 자체에 주목한 연구자 혹은 마니아들은 적었던 것 같다. 항상 유명한 전쟁에는 그 전쟁에서 활약한 천재적인 지략가나 뛰어난 무용을 자랑하는 무장들이 언급되었을 뿐, 당시 시대상황(정치, 경제, 사회 등등과 연관된)과 연결시켜 전쟁을 이해하지는 않았었다(대표적인 예로 그 유명한 ‘적벽대전’을 언급할 때 우리는 흔히 제갈량의 화려한 언변과 방통, 주유 등이 펼치는 지략 싸움을 떠올리며, ‘관도대전’을 언급할 때는 안량과 문추를 단칼에 베어버린 관우의 무용을 떠올린다. 필자 역시도 그러했음을 부정하지 않겠다). 그렇기 때문에 이 책에 대한 기대가 컸던 것이 사실이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이라지만 이 정도 집필의도를 갖고 책을 썼다면 필자를 실망시키지 않으리라고 생각하면서 책장을 하나 둘씩 넘겼다.
일단 책의 분량은 이전의 책과 큰 차이가 없었고, 중간 중간 삽입된 도판들이 많았기 때문에 읽는데 어려움을 겪지는 않았다. 먼저 예전에 필자가 저자의 책에서 꼽은 세 가지 특징들이 여기에서도 그대로 이어지고 있었다.
1. 시대별로 역사를 구성하지 않고 몇몇 테마별로 단락을 구성함
2. 역사스페셜의 3D 화면을 보는 듯 한 자세하고 신선한 전장 지도가 인상 깊음
3. 기존에 알고 있던 몇몇 전투에 대한 새롭고 합리적인 해석을 도출하고 있음
물론 이번 책은 100년이 책 되지 않는 짧은 시기를 다루고 있는 만큼 시대별로 역사를 정리하지 않기가 힘들었을 것 같다. 그래서 저자는 시대별로 각 전투 및 전쟁을 꼽으면서도 나름의 테마를 정하고 있었다. 환란의 시대-군웅할거의 시대-천하통일을 향한 쟁패의 시대-천하통일의 시대 등으로 말이다. 여러 책을 읽어보면 알 수 있듯이 단순히 시대 순으로 나열하든, 안 하든 나름의 (일관된) 주제를 엿볼 수 있는 테마가 앞에서 제시되면 뒷 내용들을 이해하기가 쉬운 것이 사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단순히 시대 순으로 나누지 않고 그 안에서 다시 테마별로 세분한 것은 괜찮은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비주얼적인 측면은 이전보다 확실히 나아졌다. 각 전투에 대해 언급하기 전에 저자는 왼쪽 페이지 하단부에 몇 개의 캐릭터를 이용해서 당시 전투의 상황에 대해 간략하게 보여주고 넘어가고 있었다. 먼저 전투의 명칭이 한문으로 크게 적혀 있었고, 그 앞으로 보병, 기병, 수군 등을 표시한 캐릭터들이 그려져 있었으며, 접전을 벌인 부대들의 규모와 부대장, 전투 시기와 장소, 전투 결과 등을 간략하게 언급하고 있어 뒤에 나올 내용을 함축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전에도 이런 디자인으로 이뤄졌으면 좋았을 껄~이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전투에 대한 세부기록이 적은 한국사인 만큼 그게 힘들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물론 전투와 관련된 여러 삽화는 여전히 빛을 발하고 있었는데(필자는 특히 당시 전투가 벌어졌던 장소의 현재 모습을 사진으로 실은 것이 보기 좋았다. 아무래도 중국에 쉽게 가지 못 하는 상황에서 그런 사진들이 있으면 좋은 참고자료가 되기 때문이다), 특히 각 시대의 병사(보병이든, 기병이든)들을 표현한 토용을 실은 것이 볼만했다. 저자의 세심한 측면이 엿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볼만한 건 역시 전장 지도라고 할 수 있겠다. 비스듬히 기울어진 지도는 이전과 큰 차이가 없지만 보다 현실적으로 표현된 점과 수계(水系)가 표현된 점이 좋았다. 이전 지도에는 수계가 없었는데, 전쟁이 지형의 영향을 많이 받는 만큼 산지뿐만 아니라 수계도 지도에 표현되는 것이 더 좋기 때문이다. 그리고 세부 전투 현황을 표현한 지도 역시 이전보다 깔끔하고 세련된 디자인을 선보였다. 마치 업그레이드되는 게임화면을 보는 듯 한 기분이었다(확실히 리니지1보다는 2의 그래픽이 돋보였고, 스타크래프트1보다는 2의 그래픽이 돋보이는 것처럼 말이다). 필자 개인적으로 재밌게 본 전장 지도를 꼽으라면 먼저 ‘하비전투 상황도’를 꼽고 싶다. 문헌으로만 하비성이 잠겼다고 여기고 넘어가는 것과 지도로 대강이라도 보는 것은 분명 달랐다. 이것 역시 앞서 수계가 표현되고 표현되지 않은 지도의 차이를 확실히 보여준 것이라 생각했다. 또한 ‘이릉대전’의 상황도나 ‘양평전투’의 상황도도 색다른 느낌이었다(양평전투에서 고구려 중장기병의 활약상은 미심쩍은 부분이 많지만 전후 양국의 정치상황을 고려한 추정이라 생각하고 넘어가겠다). 둘 다 하비전투와 마찬가지로 문헌으로만 보던 전투 상황을 세밀하게 표현했으며, 당시 전투 상황을 생동감 있게 묘사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기존에 알고 있던 내용과 다른 재해석 부분은 크게 달라진 면은 없다. 이는 이미 삼국시대에 벌어진 수많은 전투 및 전쟁에 대해서 사람들이 많이 알고 있기 때문이며, 그간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연구가 많이 진행됐기 때문으로 생각한다. 다만 전쟁사가의 눈으로 바라본 만큼 전투 및 전쟁에 대한 색다른 해석들이 적지만은 않다.
먼저 저자가 꼽은 전투를 보면 총 15개다. 이 중 황건적 관련된 전투가 2개(영천 · 장사 전투 / 청주 황건적 토벌전)와 촉한 멸망전, 서진 통일전 2개를 제외하면 하비전투, 관도대전, 적벽대전, 관중전투, 서촉 점령전, 한중 공방전, 촉한의 형주 실함, 이릉대전, 가정전투, 오장원 · 합비전투, 양평전투 등 11개(먼저 촉한의 형주 실함 때는 ‘위 · 오 동맹군’이 결성됐고, 적벽대전에서는 ‘유비 · 손권 동맹군’이 결성됐음을 기억하자)가 추려진다. 그리고 전투의 결과를 살펴보면 위나라(혹은 조조)의 승리로 끝난 전투가 7개(하비전투, 관도대전, 관중전투, 촉한의 형주 실함, 가정전투, 오장원 · 합비전투, 양평전투), 오나라의 승리로 끝난 전투가 3개(적벽대전, 촉한의 형주 실함, 이릉대전), 촉의 승리로 끝난 전투가 3개(적벽대전, 서촉 점령전, 한중 공방전)임을 알 수 있다. 물론 삼국시대에 벌어진 수많은 전투들이 있지만 그 중에서 저자는 나름의 테마에 맞춰서 전투들을 선별했고, 그것들의 역사적 가치가 어떠했는지를 언급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 내용들이 나름의 일관성과 객관성을 보유하고 있다고 판단했을 때 전투의 결과만 놓고 봐도 위나라가 어느 정도의 國力(보다 더 자세하게 軍事力)을 보유했는지 쉽게 알 수 있었다(조조는 청주 황건적 토벌전에서도 승리했다). 즉, 저자가 정사 기록인『삼국지』를 근거로 최대한 당시 전투(전쟁) 상황을 객관적으로 복원하려고 노력했음을 여기에서도 알 수 있었다.
일단 위에 언급된 전쟁들에 대해서는 웬만한 초등학생도 인터넷이나 책, 게임 등을 통해 알고 있을 테니 따로 부연하지는 않겠다. 다만, 눈여겨볼만한 해석이라고 할 만한 것들만 간단하게 언급하고 넘어가도록 하겠다.
먼저 인해전술이 단순히 대규모 병력으로 무식하게 적을 공격하는 것이 아니라 교차공격과 스워밍(Swarming, 무리공격)의 방식으로 이뤄진다는 점 혹은 농민들로 구성된 비정규 군사조직인 황건적이 이러한 인해전술로 숫자가 적은 관군에 맞서 크게 승리했다는 점(p.34), 조조가 청주 황건적을 토벌하면서 얻은 것은 5~6만여 명의 정예병인 청주병뿐만 아니라(이 부분은 저자도 언급한 바 있는 만화『창천항로』에 잘 나타나 있다. 조조의 군사력의 근간을 이루고 있는 것으로 청주병이 강조되어 있다) 연주 및 청주를 기반으로 한 땅과 사람, 경제력이라는 해석(pp.52~53), 관도대전 당시 원소가 동원한 11만 명의 대군이 남으로 진군하면서 누런 먼지와 사투를 벌이다가 행군 도중 낙오되거나 목숨을 잃었을 것이라는 해석(p.75), 관도대전에서 보급의 중요성을 세세하게 언급한 부분(pp.77~78), 적벽대전에서 전염하는 풍토병과 영양부족으로 패한 위나라군에 대한 설명(pp.97~100), 관중지역의 군사력과 기병 전력의 중요성을 설명한 부분(pp.107~109), 목우와 유마에 대한 생각(pp.187~188)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하겠다. 이런 부분들은 기존의『삼국지』에 익숙한 사람들에게 상당히 좋은 또 다른 시각이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여기에 추가적으로 몇 가지만 더 언급하고 넘어가도록 하겠다.
저자는 책의 제일 처음에 ‘파국을 향하여’라는 제목으로 프롤로그를 실었다. 전한과 후한이 왜 다른 체제의 국가를 세울 수밖에 없었으며, 후한 말기에 삼국시대와 같은 군웅할거 시대가 왜 벌어졌는지 등을 소개했다. 그는 후한시대 지방행정의 기본 단위는 군(郡)과 현(縣)이었지만 후한 중기 이후가 되면 그보다 큰 규모의 행정단위를 관할하는 자사(刺史)가 등장하면서 군웅할거의 기반이 마련되었다고 보았다. 이전에는 단순히 망국(亡國) 말기의 일반적인 상황들(환관과 외척의 득세와 이어진 황실의 약화, 부정부패를 일삼는 지방 관리로 인한 민란의 발생, 민란 진압에 동원되는 변방수비군과 변방 방어력의 약화, 주변 이족들의 잦은 외침 등)로 인해 혼란한 시대가 찾아왔고, 각 지방의 권력자들이 각각 사병을 이끌고 패권을 잡기 위해 대립했다고만 생각했는데 그보다 근본적인 이유가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리고 가만 생각해보니 ‘서진’ 말기에도 각 군왕(왕족들이 봉해진)들이 강력한 세력을 갖고 있어서 오래도록 혼란스러운 내란에 휩싸였으며, ‘당’ 말기에도 지방의 강력한 절도사들이 서로 세력 다툼을 벌여 오대십국 시대를 열었고, ‘청’ 초기에도 강력한 힘을 갖춘 지방 세력가들 때문에 삼번의 난이 벌어졌음이 떠올랐다.
그리고 이 책에서 필자가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인데 바로 ‘6장. 삼국시대와 천하통일’ 부분이다. 저자가 여러 전투들을 소개하고 에필로그 형식으로 삼국시대와 그 뒷시기를 개괄한 부분인데 내용들이 참으로 흥미로웠다. 먼저 저자는 중국인이 갖고 있는 천하관 인식에 대해 언급하면서 얘기를 시작한다. 이는 중국이 끊임없이 분열하면서도 통일을 향해 나아가는 근본적인 목표이기 때문에 반드시 언급해야 하는 내용이며 이후 삼국의 각 나라가 원하는 바이기도 했다. 또한 ‘강북이 진정한 중국이다? - 위나라’, ‘강남인의 독자성 - 오나라’, ‘현실적으로 필요했던 천하통일의 명분 - 촉한’으로 챕터를 나눠서 각 나라별로 설명한 부분은 이 책의 ‘백미(白眉 - 이 역시 삼국지에 나오는 얘기지만)’라고 생각한다. 특히 필자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한 부분은 촉한 부분. 뒷부분에 저자는 삼국의 경작지 분포도를 소개한다. 산맥을 빼고 난 나머지 평지를 색으로 그려 넣었는데 촉한의 국력이 다른 나라보다 훨씬 뒤떨어짐을 분명히 알 수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촉한은 ‘한 왕조 부흥’과 ‘천하 재통일’이라는 명분이 절실히 필요했던 것이다. 이는 왜 힘이 없으면서도 제갈량과 강유가 그렇게 북진을 시도했을까? 에 대한 좋은 설명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하나만 더 언급하고 넘어가도록 하겠다. 앞서 필자는 저자가 썼던『전쟁 세계사』라는 책에서 참고문헌을 언급했더라면 학술적인 부분까지 보완하여 보다 정교한 책이 되지 않았을까~하는 평을 했던 적이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책 중간 중간에 그렇게 선행 연구 성과를 각주 처리하고 있어서 학술적인 면을 보완하고 있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특히 외국(일본 혹은 미국) 학자들의 견해를 소개함으로써 우리가 평소 쉽게 접하지 못 했던 세계의 시각을 접한다는 좋은 의미도 찾을 수 있었다. 한편으로는 각 장이 끝날 때마다 앞 장과 관련된 내용을 그린 그림을 한 장씩 집어넣었는데 이게 어찌 보면 딱딱할 수 있는 책의 내용을 중화시켜 대중적인 면을 보완했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솔직히『전쟁으로 보는 중국사』에서는 이런 대중적인 면은 많이 없었던 게 사실이기 때문에 앞선 책들과 비교될 수 있는 요소라고 생각한다. 앞의 내용 중 어떤 한 장면을 그림으로 그려 넣다 보니 조금 안 맞는 듯 한 느낌이 드는 건 사실이다.
끝으로 저자가 ‘양평전투’ 이후의 고구려와 위나라의 관계에 대해서『고구려사략』의 내용을 인용한 부분이 있는데(p.232) 이에 대해서는 솔직히 어떤 평가를 내려야할지 잘 모르겠다. 진서(眞書)라고 평가받지 못하는 책의 내용을 함부로 인용하여 보는 이로 하여금 객관적 사실의 판단력을 흐리게 했다고 봐야 하는지, 아니면 비록 진위 여부의 논란이 있지만 어디까지나 정사 기록을 토대로 한 사실에 부연하여 참고하는 정도의 내용으로 이해하고 넘어가도 괜찮은 것인지. 이에 대해서 필자는 솔직히 후자 쪽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바로 뒷부분에 ‘수년 동안 절치부심한 고구려는 242년 요동의 서안평을 공격한 끝에 요동군을 회복하고 위나라의 배신을 응징했다. 그리고 산동성을 장악하고 현도를 수복하면서 위나라군을 유주와 병주까지 밀어냈다.’는 내용은『고구려사략』의 내용인지, 아니면 저자의 생각인지 좀 애매하다는 느낌이 강하다. 얼핏 고구려가 산동성을 장악하고 유주, 병주까지 위나라를 몰아낸 일이 있었나? 싶기 때문이다.
이 정도면 이 책에 대한 필자의 생각을 어느 정도 정리한 것 같다. 워낙 흔하게 알려져 있는 내용을 戰爭이라는 시각에서 바라봤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완전히 새로운 내용들이 나열되어 있지는 않았지만, 기존 시각과 다른 시각에서 봤다는 점 자체만으로도, 그리고 그렇기 때문에 분명 ‘아하!’하고 머리를 탁 칠만한 재밌는 내용들이 있으므로 그런 점들을 염두에 두고 책을 읽으면 참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 본다. 어쨌거나 내용적인 면이나 디자인, 책의 구성, 전장 지도 등등 여러 면에서 이전 책보다 발전된 모습을 보여준 이 책은 지금 이 순간, 필자가 저자의 또 다른 전쟁사 책이 나오길 기다리게 하는 아주 중요한 이유 중의 하나라는 것도 같이 밝혀두면서 이만 글을 마치도록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