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기 1
이남교 / 고려원(고려원미디어) / 1992년 3월
평점 :
절판


삼국기...아마 주인장 나이 또래의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읽어보았을 책일 것이다.

요즘은 삼국시대 역사 소설이 하도 많이 나와서 나올때마다 다 읽어보지도 못할 정도지만 90년대 초반, 그러니까 주인장이 초등학교~중학교 다닐 적에는 삼국시대 관련 역사 소설책이 거의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 책은 지금도 그렇지만 삼국시대를 그려낸 역사 소설로 손색이 없다고 주인장 개인적으로 평가를 내리고 싶은 책이다. 실제 92년,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던〈삼국기〉라는 대하사극의 원본이 되기도 했는데 지금은 자세하게 기억이 나지 않지만 그 사극 역시도 주인장이 굉장히 열심히 봤던 기억이 난다. 지금도 가장 주인장 뇌리에 강하게 박혀있는 장면은 아마도 김유신(서인석)의 파상공세에 결국 황산벌에서 패배한 계백(유동근)이 백제의 깃발을 잡고 온몸에 화살이 박힌채 고슴도치가 되어 눈을 번득이며 주검이 가득한 전장에 홀로 서 있는 장면이었다.

암튼, 그 정도로 주인장의 눈에 강한 인상을 남겼고 또한 주인장의 머릿 속에 삼국시대에 대한 강한 인상을 남겼던 것이 바로 이 삼국기라는 역사 소설책과 사극이었다. 지금도 가끔씩 이 책을 집에 오면 뒤적거리면서 보는데 상당히 잘 쓰여졌다는 생각을 그때마다 하게 된다. 요즘에『우리나라 삼국지』라는 책(11권)을 보고 있는 중인데(지금 8권 읽는 中) 갑자기 옛날 생각이 나서 이렇게 다시금 이 책을 집어들어서 뒤적거리다가 서평을 간략하게 쓰게 되었다.

이 책을 주인장이 좋아하는 이유는 첫째로 상당히 오래전에 쓰여진 책임에도 불구하고 최근에 나온 책에서 보여주는 주체적인 필력이 돋보이기 때문이다. 예전에 주인장 역시 비평을 썼지만 이덕일의『오국사기』라고 하는 책과 구성 면에서는 비슷했지만 내용면에서는 천지차이라 할 수 있다. 고구려, 백제, 신라, 왜 4국을 중심무대로 한다는 점에서 수 · 당까지를 무대로 넣었던『오국사기』와 다소 차이가 있지만 중국측 문헌을 액면 그대로 해석해 서술한『오국사기』에 비한다면 이 책은 훨씬 더 주체적인 필력으로 이야기를 전개해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이 책은 저자가 88년, 일본 오사카 한국 총영사관 부영사 시절에 일본어로 출간한 책을 이후 고려원에서 89년 번역 · 출간했으며 92년 KBS 대하사극으로 방영이 결정되면서 사극과 같은 명칭인『삼국기』로 재삼 출판하게 된 작품이었기 때문에 그런 면에서 더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겠다.

그 다음으로 꼽고자 하는 점은 각국의 역사를 서술하는데 있어 균형잡힌 시각으로 파악하고자 했다는 점이다. 일부 역사 소설을 보면 우리는 지극히 높이고, 타국은 지극히 낮추는 극단적인 시각이 적용되는 사례가 종종 발견되곤 했는데 여기에서는 그런 모습이 잘 보이지 않는다. 거듭 말하지만 최근 출간되어 세간의 화제가 되고 있는『우리나라 삼국지』와 비교했을때도 전혀 꿀리지 않는 탄탄한 구성과 스토리를 갖고 있는 책이 바로 이 책이라고 생각한다. 딱딱하게 역사적 인물들만 등장한 것도 아니며 적절하게 가미된 픽션이 보는 이로 하여금 재미를 더 하게 하고 있으며 무엇보다도 단 2권이라는 짧은 분량으로 인해 스피디한 전개가 돋보이는 것 또한 이 책의 매력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래서 주인장은 이 책을 삼국시대 관련 역사 소설책으로 적극 추천하고자 하는 것이다.

물론 다소 역사적인 사실과 거리가 먼 내용도 있다. 친왕파로서 연개소문과 거리가 멀었던 선도해가 고구려의 명참모로 등장한다는 점이나 계백이 젊은 시절, 김유신과 전장에서 만났다는 식의 설정이 그러한데 이는 분명 오늘날 알려져있는 학계의 연구와는 많이 다른 내용이다. 하지만 전체적인 이야기 설정에 있어서 크게 무리가 없는데다가 지나친 허구성이 가미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큰 상관은 없다고 본다. 오히려 최근 혹평을 피하지 못하고 있는 대하사극〈연개소문〉에서 연개소문이 어려서 신라에서 머물며 김유신과 친분이 있었다는 식의 설정이나 안시성 전투때 길다란 목책 사다리를 이용해 토산을 점령한다는 식의 황당한 설정보다는 오히려 낫다고 생각한다. 어디까지나 역사 소설이 사실 그대로만을 100% 수용해서는 재미가 없을테니 말이다.

마지막으로 이야기 전체적으로 굵직굵직한 전쟁씬이나 정치적인 대사건 등은 가볍게 처리하면서도 등장인물들 간의 내면 묘사에 주력하고 있기 때문에 지금껏, 아니 요즘에 읽는 역사 소설들과는 또 다른 느낌이 들 것이라 생각한다. 암튼, 오래된 삼국시대 역사 소설의 고전이니만큼 한번쯤 읽어보기를 권하고 싶다. 분량도 얼마 안 될테니 재밌게 금방 읽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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