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한 괴수 영화! 필자의 결론부터 말하면 이렇다.
이미 한국 영화계는 2006년, 봉준호 감독의 <괴물>이라는 영화를 통해 '한국형 괴수영화'가 무엇인지 경험한 바 있다. 그리고 이번에 나온 <7광구>는 <괴물>의 뒤를 잇는 기대작이자, 보다 큰 스케일, 보다 화려한 CG로 무장한 새로운 괴수영화로서 개봉 전부터 큰 관심을 받았다(아래 기사는 개봉 직전 기사인데, 대부분의 기사들과 내용은 비슷하다).
8월 3일 - 파이낸셜뉴스 기사 '7광구' 예매율 압도적 1위, 블록버스터 최강자 탄생!
그런데...갈수록 흥행과 평가에서 엇갈린 반응을 엇더니만 결국에는 일찌감치 영화를 내리고 말았다.
8월 5일 - 뉴스엔 기사 '7광구' 첫날 흥행스코오, '해운대'보다 높아..천만 되나
8월 8일 - 뉴스엔 기사 애증의 '7광구' 폭풍흥행, 볼까 말까..'너 때문에 미치겠다'
8월 11일 - 미디어다음 기사 '7광구' 혹평 입소문에 흥행 내려앉나
8월 13일 - 뉴스엔 기사 '블라인드' 스크린수, '7광구'보다 적은데..순위는 앞서
8월 26일 - 스타뉴스 기사 '7광구' 스크린수 733개→7개..사실상 종영
8월 29일 - 뉴시스 기사 '7광구' 폐쇄 초읽기, 어쩌다 이 지경 됐나
100억 이상이 들어간 대작에다가, 화려한 CG와 출연진으로 큰 관심을 모았는데도, 왜 망했을까?
그에 대해서 필자가 몇자 적어보도록 하겠다. 물론 이건 어디까지나 필자 개인적인 기준에 의거한 것임을 참고하시길. ^^
1. 뚜렷하지 않은 캐릭터
하지원은 여전사로서의 이미지를 확실하게 굳혀 '한국의 안젤리나 졸리'가 되려 했지만, 뭔가 부족했다. 그것보다는 그냥 드라마 <씨크릿 가든>에서의 스턴트우먼의 이미지가 더 강했던 느낌이 난다. 그만큼 액션이 뭔가 부족했다는 것! 안성기는 늘 그렇듯이 정신적 지주로서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간간히 활약했는데 마치 영화 <무사>에서의 분위기와 흡사했다. 그밖에 오지호, 이한위, 박철민, 송새벽은 기존의 이미지에서 벗어나려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이미지를 그대로 갖고 이 영화에서 활약(?)했는데, 그게 정말 NG였다는 생각이 든다. 기존의 모든 영화 혹은 드라마에서 볼 수 있는 박철민의 캐릭터, 그리고 앞선 영화들에서 보여준 송새벽의 캐릭터는 너무 익숙해서 오히려 이 영화와 맞지 않을 정도였다.
앞서 <고지전>의 경우에는, 오히려 캐릭터들 사이의 극중 대립이 돋보여서 좋았는데, 이 영화에서는 그런 면을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그나마 꼽는다면, 안성기 이후 이클립스호(시추선)의 캡틴을 맡은 황인혁 역할의 박정학과 하지원과의 대립인데 이마저도 중심을 잃고 흐지부지 끝나고 말았다(개인적으로 박정학이 영화 초반에 보여준 침착하고 다소 이기적인 모습은, 영화 후반에서 전혀 다르게 묘사되어 의아할 정도였다. 뭔가 비밀이 숨겨져 있을 것처럼 하더니만 그것도 아니고). 영화 후반부에는 전대 캡틴이었던 안성기의 비밀이 드러나면서 하지원과 약간 트러블이 생기는가 싶더니 그것도 결국 안성기가 살신성인의 자세로 괴물과 싸우면서 흐트러지고. 캐릭터끼리의 관계가 명확하지 않고, 단순히 하지원이라고 하는 여주인공의 캐릭터만 돋보이다 보니 어설픈 영웅물이 되어버린 셈이다. 그런데 어쩌랴. 영웅물이 제대로 되려면 제대로 된 스토리와, 주변 캐릭터들의 확실한 희생 및 보조 등이 뒤따라야 하는데 그런 것들이 전혀 없었다(특히 하지원의 연인으로 나오는 오지호의 역할은 그야말로 안습! T.T).
2. 어설픈 CG
깜짝 놀랐다. 영화 중간중간 계속 나오는 배경이 마치 합성한 것과 같은 어설픈 느낌이랄까? 좋게 말하면 영화 <씬시티>에나 나올법한 이질적인 화면처리 같았고, 나쁘게 말하면 드라마 <연개소문>에서 여러번 지적된 어설프기 짝이없는 배경 및 CG를 보는 것 같았다. 대체 100억은 어디에 다 들어갔단 말인가? 어떤 기사 보니깐 98% 이상이 다 CG 처리되었다는데. 솔직히 영화를 보기 전 예고편만 보고서는 오오~CG 괜찮은데~라는 생각을 하기는 했다. 하지만, 예고편에 나온 것들은 영화 전체 중에서 CG가 가장 잘 표현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찍는 내내 배우들이 얼마나 고생했고, 얼마나 힘들게 촬영했는지는 충분히 이해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영화에 대한 평가까지 잘 해줘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특히 시추선을 멀리서 찍은 전경 등이 굉장히 어설펐는데, 종이배경을 합성시킨 것 같은 느낌이 아주 강하게 났다. 예전에 <괴물>에서는 정작 주인공(?)인 괴물이 어설펐다는 네티즌들의 평가가 많았고, 그에 대해 제작진들은 일부러 그런 느낌의 괴물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라는 얘기를 했었던 기사를 봤다. 그런데 정작 이 작품에서는 괴물은 상당히 잘 표현됐다는 생각이 든다(봉준호 감독의 <괴물>보다도 더!). 그런데 주변 배경이라든가, 기타 CG들이 어설퍼서 괴물의 생생함이 많이 감퇴했다는 느낌이다.
특히, 영화 후반부 오지호가 죽고, 하지원과 단독으로 싸우는 괴물 그 자체만 놓고 본다면 CG는 수준급이었다고 생각한다. 단, 아직까지 헐리웃 영화 속에서 나오는 3D, 혹은 일반 영상과는 많은 차이가 있다는 것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
이 두가지 정도만 얘기하도록 하겠다.
솔직히 괴물 나오는 SF 영화에서 배우들의 조합에 문제가 있고, CG가 엉성하면 뭐 볼게 있나 싶다. 그밖에 이 영화에 대해 스토리를 언급하는 분들도 많이 있는데, 필자는 개인적으로 스토리에 대해서는 큰 무리가 없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어차피 괴수 영화라는 것 자체가 비현실적인 것이니만큼, 비현실적인 설정에 기인해 스토리를 짜야 하는데 거기에서 얼마나 합리적이고, 설득력있는 현실적인 꺼리들이 나오겠나 싶다. 봉준호 감독의 <괴물>은 미군부대의 악성폐기물 무단 방류에 따른 괴물 탄생으로 이야기가 시작했지만 정작 왜 괴물이 달랑 한마리만 생겨났는지에 대한 얘기는 없었다. 그 정도로 생물체에 엄청난 영향을 미쳤다면, 수질오염이라든가, 다른 환경적인 오염도 엄청났을텐데 그런 것도 없고. 그리고 이번 영화 <7광구>에서는 원래 심해에 존재했던 괴생물체를 인간의 욕심으로 크게 부풀려서(?) 아구와 물개를 뒤섞어놓은 그런 괴물을 만들어낸 것인데, 어떻게 보면 일반적인 괴수 영화의 스토리로 큰 문제는 없지 않나 싶다.
영화 <고질라>도 그렇고, <용가리>도 그렇고, 왜 그런 괴수가 태어나게 됬는지는 따지지 않는다. 그냥 갑자기 등장하는 것 뿐이다. 그렇게 봤을때 개인적으로 원래 있었던 괴물인데 사람이 외계로 가는 바람에 만나게 되는 '에일리언'이나, 원래 있었던 괴물인데 사람이 약간의 조작을 가해 크게 만들어낸 '7광구의 괴물'은 크게 다를 바가 없다는 생각을 한다. 뭐 굳이 따지자면 좀비 영화의 신기원을 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28일 후>나 <28주 후>, 베트맨에 대해 새로운 해석을 내린 <베트맨 비긴즈>와 <다크나이트>, 혹은 최근에 개봉한 <혹성탈출 : 진화의 시작>처럼 영화 속 이야기가 어떻게 시작되고, 어떻게 진행됐는지 분명하게 얘기해주는 영화들이 있긴 하다. 그렇지만 <7광구>는 기본적으로 괴수와 싸우는 인간의 혈투를 집중적으로 다루는 영화이기 때문에, 그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는 것만도 시간이 부족할테고, 이처럼 친절한(?) 사전 설명은 생략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마치 <에일리언 1>에서 일단 괴물이랑 미친듯이 싸우고 보는 것처럼 말이다.
이 영화가 한국 영화 중 괴수를 다룬 최초의 영화였다면, 분명 평가는 더 좋았을 것이다. 하지만 분명 봉준호 감독이 수년전에 영화 <괴물>로 이미 그런 시도를 한 바 있고, 그 영화는 전반적으로 흥행도 성공하고 평가에서도 호평을 받았었다. 그리고 수년 후 더 나아진 기술력과 연출력을 갖고 과감하게 같은 분야에 도전했음에도 이처럼 실망스러운 작품을 만들었다는 것은 분명 혹평을 받을만 하다고 생각한다. 영화 <괴물>에 나오는 괴물과 기본적으로 크게 다르지 않은 괴물의 설정은 신선함보다는 익숙함을 선사했고, 그러한 익숙함은 배우들의 캐릭터에서도 고스란히 나타났다. 아마 그 점이 하지원 혼자 고군분투해도 이 영화를 제대로 이끌어가지 못 하는 마이너스로 작용했던 것은 아니었나 싶다.
그래도 끊임없이 이러한 괴수 영화가 나온다는 것은 한국 영화계에 분명히 긍정적인 효과로 작용하리라는 생각은 한다. 솔직히 이렇게 앉아서 인터넷에 몇자 끄적거리는 필자가 뭐라고 함부로 할 수는 없는 일일지도 모르겠다. 영화에 대한 평가는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것이므로 그점 다시 한번 밝히고, 마지막으로 영화를 만드느라 고생한 모든 배우들과 제작진들에게 고생하셨다는 한마디를 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