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시멜로 이야기 마시멜로 이야기 1
호아킴 데 포사다 외 지음, 정지영 외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05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오랜만의 휴가를 맞아 집에서 쉬고 있었다.
밖에 나가봤자 덥고, 땀 나고, 사람에 치일 것 같아서 샤워하고 시원한 인공(?) 바람 맞으며 책을 보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어머니가 책 한권을 주시면서 읽어보라는 것이었다. 손바닥만하고 얇은 책 한권을 말이다. 회사 아는 분이 읽어보라고 주면서 한 두시간이면 읽는다는데 넌 아마 30분이면 읽을꺼라고 하면서 말이다. 그래서 보던 책을 마저 접고 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

외국 사람이 쓴 인생지침서? 정도 되는 책인 것 같았다.
그런데 마시멜로가 왜 나올까? 하는 의문에 책을 한장씩 펼쳐보기 시작했다. 어차피 분량도 얼마 되지 않고 해서 말이다. 저자가 제목을 마시멜로에서 따온 이유는 간단했다. 마시멜로를 좋아하는 아이들을 대상으로 실험을 하는데, 15분동안 마시멜로를 먹지 않고 기다리면 하나를 더 주겠다는 조건을 붙이는 것이다. 그리고 15분 후, 먹은 아이도 있고 안 먹은 아이도 있었는데 10년후 그 아이들을 다시 살펴보니 안 먹은 아이들이 참을성이나 리더쉽이나 이런 사회에서의 생활도가 더 높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저자 역시 어렸을때 이 실험에 참여했었고 결국 안 먹었다고 한다. 적절한 제목 선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4살밖에 안 되는 아이들을 대상으로 실험을 한 것이지만 그 결과는 이후 10년이 흘러도 영향을 준다...이런 실험을 한 스탠퍼드 대학의 월터 미셀 박사라는 사람도 신기하지만 어릴때의 영향이 훗날까지도 깊은 영향을 준다는 것이 더 신기했다. 이렇게 제목 선정의 이유만 보더라도 이 책의 내용이 대강 어떠할지는 잘 알 수 있을 것이다. 군대 가기 전이었을 것이다.『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라는 제목의 책을 본 적이 있었다. 그냥 무난하게 봤던 책이다. 지금은 기억도 잘 나지 않지만 아마 이 책과 비슷한 지침(?)을 내렸던 것 같다. 실천, 생각만 하는게 아니라 실천을 하라고 말이다.

주인장은 이런 류의 책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서 매번 이런 류의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고 서점가의 열풍으로 휘몰아칠때 의아하기까지 하다.
왜 이런 책을 서로 못 읽어 안달이 날까. 매번 똑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지 않은가. 책의 저자가 쓴 내용들이 분명 인생을 살아가는데 있어 도움이 되고 중요한 것들이지만 중요한 것은 그 안에 담긴 내용을 읽어낸 독자들이 실천하지 않으면 아무런 도움도 안 되는 것 아닌가. 그렇다면 이런 책들을 아무리 본다 한들 무슨 소용이 있단 말인가, 하고 말이다. 그런데 이 책은 조금 달랐다.

일단 본격적인 내용을 언급하는 소재 선택이 신선했다. 마시멜로라는 상징적인 대상을 통해서 성공이라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유혹에 대해 말하고 있는 것 자체가 말이다. 당장 눈앞의 이익에 집착해서 장기적인 이익, 더 큰 이익을 놓치지 않게끔 하는 것 말이다. 내용은 전체적으로 조나단(사장)과 찰리(운전사)라고 하는 2명의 등장인물이 등장해 회사를 왔다갔다 하는 사이에 나누는 몇마디 대화들로 짜여져있다. 예전에도 느끼지만 외국에서는 이런 식으로 가상의 시나리오를 설정해 이야기하듯이 뭔가를 전달하는 것이 트렌드인 듯 싶다. 뭐 어느 책을 보니 이런 식의 내용 전달이 불특정다수에게 어떤 이야기를 전달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는 내용을 본 적이 있긴 하지만 말이다.

암튼, 전체적인 내용은 그렇다치고 짧은 내용 속에 재밌는 이야기거리가 많이 들어있다.
여러 상황들 속에서 찾아내는 마시멜로 이야기들이 보는 이로 하여금 지루하게 느끼지 않게 해 주었다.
일상 속에서 흔히 지나칠 수 있는 상황들을 갖고 독자에게 무언가 메세지를 전달하다보니 저자가 말하려는 것이 무엇인지 더 쉽게 와닿는 것도 있었다. 예를 들면 이런 것이다. 아주 간단한 것인데 책에서 저자가 마시멜로로 상징화해서 언급하니까 더 이해하기 쉬운 것들이었다. 매일 밖에서 밥을 사 먹는 식비를 절약하면 1년에 얼마를 줄일 수 있다, 자주 마시는 술을 줄이면 1년에 얼마를 줄일 수 있다.

이렇게 간단한 것부터 시작해서 사고의 전환을 꾀하다보면 전반적인 생활 자체가 바뀌게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내일은 오늘과 다른 하루를 살아가게 되는 원동력을 얻게 되고 그러다보면 인생 자체가 성공을 향해 달려가는 것이라는 식이다. 그 과정에서 저자가 강조하는 것은 저축, 하지만 간단히 돈만 모으는 것이 아니라 미래에 대한 대비를 언급하고 있다. 사실 뭔가를 대비하지 않은 사람은 매사에 여유로울 수가 없다. 믿을만한 것이 없기 때문이다. 유비무환이라는 말이 있지 않은가. 준비되어 있고 대비되어 있는 사람은 다르다. 저자는 이 부분을 언급하고 싶었던 것 같다.

요즘 주인장이 날씨 탓인지, 많이 헤이해지고 게을러지고 있다.
그런 마당에 잠깐이나마 이 책을 읽으니 다시 마음을 다잡을 수 있는 계기가 되어 이렇게 서평을 쓰게 되었다. 가뭄의 단비와도 같은 생각을 줬으니 말이다. 이제 곧 있으면 9월이다. 새 학기가 시작하는데 이 책에서처럼 사고의 전환을 꾀해 스스로에게 후회없는, 마시멜로를 먹고 싶지만 참아갈 수 있는 하루하루를 보낼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열정을 경영하라
진대제 지음 / 김영사 / 2006년 3월
평점 :
절판


솔직히 주인장은 이런 성공(성공의 개념은 각자 다르겠지만, 일반적인 의미의 성공)한 사람들이 쓴 자서전격의 생활 지침서를 즐겨 보는 편은 아니다. 몇몇 유명한 사람들이 쓴 인생 성공기, 경영 리더쉽에 대한 글을 몇번 본 적이 있으며 한때 유명했던 '칭찬'과 '부지런'이라는 코드에 맞춰 쏟아져나왔던 수많은 책들 중 일부도 접한 적이 있었다. 그 와중에 특출나게 주인장에게 강한 인상을 준 책들도 분명 있지만 그렇지 않고 뻔한 소리들만 하는 책도 있었다.

예를 들면 '시계를 5분 먼저 돌려놔라' '새벽에 일찍 일어나 5분간 명상하라' '운동을 꾸준히 해라' 등의 뻔한 이야기들 있지 않은가. 누구나 다 알지만 그 자신의 의지박약으로 못 하는 부분들 말이다. 그런 내용의 책들을 볼때면 저런 내용으로 책을 써서 팔아먹는 사람들은 대체 어떤 생각을 하고 살아갈까? 그런 책이라면 나도 쓰겠다, 고 말이다. 그래서 종종 주인장이 원치 않은 기회, 예를 들어 남이 적극 추천해주던가(주인장의 성향을 알기에 남이 적극추천하지 않는 경우는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 언론에서 크게 떠들어대는 경우가 아니면 그런 책을 접하지 않는 편이다. 그리고 이번에도 역시 마찬가지였다.

평소 책을 좋아하시는 어머니가 전화로 책 10권만 주문하라고 하신 거였다. 다른 사람들에게 선물도 하고 같이 보려고 살 책이 있는데 그것이 바로 이 책이었다. 진대제 장관은 그간 어머니와 친분이 있으셔서 그동안 몇번 얘기는 들었지만 주인장에게는 생소한 사람이었다. 그냥 삼성전자 사장, 그러다가 공무원이 된 사람, 아들의 영주권 문제로 한때 곤욕을 치뤘던 사람 정도가 주인장이 갖고 있는 그에 대한 이미지의 전부였고 어머니가 정말 대단한 분이라고 칭찬한 것을 몇번 들은 것이 전부였다. 게다가 주인장은 이공계쪽은 전문도 아니거니와 좋아하는 분야도 아니기 때문에 그가 이룬 업적의 중요성만 깨달을뿐, 심각하게 생각하지도 않고 있었다. 솔직히 이번에 황우석 박사 사건도 주인장에게 있어서는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치뤄진 몇몇 문화행사보다도 비중이 적은 것이 사실이다.

이번에 세미나때 발표를 위해서 '고구려 고분벽화 연구'라는 책을 다시 보고 있었는데 마침 집중도도 떨어질 때가 됐고 해서 집어든 책이 바로 이 책이었다. 어머니가 '너도 1권 가져가서 보라'고 하셔서 집어봤는데 내용도 어렵지 않고 분량도 많지 않아서 결국은 앉은 자리에서 3시간만에 읽어버렸다. 뭐랄까, 진짜 '진대제'라고 하는 사람이 대단한 사람이라는 생각밖에 안 들었다. 어안이 벙벙하다고 해야하나, 멍해졌다고 해야하나~거의 그런 심정으로 책을 한장 한장 넘기면서 주인장은 거의 건국신화에 나오는 영웅설화 1편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였다. 이 정도까지 하면 좀 심한 과장이라고까지 할 수 있겠지만 주인장이 모르는 분야에서, 주인장이 신경쓰지 않던 분야에서 이런 엄청난 일들이 일어났고, 그 중심에 진대제라고 하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이 주인장에게는 한마디로 Shocking이었다.

미국 굴지의 기업 IBM에서 엄청난 연봉과 출세를 보장받던 연구원이 대뜸 한국으로 넘어와 반도체 산업을 자기 손으로 일으키겠다고 한 포부, '조국의 반도체 산업을 일으켜 일본을 집어 삼키겠다!'고 말하던 저자의 포부가 책을 통해서 그대로 전해질 정도였다. 책 내용은 아무래도 저자의 활동분야에 대한 이야기가 주이기 때문에 전문용어나, 일반인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시스템에 대한 내용도 실려있는 것이 사실이었다. 그래서 솔직히 그런 부분들은 주인장도 제대로 이해는 안 하고 그냥~그런 게 있구나, 하고만 넘어갔지만 그러면서도 전체적인 이야기의 흐름은 이해할 수 있었다. 긴장되고 안타까운 순간이 책을 통해서 주인장에게 그대로 전해졌던 셈이다.

특히 세계최오의 16M D램을 개발하기까지, 그가 대학에 가서 유학가기까지의 모든 과정은 그야말로 대단하다는 말밖에 나오지 않는 순간이었다. 자신의 전공공부를 하다가 길이 막히면 타 전공수업을 들으면서까지 열과 성을 다해서 공부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결국은 자신의 분야뿐 아니라 다른 분야에서도 최고로 인정받은 그의 저력과 끈기가 참으로 본받을만하다고 생각했다. 솔직히 주인장 역시 공부 좀 한다고 설쳤지만 저 정도로까지 하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자신의 분야에서 최고가 되려면 10,000시간만 집중해서 공부하면 된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정말로 그걸 실현한 사람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그 결과로 인해 우리는 오늘날 세계최고의 IT 강국으로 발돋움할 수 있었다.

책은 그냥 저자가 자신의 지나간 삶을 이야기하듯이 서술했기 때문에 쉽게쉽게 읽혀졌다.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이 책에서 그의 공직생활을 서술한 부분이 가장 와닿았다. 왜냐하면 주인장이 그동안 갖고 있던(비단 주인장뿐만 아닌 일반인들도 갖고 있던) 고정관념이 잘못된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끔 해줬기 때문이다. 자식들의 영주권 문제를 비롯한 그에 대한 몇몇 그릇된 고정관념으로 장관이 되자마자 사퇴가 어쩌구저쩌구 했던 언론들의 공격이 주인장은 어렴풋이 기억난다. 그리고 그 시절을 지나면서 오늘에 이르기까지 그에 대해 부정적이지도, 그렇다고 긍정적이지도 않은 시각으로 지내왔던 주인장이다. 하지만 이 책을 보니 그런 면들이 참 한쪽면만 보고 과장시킨 것이다, 라는 생각을 다시 하게 됐다. 이유없이 다른 사람에 대한 편견을 가지면 안 되는데 이 책이 그런 주인장을 깨우치게 한 셈이었다.

게다가 '10년 뒤 유비쿼터스 라이프의 하루'라는 챕터는 차후 유비쿼터스 시대에 우리가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에 대해 서술한 내용이었는데 일종의 짜여진 이야기였다. 이런 방식의 서술은 예전에 고구려인의 삶에 대해 서술했던 김용만 선생님의 '고구려의 그 많던 수레는 다 어디로 갔을까'에서 보고 참신하다고 느꼈는데 이번에도 역시 참신하다고 느꼈다. 그것이 정말 픽션이라고 할지라도 정말 가능성이 있을 것만 같았고 영화에서 보던 삶들이 지금 이대로만 계속된다면 이뤄질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실제 책이 뒷부분에서 저자는 우리는 할 수 있고, 우리가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를 강조했다. 세계최고의 IT 강국이자, 전세계가 그것을 인정하고 있는 마당에 우리가 이 분야를 계속 발전시켜 나가야만 한다는 것을 말이다.

오늘은 WBC에서 한국이 일본을 2연파 한 이후로 6:0으로 완패당한 날이다. 비록 우리가 아쉽게 졌지만 우리는 가능성이 있는 나라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도 솔직히 그 와중에는 왜 우리나라 선수들이 그따구밖에 못 하느냐, 병역특례를 해줬더니 기가 풀렸다느니 하면서 막말을 했다. 그 경기를 집에서 보면서 책에서 봤던 부분이 생각났다.

'남들은 우리를 상당히 낙관적으로 평가해 주는데 우리 스스로는 언제나 비관적이다. 나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이렇듯 비관적인 성향을 보이는 이면에는 뭔가 더 많은 것, 더 높은 것을 갈구하는 마음이 숨어있기 때문이라고 믿고 싶다'

한국 사람은 어쩔 수 없는 것인지. 암튼 우리나라 사람들은 항상 더 높은 곳을 위해서 노력하고 그것을 위해서 전진한다는 것만은 맞는 말 같다. 그러니 인류학계에서는 우리나라 사람같은 공격적인 성향을 가진 사람이 없다고까지 하지 않는가. 진짜 CF에서 나오는 말처럼 나는 자랑스런 '슈퍼 코리안'이라는 생각을 다시 한번 떠올리게 됐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