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민정음 암살사건
김재희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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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강제규필름 등의 영화사에서 시나리오 관련 작업을 하기도 했으며 이런저런 분야에서 꽤 이름이 있는 사람이라고 한다. 책의 내용을 보기 전에 주인장이 이 책에 대해 알고 있는 정보였다. 이전에 읽었던 정약용 살인사건과 함께 최근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소설이나 사극이 인기를 얻고 있어 그 분위기에 휩쓸려 이 책을 읽게 되었다. '훈민정음 원류본'을 찾아라? 무슨 내용일까? 설마『환단고기』류의 책에서 말하는 가림토 문자에 대해서 말하는 것일까? 그러면서 책장을 넘겼다.


결론을 말하면 주인장의 예상과 책의 내용은 상당부분 일치했다. 우연히 소매치기가 훔친 지갑 속에서 훈민정음 원류본의 마지막 페이지 일부가 발견되고 그와 관련해서 살인사건이 일어난다. 이 책의 두 주인공은 약간 무대포격인 강현석 형사와 지적인 여교수 서민영이다. 그리고 이 둘이 일본의 거대한 음모에 맞서 싸운다는 식의 스토리가 흘러간다. 일본의 거대한 음모라는 것은 전세계가 인정하는 과학적인 글자인 한글이 한국의 독창적인 문화유산이 아니라는 사실을 입증시키려는 것이었다. 그리고 두 주인공은 그 사실을 막기 위해서 이런저런 위험과 고비를 이겨내며 훈민정음 원류본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분명 이 소설의 소재는 참신하다 할만하다. 훈민정음이 가림토 문자라고 하는 단군시대 글자에서 본을 떴다는 이야기도 심심찮게 나오는 것이고 말이다. 재야사학계에서 언급하는 사실들은 충분히 소설적 재미로 활용할만 하다는 뜻이다. 하지만 좋은 소재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 했다는 생각이 책을 읽는 내내 지워지지 않았다. 책의 막바지에 이르면 두 주인공이 수수께끼를 풀기 위해 이 유적, 저 유적을 찾아나서는 모든 과정이 일본 우익의 수장 야마다가 파놓은 함정이라는 사실이 밝혀진다. 그리고 한국의 식민사학자들이 이를 통해 한글의 뿌리는 일본의 신대글자라는 입장을 발표하기까지 이른다. 물론 일본측의 음모는 밝혀지게 되지만 그 모든 과정 사이의 연관성이 치밀하지 못 하다.


문화재청에서 발굴을 해야한다고 떼를 써서(?) 훈민정음 원류본을 찾아낸다는 설정은 읽으면서 그야말로 코웃음을 치게 했고(문화재청은 그렇게 쉽게 발굴허가를 내주지 않는다. 그것도 공문 1장 없는 상황에서 말이다) 흡사『다빈치 코드』를 보는 듯한 몇개 조합을 풀어나가면서 이 유적, 저 유적을 찾아나가는 설정은 그다지 참신하지 못 했다. 분명 서민영 아버지가 남긴 암호문의 암호라든가, 일본측이 일부러 파놓은 함정으로 가기 위한 암호문 등은 한국적 팩션에 어울릴만한 아이템이었지만 앞서 말했듯이 몇몇 소재나 아이템이 빛을 잃을 정도로 스토리가 빈약했다. 차라리 2권으로 내용을 늘리면서 보다 정교하게 스토리를 짰으면 어땠을까 하는 안타까움이 들었다.


출판사 리뷰를 보니 작가는 오랜 기간에 걸쳐 동경, 오사카 등은 물론 국립중앙박물관, 청계천, 경복궁, 신륵사, 세종대왕릉 등 수많은 장소를 직접 답사하고 여러 역사학자와 인터뷰하고, 다양한 자료 등을 바탕으로 이번 작품을 완성했다고 한다. 하지만 주인장이 보기에는 이러한 유적 답사가 소설 속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던 것 같다. 나중에 따로 비평을 적겠지만 역시 똑같은 훈민정음 창제를 갖고 쓴 소설『뿌리깊은 나무』와 비교한다면 이 책은 정말로 어린애 수준밖에 안 된다고 할 수 있겠다. 저자에게는 안타까운 말이겠지만 좋은 점수를 줄만한 책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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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정약용 살인사건
김상현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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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제대로 된 역사소설을 하나 읽었다. 책에서도 적고 있듯이 정약용의 유배지였던 강진을 셀 수도 없이 드나들었다던 작가는 이 책을 '역사'에 방점이 찍힌 역사소설이 아니라 '소설'에 방점이 찍힌 역사소설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즉, 역사적 사실에서 모티프를 얻기는 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실제 역사에서 소재를 얻었다는 내용이지, 책의 전반적인 이야기 구성이 사실이라는 뜻은 아니다. 하지만 단순히 실제 역사적 사실에서 소재 하나 얻었음에도 이야기 전개에 현실감이 강하게 투영되어 있다는 것은 그만큼 작가의 연출력이 뛰어나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어설프게 역사적인 소재 한두개 얻어서 소설에 집어넣고는 마치 실제 역사에 근거해 사실적인 내용을 소개하는 양, 떠들어대는 소설보다 훨씬 흡입력 있는 소설이 바로 이 책이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나름대로 극찬(?)을 하는 이유는 주인장이 이 책을 상당히 재미있게 읽었기 때문이다.

일단 이 책을 처음 읽게 된 것은 그 제목이 흥미로워서이다. 현장에 이 책을 있길래 누구 것이냐고 물어봤더니 후배가 한달 전에 사두고 아직 읽지 않은 책이라고 했다. 남의 책을, 그것도 새 책을 먼저 읽는 것이 미안했지만 제목이 흥미로워서 먼저 읽겠다고 하고 책장을 넘기기 시작했다. 일단 정약용과 살인사건과 어떤 연관이 있는지가 궁금했다. 주인장이 알기로 정약용은 살해되지 않았는데 왜 이런 사건이 붙었을까? 아니면 정약용이 어떤 살인사건과 강하게 연관이 있었던 적이 있었던가? 정약용에 대해 많이 알지는 못 했지만 분명 그런 것은 없었다. 그런데 왜 이런 제목이 붙었는지 정말 궁금했다. 거기다가 책 표지에는 마치 정약용이 엄청난 음모에 휘말리고 있는, 힘없는 일개 실학자임에도 그를 둘러싸고 조선이라는 나라가 떠들썩했던 것처럼 적고 있어 더욱더 그랬다. 반역? 하지만 그건 너무 고리타분했다. 암튼 이런저런 생각 끝에 책장을 넘기기 시작했다.

작가가 이 책을 쓰게 된 동기는 어떻게 보면 굉장히 우연이었다. 정약용이 유배지에 온 죄수임에도 거처를 자주 옮겼다는 것에 촛점을 두고 어떻게 유배된 죄수가 그렇게 자유로웠을까~라는 의문을 품게 되었던 것이다. 그 다음에는 그가 쓴 문집들을 하나씩 살펴보다가 그가 강진에서 일어난 살인사건과 연관이 있었다는 점에 착안해 결국 '정약용이 강진으로 유배가 살인사건을 해결하고 신임을 얻어 자유로운 생활을 했다'라는 하나의 시나리오를 완성하게 된 것이다. 정말로 작은 사실에서 출발해 결국은 기록에 남아있지 않은 정약용의 유배생활에 대해 잘 묘사한 셈이다. 이 점이 일단 주인장이 꼽고 싶은 첫번째 장점이다. 거창하게 사서(史書)에 나와있는 몇줄의 기록을 짜집기해가며 있는 그대로의 역사적 사실에 살만 약간 더 붙여 이게 정말 역사인양 떠들어댄 책들에 비한다면 이 책이야말로 진짜 역사소설에 가까웠다. 마치『상도』『운부』『팔기군』등의 역사소설을 읽었을때 느꼈던 느낌과 비슷했다. 주인장은 실제 역사적 사실을 기록한 사서의 기록들 사이를 뛰어난 상상력으로 보완해주는 것이 진정한 역사소설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삼국지연의』가 무수한 논란 속에서도 최고의 소설로 인정받는 것 또한 이 때문일 것이다. 

그 다음으로 꼽은 것은 작가의 강진에 대한 묘사였다. 고을길 하나하나, 주막집에 대한 묘사, 산세와 주변 지리 등 작가가 강진에 애정을 갖고 수도없이 그 곳을 다녀간 흔적이 책에 그대로 남은 듯 했다. 그만큼 많은 노력을 기울였으리라. 그와 더불어 당시 사람들의 생활상에 대해서도 애정어린 필체로 꼼꼼하게 묘사하고 있어 읽는 이로 하여금 마치 내가 그 현장에 있는 것처럼 느끼게 해 주었다. 영화 '혈의 누'를 다들 보셨을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느낀 점은 전체적인 구성이 그 영화와 상당히 흡사하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물론 상황은 약간 다르지만 말이다. 살인사건이 일어났고 이를 둘러싼 이중삼중의 이야기들, 정약용을 둘러싼 다소 허무하면서도 집요한 음모와 숨겨진 이야기들, 그리고 반전에 반전을 거듭한 이야기의 전개까지 조선시대를 시대적 배경으로 해서 이런 이야기가 써지는 것이 가능하구나~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음란서생'이 지극히 현대적인 시각미와 관점을 갖고 만들어진 영화이고 '혈의 누'가 조선시대 살인사건과 검시관 등에 대해 재조명한 영화였다면 이 책은 그 중간쯤의 위치에서 당시 정약용의 삶에 대해 되돌아보게 해준다 하겠다.

한국사에서 가장 역사기록이 풍부하고 왕실공식기록인 조선왕조실록은 세계문화유산으로도 인정받았던 조선시대이다. 그럼에도 기록과 기록 사이에 우리가 모르는 일들은 잔뜩 있었을 것이다. 정사 이외에 야사가 그만큼 많은 시대도 조선시대가 아닌가. 이런 것들은 모두 훌륭한 소설의 소재가 될 수 있을 것이고 실제 그러한 소재들로 영화나 책, 사극 들이 만들어지고 있다. 얼마전 인기리에 방영되었던 드라마 '황진이'(영화는 큰 호평을 못 받는다고 들었지만)도 이러한 시류에서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하물며 조선시대에도 이럴진대 고대사는 더 말할 것이 무에 있으랴. 주인장이 가끔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역사소설을 보면서 더 흥미를 느끼고 더 재미를 느끼는 이유는, 아마도 이처럼 역사기록이 풍부한 시대임에도 소설적 소재가 더 많다는 다소 모순적인 점 때문이 아닐까 싶다. 주인장은 이 책을 이틀에 걸쳐 짬짬히 시간을 내서 읽었다. 아마 마음먹고 읽으면 일사천리로 읽어나갈 수 있을테고 그만큼 재밌다고 말하고 싶다. 한번쯤 읽어보길 권하고픈 책이기에 이처럼 몇자 끄적여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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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려 700년 동안 무슨 일이 있었을까 - 문답으로 이해하는 고구려 역사 지식과 정보가 있는 북오디세이 6
김용만 지음, 장선환 그림 / 주니어김영사 / 200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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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고구려 관련 서적을 읽었다. 구입한지는 꽤 됐고 예전에도 한번 읽었는데 문득 책장을 보다가 다시금 꺼내서 읽게 되었다.

이 책은 '주니어김영사'라는 출판사에서도 알 수 있듯이 어린이들을 위한 고구려사 서적이다. 그렇기 때문에 책 표지부터 책 내용, 문체까지 일반 고구려사 관련 서적과는 다른 점을 확인할 수 있다. 그간 적지 않은 고구려사 관련 서적을 내면서 다양한 견해들을 선보였던 저자의 노력이 많이 돋보이는 책이라 할 수 있다. 최근 서점가에는 어린이를 위한 다양한 역사책들이 등장하고 있는데 이 책은 그러한 책들 중에서 선구자적인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 책 이후로 다양한 고구려사 서적이 나왔지만 이 정도의 성적을 줄 정도의 수작(秀作)을 주인장은 아직 보지 못 했다.


일단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은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춰 고구려사를 서술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렇다고 어른들이 이 책을 보기에는 너무 수준이 낮냐~그건 또 아니다. 어른이라 할지라도 고구려에 대해 총괄적으로 알고 싶다면 이 책이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어린이들이 보는 책이어서 그런지 목차에서도 기존의 정치사적 서술(누구누구왕~하는 식으로)은 배제했다. 철저하게 흥미 위주의, 특정 테마 중심의 이야기들을 풀어나가고 있는데 그러면서도 중간중간 우리가 왜 역사를 알아야만 하는가~에 대한 자극을 주고 있어 단순히 읽고 그치고 마는 책이 되지 않게 하고 있다. 특히 책의 마지막에 동북공정에 대해 소개하고 우리가 왜 고구려를 기억해야 하는지, 등에 대해 코멘트를 하고 있어 어린이들에게 참 역사교육에 대해 알려주기도 한다.


주인장이 이 책을 읽으면서 재밌다~고 생각한 점은 생활사적인 면이 많이 들어가 있어서이다. 일반적으로 어린이 서적이라 하면 글씨가 좀 크고 그림이 매장마다 들어가고(물론 이 책도 그렇지만) 적당히 내용만 채우면 되는 것이라 생각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요즘은 인터넷을 누구나 쉽게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어린이들의 인터넷을 통한 정보수집 능력은 왠만한 어른들을 능가한다. 그런 상황에서 무수히 쏟아지는 온라인상의 자료들을 일찍부터 광범위하게 접하게 되는 어린이들을 만족시키려면 그 책의 수준이 어느정도여야 하는지 쉽게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주인장은 이 책에 높은 점수를 주고 또한 어른들이 봐도 무난할 것이라고 했던 것이다. 본론으로 들어와서, 이 책은 생활사적인 면을 많이 서술했는데 각각의 테마로 묶어서 고구려인의 삶에 대해 종합적으로 이해하게끔 하고 있다. 그리고 그 내용들이 하나같이 중요한 것들이어서 어느 것 하나 군더더기살을 뺄 수 없는 것들이라 하겠다.


저자는 강조한다. 고구려도 항상 강력했던 국가는 아니라고 말이다. 한나라가 아시아에서 가장 강력했던 제국이었을때 고구려는 그야말로 인구 십수만의 소국이었지만 훗날 수 · 당 제국이 한나라와 비교해 큰 발전을 보이지 못 했을때 고구려는 인구와 영토가 수십배 증가했다고 말이다. 즉, 우리가 고구려에서 기억해야 할 것은 넓은 땅과 강력한 군사력이 아니라 끊임없이 성장하고 발전해나갔던 모습이라는 것을 저자는 강조하고 또 강조한다. 책의 첫머리에 이런 이야기를 적음으로써 저자는 어린이들에게 역사란 무엇인지, 역사를 통해 우리가 무엇을 배워야 할지, 앞으로 어떻게 역사를 바라봐야할지를 생각하게 해주었던 것 같다. 비록 주인장이 어린이로 돌아가 순수한 동심을 갖고 책을 읽지는 못 했지만 주인장도 나름대로 많은 것을 느낄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자녀분들에게 역사공부를 시켜야겠다고 생각하시는 많은 학부모님들이 이 책을 자녀분들과 함께 읽고 역사에 대해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진다면 많은 것을 얻으실 것이라 생각하며 이만 글을 마치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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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자와 패자가 만드는 백가지 전쟁 - 테마로 읽는 세계사 02
사무엘 윌러드 크럼프턴 지음, 김일수 옮김 / 미토 / 200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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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조금 오래 전에 구입했던 책이다. 얼마전 책장을 정리하다가 발견하고는 가벼운 마음으로 책장을 넘기기 시작했다. 보면 알겠지만 분량이 얼마 되지 않은데다가 딱 100가지 에피소드에 대해서만 언급하고 있기 때문에 세계 전사(戰史)에 대해서 가벼운 마음으로 즐길 수 있는 책이 아닐까 싶다.

대부분의 전사 관련 책들이 그러하듯이 이 책에 나오는 100가지 전쟁 역시 대부분 서양사에 속하는 것들이다. 굳이 동양사 관련 내용을 꼽자면 훈족 아틸라, 칭기즈칸의 정복전, 칭기즈칸 계승자들의 정복전, 태평천국의 난, 1 · 2차 아편전쟁, 국공내전과 중국의 공산주의 혁명, 중일 전쟁, 한국 전쟁, 베트남 전쟁 정도다. 시기적으로 봤을때 고대 전쟁사에서 저자의 시각은 그리스와 로마를 벗어나지 못 하고 있다. 게다가 중세로 넘어오면 몽골족의 세계제국 경영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유럽의 기독교 세계에 대한 것들을 주로 다루고 있다. 이후 대항해시대를 거쳐 제국주의 시대를 지나면 대부분의 내용은 유럽 열강을 중심으로 다뤄지고 있다. 이미 오래전에 나온 전사 관련 서적이지만 이러한 시각은 오늘날에도 크게 개선되어 있지는 않다. 차후 동양사와 서양사의 균형잡힌 시각 속에서 쓰여진 책이 나오길 바랄 뿐이다.

약간 독특하게 저자는 100가지 전쟁 중 키루스 대왕의 정복전(페르시아의 성장 과정)을 첫번째로 꼽았다. 대부분의 전쟁사가들이 그 첫번째로 꼽는 전쟁은 마라톤전쟁과 같은 그리스-페르시아 간의 전쟁이 대부분이다. 물론 개중에는 메소포타미아 지역에서 벌어진 전쟁 혹은 트로이 전쟁을 거론하기도 한다. 하지만 페르시아의 정복전쟁을 처음에 꼽지는 않는데 이는 아마도 저자가 이후 주욱 언급할 그리스를 거론하기 전에 페르시아에 대해 일부러 언급한 것이 아닐까 싶다. 어쨌든, 메소포타미아 지역의 오랜 전란을 끝내고 키루스 대왕은 페르시아라고 하는 대제국을 세울 수 있었고 이후 알렉산더가 등장하기 전까지 무려 200여년 동안 그 지역을 호령할 수 있었다.

이후 그리스와 페르시아의 대립을 거론하고 알렉산더의 등장과 로마의 성장에 대해 저자는 언급하고 있었다. 전체 100가지 사건들을 살펴보면 로마시대 이후 저자의 주된 연구범위는 중세 유럽과 대항해시대 이후 세계 각지에서의 유럽 열강간 대립이다. 그 과정에서 아메리카 인디언과의 전쟁, 중국과의 아편 전쟁, 아프리카와 인도 원주민과의 전쟁이 거론되기도 했지만 대부분은 그러하다. 이는 이 시기 동양권 국가들이 주도적인 역할을 차지하지 못 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세계 전사상 비중이 높고 낮은 차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너무 서구적인 시각에서만 거론된 전쟁들은 편협한 시각에 바탕을 둔 것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이는 어떻게 보면 관행(?)이라 할만한 학문적 풍토이므로 저자를 비난할 필요는 없다. 다만, 서양 못지 않게 동양에서도 중요한 전쟁들이 존재하고 있었고 세계사적으로 언급할만한 가치가 있는 전쟁들이 있었다는 사실을 기억할 필요는 있다고 생각한다.

주인장은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으로 지극히 간결하고 깔끔한 문체를 꼽곤 한다. 세계사 시간에 몇몇 단어로만 배웠던(몇년도 무슨 전쟁, 몇년도 무슨 전쟁 식으로) 다양한 전쟁에 대해서 저자는 최소한의 설명만을 곁들이고 있다. 특히 페르시아 전쟁 이후 서구 문명의 중심으로 부상한 그리스의 역사흐름이라든가, 로마가 이탈리아 반도에서 벗어나 세계 제국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과정, 기독교를 최고 가치로 추구하던 중세 유럽의 복잡한 정치 상황 등 한눈에 전쟁을 중심으로 세계사의 흐름을 읽을 수 있게 해 준다는 점이 바로 그러하다. 키루스의 정복전부터 걸프전까지 저자는 수천년의 시간 동안 벌어졌던 전쟁들을 가벼운 터치로 언급하고 있으므로 전쟁사를 전공하는 연구자라든가, 전쟁에 관심이 많은 마니아라든가, 일반 독자라든가 누구라도 부담없이 즐길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관련 서적들을 주욱 살펴보면 알겠지만 많은 내용을 담고자 하면 분량이 늘어나게 되고 전문적인 용어의 난무로 복잡하기 마련이다. 게다가 100개나 되는 전쟁에 대해 일목요연하게 정리하기도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주인장은 전쟁사 관련 교양서적으로는 이 책이 가장 적당한 책이 아닐까 생각하며 감히 추천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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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려.백제 유민 이야기
지배선 지음 / 혜안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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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선지, 이정기...모두 익히 들어 알고 있는 인물들이다.

이들의 공통점이라면 모두 고구려 유민으로서 당(唐)에서 크게 이름을 떨쳤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또 하나의 공통점을 꼽자면 이들에 대한 연구가 한 사람에 의해 이뤄졌다는 것이다.『유럽 문명의 아버지 고선지 평전』과『중국 속 고구려 왕국, 제』를 쓴 지배선이 그러한데 중국 중세사 전공자로도 유명한 저자의 또 다른 연구성과가 바로 이 책『고구려  · 백제 유민 이야기』이다. 저자가 1999년 안식년으로 미국 인디아나 대학에 갔을때 그 곳의 크리스토퍼 I. 베크위스 교수를 만나게 되었고 한국에서는 왜 고선지, 흑치상지에 대한 연구가 없느냐는 질문을 받았다고 한다. 한국인으로서 부끄러운 질문이 아닐 수 없다. 실제 고선지나 흑치상지에 대한 연구성과가 국내에서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정기 일가나 왕모중, 왕사례 등을 비롯해서 고구려 · 백제 유민에 대한 포괄적이고도 다양한 연구성과는 대부분 저자에 의해 진행되었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더 이 책이 의미있는 것이 아닐까 싶다. 

이 책은 총  6장으로 이뤄져 있으며 당연히 6명의 고구려 · 백제 유민에 대해 적고 있다. 고구려 유민 왕모중, 연남생, 연헌성, 연남산과 백제 유민 흑치상지와 흑치준에 대해 적고 있는데 전체적인 구성은 비슷하다. 일단 가장 주된 사료는 중국에서 발견된 묘비명이며 그것과 각종 문헌을 통해서 각 유민들의 행적을 소개하고 있다. 고구려, 백제 멸망 이후 당에서의 입관과 각종 전공을 통한 승승장구, 그리고 대부분의 인물들이 토사구팽(兎死狗烹)의 죽음을 맞이하는 과정까지를 자세하게 소개하고 있다는 점이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이라 할 수 있다. 특히 고구려, 백제 멸망 이후 각지로 뿔뿔히 흩어진 유민들을 통해 당시 사회상을 파악할 수 있다는 점이 좋다 할 수 있다.

특히 주인장은 왕모중과 흑치준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 했는데 이 책을 통해서 잘 알게 되었다.

노예의 신분으로서 임치왕 이융기의 최측근이 되어 현종의 CEO로 활약했던 왕모중. 당에 의해 고구려가 멸망하고 수많은 고구려인들이 당으로 들어갔는데 개중에는 노예의 신분으로 하락한 사람들이 많았다. 왕모중이 그러했는데 왕모중과 더불어 고구려인으로 보이는 이의덕이라는 인물 또한 노예 출신으로서 이융기의 경호원으로 활약했다. 이 두 사람은 현종의 즉위에 절대적인 공헌을 한 인물들로서 특히 왕모중은 현종이 어렸을 때부터 함께 생활하면서 현종의 절대적인 신임을 얻었던 인물이다. 저자는 왕모중이 현종의 최고 CEO로서 '개원지치'는 실상 고구려인 왕모중이 있었기에 가능하다고까지 말하고 있다. 실제 각종 문헌은 왕모중이 국가의 일을 처리함에 있어서 예외없이 공정하였다는 사실과 정예 기병 만기(萬騎)의 지휘자이자 황실 마굿간을 관리하는 등 권력의 핵심인물이라는 사실을 그대로 알려주고 있다. 그러한 권력의 획득으로 인해 왕모중은 현종으로부터 총애를 독차지하였고 현종은 왕모중의 대소사까지 관심을 가졌다고 한다. 왕모중의 두 부인은 국부인(國夫人)으로 임명되었고 어린아이는 5품의 벼슬을 제수받고 늘 황태자와 놀았으니 환관 양사욱 · 고력사는 이를 늘 두려워했다고 한다. 그런 대단한 왕모중이었지만 권력에 대한 끝없는 탐욕때문이었는지, 아니면 위대한 고구려의 부활 때문이었는지 왕모중은 반역을 꾀하다가 허무하게 세상을 떴다.

저자는 왕모중이 반역에 성공하여 당 조정이 구조조정되었다면 더 강력한 세계국가가 출현했을 것이라고 한다. 당시 왕모중의 능력은 상당히 출중했을 뿐만 아니라 당 현종 재위시 활약했던 유능한 장군들 가운데 상당수가 고구려와 백제 유민 출신이었기 때문이다. 에드윈 플리블랭크라는 학자는 현종이 왕모중과 같은 탁월한 인물의 재능을 이용한 후 지체하지 않고 처리했기 때문에 장기간 집권하면서 권력을 안정화할 수 있었다고도 했다. 왕모중이 살았더라면, 반역이 성공했더라면 저자의 생각처럼 또 다른 세계국가가 등장했을지는 모를 일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뛰어난 능력으로 당의 권력을 좌지우지했던 왕모중 같은 인물도 결국은 고구려 유민에 불과했다는 사실이다. 물론 당나라를 구성하는 민족 자체가 선비족이기는 하지만 한족 중화국가 체제를 갖추고 있었던만큼 가장 강력한 라이벌이었던 고구려 출신을 포용력있게 흡수하기는 버거웠을 것이다. 현종이 자신의 황제권력이 도전받으리라는 위기감을 느끼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했을 것이다.

흑치준은 유명한 백제 유민 명장 흑치상지의 아들이다. 이 역시 묘비명의 기록을 기준으로 살펴보고 있는데 흑치 일족에 대한 자세한 기록들이 남겨져 있어 주목된다. 먼저 주목할 사항은 흑치상지와 흑치준의 내용이 약간 다르다는 점이다. 흑치준의 증조부에 대해 흑치상지 묘비문은 '달솔 흑치덕현'으로 기록한데 대해 흑치준 묘비명은 '자사 흑치가해'로 적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송기호는 덕현은 중국식, 가해는 백제식 이름이라 하고 있고 저자는 가해는 이름이고 덕현은 자일지도 모른다고 적고 있다. 이는 흑치준의 조부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인데 이 역시 시기가 다름에 따라 생겨난 묘비문 작성에 기인한 결과로 생각한다. 일련의 내용들을 살펴보면 백제에서 이미 고위관직을 점유하면서 번영했던 흑치 일족이 당으로 건너온 이후에도 계속 번영했다는 사실이다. 낙양 종선방 거리에 흑치 일족의 저택이 있었다는 것도 그 근거 중 하나이다. 이 곳은 낙양 외성 건춘문 근처인데 흑치 일족 외에도 이정기의 손자 이사도의 저택과 연개소문의 손자 연헌성의 저택도 이 곳에 있었다고 한다. 아버지처럼 수많은 전공을 세우고 입신양명에 성공한 흑치준이었지만 그는 모함을 받아 죽은 아버지가 늘 짐처럼 걸렸던 것 같다. 저자는 흑치준이 당에 적극적으로 충성한 것은 바로 아버지의 억울함을 풀기 위한 복권운동의 일환이었다고 적고 있다. 이른 나이에 죽었다는 흑치준, 그가 마지막으로 아버지의 억울함을 풀고 나서야 세상을 뜰 수 있었던 것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에 가슴이 찡하기도 했다.

저자는 각 인물들에 대해 서술하면서 다음 몇가지 공통된 인식을 견지하고 있다.

첫째, 망국의 유민들은 결국 유민일 뿐이다. 그들이 뛰어난 능력을 지닌 일대 영웅인 것은 틀림없지만 당 조정의 입장에서는 그 뛰어난 능력을 이용하기 좋은 것으로밖에는 보이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왕모중과 같이 황제의 최측근으로서 진심으로 총애를 받은 경우도 있었지만 흑치상지처럼 주변 권신들의 모함으로 억울하게 죽기도 했다. 연남생은 당에 항복해 조국을 멸망시킨 전공을 세웠지만 정작 당에서 바로 관직을 받지 못 했다. 그래서 수년간 자기 수련을 거듭하다가 벼슬을 달라고 조아려 겨우 장군의 반열에 오르기도 하였다. 저자는 이러한 유민들이 죽었을때 성대한 장례를 치뤄주고 묘비명에 극찬을 더한 것도 모두 피지배층에 대한 유화책의 일환이었다고 해석하고 있다. 모두 일리 있는 말이다. 아무리 주변의 모든 국가와 족속을 정복하여 국제적 · 개방적인 세계 제국을 만들었다지만 라이벌에게까지 너그럽지는 못 했을 것이니 말이다. 실제 유민들이 누렸던 잠깐의 영광은 그에 못지 않은 아픔을 간직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둘째, 그는 고구려를 철저하게 유목국가적 시스템을 갖춘 나라로 인식하고 있었다. 남생이 아우에게 도성을 맡기고 지방 순시를 나갔던 일이라든가, 고구려 유민 출신 장군들이 기마와 활솜씨에 뛰어난 능력을 보여줬던 사실 등 몇가지 이유를 통해 고구려를 마치 선우가 지배하던 흉노와 같은 구조로 인식하고 있었다. 하지만 고구려는 엄밀히 말해서 순수 유목국가와는 전혀 다른 국가체제를 지닌 국가였다. 물론 유목국가적 성격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정착형 유목국가'라는 단어에 걸맞는 국가로 보는 것이 더 적합할 것이다. 아마 저자의 전공 분야가 중세 중국사, 특히 모용씨 정권에 대한 부분이어서 그러한 시각이 반영된 것은 아닐까 하는데 어쨌든, 고구려에 대한 저자의 인식은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셋째, 당이 유민 출신 장군들에 대해 과도하게 잘 해주고 사후에도 극찬을 아끼지 않았던 것은 피지배층에 대한 그들의 기만술이었다는 것이다. 실제 고구려를 팔아먹은 것과 마찬가지인 연남생에 대해 당은 극진한 대접을 아끼지 않았는데 이는 바로 위와 같은 이유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묘비명에 그들의 화려한 전공을 아끼지 않고 기록한 것 역시 당에서 활약한 유민 출신 장군들의 공적을 대내외적으로 크게 선전함으로써 당에 대한 충성심을 자랑하기 위해서라고 적고 있다. 즉, 철저하게 정치적인 이유 때문에 유민 출신 장군들에 대한 묘비명이 자세하게 남게 되었고 오늘날 우리들은 그것을 통해 당시 유민들에 대해 알 수 있게 된 것이다.

전체적으로 저자는 유민들이 당에서 활약했다는 사실만 전달하는데 그치지 않았다. 그들이 그렇게 적국에서 활약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 그리고 그들의 화려한 전공 뒤에 숨겨진 이면까지도 밝혀내고자 하고 있다. 특히 그는 남생에 대한 연구를 마치면서 유민사의 긍정적인 면을 보고 싶었던 애초의 생각과 달리 남생은 부정적인 행적만을 남긴 인물이었다고 평(評)했다. 그리고 고구려는 그에 의해 멸망했다고 단언하면서도 그 역시 고구려 유민사의 한 인물이라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기고 있다. 다소 비주류(?)라 할 수 있는 유민사 연구에 있어 이 책이 중요한 지표를 남기고 있다고 생각하면서 이만 글을 마감하고자 한다. 다소 어렵고 지루한 문체로 이뤄진 면이 없지 않지만 인내심을 갖고 책을 읽어나간다면 우리가 몰랐던 또 다른 고구려, 백제사에 대해 알 수 있는 기회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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