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자와 패자가 만드는 백가지 전쟁 - 테마로 읽는 세계사 02
사무엘 윌러드 크럼프턴 지음, 김일수 옮김 / 미토 / 2002년 12월
평점 :
절판


조금 오래 전에 구입했던 책이다. 얼마전 책장을 정리하다가 발견하고는 가벼운 마음으로 책장을 넘기기 시작했다. 보면 알겠지만 분량이 얼마 되지 않은데다가 딱 100가지 에피소드에 대해서만 언급하고 있기 때문에 세계 전사(戰史)에 대해서 가벼운 마음으로 즐길 수 있는 책이 아닐까 싶다.

대부분의 전사 관련 책들이 그러하듯이 이 책에 나오는 100가지 전쟁 역시 대부분 서양사에 속하는 것들이다. 굳이 동양사 관련 내용을 꼽자면 훈족 아틸라, 칭기즈칸의 정복전, 칭기즈칸 계승자들의 정복전, 태평천국의 난, 1 · 2차 아편전쟁, 국공내전과 중국의 공산주의 혁명, 중일 전쟁, 한국 전쟁, 베트남 전쟁 정도다. 시기적으로 봤을때 고대 전쟁사에서 저자의 시각은 그리스와 로마를 벗어나지 못 하고 있다. 게다가 중세로 넘어오면 몽골족의 세계제국 경영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유럽의 기독교 세계에 대한 것들을 주로 다루고 있다. 이후 대항해시대를 거쳐 제국주의 시대를 지나면 대부분의 내용은 유럽 열강을 중심으로 다뤄지고 있다. 이미 오래전에 나온 전사 관련 서적이지만 이러한 시각은 오늘날에도 크게 개선되어 있지는 않다. 차후 동양사와 서양사의 균형잡힌 시각 속에서 쓰여진 책이 나오길 바랄 뿐이다.

약간 독특하게 저자는 100가지 전쟁 중 키루스 대왕의 정복전(페르시아의 성장 과정)을 첫번째로 꼽았다. 대부분의 전쟁사가들이 그 첫번째로 꼽는 전쟁은 마라톤전쟁과 같은 그리스-페르시아 간의 전쟁이 대부분이다. 물론 개중에는 메소포타미아 지역에서 벌어진 전쟁 혹은 트로이 전쟁을 거론하기도 한다. 하지만 페르시아의 정복전쟁을 처음에 꼽지는 않는데 이는 아마도 저자가 이후 주욱 언급할 그리스를 거론하기 전에 페르시아에 대해 일부러 언급한 것이 아닐까 싶다. 어쨌든, 메소포타미아 지역의 오랜 전란을 끝내고 키루스 대왕은 페르시아라고 하는 대제국을 세울 수 있었고 이후 알렉산더가 등장하기 전까지 무려 200여년 동안 그 지역을 호령할 수 있었다.

이후 그리스와 페르시아의 대립을 거론하고 알렉산더의 등장과 로마의 성장에 대해 저자는 언급하고 있었다. 전체 100가지 사건들을 살펴보면 로마시대 이후 저자의 주된 연구범위는 중세 유럽과 대항해시대 이후 세계 각지에서의 유럽 열강간 대립이다. 그 과정에서 아메리카 인디언과의 전쟁, 중국과의 아편 전쟁, 아프리카와 인도 원주민과의 전쟁이 거론되기도 했지만 대부분은 그러하다. 이는 이 시기 동양권 국가들이 주도적인 역할을 차지하지 못 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세계 전사상 비중이 높고 낮은 차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너무 서구적인 시각에서만 거론된 전쟁들은 편협한 시각에 바탕을 둔 것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이는 어떻게 보면 관행(?)이라 할만한 학문적 풍토이므로 저자를 비난할 필요는 없다. 다만, 서양 못지 않게 동양에서도 중요한 전쟁들이 존재하고 있었고 세계사적으로 언급할만한 가치가 있는 전쟁들이 있었다는 사실을 기억할 필요는 있다고 생각한다.

주인장은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으로 지극히 간결하고 깔끔한 문체를 꼽곤 한다. 세계사 시간에 몇몇 단어로만 배웠던(몇년도 무슨 전쟁, 몇년도 무슨 전쟁 식으로) 다양한 전쟁에 대해서 저자는 최소한의 설명만을 곁들이고 있다. 특히 페르시아 전쟁 이후 서구 문명의 중심으로 부상한 그리스의 역사흐름이라든가, 로마가 이탈리아 반도에서 벗어나 세계 제국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과정, 기독교를 최고 가치로 추구하던 중세 유럽의 복잡한 정치 상황 등 한눈에 전쟁을 중심으로 세계사의 흐름을 읽을 수 있게 해 준다는 점이 바로 그러하다. 키루스의 정복전부터 걸프전까지 저자는 수천년의 시간 동안 벌어졌던 전쟁들을 가벼운 터치로 언급하고 있으므로 전쟁사를 전공하는 연구자라든가, 전쟁에 관심이 많은 마니아라든가, 일반 독자라든가 누구라도 부담없이 즐길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관련 서적들을 주욱 살펴보면 알겠지만 많은 내용을 담고자 하면 분량이 늘어나게 되고 전문적인 용어의 난무로 복잡하기 마련이다. 게다가 100개나 되는 전쟁에 대해 일목요연하게 정리하기도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주인장은 전쟁사 관련 교양서적으로는 이 책이 가장 적당한 책이 아닐까 생각하며 감히 추천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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