굉장히 신선하면서도 독특했던 판타지 영화.

여자친구가 보기 싫다는 것을 억지로 설득(?)해서 같이 본 영화인데 주인장은 정말 괜찮게 봤다. 

먼저 내용을 잠깐 보자면 전체적으로 이게 현실인지, 판타지인지 모를 정도로 혼란스러운 것이 특징(?)이다. 아주 먼 옛날, 인간들이 모르는 지하왕국이 있었는데 그 행복한 동네에서 살던 어린 공주님이 인간 세계로 올라왔다가 그만 다시는 돌아가지 못 하게 됐다. 그러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주인공 오필리아는 꿈많은 어린이로 만삭인 어머니와 함께 군인인 새 아버지의 군 막사로 향하게 된다. 그 곳은 신비한 숲으로 둘러싸인 곳으로 그 곳에서 오필리아는 지하왕국에서 온 '판'을 만난다(주인장은 처음에 이 판이 뭘 의미하는지 몰랐었다). 그리고 판이 제시한 3가지 미션을 수행하는데 그 자세한 미션은 영화를 보면 잘 알 수 있으니 여기서는 뭐 더 말하지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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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면 딱 알 수 있지만 시공간적 배경이 참 독특하다. 아마 2차 세계대전 전후의 스페인(프랑코 총통이 지배하는)인 것으로 보이는데 오필리아의 아버지인 캐피탄 비달 대령은 프랑코의 수하로 등장한 듯 했다. 그는 작전지역을 돌아다니다 잡힌 약초 캐는 부자를 잔인하게 죽이고 아무렇지도 않게 총에 맞아 피를 흘리는 반군을 사살하는 냉정함을 지닌 인물이었다. 오직 자신의 핏줄을 남기기 위해 비천한 출신의 오필리아 어머니와 결혼했을 뿐이며, 천방지축으로 날뛰는 오필리아는 눈에 가시처럼 여기고 있었다. 물론 오필리아도 그런 새 아버지를 좋아하는 것은 아니지만. 여기까지만 보면 판타지 치고는 지극히 현실적인 배경 속에서 이야기가 진행되고 있어 조금 어리둥절하기까지 했다. 처음에 영화를 보면서 판이 나오기 전까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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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판이 나오면서 이야기가 조금 다르게 진행되는 것 같았다. 판은 오필리아에게 불가능할 것 같은 3가지 미션을 제시하는데 현실적인 문제에 맞부딪쳐 제대로 미션을 수행하지 못 하는 어려움 속에서도 오필리아는 결국 판이 제시한 미션을 수행하기에 이른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정부군과 반군의 대립은 계속되고 반군을 잡아 죽이려는 캐피탄 대령의 광기는 극에 달한다. 이처럼 영화는 판을 내세워 오필리아를 매개로 판타지 세계를 보여주지만 그와 동시에 당시 혼란스러웠던 스페인의 현실상황을 보여주고 있었다. 이렇게 현실과 판타지가 뒤섞이며 보여지고 있지만 오필리아가 제대로 미션을 수행하고 있었고 판타지적 요소가 현실에서도 통용되는 걸 보면서(판이 인삼같이 생긴 요정을 주면서 몸이 아픈 어머니 침대 아래에 두고 우유를 정기적으로 갈아주면 아이가 잘 자랄 것이라고 했다. 그래서 오필리아가 그렇게 하는데 새 아버지는 그걸 찾아서 인삼을 불태우고 만다. 그리고 어머니는 피를 흘리며 난산 속에 죽게 되고...또 오필리아가 흰 분필로 문 만드는 것도...이건 100% 현실과 판타지가 섞인 것이라 생각했다) 으음~판타지는 판타지가 맞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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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영화가 점점 흘러 갈수록 다시 헤깔리기 시작했다. 특히 마지막 장면이 더 그러했다. 판은 지하왕국으로 가려면 오필리아의 남동생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의 순수한 피가 있어야만 지하왕국으로 갈 수 있다고 말이다. 하지만 오필리아는 판의 제안을 거절하고 두 눈에 쌍심지를 키고 자신의 핏줄을 찾으러 온 새 아버지에게 죽임을 당한다. 그리고 그녀는 드디어 지하왕국으로 들어가게 된다. 첫번째 미션은 용기를 필요로, 두번째 미션은 인내심을 필요로 했다면 세번째 미션은 자기 희생을 필요로 했기 때문이다. 지하왕국의 수문장인 판은 더없이 다정한 표정으로 그녀를 맞이하고 지하왕국으로 돌아간 그녀는 모두의 환호 속에 부모님과 재회하게 된다. 그리고 이야기는 끝나는가 싶었다. 

마지막에 반군에게 둘러싸인 캐피탄 비달 대령은 자신의 핏줄을 잘 남겨달라고 하면서 자신이 아버지임을 밝혔지만 반군은 그를 죽이고 그의 자식은 그런 사실을 모르고 키울 것이라 다짐한다. 지극히 현실적인 결말. 반군이 전쟁에서 승리하고 정부군은 전멸했으며 새 아버지와 어머니, 오필리아는 모두 죽고 말았다. 여기까지 딱 보자 문득 드는 생각은 이거 지금까지 오필리아의 상상 속에서 진행된 얘기 아니야? 였다. 어려서부터 동화를 즐겨 읽던 오필리아였기에 그녀는 판이라는 상상의 캐릭터와 지하왕국이라는 상상의 나라를 자기 머릿속에 떠올리게 되었고, 이야기 전반을 이끌었던 미션들은 모두 그녀의 꿈 속에서 진행된 것이라고 말이다. 인삼같이 생긴 요정도 오필리아에게만 중요한 존재였고 그녀의 새 아버지에게는 한낱 쓸모없는 나무조각일 뿐이었던 것처럼 말이다. 그녀에게 당시 스페인의 혼란한 현실은 견디기 힘든 것이었고, 그렇기에 더욱더 그녀는 자기만의 세상에 빠져들었던 것이 아니었을까?

지금까지 인기를 끌었던 유명한 판타지 영화들과는 전혀 다른 스타일의 새로운 판타지 영화. 처음에는 그저 그랬는지 몰라도 보면서 주인장도 모르게 흠뻑 빠져들게 되었다. 현실세계와는 전혀 상관없는 판타지 속의 새로운 세상에서 벌어지는 영웅들의 이야기를 담은 '반지의 제왕' 시리즈, 현실세계와 연결은 되어 있지만 역시 새로운 세상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나니아 연대기' 시리즈, 앞의 두 작품보다 현실세계와 훨씬 더 밀접한, 현실세계와 뒤섞여 있는 판타지세계를 다룬 '해리포터' 시리즈까지 그간 인기를 끌었던 판타지 영화들은 대개 이런 3가지 시공간적 배경을 지니고 있었다. 하지만 이 영화처럼 아주 세세하게 당시의 현실상황을 자세히 반영한 영화는 없었던 것 같다. 지극히 현실적이기에 그 내용조차 현실인지, 판타지인지 구분조차 가지 않는 영화. 보고 나서도 그게 현실일까, 판타지일까 고민하게 만드는 그런 독특한 영화였다. 

물론 기존의 판타지 영화 스타일에 익숙한 사람들이라면 이런 영화는 별로 재미없고 흥미를 유발하지 못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분명히 기존의 판타지 영화와 다른 영화이기 때문에 한번쯤 경험을 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어른들을 위한 잔혹동화라는 표현에 걸맞게 다소 잔인한 장면도 여과없이 나오기는 하지만, 지극히 현실적인 판타지 영화이기에 15세 관람가가 무방하다고 생각한다. 그럼 새로운 판타지 세계에 한번 빠져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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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오랜만에 '최고'라고 칭할만한 사극을 봤다. 처음에는 별로 얘기도 못 듣고 주목하지도 않았던 작품이다. 우연히 2회를 보다가 '오호~재밌겠는데'라는 생각에 다운받아서 1~8부까지 며칠만에 주경야독(?)의 심정으로 다 봤다. 이걸 보기 얼마전에『뿌리깊은 나무』를 감명깊게 읽었던 터라 다시금 쉽게 빠져들었던 면도 있지만 그걸 떠나서 스토리나 장면장면마다 나오는 영상미와 대사가 주인장 머릿속에 강하게 각인되었다. 그렇기에 주인장은 지금까지 무수히 방영되었던 사극 중에서 단연 '최고'라고 칭할만한 작품이라고 단정하는 바이다. 그렇기에 주변에 적극적으로 '한성별곡-정'을 소개하고 보라고 선전 중이기도 하다.  

배경은 정조 시대, 임금은 시파와 벽파의 정쟁 속에 어렵게 왕위에 올라 수원 화성으로의 천도를 단행하는 등 경장(정치개혁)을 강하게 실시하고 조선 천지가 소란스러울때 살인사건이 일어난다. 하지만 그건 시작일 뿐이다. 작은 살인사건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거대하고 어두운 음모의 중심부로 향해간다. 기본적으로『뿌리깊은 나무』를 본 독자라면 잘 알겠지만, 그 책은 조선시대 스릴러의 최고봉이라 불릴만한 작품이다. 주인장도 이미 서평을 한번 쓴 적이 있듯이 다양한 등장인물들의 심리묘사, 세심한 시대적 고증, 놀라우리만치 탄탄한 스토리, 무수히 많은(그리고 숨겨졌던) 소재들의 절묘한 조합 등등 여타 역사소설이 따라가지 못할만큼의 작품성을 보유한 작품이기도 하다. 그리고 주인장의 이러한 극찬(?)은 이 사극에도 적용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일단 등장인물들의 비중이 어느 것 하나 한 곳에 치우침이 없어 절묘한 균형을 맞추고 있으며 시대고증이나 묘사 등이 수준급이었다. 스토리는 말할 것도 없고 말이다. 2중 3중으로 깔아놓은 복선은 글이 아닌 영상으로 표현되었기에 오히려『뿌리깊은 나무』를 능가할 정도라 생각한다. 8부작 미니시리즈지만 8회 마지막 1분까지도 손에 땀을 쥐게 할 정도로 긴박하게 돌아가는 스토리 속에서 정말 대단하다~라고 감탄을 내어놓을 수 밖에 없었다.

그럼 자세하게 한번 논해보자. 사극을 보면서 주인장이 가장 놀란 것은 시대적 배경과 절묘하게 부합하는 소재의 선택이었다. 예전 안성기 주연의〈영원한 제국〉이라는 영화가 제작된 적이 있다. 역시 정조 시대를 배경으로 개혁정치를 펼치는 임금과 신하간의 긴박한 하루가 묘사되어 많은 화제가 되었는데 여기에서는 보다 다이나믹하게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있다. 흔히 조선시대의 르네상스라고 불리는 영-정조 시대, 이 시대는 역동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는 시대로서 많은 소설의 소재로서, 많은 연구자들의 연구주제로 활용되었다. 그런만큼 시대적 변혁을 상징하는 많은 사건들이 이 시대에 벌어졌는데, 격렬한 정쟁(政爭) 또한 이에 해당한다. 드라마 내내 신료들의 정쟁은 날이 갈수록 더해가고 정조 임금의 의지와 상충되는 장면이 많이 나온다. 그 중에는 왕의 편에 서서, 혹은 왕의 반대편에 서서 격렬한 논쟁을 벌이는 자도 있지만 이들은 유동적으로 움직이며 자신이 서야 할 편을 골라내기 바쁘다. 정치인들이 머리가 좋다고들 말하는데, 여기에서도 어김없이 정치인들의 놀라운 정치 감각은 빛을 발한다. 극에서 최고로 꼽힐만한 극적 요소 중 하나는 '반전 '인데 정쟁으로 인한 반전 또한 빼놓을 수가 없다. 그리고 이러한 반전은 당시 시대적 상황과 절묘하게 부합하며 극적 재미를 배가시킨다. 변혁과 개혁에 어울리는 극적 긴장감이 드라마 전체를 휘감는 것을 보는 이라면 누구나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 다음으로 주목할 것은 등장인물의 '성격'이다. 가장 중요한 주인공은 위에 보인 3명이라 할 수 있는데 각각의 캐릭터가 상당히 독특하다. 어리버리하지만 나름의 소신과 확신이 있는 서얼 출신의 박상규, 명문대가의 딸로서 역도로 몰려 집안이 풍비박산되고 음모의 중심으로 돌아선 이나은, 천민 출신이지만 돈의 위력을 알고 세상을 돈으로 바꿔보려는 양만호. 서로 다른 독특한 캐릭터를 지닌 3명의 주인공 덕분에 극 전개는 더욱 극적이 된다. 그리고 이런 극중 인물설정은 당시 시대상황과 절묘하게 부합된다. 이조판서를 비롯해 서얼들의 사회 진출이 본격화되는 시점에 박상규라는 캐릭터는 당시 조선사회에서 서얼의 차별이 어느 정도였는지, 서얼의 신분적 위치가 어떠한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이조판서가 자신의 몸 안에 흐르는 쌍놈의 피를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장면에서 주인장은 절로 감탄했다. 심리묘사가 절묘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박상규는 약간 이상주의자로서 당시 조선시대 지배층과는 전혀 다른 생각을 지닌 이였다. 그러하기에 정조는 그에 대한 기대를 더욱더 하게 되고 의금부 도사로 임명하여 직접 보검을 하사한다. 그리고 그는 자신만의 신념으로 끝까지 극을 이끌어나간다(심지어 사랑하는 이나은이 독주를 마시게 했을때도 그는 강렬하게 부인하였다). 이나은은 역도의 집안 출신으로 관비가 되어 몸과 마음이 망가진 채 살아가다가 거대한 음모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게 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나은의 아버지가 역도로 몰리게 된 이유가 서구사회처럼 민중에 의한 민주주의의 실현을 원했기 때문이다. 정조의 측근으로서 정조도 그의 역모 사실을 믿지 않았지만 그 역시 알고 있었다. 민중에 의한 쿠테타는 먼 미래에나 가능한 일이라는 정조의 대사가 바로 그러하다. 이 비밀이 밝혀질 때까지 이나은은 오직 복수만을 생각하는 독을 품은 여인일 뿐이었다. 더불어 양만오 역시 천민이지만 객관으로 성공하여 거부로 성장한 인물이었다. 조선시대 후기 상업 네트워크가 활기를 찾으면서 화폐경제가 발달하고 돈의 위력이 발휘되는 시점에 양만오는 아주 적절한 캐릭터가 아닐 수 없다. 즉, 각 인물들이 당시 사회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전형적인 인물이라는 소리가 된다. 그럼에도 기존 사극에서는 보지 못 했던 인물들이어서 전형적이면서도 전형적이지 않은 캐릭터가 되어버렸다.

세번째는 새로운 임금상을 만들어 냈다는 점이다. 정조 임금의 독백은 물론, 그가 다른 인물들에게 툭툭 던지는 대사까지 어느 것 하나 귀담아 듣지 않을 수 없는 것이 없다. 최선책이 아니면 차선책을 선택해야 한다는 강한 어조의 대사, 박상규의 이상을 바꿔보려는 정조의 집념이 느껴지는 장면은 물론이요, 자신을 죽이려는 음모의 중심에 서 있는 이나은의 정체를 처음부터 알고 있으면서도 그녀에게 희망을 걸고 마지막 임무를 지시하는 그 장면, 마치『칼의 노래』에서 봤던 이순신의 고독한 독백과 같은 임금의 고뇌까지 또 다른 임금의 상을 그려냈다는 평가를 받을만 했다. 그는 내려올 수 없는 고독한 1인자였으며 그 자리에서 자신들을 꺽으려하는 신료들과 싸웠다. 하지만 그의 적은 신료들만이 아니었다. 천년조선을 이끌어가는 어둠의 세력에 의해 음모가 진행되는 동안 그는 알지 못하는 적과의 싸움에 힘들어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자신의 강한 의지를 관철시키고자 하였으며 극이 진행되는 내내 그의 강렬한 의지가 자연스럽게 전달되었다. 주인장은 내심 박상규가 독을 마시고도 살아서 일어났던 것처럼,『한반도』의 마지막 부분과 같이 정조가 일어나 자신을 해하려했던 자들을 벌주는 그런 장면을 기대했었다. 하지만 정조는 자신의 죽음으로 조선의 충신을 가려내고자 하였고, 그 마지막 대임을 이나은에게 건네준다. 얼마나 통한의 삶을 살았을까, 자신의 목숨을 초개와 같이 버리면서도 조선을 바꾸고 백성들을 생각했던 임금의 처절한 삶이 그대로 표현되었다. 

네번째는 끊임없이 시청자들을 긴장하게 만드는 극적 복선과 반전이 대단하다는 사실이다. 이럴까? 하면 저렇게 진행되고 저렇게 되겠지~하고 단정지으면 다르게 진행되는 스토리는 복잡하면서도 복잡하지 않게, 그러면서도 숨막히는 속도감으로 시청자를 사로잡는다. 그리고 그러한 극적 복선은 매회를 거듭할수록 긴장감이 배가되어 8회 마지막에서는 극에 달한다. 그동안 정조의 개혁의지를 꺽으려는 조직의 전말이 드러나면서 그 주인공은 바로 대왕대비라는 사실이 밝혀지게 되고 정조는 죽기 직전 그 사실을 어렴풋이 알아차려 버린다. 하지만 복선과 반전은 거기서 마무리되지 않는다. 정조가 목숨받쳐 건네준 대임을 다하기 위해 이나은은 박상규와 함께 고난을 헤쳐나간다. 그러면서 결국 정조가 가장 신임하는 사파의 영수 채승환에게 정조의 유지를 가져간다. 장용영은 정조와 채승환만이 움직일 수 있는 조선시대 최강의 정예부대로서 정조는 유사시 이 부대를 움직여 왕의 권위를 세우고자 하였다. 하지만 이미 정조가 죽은 시점에 장용영을 움직이느냐 마느냐는 중요한 의미를 지녔다. 그리고 또 한번의 반전이 등장한다. 정조의 최측근으로서 최전선에 앞서 개혁정치를 지지하던 이재한이 채승환을 베어버린 것이다. 그는 정조가 죽은 마당에 그의 개혁은 너무 급진적이었다고 되뇌인다. 어떻게 양반에게 군역을 지우냐는 말과 함께. 그리고 그 자리에 있던 장용영 외영 대장인 최인우 장군 역시 이재한에게 무언의 동조를 보낸다. 그러면서 이재한은 만약을 대비해 정조의 유지를 자신이 챙기는데 이것도 역시 복선이었다. 왜냐하면 마지막 반전이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나은은 비밀조직의 일원이 바로 이재한이었음을 알아보고 그제서야 모든 인물들이 대왕대비를 정점으로 움직였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마지막 장면은〈다모〉의 한 장면을 연상시키기도 했는데 그만큼 아름답고 가슴아픈 영상을 만들어냈다.

마지막으로 간단하게 언급하고자 하는 것은 극의 전개가 굉장히 속도감있게 진행된다는 사실이다. 8부작이지만 그 안에 담고 있는 내용은 여느 대하사극보다 많은 것들이 있었다. 물론 8부작인만큼 빠른 전개는 당연하겠지만 그러면서도 긴장감을 떨어뜨리지 않게 하는 것은 정말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이건 영화로 만들어도 충분히 극적 긴장감을 떨어뜨리지 않을만한 소재라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이런 식의 사극이 나오지 않아서 주인장이 더 감탄하면서 빠져드는 것인지도 모르겠지만, 충분히 그럴 정도의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아마 차후 이런 류의 사극이 또 나오지 않는 한, 스릴러적인 요소를 지닌 사극이라는 점에서 이 드라마는 최고의 자리를 놓치지 않으리라 생각한다. 그렇기에 서슴없이 다른 분들께도 한번 이 사극을 꼭 보라고 권해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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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형래 감독이 드디어 일을 냈다.
그가 이렇게 대단한 일을 해낼 줄은 정말 몰랐는데 말이다.
1999년 그가 용가리를 만들었을때도 주인장은 재밌다, 없다를 떠나서 대단하다! 라는 감탄사를 내질렀다.
우리나라 기술력이 드디어 한국 SF 영화 수준을 여기까지 끌어올렸구나! 그리고 그걸 심형래가 드디어 해냈구나, 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꼬박 8년이 지난 오늘날, 드디어 심형래가 일을 냈다. 용들의 전쟁, 속칭 D(Dragon)-war라고 하는 영화를 세상에 내놓은 것이다!

'영구아트무비'라는 로고가 극장 화면에 나오는 순간, 극장안 사람들은 웃음을 내놓았지만 주인장이 느끼기에는 비웃음이 아니라 반가움의 웃음이었다.

항상 '영구'라는 바보 캐릭터로 우리를 웃겨주었던 그 반가운 사람이 극장에 나온다는 그런 웃음 말이다. 그리고 이내 극장 안의 사람들은 영화에 흡입되어감을 주인장은 느낄 수 있었다. 요 근래 '디 워'를 짓밟으려는 언론에서 왜 그렇게 심형래 감독과 '디 워'를 싫어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조금은 알겠지만) 주인장이 느끼기에 그들은 색안경을 끼고 영화를 본 것임에 틀림없다. 아니, 영화를 안 본건지도 모르지. 암튼 그런 쓸떼없는 비판 따위 걷어치우고 영화를 보고 난 주인장의 객관적인(다소 주관적일 수도 있지만) 영화평을 여기에 간략하게 적어보고자 한다.

일단 주인장은 용가리에서는 그다지 유명하지 않은 배우들이 나왔지만 디 워에서는 어느정도 이름이 알려진 배우들이 나왔다는 사실을 주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어느 나라 영화에서나 마찬가지겠지만, 출연하는 배우에 따라 그 영화의 레벨이 달라지는 것은 당연하기 때문이다. 물론 디 워에 출연하는 영화배우들이 슈퍼스타급은 아니다. 하지만 출연한 배우들의 인터뷰를 보니 그들은 화려한 CG와 참신한 스토리에 매료되어 출연을 결정했으며 심형래 감독의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에 압도당했다고 했다. 그만큼 심형래 감독은 한국인 감독으로서는 최초라 할만큼 헐리웃에 화려하게 등장한 것이다. 매번 중국권 감독들이나 배우들이 헐리웃에 진출하거나 그들의 영화가 헐리웃에서 호평을 받을때마다 부러웠던 주인장이다. 왜 우리나라도 같은 동양권인데 그 동양권의 이미지를 영화화하지 못하는 것일까, 하고 말이다. 하지만 심형래 감독이 SF라는 장르에서 드디어 동양권의 문화를 영화화하는데 성공하고 말았다. 이무기와 용이라는 우리에게는 친숙하지만 서양인에게는 거리감있는 소재로 말이다.

그리고 용가리와 비교했을때 굳이 언급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화려해진 CG 수준에 기립박수를 치고 싶을 정도였다. 어느 누가 디 워와 심형래 감독을 욕한단 말인가. 현재 한국 SF 영화의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알고나 그런 소리를 한단 말인가. 그간 소위 엘리트 코스 밟았다는 충무로 영화감독들이 제대로 된 SF 영화 하나 만들었던 적이 있었단 말인가? 애들이 보는 영화라고?? 트랜스포머나 해리포토, 반지의 제왕을 보고 열광하는 관객들을 끌어잡을 수 없으니 둘러대는 변명이 아닌가? 개그맨으로서의 불리함(?)과 멸시를 이겨내고 꿋꿋히 SF 외길인생을 걸어 이제 막 미국 1500개 상영관에 디 워를 상영한 심형래 감독에게 경의에 찬 박수와 응원을 보낼 뿐이다. 이 정도 말하면 디 워의 화려한 CG 수준을 표현한 것은 부족함이 없으리라 생각한다.

그 다음에는 부족한 스토리로 넘어가자. 그래 좋다. 스토리가 좀 빈약하긴 하다. 주인장은 영화를 보면서 솔직히 FBI에서 새라를 쫓아야만 하는 이유를 설명하는 장면에서 왜 그래야 하지? 라는 의문이 살짝 들었다. 그 중간 과정이 조금 빠르게 넘어간 면이 없지 않아서였다. 이 영화는 요즘 나온 영화치고는 상당히 짧아서 1시간 30분 가량에 불과하다. 2시간은 기본이요, 3시간짜리 영화도 막 나오는 시점에서 1시간 30분은 다소 관객을 김새게 할 정도였다. 그러다보니 인과성이 결여된 채 넘어가는 장면들이 다소 등장했다. 특히 새라를 쫓아야만 하는 이유를 FBI 수사관이 국방부장관(맞나?)에게 말하자 그녀를 조용히 없애라는 밀명을 내리고 그녀를 죽이려는 FBI 수사관과 그녀를 도와주려는 수사관의 등장...등등 중간에 보다 긴장감있는 요소들이 들어가야 할 것 같은데도 일촉즉발의 위기감있는 내용들이 너무 빠르게 전개된 감이 없지 않았다. 그리고 악의 이무기에게 제물로 바쳐지는 새라가 자리한 이(異)공간에 대한 표현과 묘사, 인과과정이 빠진 것도 아쉬웠다. 이승과 다른 또 다른 세상에 대한 이동 과정이라든가, 현세에 미치는 영향이라든가. 뭐 이런 것들이 빠져서 아쉬웠다.

아마도 심형래 감독이 이무기와 부라퀴 군단 등에 주목해서 내용을 이끌어가다보니 인간 캐릭터를 중심으로 하는 이야기 전개에 다소 소홀한 것이 아니었나 싶었다. 아직 그에게는 그럴 여유가 없을지도 모른다. 괴수(怪獸)? 신물(神物)? 암튼 거대 생명체가 등장하는 SF 영화에서 스토리 라인을 2개 이상 잡고 적절한 조합을 하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이 아닐까 싶다. 쥬라기 공원 시리즈라든가, 예전에 헐리웃에서 나왔던 고질라와 같은 영화에서도 공룡 혹은 고질라의 행동과 인간 캐릭터들의 행동을 적절히 조합시키지 못하면 단순히 볼거리 이상으로 인식되지 않았던 기억이 난다. 그래서 쥬라기 시리즈 중에서도 1편과 2편은 재밌었지만 3편은 별로였었고 고질라는 그저 괴수가 나와 떠들어대는 일본에서 만든 영화 이상으로 느껴지지 않았던 듯 하다. 아~물론 이건 지극히 주인장 개인적인 견해일 뿐이다. 그렇게 봤을때 어떤 신화적인 스토리 라인을 갖춘 디 워는 충분히 가치를 인정받을만하지 않을까 싶다. 예전에 드래곤하트(Dragonheart)라는 영화를 봤던 기억이 나는데 그와 비슷한 느낌이 들었다. 아마 심형래 감독이 디 워2를 만들거나 또 다른 소재를 갖고 영화를 만든다면 분명 기술적인 부분과 스토리적인 부분에서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을 꺼라 생각한다.

영화를 보면서 특히 주인장은 영화의 마지막에 등장하는 용을 보고 감탄했다.



지금까지 어느 영화에서 용을 이렇게 표현한 영화가 있었던가. 흐음. 주인장이 살았던 27년의 인생 중, 그 중에서도 영화를 보면서 살았던 20여년의 인생(우뢰매 시절부터)동안 봤던 그 어떤 영화에서도 드래곤은 항상 거대한 박쥐 날개가 등에 떡 붙은 서양식 용이었지, 뱀과 같은 긴 몸체에 짧은 4개의 다리와 사슴 뿔이 달린 용이 아니었다. 이 얼마나 영화사(史)에서 획기적이고도 변혁적인 장면이란 말인가. 주인장 개인적인 바램이라면 수염이 좀 더 길었으면 하는 바램도 있었고 좀 더 일찍 등장해서 뭔가 활약상을 많이 보여주길 바랬다. 사실 부라퀴 군단이 허무하게 안 죽고 용한테 죽었으면 더 멋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아마 제작비라든가, 스토리 구성이라든가 일정한 한계가 있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용이 등장해서 이무기와 결투를 벌이고 마지막에 멋지게 승리하는 모습은 아마 그 어떤 영화도 앞으로 표현하지 못 할 것이라 생각한다. 솔직히 주인장은 이 마지막 씬만으로도 이 영화의 가치가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어떻게 쓰다보니까 주관적인 평가가 많이 들어간 듯 하다. 뭐 각자 보는 사람들마다 느낌이 다르겠지만 하나같이 놀라울 정도의 기술력 발전을 사람들이 언급하는 것은 분명 향후 한국 영화계에 긍정적인 평가로 작용하지 않을까 싶다. 주인장이 디 워를 극장에서 꼭 보라고 주변 사람들에게 권하니(가족들에게 억지로 권해서 같이 극장에서 같이 봤으니...) 여자친구가 '애국심 때문에 여가의 자유를 방해하지 말아라!'라는 핀잔도 들었지만...한국 사람이 한국 영화 보라고 선전하는게 잘못인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이 글을 읽고 꼭 영화를 보라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최소한 영화를 보고 나서 좋다, 나쁘다 평가를 할 자격이 있지 않은가 하는 생각은 든다. 지금까지 개봉하고 8일이 지났고 영화를 본 사람들은 400만에 육박했다고 한다. 최소한 영화에 대해 왈가왈부할 수 있는 사람은 이 400만 안에 있어야 하는 거 아닌가.  

아래 주소는 영화 300을 패러디해서 어느 팬이 만든 동영상이다. 재미있으니 한번 보길 바란다.

http://www.mgoon.com/mulpi/Mov/CommonView.aspx?VID=8914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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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는 최근 엄청난 화제를 몰고 온 프랭크 밀러의 원적 만화를 영화화한 작품이다. 1962년에 이미 영국에서 '300 스파르탄'이라는 영화가 개봉되기도 했지만 이번에 프랭크 밀러의 그래픽 노블을 영화하했기 때문에 장면 장면이 다이나믹하고 스타일리쉬해서 이전 영화와는 확연히 다른 맛을 느낄 수가 있을 것이다. 이 영화는 그간 TV 광고를 보면서 개봉하면 꼭 봐야지, 꼭 봐야지 다짐했다가 개봉 당일날 심야영화로 본 작품인데 오랜만에 시원시원한 작품을 하나 봤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용은 역시 인터넷 상에서 많이 나왔지만 한번 더 언급하자면 그리스와 페르시아 간의 전쟁 중 일부인 테르모필리아 전투에 대한 극적인 묘사가 대부분이다. 그리스 최강의 육군을 자랑하며 흔히 고통과 강력한 규율로 알려져 있는 스파르타가 영화의 중심 주제다 보니 철저한 '남성 영화'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살짝 들긴 한다. 실제 주변에서 이 영화를 본 몇몇 여인네들의 견해를 들어보자면 300명에 달하는 스파르타군이 하나같이 몸매가 조각같다는 것을 꼭 빼놓지 않고 얘기한다. 물론 남자인 주인장이 봐도 각각의 배우들이 노력하여 그만한 몸을 만들어 영화 제작에 임했다는 것에 찬사를 보내지 않을 수가 없을 정도다. 하지만 이제부터 주인장이 이 영화에 대해 말하고자 하는 몇가지는 단순히 배우들의 보기 좋은 몸매 뿐만이 아니다.

일단 이 영화를 본 사람들이라면 뭔가 이것과 비슷한 영화가 있는데...라는 생각을 할 것이다. 그렇다. 바로 '씬 시티'와 비슷하다. 왜냐하면 그것 역시 프랭크 밀러 원작의 만화이기 때문이다. '씬 시티'의 감독인 로베르토 로드리게즈는 원작 만화의 느낌을 그대로 살려 장면에 담았는데 그러다보니 실물과 허상이 한데 어우러져 독특한 분위기를 낳았었다. 그리고 영화 300 역시 감독이 그러한 의도로 영화를 만들었기 때문에 영화를 보는 사람들은 다소 몽환적이면서도 간략하게, 그리고 담백하게 처리된 화면 처리에 다소 적응이 되지 않을 수도 있을 것이다. 이는 그만큼 원작의 느낌을 충실히 살리려는 감독의 의도 때문이라고 생각하니 원작이 보고 싶어지지 않을 수가 없었다. (실제 주인장은 영화를 보고 책을 구입했다)

그리고 그렇게 처리된 장면은 특히 그리스군과 페르시아군의 전투 장면에서 빛을 발한다. 전투씬은 마치 한때 록큰롤과 사무라이 영화의 결합이라는 점 때문에 주목받았던 영화 '사무라이 픽션'의 한장면을 보는 듯 했는데 강한 비트의 음악과 절제된 동작을 선보이는 배우들의 액션 연기를 보고 있노라면 흠뻑 빠져들 것만 같다. (아마 헐리웃의 일본풍 문화에 대한 막연한 동경에 대한 영향이리라) 지금까지 나왔던 몇몇 시대극인 '트로이'나  '알렉산더', '글레디 에이터', '잔다르크' 등에서 선보였던 사실감 넘치면서도 방대한 규모의 전투씬은 아니었지만 그 나름의 독특한 장면들은 관객들로 하여금 당시 전장(戰場)에 서 있는 것과 같은 짜릿한 느낌을 전달해준다. 특히 전투 직전, 직후마다 레오니다스 왕이 외치는 함성과 스파르타 병사들의 기합소리를 들으면서 주인장은 찌릿지릿해지는 것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영화에서 이런 느낌을 받은 적은 '글레디 에이터' 첫장면을 장식한 화려한 전투씬 이후에 처음이었다.

그리고 장창과 둥근 방패를 이용한 스파르타군의 전투 장면을 재현했다는 점에서 더욱 흥미로웠다. 물론 전투 장면은 그리스의 전형적인 중장보병이 취했던 방법은 물론 사무라이식의 화려한 검무(劍舞)까지 보는 이로 하여금 화려하게 느끼기에 충분하게 만들었다. 과연 얼마나 당시의 상황을 잘 묘사했을지는 몰라도 실제 사실을 1차 각색한 만화를 원작으로 충실히 묘사했기 때문에 그런 책임까지는 영화 제작자들에게 물을 수는 없을 것 같다. 어쨌든, 단순히 우리가 알고 있는 중장보병끼리의 장창으로 찌르고 방패로 막는 식의 결전을 지루하지 않게 묘사했다는 점에서 주인장은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사실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면 그것이 다큐멘터리지, 어찌 영화라 할 수 있겠는가. 영화 알렉산더가 잘 만들어진 영화임에도 비판을 피할 수 없었던 부분이 바로 그런 점 때문이 아닐까 싶다.
 


또 영화 중간에 보면 스파르타군과 페르시아군의 1차 격돌이 벌어진 직후, 페르시아군 진영에서 100만의 대군이 쏘아대는 엄청난 화살이 태양을 가리며 스파르타군을 노리는 장면이 나온다. 그때 들리는 대사 한마디, "비겁한 페르시아군". 그리스군의 '결전'에 대한 의식을 이 단 한마디로 묘사하고 있었다. 고집스러울 정도로 결전에 집착했던 그리스인들. 그들은 중장보병으로 대표되는 군대를 이끌고 고집스러울 정도로 충격전법에 의지한 집단전에 집중했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은 동양에서 흔히 쓰는 궁수에 의한 적진에 대한 기선 제압이라든가, 적 후방으로의 기습이라든가 매복 등을 비겁한 행위라고 여길 수 밖에 없었다. 이것이 바로 그리스의 전쟁에 대한 인식인 것이다.

그리고 또 하나 독특한 점은 페르시아군을 마치 판타지 속에나 나올법한 모습으로 그려냈다는 점이다. 먼저 페르시아군의 괴수(?)로 등장하는 크세르크세스, 그의 치적이 말년에 분명 문제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그는 페르시아의 영걸 다리우스의 후계자로서 국내외에 산적했던 문제들을 처리하고 오랜 준비 기간끝에 그리스 원정을 실시했던 것이다. 물론 전략상의 실수로 크세르크세스는 패하지만 말이다. 어쨌든 페르시아군은 하나같이 두 팔이 무슨 동물뼈로 된 망나니, 흑인들로 이뤄진 군지휘부, 무장시킨 코뿔소, 코끼리 부대와 기마대, 수많은 궁수 들을 보유한 집단이며 크세르크세스는 구리빛 피부를 지닌 신(神)처럼 묘사되어 있었다. 그런데 문제는 그들이 괴상하게 표현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마치 지옥에서 올라온 집단들처럼 말이다.



실제 영화 상에는 동양(페르시아의 과대포장된 표현?) 최고의 정예병으로 '임모탈'이라는 부대가 등장한다(아마 페르시아의 불사신친위대를 표현하고 싶었던 듯). 갑옷은 사무라이풍에 얼굴은 괴물과도 같이 표현된 이들을 불멸이라는 뜻의 immortal과 등치시키기 위해 집어넣었는지는 몰라도 이런 부분들 하나하나가 지극히 만화적인 요소들이 아닐 수 없다. 프랭크 밀러나 잭 스나이더 감독이 어째서 페르시아를 이처럼 묘사했는지는 몰라도 이 때문에 영화 비평가들 사이에서는 이를 두고 서구주의의 오만함, 오리엔탈리즘의 극치라는 표현도 서슴치않고 쓰는 것 같다. 암튼 이 부분이 약간 어색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오락물로서의 이 영화의 가치가 하락되는 것은 아닌 듯 싶다.

시원시원하게 볼 수 있는 그런 액션 영화니까 한번쯤 봐도 후회는 없으리라 생각한다.

암튼 그리스를 소재로 한 전쟁 영화가 흔한 것은 아니니까 더욱더 볼만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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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영화 감상평을 쓰는 것 같다.

이 영화는 주인장이 처음 개봉됐을 때부터 보고 싶었는데 보지 못 하다가 최근에야 다운받아서 본 영화다. 일단 영화의 주제가 '마야 문명'에 대한 것이어서 보고 싶었고 멜 깁슨이 만들었다기에 보고 싶었다. 개인적으로는 멜 깁슨의 '브레이브 하트'를 재밌게 봤던 터라 기대하는 바가 컸던 것이다. 어쨌든 현장에서 다른 연구원들과 함께 이 영화를 봤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재밌다는 반응이었다.

일단 줄거리는 인터넷에 검색만 해도 주욱 나오기 때문에 간략하게만 소개하도록 하겠다. 영화의 시 · 공간적 범위는 16세기 초, 마야문명이다. 주인장이 알기로 당시 중앙아메리카에는 아즈텍문명과 마야문명이 공존하고 있었으며 이 시기 마야문명은 하향세를 걸으며 여러 소국으로 난립해 있었다고 알고 있다. 이후 1524년 에스파냐에서 온 코르테스의 부장 '알바라도'의 과테말라 지역 정복을 시작으로 에스파냐의 유카탄 반도 정복이 시행되었고 16세기 중반이 채 되기 전에 마야는 멸망하였다. 아즈텍문명 역시 이 즈음 멸망하게 되었다는 것은 이미 주지의 사실이다. 그리고 영화는 마야문명 내 소규모 부락민의 처절한 삶에 대해 그려내고 있었다.

당시 아즈텍은 물론 마야문명 역시 인신공희(, human sacrifice) 풍습이 있었는데 이는 전세계에서 골고루 확인되는 것이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인신공희 하면 높고 웅장한 피라미드 위에 놓인 제단에서 제물의 배를 갈라 심장을 적출해 신에게 바치는 중앙아메리카의 풍습이 연상되는 것이 사실이다. 주인장 역시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고 영화에서는 그 장면이 적나라하게 묘사되고 있었다. 너무 사실적으로 그려내고 있어 섬뜩하다 보고 있으면 못해 멍해질 정도로 말이다. 

주인장이 보기에 감독이 어떤 생각으로 이 영화를 만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당시의 상황을 잘 묘사하려는 노력은 많이 엿보였다. 마야의 지방 소부락민들이 어떤 삶을 살았는지, 어떤 일상 속에서 행복을 찾았는지를 보여줌은 물론 그들이 어떤 무기와 도구를 사용해서 생활했는지, 어떤 생각과 사상을 갖고 있는지 등에 대해서 자세히 묘사하기 위해 노력한 면이 돋보였던 것이다. 영화평이나 각종 인터넷상에서는 그들이 사용하는 무기나 그들의 복장, 전투 장면 등이 놀랍다고 많이 평하고 있지만 주인장은 개인적으로 주인공의 부인이 아들의 찢어진 다리를 고치는 장면을 보고 입이 떡 벌어졌다. 불개미로 하여금 벌어진 상처를 물게 하고 목만 남기고 몸통을 뜯어내 찢어진 상처에 대해 응급처치를 하는 장면이 그것이었는데 세심한 부분까지 묘사하려는 감독의 의도가 엿보여서 참신했다고 생각한다.

'홀캐인'이라는 가상의 전사 집단이 등장하고 이들이 마야 중앙정부의 사주를 받아 변방의 소수 부락민들을 잡아 제물로 바치고 노예 장사를 해서 먹고 사는 당시의 상황을 보여주기 전, 영화의 첫 장면에는 다음과 같은 자막이 올라간다. 
 
 

"A great civilization is not conquered from without until it has destroyed itself from within."

W.durant

 
"거대 문명은 외세에 정복당하기 전에 내부에서부터 붕괴되었다." 

 

『역사 속의 영웅들(Heroes of History)』을 비롯해 11권에 달하는『문명 이야기(The Story of Civilization)』를 쓴 윌 듀런트의 말이다. 즉, 마야문명은 에스파냐에 정복당하기 전에 이미 내부에서부터 붕괴되고 있었고 감독은 당시의 급박한 상황을 영화에 묘사하려고 했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하지만 이 자막은 자세히 살펴보면 마야문명이 서구 문명에 의해 멸망한 것이 아니라는 일종의 면죄부를 넌지시 보여주면서 자기네들 스스로 무너진 것이다, 라는 식의 논리를 얼핏 담고 있어 보는 이로 하여금 불쾌감을 느끼게도 한다. 그래서 많은 영화팬들이 이 부분을 보고 비판을 가하는 것이고 주인장 역시 이 자막은 감독이 순수한 의도로 넣은 것인지 의문이 가는 것이 사실이다. 실상 중앙아메리카의 독자적인 문명을 파괴하고 그들의 문화와 역사를 말살한 것은 에스파냐인들이 맞기 때문이다. 설사 마야문명이 서구문명의 시각에서 봤을때 미개하고 무지하다 하더라도 그들은 그들 나름의 역사를 수십세기 동안 이어져온 집단이라는 점을 우리는 잊으면 안 될 것이다.

어쨌든, 이 부분을 제외하고는 영화는 전체적으로 잘 만들어진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앞에서 언급했던 당시 마야인들에 대한 상세한 묘사와 대사 처리, 다이나믹한 화면 구성들까지 역시 멜 깁슨이다, 라는 말이 나오게 했다. 주인장이 아즈텍문화와 마야문화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구분하지는 못 하지만 양자가 오랜 시간을 걸쳐 비슷한 문화권 속에서 공존해왔던 만큼 감독은 이 영화에서 아즈텍문화와 마야문화의 여러 요소들을 두루 뽑아서 영화를 만들지 않았을까 싶다. 왜냐하면 엄밀히 말해서 에스파냐가 마야를 발견했을 무렵, 마야의 중앙 정부는 철저한 인신공희를 통한 지배자의 통치력을 보여줄만한 상황이 아니라 오히려 여러 소국으로 나뉘어져 약체화된 상태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영화, 아포칼립토.
  



흑요석으로 만든 석창

하지만 주인장과 다른 사람들은 흑요석으로 만든 정교한 석제단검과 석창 등의 무기를 보면서 감탄하기도 했다. 우리나라에서 이런 영화를 만들었다면 이 정도의 고증은 불가능했으리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참고로 위의 사진은 미국 오하이오주의 칠러코시에 소재하는 아메리칸 인디언 문화의 보고인 호프웰 국립역사지구에서 발견된 흑요석제 석창인데 실제 영화상에서 그 날카로움이 확실하게 표현된 것 같았다. 일반적으로 흑요석은 선사시대 각 문명간의 교류와 문화 전파의 산물로 알려져 있기 때문에 나름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 생각해서인지는 몰라도 이런 세세한 부분까지 살펴보면서 영화에 몰입했다.

최근 유동근씨의 등장으로 겨우 본전(?)을 찾고 있는 SBS측이 단군을 소재로 한 100부작 드라마를 만든다고 한다. 단군의 건국은 문헌상으로 기원전 23세기에 해당하며 이때는 신석기시대~청동기시대라고 할 수 있다. 당연히 마제석검이나 흑요석제 도구가 등장하는 것은 당연한데 과연 우리나라가 이 정도의 고증이 가능할까? 뭐 기대는 안 한다. 그리고 과연 그들의 복장이나 대사, 생각, 행동 등등에 있어서 얼마나 그 시대를 이해하고자 할 수 있을까? 물론 이 역시 크게 기대는 안 한다. 아마 조선시대 사극을 만들던 분위기, 뒤이어 고려와 삼국시대 사극을 만들면서 중국식 문화에 젖은 제작자나 독자의 시각에서 크게 벗어나게 만들지는 않으리라 생각한다. 

암튼 이런저런 생각을 많이 하게 하는 영화였던 것만은 분명하다. 자료실에 올려놨으니 관심있으신 분들은 한번씩 보길 바란다. 내용면에서는 인터넷 상에 많은 비평들이 있기에 주인장은 나름의 생각만 간략하게 정리했는데 보고 나면 후회하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p.s) 참고로 아래 사진들은 마야와 관련된 몇몇 이미지들이니 참고하길 바란다.


마야 관련 지도


치첸이트사의 사원 유적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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