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는 최근 엄청난 화제를 몰고 온 프랭크 밀러의 원적 만화를 영화화한 작품이다. 1962년에 이미 영국에서 '300 스파르탄'이라는 영화가 개봉되기도 했지만 이번에 프랭크 밀러의 그래픽 노블을 영화하했기 때문에 장면 장면이 다이나믹하고 스타일리쉬해서 이전 영화와는 확연히 다른 맛을 느낄 수가 있을 것이다. 이 영화는 그간 TV 광고를 보면서 개봉하면 꼭 봐야지, 꼭 봐야지 다짐했다가 개봉 당일날 심야영화로 본 작품인데 오랜만에 시원시원한 작품을 하나 봤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용은 역시 인터넷 상에서 많이 나왔지만 한번 더 언급하자면 그리스와 페르시아 간의 전쟁 중 일부인 테르모필리아 전투에 대한 극적인 묘사가 대부분이다. 그리스 최강의 육군을 자랑하며 흔히 고통과 강력한 규율로 알려져 있는 스파르타가 영화의 중심 주제다 보니 철저한 '남성 영화'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살짝 들긴 한다. 실제 주변에서 이 영화를 본 몇몇 여인네들의 견해를 들어보자면 300명에 달하는 스파르타군이 하나같이 몸매가 조각같다는 것을 꼭 빼놓지 않고 얘기한다. 물론 남자인 주인장이 봐도 각각의 배우들이 노력하여 그만한 몸을 만들어 영화 제작에 임했다는 것에 찬사를 보내지 않을 수가 없을 정도다. 하지만 이제부터 주인장이 이 영화에 대해 말하고자 하는 몇가지는 단순히 배우들의 보기 좋은 몸매 뿐만이 아니다.
일단 이 영화를 본 사람들이라면 뭔가 이것과 비슷한 영화가 있는데...라는 생각을 할 것이다. 그렇다. 바로 '씬 시티'와 비슷하다. 왜냐하면 그것 역시 프랭크 밀러 원작의 만화이기 때문이다. '씬 시티'의 감독인 로베르토 로드리게즈는 원작 만화의 느낌을 그대로 살려 장면에 담았는데 그러다보니 실물과 허상이 한데 어우러져 독특한 분위기를 낳았었다. 그리고 영화 300 역시 감독이 그러한 의도로 영화를 만들었기 때문에 영화를 보는 사람들은 다소 몽환적이면서도 간략하게, 그리고 담백하게 처리된 화면 처리에 다소 적응이 되지 않을 수도 있을 것이다. 이는 그만큼 원작의 느낌을 충실히 살리려는 감독의 의도 때문이라고 생각하니 원작이 보고 싶어지지 않을 수가 없었다. (실제 주인장은 영화를 보고 책을 구입했다)
그리고 그렇게 처리된 장면은 특히 그리스군과 페르시아군의 전투 장면에서 빛을 발한다. 전투씬은 마치 한때 록큰롤과 사무라이 영화의 결합이라는 점 때문에 주목받았던 영화 '사무라이 픽션'의 한장면을 보는 듯 했는데 강한 비트의 음악과 절제된 동작을 선보이는 배우들의 액션 연기를 보고 있노라면 흠뻑 빠져들 것만 같다. (아마 헐리웃의 일본풍 문화에 대한 막연한 동경에 대한 영향이리라) 지금까지 나왔던 몇몇 시대극인 '트로이'나 '알렉산더', '글레디 에이터', '잔다르크' 등에서 선보였던 사실감 넘치면서도 방대한 규모의 전투씬은 아니었지만 그 나름의 독특한 장면들은 관객들로 하여금 당시 전장(戰場)에 서 있는 것과 같은 짜릿한 느낌을 전달해준다. 특히 전투 직전, 직후마다 레오니다스 왕이 외치는 함성과 스파르타 병사들의 기합소리를 들으면서 주인장은 찌릿지릿해지는 것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영화에서 이런 느낌을 받은 적은 '글레디 에이터' 첫장면을 장식한 화려한 전투씬 이후에 처음이었다.
그리고 장창과 둥근 방패를 이용한 스파르타군의 전투 장면을 재현했다는 점에서 더욱 흥미로웠다. 물론 전투 장면은 그리스의 전형적인 중장보병이 취했던 방법은 물론 사무라이식의 화려한 검무(劍舞)까지 보는 이로 하여금 화려하게 느끼기에 충분하게 만들었다. 과연 얼마나 당시의 상황을 잘 묘사했을지는 몰라도 실제 사실을 1차 각색한 만화를 원작으로 충실히 묘사했기 때문에 그런 책임까지는 영화 제작자들에게 물을 수는 없을 것 같다. 어쨌든, 단순히 우리가 알고 있는 중장보병끼리의 장창으로 찌르고 방패로 막는 식의 결전을 지루하지 않게 묘사했다는 점에서 주인장은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사실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면 그것이 다큐멘터리지, 어찌 영화라 할 수 있겠는가. 영화 알렉산더가 잘 만들어진 영화임에도 비판을 피할 수 없었던 부분이 바로 그런 점 때문이 아닐까 싶다.

또 영화 중간에 보면 스파르타군과 페르시아군의 1차 격돌이 벌어진 직후, 페르시아군 진영에서 100만의 대군이 쏘아대는 엄청난 화살이 태양을 가리며 스파르타군을 노리는 장면이 나온다. 그때 들리는 대사 한마디, "비겁한 페르시아군". 그리스군의 '결전'에 대한 의식을 이 단 한마디로 묘사하고 있었다. 고집스러울 정도로 결전에 집착했던 그리스인들. 그들은 중장보병으로 대표되는 군대를 이끌고 고집스러울 정도로 충격전법에 의지한 집단전에 집중했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은 동양에서 흔히 쓰는 궁수에 의한 적진에 대한 기선 제압이라든가, 적 후방으로의 기습이라든가 매복 등을 비겁한 행위라고 여길 수 밖에 없었다. 이것이 바로 그리스의 전쟁에 대한 인식인 것이다.
그리고 또 하나 독특한 점은 페르시아군을 마치 판타지 속에나 나올법한 모습으로 그려냈다는 점이다. 먼저 페르시아군의 괴수(?)로 등장하는 크세르크세스, 그의 치적이 말년에 분명 문제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그는 페르시아의 영걸 다리우스의 후계자로서 국내외에 산적했던 문제들을 처리하고 오랜 준비 기간끝에 그리스 원정을 실시했던 것이다. 물론 전략상의 실수로 크세르크세스는 패하지만 말이다. 어쨌든 페르시아군은 하나같이 두 팔이 무슨 동물뼈로 된 망나니, 흑인들로 이뤄진 군지휘부, 무장시킨 코뿔소, 코끼리 부대와 기마대, 수많은 궁수 들을 보유한 집단이며 크세르크세스는 구리빛 피부를 지닌 신(神)처럼 묘사되어 있었다. 그런데 문제는 그들이 괴상하게 표현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마치 지옥에서 올라온 집단들처럼 말이다.

실제 영화 상에는 동양(페르시아의 과대포장된 표현?) 최고의 정예병으로 '임모탈'이라는 부대가 등장한다(아마 페르시아의 불사신친위대를 표현하고 싶었던 듯). 갑옷은 사무라이풍에 얼굴은 괴물과도 같이 표현된 이들을 불멸이라는 뜻의 immortal과 등치시키기 위해 집어넣었는지는 몰라도 이런 부분들 하나하나가 지극히 만화적인 요소들이 아닐 수 없다. 프랭크 밀러나 잭 스나이더 감독이 어째서 페르시아를 이처럼 묘사했는지는 몰라도 이 때문에 영화 비평가들 사이에서는 이를 두고 서구주의의 오만함, 오리엔탈리즘의 극치라는 표현도 서슴치않고 쓰는 것 같다. 암튼 이 부분이 약간 어색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오락물로서의 이 영화의 가치가 하락되는 것은 아닌 듯 싶다.
시원시원하게 볼 수 있는 그런 액션 영화니까 한번쯤 봐도 후회는 없으리라 생각한다.
암튼 그리스를 소재로 한 전쟁 영화가 흔한 것은 아니니까 더욱더 볼만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