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려 해양사 연구
윤명철 지음 / 사계절 / 200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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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누구나 다 알고 있듯이 우리나라 최고의 해양사 권위자다.
하지만 그렇다고 기존의 대륙사관(?)을 전혀 부인하는 것이 아니라 대륙사관과 해양사관을 적절히 조화한 '해륙사관'을 기준으로 고구려사를 바라봤다. 흔히 해양대국이라고 한다면 백제를 꼽는 것이 다반사였다가 최근에 고구려의 해양능력에 주목하고 있다. 그런 고구려의 해양능력에 대해서 잘 쓴 책을 꼽자면 주인장은 이 책을 꼽곤 한다. 단순히 제목뿐만 아니라 담고 있는 내용과 역사를 서술하는 시각 자체가 일반적으로 고구려의 해양능력을 언급한 책들과는 다르기 때문이다.

주인장이 꼽는 '고구려사를 공부하려면 꼭 봐야하는 책' 중의 하나로서 똑같은 역사적 사실도 해륙사관의 입장에서 바라보기 때문에 읽는 이로 하여금 또 한번 생각하게 해주기 때문이다. 주지하듯이 저자는 직접 뗏목을 타고 고대의 항로를 탐사하기도 했으며(거의 실험 고고학 이상의 수준) 그런 체험과 이론적 지식을 바탕으로 남들이 접근하지 못했던, 그냥 머리로만 알고 있던 고대인들의 해양능력에 대해서 자신만의 생각을 설파한 바 있다. 그를 바탕으로 비단 고구려뿐만 아니라 상고시대, 정확히 말하면 고조선인들의 해상능력에 대해서도 서술하고 있다. 즉, 고구려인이 갑자기 해양능력을 배양한 것이 아니라 선조들로부터 받아들인 유산의 일부임을 알리는 것이다.

그는 시종일관 이처럼 해양사적인 관점에서 역사를 다시 바라보고 재구성한다.
그의 주장 중 독창적이고 이전과 다른 견해들이 많은 것은 이때문일 것이다. 그는 고구려 광개토호태왕이 남진하는 도중, 백제의 북방 요충이라고 불리는 관미성을 강화도 일대로 비정한 바 있었다. 고구려가 한강 하구를 장악하면서 이후 수군에 의한 상륙작전이 용이하게 되었고 수만의 대군이 수군 상륙작전에 의해서 백제로 진격할 수 있었다는 식의 주장을 그는 한다. 물론 관미성에 대해서 파주 등의 내륙 지역으로 비정하는 견해도 있지만 이처럼 그의 주장은 역사적 사실을 해양사적인 관점에서 봤기 때문에 다시 한번 그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게끔 하는 힘을 갖고 있다.

또한 가장 독창적이라면 바로 장수태왕의 평양 천도에 대해서 기존과 달리 해석한 부분이다. 기존에는 대부분 장수태왕의 평양천도에 대해서 서수남진이니 뭐니 하면서 백제, 신라에 대한 고구려의 압박으로 이해함과 동시에 심지어는 고구려의 남진으로 인해 우리 민족이 중국에 대해 후퇴하게 된 경향을 갖게 되었다, 라고 보기까지 하였다. 하지만 저자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흔히 중국의 동해안과 발해만, 한반도의 서부를 말발굽형으로 이루는 지역을 '환황해지역'을 저자는 '동아지중해'라고 명칭하며 보다 넓은 시각으로 고구려사를 이해하고 있었다. 고구려의 평양 천도는 보다 적극적인 천하 경영의 일환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그의 견해에 주인장도 동조하며 최근에는 그런 견해에 동조하는 분위기인 것 같다.

저자가 연구하고 있는 분야인 해양사 분야는 특히 관련 문헌 기록도 적고, 그에 대한 고고학적 성과물도 적은 분야다. 그래서 기존에는 독립적인 분야로서 연구되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고 문헌사적인 관점에서 역사를 서술할때 부속적으로 언급되었던 것이 사실이다. 특히나 항로나 항법, 항구에 대한 부분은 어느정도 문헌으로 추정이 가능할테지만 배의 승선인원이나 배의 구조, 규모에 대해서는 알기가 어렵다. 고고학적인 성과물 중 우리나라에서 발견된 배들이 대부분 고려시대 이전을 넘어서지 못하기 때문이다. 얼마전 발견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신석기시대 배 1척을 제외하고는 거의가 고려시대 배인데 고대의 배를 연구하는 데 있어서는 참고자료가 될지언정 절대적인 기준은 될 수 없는 것이 사실이다.

그런 열악한 환경임에도 불구하고 직접 뗏목을 타고 고대 항로를 탐사할 정도의 열정을 갖고 저자는 해양사라는 분야의 연구만을 고집했고 결국 一家를 이뤄낼만큼 대단한 학문적 성과를 얻었다. 그리고 그 결과물이 바로 이 책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면서도 지극히 민족주의적(?)인 입장도, 사대주의적인 입장도 따르지 않고 객관적으로 역사를 바라보려고 한 흔적이 곳곳에 드러난다.

고구려와 오의 교류 사실을 해석한 부분이 바로 그러한데, 그는 고구려가 오와 교류한 것은 해양 능력을 강화하기 위한 외교전이었다고 분석하고 있다. 3세기 당시, 고구려는 동방의 맹주로서 위촉오 삼국의 대립이 계속되는 중원 문화권과 교류를 지속적으로 유지하는데, 그때 오의 사신을 목 베어 위에 보내고 위와 손잡았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하지만 그는 거기서 그치지 않고 위와 손잡기 이전, 고구려가 오와 사신을 교환한 것에 주목하여 그것은 고구려가 해양국가였던 오에게서 수군활동과 선박을 건조하는 등의 기술들을 배웠을 것이라고 하였다. 기존에 간과했던 부분을 해양사적인 입장에서 재해석한 셈이다.

하지만 그의 주장은 전체적으로 적극적인 결론을 끌어내지 못하고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예를 들면 오와 고구려의 교류가 고구려측이 오에게서 해양정보를 배웠다고 해석한 부분이 그것이다. 실제 오의 해양활동은 기껏해야 장강을 벗어나지 못 했으며 대만이나 월남지역에 대한 진출 역시 원양항해가 근해항해였었다. 그리고 고구려 역시 고조선때부터 전해져내려온 해양능력을 바탕으로 근해항해를 할 능력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즉, 고구려가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혹은 오나라보다 못한 상태에서 오와 교류함으로써 해양능력을 배양했던 것은 사실이 아니라고 할 수 있다는 뜻이다. 왜냐하면 오나라 사신에게 말을 선물로 줬는데 오나라 배가 적어서 미처 다 못 실었다는 것만 봐도 고구려와 오의 해양 능력의 차이가 크게 나지 않았음을 알려주는 기록이기 때문이다.

그 몇번의 오와의 교류가 고구려의 해양 능력을 크게 향상시켜줬다고 하기에 해양 능력은 지금도 그렇고, 당시에도 하이테크 기술이기 때문에 불가능하다고 보는 것이 주인장의 견해다. 이처럼 몇몇 부분에서 저자는 객관적인 입장을 견지하다보니 어느 한쪽으로 확실하게 결론을 못 내린 듯한 모습이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이 고구려 해양사 관련 최고의 서적이라는 점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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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정을 경영하라
진대제 지음 / 김영사 / 200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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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솔직히 주인장은 이런 성공(성공의 개념은 각자 다르겠지만, 일반적인 의미의 성공)한 사람들이 쓴 자서전격의 생활 지침서를 즐겨 보는 편은 아니다. 몇몇 유명한 사람들이 쓴 인생 성공기, 경영 리더쉽에 대한 글을 몇번 본 적이 있으며 한때 유명했던 '칭찬'과 '부지런'이라는 코드에 맞춰 쏟아져나왔던 수많은 책들 중 일부도 접한 적이 있었다. 그 와중에 특출나게 주인장에게 강한 인상을 준 책들도 분명 있지만 그렇지 않고 뻔한 소리들만 하는 책도 있었다.

예를 들면 '시계를 5분 먼저 돌려놔라' '새벽에 일찍 일어나 5분간 명상하라' '운동을 꾸준히 해라' 등의 뻔한 이야기들 있지 않은가. 누구나 다 알지만 그 자신의 의지박약으로 못 하는 부분들 말이다. 그런 내용의 책들을 볼때면 저런 내용으로 책을 써서 팔아먹는 사람들은 대체 어떤 생각을 하고 살아갈까? 그런 책이라면 나도 쓰겠다, 고 말이다. 그래서 종종 주인장이 원치 않은 기회, 예를 들어 남이 적극 추천해주던가(주인장의 성향을 알기에 남이 적극추천하지 않는 경우는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 언론에서 크게 떠들어대는 경우가 아니면 그런 책을 접하지 않는 편이다. 그리고 이번에도 역시 마찬가지였다.

평소 책을 좋아하시는 어머니가 전화로 책 10권만 주문하라고 하신 거였다. 다른 사람들에게 선물도 하고 같이 보려고 살 책이 있는데 그것이 바로 이 책이었다. 진대제 장관은 그간 어머니와 친분이 있으셔서 그동안 몇번 얘기는 들었지만 주인장에게는 생소한 사람이었다. 그냥 삼성전자 사장, 그러다가 공무원이 된 사람, 아들의 영주권 문제로 한때 곤욕을 치뤘던 사람 정도가 주인장이 갖고 있는 그에 대한 이미지의 전부였고 어머니가 정말 대단한 분이라고 칭찬한 것을 몇번 들은 것이 전부였다. 게다가 주인장은 이공계쪽은 전문도 아니거니와 좋아하는 분야도 아니기 때문에 그가 이룬 업적의 중요성만 깨달을뿐, 심각하게 생각하지도 않고 있었다. 솔직히 이번에 황우석 박사 사건도 주인장에게 있어서는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치뤄진 몇몇 문화행사보다도 비중이 적은 것이 사실이다.

이번에 세미나때 발표를 위해서 '고구려 고분벽화 연구'라는 책을 다시 보고 있었는데 마침 집중도도 떨어질 때가 됐고 해서 집어든 책이 바로 이 책이었다. 어머니가 '너도 1권 가져가서 보라'고 하셔서 집어봤는데 내용도 어렵지 않고 분량도 많지 않아서 결국은 앉은 자리에서 3시간만에 읽어버렸다. 뭐랄까, 진짜 '진대제'라고 하는 사람이 대단한 사람이라는 생각밖에 안 들었다. 어안이 벙벙하다고 해야하나, 멍해졌다고 해야하나~거의 그런 심정으로 책을 한장 한장 넘기면서 주인장은 거의 건국신화에 나오는 영웅설화 1편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였다. 이 정도까지 하면 좀 심한 과장이라고까지 할 수 있겠지만 주인장이 모르는 분야에서, 주인장이 신경쓰지 않던 분야에서 이런 엄청난 일들이 일어났고, 그 중심에 진대제라고 하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이 주인장에게는 한마디로 Shocking이었다.

미국 굴지의 기업 IBM에서 엄청난 연봉과 출세를 보장받던 연구원이 대뜸 한국으로 넘어와 반도체 산업을 자기 손으로 일으키겠다고 한 포부, '조국의 반도체 산업을 일으켜 일본을 집어 삼키겠다!'고 말하던 저자의 포부가 책을 통해서 그대로 전해질 정도였다. 책 내용은 아무래도 저자의 활동분야에 대한 이야기가 주이기 때문에 전문용어나, 일반인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시스템에 대한 내용도 실려있는 것이 사실이었다. 그래서 솔직히 그런 부분들은 주인장도 제대로 이해는 안 하고 그냥~그런 게 있구나, 하고만 넘어갔지만 그러면서도 전체적인 이야기의 흐름은 이해할 수 있었다. 긴장되고 안타까운 순간이 책을 통해서 주인장에게 그대로 전해졌던 셈이다.

특히 세계최오의 16M D램을 개발하기까지, 그가 대학에 가서 유학가기까지의 모든 과정은 그야말로 대단하다는 말밖에 나오지 않는 순간이었다. 자신의 전공공부를 하다가 길이 막히면 타 전공수업을 들으면서까지 열과 성을 다해서 공부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결국은 자신의 분야뿐 아니라 다른 분야에서도 최고로 인정받은 그의 저력과 끈기가 참으로 본받을만하다고 생각했다. 솔직히 주인장 역시 공부 좀 한다고 설쳤지만 저 정도로까지 하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자신의 분야에서 최고가 되려면 10,000시간만 집중해서 공부하면 된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정말로 그걸 실현한 사람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그 결과로 인해 우리는 오늘날 세계최고의 IT 강국으로 발돋움할 수 있었다.

책은 그냥 저자가 자신의 지나간 삶을 이야기하듯이 서술했기 때문에 쉽게쉽게 읽혀졌다.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이 책에서 그의 공직생활을 서술한 부분이 가장 와닿았다. 왜냐하면 주인장이 그동안 갖고 있던(비단 주인장뿐만 아닌 일반인들도 갖고 있던) 고정관념이 잘못된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끔 해줬기 때문이다. 자식들의 영주권 문제를 비롯한 그에 대한 몇몇 그릇된 고정관념으로 장관이 되자마자 사퇴가 어쩌구저쩌구 했던 언론들의 공격이 주인장은 어렴풋이 기억난다. 그리고 그 시절을 지나면서 오늘에 이르기까지 그에 대해 부정적이지도, 그렇다고 긍정적이지도 않은 시각으로 지내왔던 주인장이다. 하지만 이 책을 보니 그런 면들이 참 한쪽면만 보고 과장시킨 것이다, 라는 생각을 다시 하게 됐다. 이유없이 다른 사람에 대한 편견을 가지면 안 되는데 이 책이 그런 주인장을 깨우치게 한 셈이었다.

게다가 '10년 뒤 유비쿼터스 라이프의 하루'라는 챕터는 차후 유비쿼터스 시대에 우리가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에 대해 서술한 내용이었는데 일종의 짜여진 이야기였다. 이런 방식의 서술은 예전에 고구려인의 삶에 대해 서술했던 김용만 선생님의 '고구려의 그 많던 수레는 다 어디로 갔을까'에서 보고 참신하다고 느꼈는데 이번에도 역시 참신하다고 느꼈다. 그것이 정말 픽션이라고 할지라도 정말 가능성이 있을 것만 같았고 영화에서 보던 삶들이 지금 이대로만 계속된다면 이뤄질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실제 책이 뒷부분에서 저자는 우리는 할 수 있고, 우리가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를 강조했다. 세계최고의 IT 강국이자, 전세계가 그것을 인정하고 있는 마당에 우리가 이 분야를 계속 발전시켜 나가야만 한다는 것을 말이다.

오늘은 WBC에서 한국이 일본을 2연파 한 이후로 6:0으로 완패당한 날이다. 비록 우리가 아쉽게 졌지만 우리는 가능성이 있는 나라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도 솔직히 그 와중에는 왜 우리나라 선수들이 그따구밖에 못 하느냐, 병역특례를 해줬더니 기가 풀렸다느니 하면서 막말을 했다. 그 경기를 집에서 보면서 책에서 봤던 부분이 생각났다.

'남들은 우리를 상당히 낙관적으로 평가해 주는데 우리 스스로는 언제나 비관적이다. 나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이렇듯 비관적인 성향을 보이는 이면에는 뭔가 더 많은 것, 더 높은 것을 갈구하는 마음이 숨어있기 때문이라고 믿고 싶다'

한국 사람은 어쩔 수 없는 것인지. 암튼 우리나라 사람들은 항상 더 높은 곳을 위해서 노력하고 그것을 위해서 전진한다는 것만은 맞는 말 같다. 그러니 인류학계에서는 우리나라 사람같은 공격적인 성향을 가진 사람이 없다고까지 하지 않는가. 진짜 CF에서 나오는 말처럼 나는 자랑스런 '슈퍼 코리안'이라는 생각을 다시 한번 떠올리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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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도시 우루아드 - 전2권 세트
장 크리스토프 이사르티에 지음, 양영란 옮김 / 현대문학 / 200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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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세계 소설의 새로운 경향 Faction(Fact+Fiction)을 완벽하게 구축한 작품.
출간되자마자 유럽과 미국을 비롯한 기독교 문화권의 여러 나라에 파문을 일으킨 작품.
출간과 동시에 전 유럽을 강타한 고고학 스릴러.

이 책에 붙은 여러 수식어들이다.
'다빈치코드'가 출간되고 바티칸에서 상당히 불편해했다는 말이 있는데 이 책 역시 그 정도의 큰 파문을 불러일으킬만한 책이기에 붙은 수식어일 것이다. 그리고 실제로 이 책이 고고학 스릴러를 표방하는만큼의 강렬한 인상은 없지만 그 내용에 있어서 상당히 파격적인 것 또한 사실이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봤을때 주인장이 느낀 감정은 단순히 재밌는 소설이다~라는 것 이상은 없었다.

그럼에도 이 책이 전 유럽을 경악케한 것은 무엇일까? 아마 이라크 전쟁이라는 현실적 사건과 맞물려 역사적 사실을 교묘하게 부합시켰기 때문일 것이다. 소위 팩션이라고 하는 새로운 장르란다. 하지만 주인장은 별로 새롭지 않았다. 이는 비단 주인장만 느낀 감정은 아닐 것이다. 왜냐하면 김진명 류의 소설들이 대부분 이런 성격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그가 쓴 작품들을 보면(최근의 살수를 제외하고) 모두 현실적인 사건과 역사적인 사건을 결부시켜서 교묘하게 스토리를 진행시켜왔다. 그렇기에 그가 많은 이들에게 사랑을 받고 베스트셀러 작가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던 것이고 말이다. 그리고 주인장이 보기에는 한국의 역사소설을 쓰는 왠만한 작가들이 이런 식의 구성을 즐겨 쓰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 부분에 있어서 다빈치코드나 이번의 우루아드가 주인장에게 재미있었던 것은 그 소재에 있었지, 그 구성에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그리고 우루아드는 분명 인류 최초의 문명이라고 하는 수메르 문명에 대해 언급한다는 것만으로도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상당한 기대감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지금까지 인류의 기원과도 맞닿아있는 수메르 문명을 소재로 쓴 역사소설이 과연 얼마나 있었는가?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부분의 서양에서 나온 이런 류의 소설은 창세기, 혹은 성경의 범주를 벗어나지 못 했던 것이 사실이었다. 오히려 스키타이, 페르시아, 바빌로니아 등의 문명이 소외시된 것이다. 그나마 이집트문명 정도가 문학적 세계관으로 화려하게 부활했다고나 할 수 있을까?

어쨌든 이 소설이 기본적으로 잡고 있는 줄거리는 상당히 유치하다.

성경 혹은 길가메쉬 서사시에 나오는 고대 인류의 선조격으로 불리는 사람들의 수명이 정말 사실이라면? 이라는 전제조건 아래 이야기를 진행하기 때문이다. 그 결과 나타난 것이 복제인간과 첨단과학 문명에 대한 언급, 그리고 신이 아닌 인간을 창조해낸 최초의 인류 문명 등에 대해서 언급하고 있는 것이다. 그로 인해서 수백살, 수천살을 살았다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현실로 다가오게 되고 그것이 오늘날 세계사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 현실감있게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있는 셈이었다. 마치 단군이 정말로 천년이 넘는 세월을 살았고 환단고기의 수많은 군주들이 수백, 수천살동안 살면서 나라를 다스려왔다는 식의 기록이 전부 사실이라고 믿었을때의 상황을 재현한 것이다.

그런 면에서 보면 이 이야기는 어린 애들이나 볼만한 상당히 유치한 이야기들이 많다. 마치 고대 뮤 대륙이나 아틀란티스 문명에 대해서 쓴 과거의 상상력에 의존한 잡설들과 비교해서 별 차이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현실감있게 묘사됨으로써, 또 그것이 현실적인 사건과 결부되면서 이 책을 읽는 독자들에게는 전혀 다른 느낌으로 다가올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싶다. 거기서 작가는 고고학이라는 학문을 스토리 구성의 한 매개물로 등장시킨다. 고고학(더 정확히는 성서고고학)을 통해 이미 종교적인 신화로만 치부되었던 것들이 하나둘씩 밝혀지고 있는 시점에서 이러한 책이 나옴으로써 사람들의 알고자 하는 욕구와 관심을 한몸에 받을 수 있었던 책인 셈이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스릴러라고 말하기에는 끝이 조금 밋밋한 부분이 있다. 작가가 결말을 마무리짓지 않고 독자들에게 넌지시 뭔가를 암시하는 투로 끝냈다고나 해야 할까? 책 뒷부분에는 번역가와 실제 작가와의 인터뷰 내용이 실려있어 조금 독특했는데 작가는 후속작을 더 쓸 예정이라고 한다. 그렇다고 한다면 이런 결말이 어느정도 이해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용이 전체적으로 긴장감있게 짜여져 있지 않다는 면에서는 스릴러라고 표현하기에는 부족함이 없지 않나 싶다.

단, 성경 이전의 수메르 문명, 오늘날 미스테리하다고 말하는 수메르 문명에 대해서 첨단과학문명의 산물이 낳은 문명이라는 식의 스토리 전개를 과감히 선택한 부분은 상당히 참신했다고 할만하다. 그러면서도 신이라는 존재가 아니라 인간이라는 존재가 복제와 첨단의술로 장수할 수 있는 존재를 만들었기에 창조론을 부정하지도 않았고, 현재 학계의 현실적인 견해들도 적절히 수용한 것이 마음에 들었다. 실제 소설책이면서도 저자는 뒤에 참고문헌을 서술하여 자신의 견해들 중 픽션인 부분과 팩트인 부분이 어디어디인지를 구분할 수 있게 해 놓았다.

스릴러라고 하는 부분이 조금 아쉽긴 하지만 최초의 시도를 한 작품이라는 면에서는 그럭저럭 봐줄만도 하다. 이라크를 침공한 미국이 석유 문제를 비롯한 국제 역학 관계의 주도권을 위해서 불철주야 노력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정말 이 소설에서처럼 종교적인 이유에서 그런 황당한 폭력행위를 했다면? 이라는 발칙한(?) 상상을 하게 해주는 소설이라는 점에서 읽는 내내 상당히 재밌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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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로도토스의 이집트 기행
헤로도토스 지음, 박성식 옮김 / 출판시대 / 199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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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고구려에서의 돼지의 의미를 공부하다가 뒤적거리게 된 것이 바로 이 책이었다. 이집트인들은 범람이 되면 돼지를 풀어 땅을 경작하기 좋게 밟는다는 식의 그리스인의 묘사가 이 책에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겸사겸사 보게 되었지만 이집트란 나라에 대해서 잘 서술한 책이라는 생각만큼은 지금도 여전히 든다. 물론 분량은 얼마 되지 않으며 그 내용이 어렵다거나 전문적인 지식을 요구하는 것도 아니다. 그냥 말 그대로 헤로도토스가 이집트를 기행한 답사기일 뿐이다.

그는 기원전 5세기에 태어난 인물로서 동으로는 소아시아를 넘어 바빌론과 수사, 서로는 리비아의 키레네, 남으로는 나일강의 상류, 그리고 북으로는 흑해와 우크라이나에 이르는 당시 서양세계에 알려졌거나 방문이 가능했던 모든 곳을 여행했다. 그리고 그의 여행과 연구는 9권의 저술로 구체화되었고 우리는 그것을 가리켜 '역사(Historiai)'라고 한다. 특히 마지막 3권은 크세르크세스의 페르시아 제국이 어떻게 그리스를 침략했고, 그것이 결과적으로 어떻게 격퇴되었는지에 대한 이야기로 보통 헤로도토스의 역사라고 하면 이 3권을 언급한다. 그리고 이 이집트 기행은 앞선 6권 중의 하나였다.

사실 헤로도토스가 이집트를 방문했을때 그 땅의 주인은 페르시아인들이었다. 우리에게 이집트가 전설적인 영웅들과 파라오들의 나라인 것과 마찬가지로 당시 헤로도토스가 이집트를 방문했을때도 마찬가지 상황이었다. 우리가 오늘날 피라미드나 스핑크스 앞에서 경이로운 찬사를 바친 것과 마찬가지로 지금으로부터 2,500년 전의 헤로도토스 역시, 그보다 2,500년 전의 역사적 산물 앞에서 경이로운 찬사를 바쳤을 것이 분명하다. 그렇게 본다면 이 책이 오늘날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도 상당히 크다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현재까지로서 가장 앞선 시기의 이집트에 대한 생생한 저술이기 때문이다.

그는 이집트를 방문하면서 많은 이들에게 보고 들은 것들을 적으면서도 본인 나름대로의 객관적인 자세를 견지하고 있었다. 현재 외국인(주로 중국인)의 우리 민족에 대한 서술을 보면 그들의 시각 아래 서술된 내용들이 대부분임을 알 수 있다. 흔히 아는 '삼국지 위지 동이전'과 '선화봉사 고려도경'같은 책이 그 대표적인 것들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것들이 분명 그 시대의 우리 상황을 잘 묘사하고 있는 것만은 사실이나 서술한 사람의 시각에 준한 것들이라는 것 또한 분명하게 짚고 넘어가야할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게 봤을때 헤로도토스의 이집트 여행기를 보고 있노라면 전해듣고 직접 본 것 중에서 본인이 인정할만한 부분과 본인의 생각과 다른 것들을 분명히 구분해서 서술하고 있기에 더 가치가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책의 처음은 이집트인들과 인류의 기원이라는 부분부터 시작한다. 즉, 이집트인들이 자신들을 두고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종족이라고 믿어왔다가 결국 프리지아인들보다는 못 하다는 말을 했다는 것부터 시작하여 이집트의 지형과 각 자연환경에 대한 묘사가 이어진다. 특히 거리는 배를 타거나 걸어갔을때 며칠이 걸린다는 식으로 계산하여 길이를 세세하게 기재할 정도로 자세하게 서술학 있다. 특히 나일강의 범람에 대한 부분에서는 이집트인들의 설명도 인정하지만 본인 스스로 과학적인 근거를 대면서 진위 여부에 대해 서술하고 있어 그 당시 헤로도토스가 어떤 마음으로 이 책을 썼는지를 알 수가 있다 - 실제 그는 나일강의 범람이 눈이 녹아서 발생한다는 설을 그럴듯하게 보이지만 사실상 진실에서 가장 멀리 벗어나 있다고 말하고 있다 -

그리고 그는 최대한 이집트인들의 풍속과 생활상을 묘사하는데 있어 개인적인 견해를 삽입하지 않았다. 즉, 진수가 읍루인들이 돼지 기름을 몸에 발라 추위를 방지한다는 것을 미개한 것처럼 묘사한 것과 달리 있는 그대로를 보고 듣고 그 자체만 서술했다는 사실이다. 이는 당시 그리스인들 대부분이 이집트라는 신비의 나라에 대해서 갖고 있던 인식때문일 수도 있지만 그 개인의 서술 기준일 가능성이 더 높다고 생각한다. 즉, 그가 남긴 그러한 객관적인 서술 덕분에 오늘날 수천년 전의 이집트인들에 대해서 상상하는 것이 가능하게 된 것이다.

더군다가 주인장 스스로 그가 대단하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당시까지 흔하게 전해져 내려오는 소위, 상식이라고 말하는 부분에 대해서 다른 異說이 있을 경우, 진지하게 그것에 대해 고심했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이런 그의 태도는 당시 사람들이 이집트에 대해, 혹은 주변 세계에 떠도는 풍문에 대해 잘못 알고 있는 사실들에 대해 객관적으로 검증하고 그 진위여부를 파악하게끔 해줬다. 이런 것만 보더라도 그가 얼마나 객관적으로 이 책을 썼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주인장은 특히 트로이 전쟁에 대한 새로운 이야기를 듣고 경악하기까지 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최근에 방영된 유명배우의 출현작 '트로이'에 이르기까지 우리들은 트로이에 대한 1가지 사실만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오늘날 우리가 기원전 5세기, 한 천재적인 인물의 사고방식을 따라가지 못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 얼마나 대단한 역사왜곡이 아닌가.

우리가 아는 트로이 전쟁의 전개는 다음과 같다.

- 트로이의 왕자 파리스는 스파르타의 왕비 헬레나와 눈이 맞아 본국으로 돌아가게 된다. 스파르타왕 메넬라오스와 그의 형 아가멤논은 그녀를 되찾기 위해서 트로이를 공격하고 10여년의 장기전이 계속되지만 파리스의 형 헥토르가 지키는 트로이성은 함락되지 않았다. 이후 아킬레우스와 헥토르의 대결에서 헥토르가 패하고 트로이성은 목마를 이용한 전략으로 인해 그리스군에게 함락된다. 하지만 아킬레우스 역시 파리스가 쏜 화살에 아킬레우스건이 맞음으로써 죽게 된다 -

이 이야기의 줄거리는 이미 호머가 그의 서사시를 쓸때 기본적인 줄거리는 전해졌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헤로도토스는 분명히 말한다. 호머가 진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그가 따르고 있던 서사시적 구성에 부적합하다고 생각하여 본래의 줄거리를 무시하고 이야기를 재구성했을 것이라고 말이다. 헤로도토스가 이집트에서 보고 들은 트로이 전쟁의 전개는 대강 다음과 같다.

- 알렉산드로스(파리스)는 스타르타에서 헬렌을 납치하고(같이 온 것이 아님) 고국으로 떠나던 중, 폭풍으로 이집트 바닷가에 도착한다. 그때 알렉산드로스의 시종들이 이집트의 신전으로 달아나 그가 메넬라우스에게 한 짓을 모두 고하고 그 호소는 사제들을 통해 멤피스에 있던 파라오 프로테우스에게도 전해진다. 이후 나일강 하구의 감시책임자인 토니스는 알렉산드로스와 헬렌, 보물들, 신전으로 도망쳐온 시종들을 붙잡아 파라오 앞으로 나아갔고 프로테우스는 알렉산드로스의 어설픈 변명을 들은 다음에 알렉산드로스는 여자와 보물을 그 주인이 찾으러 올때까지 이 곳에 놔두고 본인은 3일안에 이집트를 떠나라고 명한다.

이후 메넬라오스와 그리스의 대군은 트로이에 도착해 알렉산드로스가 가져간 보물과 헬렌을 내놓으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트로이인들은 일관되게 자신들에게는 그것들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들에게 없는 그것이 이집트에 있다고 트로이인들은 맹세했다. 하지만 그리스인들은 이집트 파라오가 억류하고 있는 그것들을 트로이인들에게 내놓으라고 요구했고 결국 트로이인들이 자신들을 우롱한다고 생각하여 도시를 공격해 함락했다. 하지만 역시 보물과 헬렌은 트로이에서 발견되지 않았다. 그제서야 그리스인들은 트로이인들의 진실을 믿고 메넬라오스를 이집트에 파견했다.

메넬라오스는 이집트로 가 헬렌과 보물을 온전히 돌려받고 극진한 대접까지 받았다. 하지만 그는 그리스로 떠나기 전 역풍이 불자 어린아이 2명을 잡아 제물로 바치는 사악한 짓을 했다. 그 사실이 알려지고 이집트인들은 메넬라오스를 추적했으나 결국 그가 리비아로 탈출한 뒤여서 잡지를 못 했다 -

그리고 헤로도토스는 이집트인들이 조사와 자신들의 땅에서 일어난 상황을 통하여 모든 것을 완벽하게 알고 있었으며 그것들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고 확신하고 있었다. 거기다가 덧붙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길, 트로이에 헬렌과 보물이 있었다면 트로이인들은 그것을 되돌려 주었을 것이라고 한다. 그로 인해 나라가 위험에 처할만큼 그들은 멍청하지 않았으며 더군다가 알렉산드로스보다 더 용감한 그의 형 헥토르가 왕국의 후계자로서 그의 동생이 벌인 멍청한 짓을 옹호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결국 트로이의 멸망은 우리가 오늘날 아는 것과는 다른 것임을 당대의 사람인 헤로도토스가 증명하고 있는 셈이다.

이처럼 헤로도토스가 남긴 이집트 여행기는 모든 부분에서 기존에 주인장이 알고 있던 많은 내용과 다른 사실들을 싣고 있었다. 그리고 이런 모든 저술이 당대에 행해진 것이라는 것을 상기한다면 그 사료적 가치는 상상을 초월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불과 200페이지도 안 되고 글씨도 큼직한 이 작은 책을 보면서 주인장은 보는 내내 눈을 뗄 수가 없었다. 단숨에 읽어내려간 것은 당연하며 한번만 읽은 것이 아니라 그 이후로도 2~3번을 더 읽어봤다. 그만큼 이 책이 보여준 매력에서 주인장이 선뜻 떠나가지 못 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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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자누스 2007-09-29 21: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놓고서 아직 읽지 않은 책인데 이렇게 흥미로운 이야기가 있었군요. 그런데 역사 9권을 전부 번역한 책은 없는 건가요?

麗輝 2007-10-03 16: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범우고전선'이라는 출판사에서 나온 상, 하 2권짜리 책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저도 아직 구입한다, 구입한다 생각해놓고 구입하지 못 했는데 한번 찾아보시기 바랍니다. 지금 절판된 곳이 많아서 구하기 어려울 것도 같네요. ^^
 
신의 아들 사리오키스
에드워드 본 지음 / 투영 / 2000년 7월
평점 :
절판


에스테리아 전기(傳記).
고대 이집트 신화 속에 나오는 사막의 매를 중심으로 한 웅장한 전쟁 스펙타클과 아름다운 사랑의 서사시이다. 역시나 대부분의 이집트 관련 서적들이 영국인의 손에 쓰여진 것처럼 이 책 역시 영국의 이집트 고고학자인 에드워드 본이라는 사람이 쓴 책을 번역한 것이다. 실제 역사적인 내용에 근거한 이 이야기는 마치 우리나라 사람들이 알고 있는 단군신화나 주몽신화같은 몇몇 유명한 건국신화처럼 유명한 것인데 그 내용이 이 책을 읽는 사람들에게 굉장히 친숙하게 다가올 것이라 생각한다.

일반적으로 중왕국시대(B.C 2133~1785)라고 부르는 때, 오랜 분열을 종식시키고 테베의 왕자 멘투호텝 2세가 상-하 이집트를 다시 통일하면서 제 11왕조가 개창되었고 이후 재상 아메네메트에 의해 제 12왕조가 개창되면서 이집트 역사상 가장 찬란한 번영기가 시작된다. 하지만 제 12왕조 말부터 점차 국가의 통제권이 약화되면서 이집트가 분열되는데 이후 제 16~17왕조가 들어서면서 소위 힉소스라고 불리는 아시아 이민족에 의한 이집트 지배가 시작되며 이를 제 2중간기(B.C 1785~1575)라고 부른다. 이야기는 힉소스의 지배가 이뤄지기 이전, 제 12왕조 말의 혼란기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이집트가 분열되면서 이집트는 수많은 소국들로 분열되는데 그 중에는 강국 아도비스와 우루지나, 소국 에스테리아가 등장한다. 우루지나의 왕 스테필은 아스테리아를 침공하고 그 나라의 왕자인 사리오키스와 공주 나일은 구사일생으로 목숨을 구한다. 이후 사리오키스는 무라 부족의 젊은 용사 이자이의 도움으로 전설상의 주인공인 '사막의 매'가 되어 우루지나를 멸망시키고 아도비스를 통합하여 결국은 다시 이집트를 재통일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아스테리아의 나일 공주와 적국 우루지나의 스네필왕이 사랑에 빠지는 등 적절한 로맨스가 첨가되기도 한다.

이 이야기는 일정부분 역사적 사실에 근거를 둔 장대한 규모의 서사시이다. 마치 고구려의 건국신화처럼 말이다. 그리고 그 서술 구조 역시 상당히 흡사하다고 할 수 있다. 주인공은 고난과 역경에 처하지만 결국은 기연을 맞아 어려움을 딛고 재기에 성공하게 되고, 결국은 새로운 시대를 개창한다는 식이다. 이는 주몽신화에서 볼 수 있듯이 대부분의 건국신화나 서사시에서 취하는 구조인데 특이한 점이라면 거기에 남녀간의 사랑 이야기가 적절히 첨가되어 상당히 큰 비중을 차지한다는 것이다. 이는 단순한 건국신화에 비해 장대한 서사시가 갖고 있는 장점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렇기 때문에 이야기로서의 서사시가 더욱더 보는 이로 하여금 생동감을 느끼게 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내용은 그렇게 많지 않은 분량이다. 그렇기 때문에 다양한 참고문헌과 원사료를 토대로 그 시대의 삶을 생동감있게 복원한 크리스티앙 자크의 '람세스'에 비한다면 다소 빈약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그만큼 스피디한 전개와 간단명료한 내용 서술이 돋보이기도 하다. 마치 삼국지연의가 정사인 삼국지에 몇몇 소설적 요소를 첨가하여 완성한 대작이듯이, 이 작품 역시 원래의 신화를 몇몇 소설적 요소를 첨가하여 만들어낸 작품이기 때문에 보는 이로 하여금 이집트의 문학작품을 접하는데 있어 거부감없이 부드럽게 만날 수 있도록 한 점도 돋보인다. 장편을 읽는 것이 지루한 독자들에게 이 정도의 단편이라면 더욱 좋은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 같다.

이집트에 대해서 처음으로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중학교때 봤던 영화 '스타케이트'라는 영화 때문이었다. 그 이후부터 이집트라고 하는 세계 4대문명이라고까지 불리는 고대 문명에 대해서 공부하고 관심을 갖기 시작했으며 그런 시간은 이후 '미이라'라고 하는 영화를 거쳐, 성경과 각종 이집트 관련 문헌, 그리고 소설 '람세스'를 읽으면서 늘어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최근에 읽었던 책이 바로 이 책이었다. 이집트에 대한 또 다른 일면을 확인할 수 있는 계기가 되어서 좋았으며 이집트인의 사상적인 측면이 크게 반영된 문학작품이었기 때문에 더욱 좋았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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