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도시 우루아드 - 전2권 세트
장 크리스토프 이사르티에 지음, 양영란 옮김 / 현대문학 / 2006년 1월
평점 :
품절


세계 소설의 새로운 경향 Faction(Fact+Fiction)을 완벽하게 구축한 작품.
출간되자마자 유럽과 미국을 비롯한 기독교 문화권의 여러 나라에 파문을 일으킨 작품.
출간과 동시에 전 유럽을 강타한 고고학 스릴러.

이 책에 붙은 여러 수식어들이다.
'다빈치코드'가 출간되고 바티칸에서 상당히 불편해했다는 말이 있는데 이 책 역시 그 정도의 큰 파문을 불러일으킬만한 책이기에 붙은 수식어일 것이다. 그리고 실제로 이 책이 고고학 스릴러를 표방하는만큼의 강렬한 인상은 없지만 그 내용에 있어서 상당히 파격적인 것 또한 사실이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봤을때 주인장이 느낀 감정은 단순히 재밌는 소설이다~라는 것 이상은 없었다.

그럼에도 이 책이 전 유럽을 경악케한 것은 무엇일까? 아마 이라크 전쟁이라는 현실적 사건과 맞물려 역사적 사실을 교묘하게 부합시켰기 때문일 것이다. 소위 팩션이라고 하는 새로운 장르란다. 하지만 주인장은 별로 새롭지 않았다. 이는 비단 주인장만 느낀 감정은 아닐 것이다. 왜냐하면 김진명 류의 소설들이 대부분 이런 성격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그가 쓴 작품들을 보면(최근의 살수를 제외하고) 모두 현실적인 사건과 역사적인 사건을 결부시켜서 교묘하게 스토리를 진행시켜왔다. 그렇기에 그가 많은 이들에게 사랑을 받고 베스트셀러 작가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던 것이고 말이다. 그리고 주인장이 보기에는 한국의 역사소설을 쓰는 왠만한 작가들이 이런 식의 구성을 즐겨 쓰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 부분에 있어서 다빈치코드나 이번의 우루아드가 주인장에게 재미있었던 것은 그 소재에 있었지, 그 구성에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그리고 우루아드는 분명 인류 최초의 문명이라고 하는 수메르 문명에 대해 언급한다는 것만으로도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상당한 기대감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지금까지 인류의 기원과도 맞닿아있는 수메르 문명을 소재로 쓴 역사소설이 과연 얼마나 있었는가?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부분의 서양에서 나온 이런 류의 소설은 창세기, 혹은 성경의 범주를 벗어나지 못 했던 것이 사실이었다. 오히려 스키타이, 페르시아, 바빌로니아 등의 문명이 소외시된 것이다. 그나마 이집트문명 정도가 문학적 세계관으로 화려하게 부활했다고나 할 수 있을까?

어쨌든 이 소설이 기본적으로 잡고 있는 줄거리는 상당히 유치하다.

성경 혹은 길가메쉬 서사시에 나오는 고대 인류의 선조격으로 불리는 사람들의 수명이 정말 사실이라면? 이라는 전제조건 아래 이야기를 진행하기 때문이다. 그 결과 나타난 것이 복제인간과 첨단과학 문명에 대한 언급, 그리고 신이 아닌 인간을 창조해낸 최초의 인류 문명 등에 대해서 언급하고 있는 것이다. 그로 인해서 수백살, 수천살을 살았다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현실로 다가오게 되고 그것이 오늘날 세계사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 현실감있게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있는 셈이었다. 마치 단군이 정말로 천년이 넘는 세월을 살았고 환단고기의 수많은 군주들이 수백, 수천살동안 살면서 나라를 다스려왔다는 식의 기록이 전부 사실이라고 믿었을때의 상황을 재현한 것이다.

그런 면에서 보면 이 이야기는 어린 애들이나 볼만한 상당히 유치한 이야기들이 많다. 마치 고대 뮤 대륙이나 아틀란티스 문명에 대해서 쓴 과거의 상상력에 의존한 잡설들과 비교해서 별 차이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현실감있게 묘사됨으로써, 또 그것이 현실적인 사건과 결부되면서 이 책을 읽는 독자들에게는 전혀 다른 느낌으로 다가올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싶다. 거기서 작가는 고고학이라는 학문을 스토리 구성의 한 매개물로 등장시킨다. 고고학(더 정확히는 성서고고학)을 통해 이미 종교적인 신화로만 치부되었던 것들이 하나둘씩 밝혀지고 있는 시점에서 이러한 책이 나옴으로써 사람들의 알고자 하는 욕구와 관심을 한몸에 받을 수 있었던 책인 셈이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스릴러라고 말하기에는 끝이 조금 밋밋한 부분이 있다. 작가가 결말을 마무리짓지 않고 독자들에게 넌지시 뭔가를 암시하는 투로 끝냈다고나 해야 할까? 책 뒷부분에는 번역가와 실제 작가와의 인터뷰 내용이 실려있어 조금 독특했는데 작가는 후속작을 더 쓸 예정이라고 한다. 그렇다고 한다면 이런 결말이 어느정도 이해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용이 전체적으로 긴장감있게 짜여져 있지 않다는 면에서는 스릴러라고 표현하기에는 부족함이 없지 않나 싶다.

단, 성경 이전의 수메르 문명, 오늘날 미스테리하다고 말하는 수메르 문명에 대해서 첨단과학문명의 산물이 낳은 문명이라는 식의 스토리 전개를 과감히 선택한 부분은 상당히 참신했다고 할만하다. 그러면서도 신이라는 존재가 아니라 인간이라는 존재가 복제와 첨단의술로 장수할 수 있는 존재를 만들었기에 창조론을 부정하지도 않았고, 현재 학계의 현실적인 견해들도 적절히 수용한 것이 마음에 들었다. 실제 소설책이면서도 저자는 뒤에 참고문헌을 서술하여 자신의 견해들 중 픽션인 부분과 팩트인 부분이 어디어디인지를 구분할 수 있게 해 놓았다.

스릴러라고 하는 부분이 조금 아쉽긴 하지만 최초의 시도를 한 작품이라는 면에서는 그럭저럭 봐줄만도 하다. 이라크를 침공한 미국이 석유 문제를 비롯한 국제 역학 관계의 주도권을 위해서 불철주야 노력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정말 이 소설에서처럼 종교적인 이유에서 그런 황당한 폭력행위를 했다면? 이라는 발칙한(?) 상상을 하게 해주는 소설이라는 점에서 읽는 내내 상당히 재밌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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