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정을 경영하라
진대제 지음 / 김영사 / 2006년 3월
평점 :
절판


솔직히 주인장은 이런 성공(성공의 개념은 각자 다르겠지만, 일반적인 의미의 성공)한 사람들이 쓴 자서전격의 생활 지침서를 즐겨 보는 편은 아니다. 몇몇 유명한 사람들이 쓴 인생 성공기, 경영 리더쉽에 대한 글을 몇번 본 적이 있으며 한때 유명했던 '칭찬'과 '부지런'이라는 코드에 맞춰 쏟아져나왔던 수많은 책들 중 일부도 접한 적이 있었다. 그 와중에 특출나게 주인장에게 강한 인상을 준 책들도 분명 있지만 그렇지 않고 뻔한 소리들만 하는 책도 있었다.

예를 들면 '시계를 5분 먼저 돌려놔라' '새벽에 일찍 일어나 5분간 명상하라' '운동을 꾸준히 해라' 등의 뻔한 이야기들 있지 않은가. 누구나 다 알지만 그 자신의 의지박약으로 못 하는 부분들 말이다. 그런 내용의 책들을 볼때면 저런 내용으로 책을 써서 팔아먹는 사람들은 대체 어떤 생각을 하고 살아갈까? 그런 책이라면 나도 쓰겠다, 고 말이다. 그래서 종종 주인장이 원치 않은 기회, 예를 들어 남이 적극 추천해주던가(주인장의 성향을 알기에 남이 적극추천하지 않는 경우는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 언론에서 크게 떠들어대는 경우가 아니면 그런 책을 접하지 않는 편이다. 그리고 이번에도 역시 마찬가지였다.

평소 책을 좋아하시는 어머니가 전화로 책 10권만 주문하라고 하신 거였다. 다른 사람들에게 선물도 하고 같이 보려고 살 책이 있는데 그것이 바로 이 책이었다. 진대제 장관은 그간 어머니와 친분이 있으셔서 그동안 몇번 얘기는 들었지만 주인장에게는 생소한 사람이었다. 그냥 삼성전자 사장, 그러다가 공무원이 된 사람, 아들의 영주권 문제로 한때 곤욕을 치뤘던 사람 정도가 주인장이 갖고 있는 그에 대한 이미지의 전부였고 어머니가 정말 대단한 분이라고 칭찬한 것을 몇번 들은 것이 전부였다. 게다가 주인장은 이공계쪽은 전문도 아니거니와 좋아하는 분야도 아니기 때문에 그가 이룬 업적의 중요성만 깨달을뿐, 심각하게 생각하지도 않고 있었다. 솔직히 이번에 황우석 박사 사건도 주인장에게 있어서는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치뤄진 몇몇 문화행사보다도 비중이 적은 것이 사실이다.

이번에 세미나때 발표를 위해서 '고구려 고분벽화 연구'라는 책을 다시 보고 있었는데 마침 집중도도 떨어질 때가 됐고 해서 집어든 책이 바로 이 책이었다. 어머니가 '너도 1권 가져가서 보라'고 하셔서 집어봤는데 내용도 어렵지 않고 분량도 많지 않아서 결국은 앉은 자리에서 3시간만에 읽어버렸다. 뭐랄까, 진짜 '진대제'라고 하는 사람이 대단한 사람이라는 생각밖에 안 들었다. 어안이 벙벙하다고 해야하나, 멍해졌다고 해야하나~거의 그런 심정으로 책을 한장 한장 넘기면서 주인장은 거의 건국신화에 나오는 영웅설화 1편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였다. 이 정도까지 하면 좀 심한 과장이라고까지 할 수 있겠지만 주인장이 모르는 분야에서, 주인장이 신경쓰지 않던 분야에서 이런 엄청난 일들이 일어났고, 그 중심에 진대제라고 하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이 주인장에게는 한마디로 Shocking이었다.

미국 굴지의 기업 IBM에서 엄청난 연봉과 출세를 보장받던 연구원이 대뜸 한국으로 넘어와 반도체 산업을 자기 손으로 일으키겠다고 한 포부, '조국의 반도체 산업을 일으켜 일본을 집어 삼키겠다!'고 말하던 저자의 포부가 책을 통해서 그대로 전해질 정도였다. 책 내용은 아무래도 저자의 활동분야에 대한 이야기가 주이기 때문에 전문용어나, 일반인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시스템에 대한 내용도 실려있는 것이 사실이었다. 그래서 솔직히 그런 부분들은 주인장도 제대로 이해는 안 하고 그냥~그런 게 있구나, 하고만 넘어갔지만 그러면서도 전체적인 이야기의 흐름은 이해할 수 있었다. 긴장되고 안타까운 순간이 책을 통해서 주인장에게 그대로 전해졌던 셈이다.

특히 세계최오의 16M D램을 개발하기까지, 그가 대학에 가서 유학가기까지의 모든 과정은 그야말로 대단하다는 말밖에 나오지 않는 순간이었다. 자신의 전공공부를 하다가 길이 막히면 타 전공수업을 들으면서까지 열과 성을 다해서 공부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결국은 자신의 분야뿐 아니라 다른 분야에서도 최고로 인정받은 그의 저력과 끈기가 참으로 본받을만하다고 생각했다. 솔직히 주인장 역시 공부 좀 한다고 설쳤지만 저 정도로까지 하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자신의 분야에서 최고가 되려면 10,000시간만 집중해서 공부하면 된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정말로 그걸 실현한 사람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그 결과로 인해 우리는 오늘날 세계최고의 IT 강국으로 발돋움할 수 있었다.

책은 그냥 저자가 자신의 지나간 삶을 이야기하듯이 서술했기 때문에 쉽게쉽게 읽혀졌다.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이 책에서 그의 공직생활을 서술한 부분이 가장 와닿았다. 왜냐하면 주인장이 그동안 갖고 있던(비단 주인장뿐만 아닌 일반인들도 갖고 있던) 고정관념이 잘못된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끔 해줬기 때문이다. 자식들의 영주권 문제를 비롯한 그에 대한 몇몇 그릇된 고정관념으로 장관이 되자마자 사퇴가 어쩌구저쩌구 했던 언론들의 공격이 주인장은 어렴풋이 기억난다. 그리고 그 시절을 지나면서 오늘에 이르기까지 그에 대해 부정적이지도, 그렇다고 긍정적이지도 않은 시각으로 지내왔던 주인장이다. 하지만 이 책을 보니 그런 면들이 참 한쪽면만 보고 과장시킨 것이다, 라는 생각을 다시 하게 됐다. 이유없이 다른 사람에 대한 편견을 가지면 안 되는데 이 책이 그런 주인장을 깨우치게 한 셈이었다.

게다가 '10년 뒤 유비쿼터스 라이프의 하루'라는 챕터는 차후 유비쿼터스 시대에 우리가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에 대해 서술한 내용이었는데 일종의 짜여진 이야기였다. 이런 방식의 서술은 예전에 고구려인의 삶에 대해 서술했던 김용만 선생님의 '고구려의 그 많던 수레는 다 어디로 갔을까'에서 보고 참신하다고 느꼈는데 이번에도 역시 참신하다고 느꼈다. 그것이 정말 픽션이라고 할지라도 정말 가능성이 있을 것만 같았고 영화에서 보던 삶들이 지금 이대로만 계속된다면 이뤄질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실제 책이 뒷부분에서 저자는 우리는 할 수 있고, 우리가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를 강조했다. 세계최고의 IT 강국이자, 전세계가 그것을 인정하고 있는 마당에 우리가 이 분야를 계속 발전시켜 나가야만 한다는 것을 말이다.

오늘은 WBC에서 한국이 일본을 2연파 한 이후로 6:0으로 완패당한 날이다. 비록 우리가 아쉽게 졌지만 우리는 가능성이 있는 나라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도 솔직히 그 와중에는 왜 우리나라 선수들이 그따구밖에 못 하느냐, 병역특례를 해줬더니 기가 풀렸다느니 하면서 막말을 했다. 그 경기를 집에서 보면서 책에서 봤던 부분이 생각났다.

'남들은 우리를 상당히 낙관적으로 평가해 주는데 우리 스스로는 언제나 비관적이다. 나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이렇듯 비관적인 성향을 보이는 이면에는 뭔가 더 많은 것, 더 높은 것을 갈구하는 마음이 숨어있기 때문이라고 믿고 싶다'

한국 사람은 어쩔 수 없는 것인지. 암튼 우리나라 사람들은 항상 더 높은 곳을 위해서 노력하고 그것을 위해서 전진한다는 것만은 맞는 말 같다. 그러니 인류학계에서는 우리나라 사람같은 공격적인 성향을 가진 사람이 없다고까지 하지 않는가. 진짜 CF에서 나오는 말처럼 나는 자랑스런 '슈퍼 코리안'이라는 생각을 다시 한번 떠올리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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