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마지막 바이킹 관련 영화를 소개하도록 하겠다(따지고 보면 바이킹 관련 영화가 참 적다는 것을 다시금 알 수 있다).

제목 그대로 '이방인'이라는 의미인데, 내용은 다소 식상하다. 앞서 <패쓰파인더>를 소개한 적이 있는데 이 영화도 전체적인 줄기는 이와 비슷하다. 패쓰파인더에서 주인공이 인디언이고, 외부에서 바이킹족이 쳐들어왔다면 이 영화에서는 바이킹족이 주인공이고 외계인이 쳐들어오는 스토리다. 잉? 왠 외계인?? 앞서 필자가 <드래곤 길들이기>에 대한 리뷰를 쓰면서, 바이킹에 대한 다소 환상적이면서도 뭔가 심오한 이미지가 판타지적인 영화를 내놓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한 바 있다. 이 영화 역시 마찬가지다. 바이킹족이 가진 야만성(?) 혹은 와일드함, 거칠고 강인한 전사적 이미지가 외계인이라는 조합과 어울려 이 영화를 탄생시킨 것 같다. 또한, 이 영화를 만든 감독이 <언더월드 1 : 라이칸의 반란>을 만든 감독인데 개인적으로 그 영화를 좋아하기도 해서(딱 그 영화라기보다 그 시리즈물 전체를 좋아한다) 개인적으로 어느 정도 기대를 하고 이 영화를 봤다.

일단 전체적인 분위기는 상당히 음침하고 어두워서 좋다(?). 그리고 스토리 또한 B급 영화로 치부하기에는 적절했다고 생각한다. 역시 시대는 언제인지 모르지만, 배경은 노르웨이의 어느 바이킹족 마을이다. 우주선 1척이 불시착하고 물 속에서 우주복을 입은 외계인 2명이 나온다. 1명은 이미 죽은 상태였지만 나머지 1명은 멀쩡하게 살아 있었다. 그리고 그 1명은 누군가에게 잡혀가는데, 그들이 바로 바이킹족이었다. 처음에 이 '아웃랜더'를 못 믿은 바이킹족은 얘를 잡아 가두고 족치기 시작한다. 그런데 당시 바이킹족에는 두 세력이 있었고, 그들은 서로 대립각을 세우고 있었다. 그 상황에서 바이킹족의 차기 족장이 될 울프릭이 속한 마을 주변의 취락 하나가 박살이 난다. 울프릭은 상대방 세력이 공격한 것으로 판단했고, 그 자리에 있던 외계인 카이난을 유력한 용의자로 의심했던 것이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범인은 사람이 아니었다. 그건 바로 무어웬이라고 불리는 외계 괴물이었다.

거기서 카이난의 이야기는 시작된다. 카이난이 속한 집단은 살만한 별을 찾기 위해 여기저기 떠돌아다니다가 어느 한 별에 정착하게 되는데, 그 별의 원주인이 바로 덩치 큰 사자같이 생긴 무어웬들이 사는 동네였던 것이다. 그리고 압도적인 화력을 지닌 카이난 집단은 무어웬을 싸그리 죽여버리고 그 별을 청소한 다음, 자신들이 살아갈 수 있게끔 개발했던 것이다. 하지만 어떤 일로 인해 카이난은 지구로 불시착하게 됐고, 무어웬 한마리가 지구까지 따라오게 된 것이다. 스타크래프트에 나오는 테란족의 배틀 크루저같은 무기로 싸그리 죽였던 녀석들인만큼 무어웬 한마리가 지닌 파괴력은 어마어마했다. 그리고 서로 대립하던 두 바이킹족 마을은 힘을 합치게 되고, 카이난 역시 여기에 합세해 무어웬을 없앨 계획을 세운다. 그 과정에서 무어웬의 근거지까지 쳐들어가게 되고, 그 놈의 새끼까지 있는 상황에서 주인공 일행은 무어웬을 해치우는데 성공한다. 그 과정에서 차기 족장이었던 울프릭은 전사하고, 차기 대권(?)을 카이난에게 물려주고, 카이난은 호수 속에 불시착한 우주선 안에 갇혀 죽은 아내를 떠나 프레야라는 아가씨와 알콩달콩 사랑을 나누는 해피엔딩이다.

이 영화의 내용은 일단 이 정도이며, 액션씬이나 CG 수준도 상당히 수준급이다. 무어웬에 대한 묘사가 상당히 세밀하며, 움직임이나 전체적인 화면 구도 자체가 굉장히 안정적이어서 '오~의외네~'라는 생각을 했다. 다른 블로거분들의 글을 보니 흐름이 뚝뚝 끊어지는 경향이 많았다고 하시는데, 필자 개인적으로는 무난했다고 생각한다. 갑자기 외계인이 등장한 것 자체를 뭐라고 하면 할 말이 없지만...암튼, 외부 세력이 아닌 외계인이라는 소재와의 조합 자체가 일단 신선했다고 본다. 또한, 처음에 사이가 좋지 않다가 점점 대립 구도를 없애고 하나로 힘을 합치는 과정도 그닥 나쁘지 않게 자연스러웠던 것 같다. 특히나 액션 중심의 오락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당시 시대 고증에 상당히 신경을 쓴 부분들이 있어 좋았다.

먼저 바이킹족과 관련된 영화에서 많이 나오는 것들이 있다. 그건 바로 거대한 목조건물로 이뤄진 연회장과 그 안에서 뷔페식으로 벌어지는 활기차고 왁자지껄한 연회다. <베오울프>의 첫 장면을 장식한 것도 이것이며, <드래곤 길들이기>에서 주인공 히컵과 그 친구들의 심리 묘사가 주로 이뤄지는 곳 또한 연회장에서다. 여기에서도 그러한 장면은 절대 빠지지 않았다. 연회장에서 울프릭은 카이난에게 게임을 제안하고 그 게임과 연회를 통해서 카이난과 바이킹족은 하나가 될 수 있었다. 여러 사람들이 어깨 위에 방패를 올리고 그 위에 한명이 올라가 빨리 걷거나 뛰면서 그 위에서 재주를 부리는 게임인데, 바이킹족 중 최고라고 하는 울프릭 못지 않게 카이난이 이를 잘 수행함으로써 양측은 더 긴밀한 사이가 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게임에 착안한 카이난은 무어웬을 잡기 위한 함정을 팔때 이를 응용하기도 한다. 즉, 바이킹 특유의 문화적 현상을 영화 중간중간에 잘 집어넣어 스토리 전개에 무난하게 써먹었다는 점을 높이 사고 싶다.

그리고 또 하나가 바이킹 족장의 장례식장에 대한 묘사다. <베오울프>에 대한 리뷰에서는 이 얘기를 딱히 콕 짚어서 얘기하지는 않았지만, <베오울프> 마지막 장면에서도 화려하게 불타는 왕의 무덤배에 대한 묘사가 멋있었다. 필자의 기억이 맞다면, 왕의 시신과 각종 금은보화를 실은 배가 불덩이가 떨어지는 바닷가의 계곡부를 지나면서 불타 점점 가라앉는 장면이었는데, 여기에서는 울프릭의 시신이 담긴 배에 카이난이 불화살을 날려 마지막을 장식하는 장면이 나왔다. 이는 바이킹족의 배로 된 무덤들이 발견되면서 우리가 바이킹에 대해 갖는 일반적인 이미지 중의 하나가 되어 버렸다(고고자료가 아니었다면 문헌기록이 부족한 바이킹족의 상황을 아는데 많이 부족했을 것이다). 리처드 루드글리의『바바리안 - 야만인 혹은 정복자』에서도 언급한 바가 있지만, 바이킹족의 삶은 고도로 조직된 제국적 시스템이 없었을 뿐, 상당히 수준높았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바이킹족의 독특한 장례행위는 바이킹에 대한 또 하나의 문화상을 알려주는 좋은 소재라고 할 수 있다. 바이킹과 관련된 영화에서 이런 장면이 안 나오면 아쉬울 정도다.

또한 무어웬을 잡기 위한 함정을 파는데, 바이킹 남자들이 나무삽을 갖고 땅을 파는 장면이 나왔다. '오홋!' 고증에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 감독이었다면 분명 철삽을 썼을텐데 별거 아닌 부분에 신경을 썼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밖에 바이킹족 마을을 공중에서 한바퀴 돌면서 보여주는 화면이 있었는데, 건물의 형태나 취락의 구조에 대해 어느 정도 신경을 썼다는 점을 느낄 수 있었다. 거기에다가 바이킹족들이 쓰는 무기(창이나 도끼, 활 등) 역시도 괜찮았다. 다만, 중간에 카이난이 무어웬을 벨 수 있는 무기를 만들기 위해 호수 속에 가라앉은 우주선 잔해를 갖다가 무기를 만드는 장면이 나오는데, '저렇게 단단한 녀석이 풀무질 몇번에 담금질해서 강해질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긴 했다. 하지만 뭐 전반적으로 무리없이 스토리가 전개됐기 때문에 큰 상관은 없을 듯 싶다.

이상이다. 지금껏 총 5편의 영화에 대해서 언급했는데 솔직히 이 리뷰들을 기획하게 된 계기가 바로 이 영화였다. 상당히 독특한 소재에 기대한 것 이상(기대를 워낙 많이 안 하긴 했지만)의 CG와 액션씬, 스토리 라인 등이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여기저기 단순한 액션영화로 끝나지 않을만큼 고증에도 신경을 많이 써서 괜찮았다는 생각을 다시금 하게 된다. 앞으로 바이킹 관련된 영화가 얼마나 많이 나올지는 모르지만, 이제는 어떤 소재와 조합된 것이 나올지 상당히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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