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간다간다 하던걸 10월에 들어서야 대구에 경대병원을 다녀왔다. MRI 결과로는 아주 크지는 않더라도 조금 자란 듯했고, 교수님이 급하게 나빠진 건 맞고 한가지 추가 검사를 해보고 보자고 하셨는데, 그만 시간이 7개월 뒤에 갔다. 그 사이에 몸이 안좋아 자주 연가를 쓰는 경우가 빈번 하기는 했어도 아주 예전에 많이 안 좋을때만큼은 아니라 그럭저럭 지낸 것 같았다 그동안 안온걸 보면 크게 아프지는 않았다고 판단하셨는지 일단 항상 먹던 진통제로 먹으면서 있어보자 하셨다. 초음파 검사로는 경화 치료가 좀 어려울 것 같다고 하셨고, 설사 한다고 하더라도 내가 원하는 위치에 있는 걸 목표 하기에는 위험하다고 했다. 질 모르는 내가 생각해도 어렵다고 생각했지만 조금 기분은 안 좋아졌다. 그래도 이왕 시간을 내고 온 김에 7년전에 먹었던 약 이야기를 드렸더니 그러자고 하셨다. 그 약 처방은 다른 과의 교수님께서 하셔서 지난번에 약을 먹을때도 갔던 기억이 있다. 그날에 깨진 돈만 근 100만원이 된다. 약도 아주 고가는 아니더라도 부담스러울 수준이고. 이제 그 약을 먹은건 일주일을 넘겼는데 머리 어지러운 정도의 부작용만 있고 다른 부작용은 아직 없다. 원래 아픈 건 덜하긴 덜하다. 그날 밤에 돌아와서 검색을 해보니 내가 처음 약을 먹었던 때와는 달리 활발하게 활용되고 있는지 여러 환자들의 글들이 보였다. 기본적으로 면역억제제이지만 복합적 혈관기형와 관련하여 두루 쓰이며 최근에는 난소암 환자들 대상으로 임상실험 참여도 권유도 하는 것 같았다.
정말 싹 사라지고 나으면 얼마나 좋겠냐만 크게 기대는 하지 않고 있다.
다른 큰 병들과 비교한다면 그리 위험한 것도 아니지만, 고통이 지속된다는 것은 몸과 마음에 크게 흔적을 남긴다. 암에 걸렸다가 완치 된, 지금은 정년 퇴직하신 선생님이 집이 근처라 들리시는데 마주쳐서 이 이야기를 하다 보면 이해한다며 공감을 해주셔서 마음이 한결 편해진 생각이 들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아프지 않은 사람은 이 심정을 모른다.
2.
7월부터 파리지옥 부터 시작했던 것이 틸란드시아, 몇가지 천남성과의 식물들과 선인장 몇, 아주 흔한 식물들(테이블 야자 행운목 등...)에서. 리톱스로, 코노피튬에서 하월시아까지 관심이 끝도 없이 이어져서 들이다 보니 화분이 7,80개나 된다. 2,300개 화분을 관리하는 사람을 보고 저걸 어떻게? 라고 했는데 하다 보니 가능하긴 하네 싶었다. 물론 내가 가진 화분중 50%이상은 리톱스와 같은 크기가 상대적으로 작은 것들이라 공간을 아주 많이 차지 하지는 않는다.
여튼 그렇다가 다시 식충식물에게로 관심이 돌아 왔다. 바로 포낭을 만드는 네펜데스, 사라세니아 녀석들이다 오늘 바로 주문을 넣었는데 내일쯤이면 주문한 네펜데스오 사라세니아 퍼포리아가 도착할 것 같다. 에전에는 징그럽다 생각했는데 왜 지금은 예뻐보이는 것일까?
식물 감상에 물주기, 분갈이 등을 하다 보면 시간이 금방 가서 책을 읽을 시간이 없다. 하반기 들어서는 제대로 읽은 책이 몇권 안된다. 이런저런 책을 들추다가 덮고 했는데 예전만큼 재미는 못느끼겠다.
그만큼 식물들에 제대로 꽂힌 것일까? 지금은 몇년 전에 리커버되어 나왔던 움베르토 에코의 장미의 이름을 읽고 있다. 거의 15년만에 읽는 것인데, 재미있다. 작품 이해에 필요한. 교회사 관련 이해는 전혀 없지만.
리커버 판으로 푸코의 진자도 있는데 올해는 이 두권으로 우선 목표를 잡아봐야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