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급생
프레드 울만 지음, 황보석 옮김 / 열린책들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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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 프레드 울만은 독특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1901년에 독일 슈투트가르트에서 유복한 중산층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나 프라이부르크, 뮌헨, 튀빙겐 대학에서 공부하고 22세 때 교회법과 민법으로 두 개의 박사학위를 취득해 변호사가 된다. 10년 후 히틀러가 독일의 수상 자리에 오르자 프랑스로 이주한 울만은, 급여를 받는 외국인은 고용하지 못하며 만일 급여를 받는 것이 발각될 경우 즉각 추방한다는 법령이 발효됨에 따라 울만 변호사는 엉뚱하게 그림을 그려 그것을 팔아 돈을 만들고 모자라면 열대어를 팔기도 했다. 울만의 그림 수준이 대단했음에도 대중들에게 어필하지는 못했단다.
  독일에서 유대인 탄압을 시작하자 유럽 각지에서 반유대주의가 기승을 부렸다. 그래 울만은 1936년에 스페인 코스타 브라바 인근의 작은 어촌 토사 데 마르로 또다시 옮겼지만 곧바로 내전이 터진다. 이 바람에 다시 마르세유를 거쳐 파리로 가려 하다가 여권과 돈이 든 지갑을 잃어버리는 소설 같은 우여곡절 끝에 런던의 친구 다이애나 크로프트의 전화를 받고 영국으로 향한다. 당시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에서 여권이 없는 난처함은 레마르크의 소설 <리스본의 밤>에 잘 나와 있다. 이렇게 돈도 없고 영어도 유창하지 않으면서 영국에 도착한 울만은 1936년 11월에 대표적인 우익 정치가인 헨리 페이지 크로프트의 딸인 다이애나와 결혼해 1985년에 세상을 뜰 때까지, 기쁠 때나 슬플 때나, 검은 머리 파뿌리 될 때까지 함께 런던에서 살았다.
  변호사이자 화가인 프레드 울만한테는 또 글쓰기의 뮤즈까지 있었는지 비록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지만 1971년에 모국어가 아닌 영어로 <동급생>를 출간한다. 그러다가 1977년에 깨나 종교적이고 재미없는 소설을 쓰는 아서 캐스틀러, 또는 아서 쾨슬러(Arthur Koestler)가 서문을 써주는 바람에 대박을 쳤다고 한다.
  <동급생>의 화자 한스 슈바르츠는 대략 1915~16년생으로, 1933년에 자신의 출생지인 슈투트가르트의 슈바벤에서 혼자 당숙이 사는 뉴욕으로 일종의 망명을 한다. 한스는 당숙의 강권으로 제2의 휠덜린이 되리라는 시인의 꿈을 접고 법과대학을 졸업해 변호사로 성공한다고 설정했다. 자신이 30대에 유대인으로 경험한 독일 사회를 10대의 눈으로 관찰하게 되는데, 그리하여 1930년대 초에 전 독일의 대지를 뒤덮던 음울한 유대인 박해에도 불구하고 “포도밭과 과수원들로 덮이고 성채들로 왕관이 씌워진 완만하고 평온하고 푸르른 슈바벤의 언덕들” 같은 낭만적 분위기를 고수할 수 있게 된다. 한 마디로 비극을 낭만적 아름다움으로 채색한 작품이라 할 수 있겠다.

 

  이야기는 1932년 2월, 한스 슈바르츠의 삶에 들어와 다시는 떠나지 않을 소년 콘라딘 폰 호엔펠스가 전학을 오면서 시작한다. 한스의 집안도 최하 2백 년 전에 슈투트가르트 슈바벤으로 이주한 유대계로 자신들이 독일임을 한 번도 잊지 않았다. 한스의 의사 아버지 역시 우리는 무엇보다 먼저 슈바벤 사람이며, 독일인이고 마지막으로 유대 혈통을 지녔음을 강조하여 1차 세계대전에 참전해 두 번의 부상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싸운 장교 출신이다. 시대는 20세기로 접어들고 벌써 한 세대가 지났다. 그리하여 주변에 숱하게 많은 귀족 찌꺼기들이 있어 웬만한 프라이헤어, 바른. 프리츠가 있더라도 전혀 꿀릴 것이 없었음에도 폰 호엔펠스라는 이름이 주는 위압은 처음부터 대단했다. 그라프 폰 호엔펠스, 콘라딘. 호엔펠스 백작.
  힐데브란트 폰 호엔펠스는 1190년 소아시아에서 호엔슈타우펜의 왕 프리드리히 1세를 구하려다 사망했다. 안노 폰 호엔펠스는 프리드리히 2세의 친구로 1247년에 황제의 품에 안겨 죽었다. 프리드리히 폰 호엔펠스는 프랑스 왕 프랑수아 1세를 포로로 잡은 뒤 전사했고, 발데마르 폰 호엔펠스는 라이프치히 전투에서 전사했다. 프리츠와 울리히 형제는 보불전쟁 당시였던 1871년 샹피니 전투에서 울리히가 먼저 전사했고, 동생을 구하려 적진을 뚫고 들어가다 프리츠마저 죽음을 맞았다. 또다른 프리드리히는 1차 세계대전에서 가장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던 베르됭 전투에서 전사했다. 무려 천 년에 가까운 명문의 자제와, 랍비의 손자이며 증손자이고, 상인과 가축 장수의 혈통을 가진 의사의 아들 유대 소년의 거리는 지구와 해왕성만큼은 되었으리라.
  마르틴 루터가 신성로마제국 황제이자 스페인 왕인 카를 5세 앞에 섰던 1521년에 설립되었으며 뷔르템베르크에서 가장 이름 높은 학교인 카를 알렉산더 김나지움에 클레트 교장 선생과 함께 교실에 들어선 콘라딘. 한스는 그를 보자마자 멋지게 차려입은 우아함에 압도당했고, 날이 가면서 그와 친구가 되기로 작정을 한다. 한스는 몇 년 후 말도 통하지 않는 뉴욕으로 건너가 쉽게 법과대학을 마치고 변호사가 될 정도의 공부 머리가 있고, 여태 튀지 않기 위해 자진volunteer하지 않아서 그렇지 높은 수준의 체육 실력을 지니고 있었다. 한스는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실력을 발휘해 금세 닭 무리 속 한 마리 학이 되었고, 혼자서도 학교생활을 얼마든지 꾸려나갈 수 있을 정도로 독립적인 콘라딘의 유일한 친구가 된다.
  독일의 각 지역에서는 하켄크로이츠 표식들을 담벼락에 그려놓고, 유대계 시민들을 괴롭히며 공산주의자들한테 공개적으로 린치를 가하기 시작했으나 슈투트가르트의 삶은 대체로 평상시처럼 흘러갔다. 콘라딘과 한스는 독일 곳곳에서 나타나는 지구 종말의 기미보다는 후기인상파와 표현주의, 연극과 오페라, 그리고 굉장한 순결함을 지닌 것처럼 보이는 여자애들에 대한 숭배 등에 관심이 있었다. 그러나 이런 관계는 세상 물정을 한스보다 더 넓게 보는 안목이 있던 콘라딘의 배려였음이 속속 드러난다. 이에 한스는 콘라드의 배려에 어쩌면 당연히 자존심에 심각한 상처를 입지만 며칠 만에 화해한다. 그러나 서먹한 건 피할 수 없다.
  젊은 학생들의 우정이 이렇게 흘러가는 동안 베를린에서 시작한 유대인 박해에 어느덧 슈투트가르트마저 전염됐고, 이를 심각하게 받아들인 육군 장교 출신의 아버지와 어머니는 한스를 뉴욕으로 보낸다. 그들이 선택한 최선의 방법이었으리라. 뉴욕에 도착한 한스는 곧이어 부모님의 사망 소식을 듣게 된다. 전쟁은 끝이 나고, 이제 성공한 변호사가 된 한스는 여전히 독일 출신 미국인과 독일 국적인을 만나는데 상당히 까다로운 조건을 건다. 그러던 어느 날, 한때 자신이 다녔던 카를 알렉산더 김나지움으로부터 전쟁에 희생된 동문들을 기리는 회관을 건설하기 위한 기금 마련 관련한 편지 한 통을 받으며 큰 회한에 젖는다.

 

  중편소설 정도 분량의 작은 작품. 그러나 매우 아름답다. 아서 쾨슬러가 이 작품에 대하여 기막힌 서문을 썼다. 본문을 읽기 전에는 그저 의례적인 미화문美化文인 것처럼 스치듯 지나갔으나 책을 다 읽고 다시 읽어보니 정말 기막히게 이 작품을 정의해놓았다.

 

  “주제가 인류 역사상 최악의 비극인데도 향수 어린 단조minor로 쓰였다.”

 

  물론 분노가 없어서 바그너가 아니라 모차르트가 쓴 <신들의 황혼> 같다는 허언을 망라했지만 “단조로 쓴 비극”보다 <동급생>을 저 정확하게 정의할 수는 없을 듯. 그러나 바로 이 점 때문에 나는 이 책을 성인보다 청소년들에게 권장하고 싶다. 아니면 적어도 심장만큼은 아직도 십대의 그것을 달고 다니는 사람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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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1-07-26 10:33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몇 년 전에 읽었을 때 마지막에 막 울었던 기억이 납니다..;; 제가 스무살이지만 아직 심장만큼은 십대라서 이 작품이 좋았었나 보군요! ㅋㅋㅋㅋㅋ
폴스타프 님 말씀처럼 참 아름다운 작품입니다. 오랜만에 다시 읽어봐야겠어요. ㅎㅎ

Falstaff 2021-07-26 10:47   좋아요 4 | URL
ㅋㅋㅋㅋ 울었어요? 꽤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역시 결말이 대단한데 차마 그걸 밝힐 수가 없어서 말입니다. ㅋㅋㅋㅋㅋ

coolcat329 2021-07-26 11:41   좋아요 3 | URL
아흑 저도 책읽고 울고싶습니다. 40넘어 책을 읽으니 눈물이 안납니다.ㅠㅠ 욕만 찰지게 하구요

Falstaff 2021-07-26 12:26   좋아요 1 | URL
쿨캣님은 욕도 찰지게는 못 하시는구먼요 뭘. ㅋㅋㅋㅋㅋ

coolcat329 2021-07-26 12:38   좋아요 0 | URL
뉴스볼때 잘 합니다! ㅋㅋㅋㅋㅋ

다락방 2021-07-26 11:3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마지막에 아! 했더랬는데 리뷰 읽어보니 막 새로우면서 다시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하게 되네요. 그렇지만 책이 없네요... 인생..... 하하하하하. 잽싸게 팔아치우는 것은 이럴때 불편합니다.

저는 스물한살이지만 심장은 십대 입니다...

이만 총총.

잠자냥 2021-07-26 11:50   좋아요 2 | URL
전 신간 읽고 웬만하면 파는데 이 책은 안 팔았어용! 헤헤
다락방 님은 스물한살이고 심장은 열아홉이라서 팔았나보군요.
전 스무살에 심장은 열네살이라서 안 팔았거든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Falstaff 2021-07-26 12:28   좋아요 1 | URL
아웅. 다락방 님 저번 프로필 보니까 스물네 살이셨던 거 같은데, 그게 작년이니까 지금 스물다섯이구먼요. ㅋㅋㅋㅋ
잠자냥 님도 지금은 스물하나. ㅋㅋㅋㅋㅋ

다락방 2021-07-26 12:42   좋아요 0 | URL
자꾸 나이먹어서 큰일이네요...

coolcat329 2021-07-26 11:4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아름다운 작품 맞습니다.
올 3월, 15살 아이 생일선물로 준 책이에요. 조카나 자녀에게 선물하시면 좋을 책입니다.

잠자냥 2021-07-26 11:51   좋아요 3 | URL
전 왜 제가 읽고 욹고 제가 갖고 있죠? ㅋㅋㅋㅋㅋㅋㅋㅋ

Falstaff 2021-07-26 12:29   좋아요 2 | URL
근데 만점에서 하나 뺀 이유가 바로 그겁니다.
10대 취향의 과한 회상형이라서. 뭐 인생입죠. ㅋㅋㅋㅋ

coolcat329 2021-07-26 12:39   좋아요 1 | URL
아! 10대 취향의 과한 회상형! 저도 이 거때문에 별하나 뺐습니다~

새파랑 2021-07-26 16:1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10대취향이라고 하니 읽어봐야 겠군요~!! 비극과 향수라니 슬플거 같아요 ㅜㅜ

Falstaff 2021-07-26 16:46   좋아요 2 | URL
ㅋㅋㅋㅋ 깜놀!
재미나고요, 감동주려 애쓴 소설입니다. ^^

북극곰 2021-07-26 17: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별 다섯 개를 마구 주었었는데. ㅎㅎ 중단편의 길이도 딱 맞춤하다 생각했어요.

Falstaff 2021-07-26 17:19   좋아요 2 | URL
별점 주는 거야 전적으로 독자 마음이지요. ㅋㅋㅋ
저는 좀.... 이 책 읽다가 우신 분도 계셔서 (이 분이 손도 맵답니다) 이렇게 얘기하면 하염없이 귀싸대기 맞을 거 같지만, 어째 아주, 아주, 아주 조금 뽕끼가 있는 거 같아서 별 다섯 개는 도무지 못 주겠더라고요. ㅎㅎㅎㅎㅎㅎ

잠자냥 2021-07-26 21:51   좋아요 1 | URL
폴스타프 ! *찰싹*

Falstaff 2021-07-27 08:36   좋아요 1 | URL
아이쿠! 아파라...
내 이럴 줄 알았지. ㅜㅜ

파이버 2021-07-26 21: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 책 읽을 때 반전에 너무 많은 기대를 해서 낭만적인 부분을 소홀히 넘겨버린 아쉬운 독서였어요^^;; 저는 다행히? 전자책으로 사서 아직 가지고 있네요

Falstaff 2021-07-27 08:37   좋아요 1 | URL
전체 분량이 얼마나 되나, 싶어서 마지막 문장을 글쎄 먼저 읽어버린 거 있잖아요.
에휴. ㅋㅋㅋㅋ

파이버 2021-07-27 10:53   좋아요 1 | URL
으악 너무 안타까운 실수를 하셨어요ㅜㅜ
 
어젯밤
제임스 설터 지음, 박상미 옮김 / 마음산책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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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열 편의 단편소설을 담은 작품집. 1925년 6월에 제임스 아널드 호로위츠 James Arnold Horowitz라는 이름으로 태어난 설터는 애초에 직업군인으로 전투기를 몰았다가 한국전쟁을 겪으면서 경험한 것을 바탕으로 <사냥꾼들>이란 소설을 써 작가의 길을 걷는다. 처음에는 필명을 ‘제임스 설터’로 하다가 나중엔 법원의 등기부를 고쳐 정식 이름으로 삼았다고 하니 이이가 ‘뉴저지 설터 씨’의 시조가 되겠다. 위키 백과를 보면 설터의 대표작으로 어제 내가 악평을 했던 <스포츠와 여가>를 꼽았다. 나의 문학적 소양이 여태 형편없다는 것이 백일하에 증명이 된 셈이긴 하지만, 나는 여전히 <스포츠와 여가>에서 독자가 구경할 만한 것은 그의 간결하고도 섬세한 문체뿐이라는 주장을 취소할 생각이 없다. 지금 막 《어젯밤》을 읽었기 때문일 수도 있다.
  이 책을 읽고 제일 처음 느낀 소감은 제임스 설터가 단편소설을 위해 특화된 작가가 아닐까, 싶은 것이었다. 설터의 작품 속에 커다란 담론 같은 건 없다. 애초에 그런 것들을 담을 의도 자체가 없는 것처럼 보인다. 설터가 줄곧 관찰했던 것은 커플 사이에서 발생하는 미세하지만 치명적인 떨림이다. 이 떨림은 살면서 누구나 한 번 이상은 경험해보는 일이지만 이 현상이 결코 같은 떨림은 아니다. 필립의 떨림은 금발머리 가정교사를 보고 결혼 15년 만에 찾아온 벼락같았던 사랑이고, 중년의 부유한 과부 테디에게는 열다섯 살에 첫 경험을 하게 해준 무명 소설가였지만 지금은 편지에 답장도 해주지 않는 베스트셀러 작가이며, 브라이언한테는 아내의 귀고리를 빼앗아 매단 채 장인과 환담을 하는 유엔 직원 패밀라다.
  이 떨림의 공통 현상은 애정, 그리움, 안타까움, 후회, 잔상, 추억 같은 것들. 그리하여 설터가 내놓는 그림 속에 ‘현재의 뜨거움’은 없다. 있다면 오직 과거나 잘못된 사랑, 즉 불륜인 경우다. 열 개의 모든 작품은 이렇게 안타까워하는 남녀가 등장한다. 그리하여 유일한 주제는 사랑. 만개하지 못했거나, 이미 시들어버린 것 등.
  설터의 단편은 말 그대로 ‘단편적’이다. 단 하나의 에피소드를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게 써내려 간다. 오랫동안 잊고 살았던 사랑이 하필이면 결혼 피로연 때 섬뜩하게, 내일이면 또다시 볼 수 없는 한 순간의 혜성처럼 떠오르고, 전신에 암이 퍼져 모르핀으로 연명하는 아내의 요청으로 모르핀 치사량을 주사한 밤에 연인을 불러들여 뜨거운 밤을 보내고, 20년 만에 다시 만난 옛 시절의 연인이 너무 비대하고 추한 모습으로 변해버려 서둘러 돌려보내는 등, 딱 단편소설을 쓸 만큼의 주제로 작품을 만들었다. 여기에 꼭 필요한 문장들과 절제된 수사법만 사용하니 단편으로도 짧은 분량이면서 호소하는 바는 매우 강하다. 전형적인 단편소설을 읽는 느낌. 분위기는 전혀, 완전히 다르나 황순원이 이런 주제로 썼으면 설터와 비슷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라면 이해하실 수 있을 듯.
  오랜만에 깔끔한 번역 단편소설들을 읽었다. 물론 단편소설이 다 이래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지만 완전히 내 스타일의 작품들을 모아놓았다. 그간 외국 작가들의 단편은 별로 읽지 않았으나 골라 읽은 것들 대부분 괜찮거나 훌륭한 단편집이었다.
  다만 단편소설, 특히 번역한 단편일 경우 독자의 취향이 매우 중요한 것처럼 보인다. 이 책을 선택하시겠다면 조금 신중해질 필요는 있다. 어쨌든 나는 《어젯밤》을 마지막으로 설터는 더 이상 읽지 않으려 했지만 마음을 바꾸기로 결정했다. 제임스 설터. 이 독특한 문법을 가지고 있는 작가를 조금 더 관찰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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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1-07-23 09:1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몇년전에 이 책 읽었는데 왜 언급하신 줄거리가 하나도 생각나지 않을까요?
요약하신 줄거리를 보면 엄청 재미날 것 같은데요.
사놓고 안읽은 책이 수두룩한데 읽었던 책을 또 읽어야 할까요?
삶은 .. 어렵습니다.

이만 총총.

Falstaff 2021-07-23 09:24   좋아요 3 | URL
단편소설이 아쉬운 점입니다. 읽을 때는 참 절절하게 읽는데 오래가지 않는다는...
단편이 애초에 주제에 집중하는 형식이라 그러지 않을까 싶어요. 저도 얘기하신 현상이 아주 자주 생깁니다. ㅎㅎㅎ 어렵지 않으면 삶이 아닙지요. -_-;;

잠자냥 2021-07-23 09:33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어젯밤>은 별 다섯 개짜리 단편집 맞습니다. 전 이 책으로 설터를 처음 만났기에 오! 하고 계속 읽었답니다. 두 번째로 읽은 게 <가벼운 나날>이었는데요, 이 작품도 장편임에도 좋았어서, 오호! 그래 계속 읽는 거야! 하면서 신나게 읽었습죠... 그런데 <스포츠와 여가>는 좀 뜨악했습니다. ㅎㅎㅎ 장편은 <가벼운 나날> 단편은 <아메리칸 급행열차>까지는 추천드리고 싶습니다-

Falstaff 2021-07-23 09:36   좋아요 2 | URL
오호, 고맙습니다. 한 번 따라가보겠습니다. ㅋㅋㅋ

stella.K 2021-07-23 11:4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 황순원과 그만 읽으시려다가 조금 더 관찰하시겠다니
확실히 그냥 지나치기엔 아까운 작가인가 봅니다. 저도 관찰해 보도록 합죠.^^

Falstaff 2021-07-23 12:13   좋아요 2 | URL
크... 언제나 그렇듯이, 특히 단편인 경우에는 조금 더 한데요, 독자와의 합이 맞아야 장땡입니다! ㅋㅋㅋㅋㅋ

독서괭 2021-07-23 13:1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전 일단 주문해 놓은 <스포츠와 여가>부터 읽어야할텐데, 그럼 다른 작품 읽고 실망할 가능성은 별로 없겠군요. 다행일까요 ㅋ

Falstaff 2021-07-23 13:16   좋아요 2 | URL
크.... 긍정적인 마인드를 가지고 계시는군요! 그렇겠습니다. ㅎㅎㅎㅎ

새파랑 2021-07-23 15:2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셀럽 두분이 🌟5개라니 이건 뭐~~ 기대되는군요~!!

Falstaff 2021-07-23 15:30   좋아요 4 | URL
헥, 셀럽이라니요. 평생 처음 들어봅니다. 그럴리가 있겠습니까.
하여튼 별 다섯 개라도 합이 맞지 않으면 꽝이란 것만 말씀드리겠습니다. ㅋㅋㅋㅋ

잠자냥 2021-07-23 15:55   좋아요 3 | URL
셀럽! 크하 ㅋㅋㅋㅋㅋㅋㅋㅋ 미치겠다! ㅋㅋㅋㅋㅋㅋ
살다살다 저도 셀럽 소리 처음 들어봅니다! 현실에서 저는 올드패션드입니다만! ㅋ
책 읽기로 셀럽이 되는! 오직 이 알라딘에서만 들을 수 있는 소리! ㅋㅋㅋㅋ

coolcat329 2021-07-24 08:1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 이 책 2017년에 읽었는데 이해,공감이 안갔어요.ㅜ 저는 단편이 참 어렵네요. 줄거리 거의 기억안나고 부부들 이야기가 많았던것만 기억나네요. 셀럽 두 분이 별5개ㅋㅋ
합이 맞지 않은 것보다는 당시 제 상태가 너무 빈약해서ㅠ 이해를 못한걸로...

Falstaff 2021-07-24 20:59   좋아요 1 | URL
에구, 빈약이라니 당치 않습니다.
나 싫으면 무조건 싫은 거지 조건이 어딨어요. ㅋㅋㅋㅋ
 
스포츠와 여가
제임스 설터 지음, 김남주 옮김 / 마음산책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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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라딘의 초사이언, 사이오 님이 2017년 9월부터 2021년 3월까지 무려 3년 반 동안 사진과 더불어 책에 나오는 구절을 인용하시는 바람에, 명색이 서재 친구라면 이건 읽으라, 좀 읽어보라는 압력 같아서 선택했다. 다만 안타까운 건, 구입할 때 보관함에서 곧바로 장바구니로 옮기는 바람에 땡투를 못 했다는 점. 자리를 빌려 미안한 마음을 표시해본다.

 

  많은 독자들의 주목을 끈 미국 작가 제임스 설터. 그런데 어째 손이 가지 않아 차일피일 일독을 머뭇거리고 있었다. 왜 그랬을까? 하긴 내가 모르는데 다른 사람들이 어찌 알겠는가. 책 표지가 좀 선정적이라 그랬나? 그랬을 수도 있다. 더구나 이 책 뒤표지에 큰 글씨로 무엇이라 쓰여 있는가 하면,

 

  “빛의 조각들로 이루어진 정교한 은 세공품
  심장을 건드리는 것 같은 쓸쓸한 포르노그래피“

 

  물론 카피야 어차피 독자들의 호주머니를 노리는 목적으로 쓰는 거지만 나처럼 진중한 독자는 슬립 차림의 예쁜 아가씨 표지와 포르노그래피임을 강조한 카피로 인하여 오히려 읽어볼 생각을 못 낼 수도 있음을 좀 알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이왕 포르노그래피임을 강조하려면, 그거 있잖은가, 내용도 카피에 좀 걸맞았으면 오죽 좋겠는가. 이게 포르노그래피면 세상에나, 미셸 우엘벡, 필립 로스, 우리나라의 김혜나, 장정일은 빨간책 대마왕이겠네. 그러니 그걸 기대했다면 애초에 기대를 포기하는 것이 좋다.
  곧바로 읽은 감상을 이야기해보자.
  설터. 처음부터 마음을 끌어당긴다. 그의 문장이 그렇다. 여간해 감상이 섞이지 않은 건조한 문체. 9월, 휴가가 끝나 귀경 행렬로 붐비는 파리의 기차역이다.

 

  “9월. 빛이 넘치는 이런 나날들이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 같다. 8월 내내 텅텅 비다시피 했던 이 도시가 이제 다시 움직인다. 새로 채워지고 있다. 식당은 모두 다시 문을 열고 상점도 마찬가지다. 사람들이 전원에서, 바다에서 차들로 빽빽했던 도로여행에서 돌아온다. 기차역이 몹시 붐빈다.”

 

  간결한 문장들. 이제 다시 움직이고 있고 사람들은 돌아오지만 문장은 마치 사진을 찍어 놓은 듯 딱, 자리 잡힌 채 고정되어 있는 느낌. 이제 어느 누가 있어 여기에 훅, 바람을 한 번 불거나, 긴 둘째손가락을 한 번 딱 마주치기만 하면 갑자기 생명이 불어넣어져 활기를 띌 거 같은 풍경에서, 화자 ‘나’는 오히려 하행열차에 오른다.
  1967년에 미국 작가가 쓴 소설. 그럼에도 무대가 프랑스여서 그런지 묘사는 다분히 프랑스 적 에스프리의 향취가 배어 있다. 파리를 떠난 열차는 세송 역, 몽트로 역, 상스 역, 생쥘리앙뮈소 역을 거쳐 환승역인 라로슈에서 잠깐 쉬고 ‘나’의 목적지인 인구 만 오천 명의 작은 마을 오툉 역에 멈춰 ‘나’는 내린다. ‘나’의 목적지는 구시가지 로마 성곽 바로 위에 자리한 위틀랜드 하우스. 대문의 철제 장식에 VAINCRE OU MOURIR, 승리하라, 아니면 죽으라, 1950년에 한반도로 전투 병력을 파병하며 하일레 셀라시에 에티오피아 황제가 자기 병사들에게 한 말이 적혀있다. 크리스티나와 빌리 위틀랜드 부부가 미국인인 ‘나’의 프랑스 체류에 얼마든지 이용하라고 빌려준 집이다.
  이 집에 근사한 구형 자동차 들라주 52년형 컨버터블을 타고 도착한 미국인 청년 필립 딘. 드디어 주인공이 등장한다. 삶에 반항하느라 예일대를 중퇴해버린 천재. 탁월한 지성을 가지고 있어 대학에 입학을 해보니 가르치는 것이 너무 쉬운 것들만 있어서 자신만의 삶의 스타일을 개발하기 위해 프랑스 유람을 왔단다. 아버지는 저명한 연극비평가로 미국 내에서 상당한 지위에 있는 명문가 출신 남자. ‘나’는 10월의 어느 날 필립과 오툉 시내의 한 카페 포이에 들러 식사를 했고, 거기서 프랑스 주둔군으로 와 있는 흑인 미국 육군 병사를 애인으로 둔 주말 아르바이트 종업원 안마리 코스탈라가 눈에 들어오는데, 필립 역시 이 터틀넥 스웨터에 검은 스커트, 가죽벨트를 한 안마리를 보더니 이렇게 이야기한다.
  “저 여자는 여러 주 동안 저에 대한 꿈을 꾸었을 겁니다.”
  안마리 코스탈라. 전쟁이 한창이던 1944년 10월 8일 생. 지금은 방년 18세. 서른 두 살의 필립 딘과 안마리는 곧장 연인관계로 접어들어 빌린 들라주 52년식 컨버터블을 타고 프랑스 전역을 누비며 몸과 마음을 다해 사랑에 빠져들기 시작하는데, ‘나’가 아무리 보아도 필립은 처음부터 안마리를 자신의 아내감으로 여기지 않는 것 같은 반면, 안마리는 당연히 둘이 결혼해 딸 아들 낳고 평범한 가정의 주부가 되리라 믿는다.
  이들이 처음으로 관계를 맺는 곳이 리볼리 가의 호텔. 저녁을 먹고 고전적이고 널찍한 방에 들어 함께 샤워하고, 침대에 대각선으로 누워 한 번 하고는 잠에 떨어진다. 그리고 아침에 일어나서 한 번 더. 음. 나는 이렇게 아침의 섹스를 시작하는 건 처음 읽어봤다.
  “흐릿한 잿빛, 아주 이른 시각이다. 그녀의 입 냄새가 고약하다.”

 

  이렇게 해서 연애 소설이 통상 그렇듯이 둘의 사랑이 끝날 때까지를 그렸다. 초두에 얘기했듯 있어서 보거나 들은 대로 기록한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건조한 문체로 적어놓은 작품을 읽기가 편하지만은 않았다. 그래 분량에 비해 시간 소모가 많았고 간혹 지겹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처음 읽는 작가는 한 번에 두 권 이상을 구입하지 않는다. 그런데 쇼핑의 간격이 길어서 그랬는지 설터의 작품은 어쩌다 보니 두 권을 샀고, 지금은 소설집 《어젯밤》을 읽고 있다.
  <스포츠와 여가> 읽기를 마치면서 이젠 설터는 끝, 이라 단정해 별 기대 없이 소설집을 펼쳤다가, 아 이런, 그렇다. 만일 우리말로 번역한 역자가 역자의 문체로 쓴 것이 아니라면, 설터의 문체는 장편보다 단편에 훨씬 어울리는 건 아닐까. 난 여기서 “단편에 훨씬 어울린다.”라고 쓰고 싶다. 그러나 주장을 할 수준이 아니라서 이렇게 얘기하고 마는데, 이제 겨우 단편 두 개를 읽었을 뿐이지만, <스포츠와 여가>도 이렇듯 몇 개로 잘라서 나누어 썼더라면 독자가 읽기도 훨씬 편하고, 더 아름다운 문장으로 만들어진 단편‘들’이 되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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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1-07-22 09:27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스포츠와 여가>는 전 별로였습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설터는 단편이 좋은 작가 같아요. 그래서 <어젯밤>이 훨씬 좋았고요(단편 모음집에서도 <아메리칸 급행열차>보다는 <어젯밤>이 낫습니다.). 장편 중엔 <가벼운 나날>이 가장 낫더라고요. 물론 저는 번역된 장편 중 <사냥꾼들>은 아직 읽지 않은 상태에서 비교한 것입니다만. ㅎㅎ

Falstaff 2021-07-22 09:39   좋아요 3 | URL
내일 <어젯밤> 독후감 올리고,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모르지만 당분간 설터는 제 목록에 없을 거 같습니다. 장편을 쓸 때도 단편을 여러 편 겹쳐 쓰는 식으로 부분을 잘라 썼더라면 어땠을지 모르겠더군요. 하여튼 아쉬운... ㅎㅎ

잠자냥 2021-07-22 09:48   좋아요 3 | URL
연속해서 먹으면(?) 안 되는 작가가 있는데, 설터도 그 부류 중 하나 같아요. 연속해서 읽으면 넘나 질린다능; ㅋㅋㅋㅋ

아, 그리고 설터 문장 요즘 같은 날씨에 읽기 힘들지 않으세요? ㅋㅋㅋㅋㅋㅋㅋ

Falstaff 2021-07-22 10:27   좋아요 4 | URL
ㅋㅋㅋㅋㅋㅋ 요즘 같은 날씨에 <수영장 도서관> 읽는 것보다는 훨씬 덜 쫄려요! ㅋㅋㅋㅋㅋㅋㅋ
<수영장 도서관>은 독후감 쓰기도, 아이고, 말을 말아야지.... ㅋㅋㅋㅋ

잠자냥 2021-07-22 12:48   좋아요 5 | URL
아, 써주세요 <수영장 도서관>! ㅋㅋㅋ 저만 그렇게 느낀 게 아니라는 걸 확인받고 싶습니다요!

저, 얼마나 야한지 궁금하다고 쿨캣 님인가 쟝쟝 님이 그러셔셔 차마 타이핑 치긴 뭐하고 사진 찍은 게 있거든요? 근데 그거 페이퍼로 올리려다가.... 에휴 관뒀습니다(제 서재 알라딘에서 블라인드 처리할까 봐?ㅋㅋㅋㅋ). 19금이 아니라 29금이여. ㅋㅋㅋㅋㅋㅋㅋㅋㅋ

Falstaff 2021-07-22 13:10   좋아요 1 | URL
저도 게이 러브씬은 차마 인용하지 못하겠고요, 대신 경험담 하나 올렸답니다. ㅋㅋ

공쟝쟝 2021-07-22 22:02   좋아요 2 | URL
(수영장도서관을 두리번 거리며 담는다 ㅋㅋㅋ)

잠자냥 2021-07-22 22:08   좋아요 2 | URL
쟝쟝! 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야 아니야 기대하는 그런 거 아니야~~~~

공쟝쟝 2021-07-22 22:17   좋아요 1 | URL
왜욧! 전 엄연히 29살 넘었다구욧!!!!

Falstaff 2021-07-23 08:50   좋아요 1 | URL
장쟝님, 당연 29 이상이시겠지만, 여자 남자 베드씬하고 느낌이 아직은 다릅니다. 이것도 차별이냐, 하시면 할 말 없는데요, ^^;;; 아직 좀 낯설어서 그렇다고 이해해주시면 어떨까 합니다.
ㅋㅋㅋ 궁금하시면 직접 읽어보셔야 할밖에요.
맨 그런 거만 나오는 건 아니고요, 두 장면 정도만 으 이건 아직은 좀 아니다, 라는 생각이 들고요, 나머지는 참 억세게 장황합니다. 여름에 고문당하기 아주 적당한 책입지요. ㅋ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1-07-23 09:37   좋아요 1 | URL
네, 폴스타프 님 말씀처럼 뭔가 그 에로틱한 거 기대하시면 안됩니다;; 쟝쟝님...에로틱하 거 찾으시면 다른 거 읽으세요. ㅋㅋㅋㅋ

아니, 근데 폴스타프 님! 두 장면 정도만 그랬어요? 전 세 장면인데.... ㅋㅋㅋㅋ

독서괭 2021-07-22 10:28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엇 저 어제 아이책 중고로 주문하면서 같이 담을 책 찾다가 이책 주문했는데요 ㅋㅋ 저도 syo님 덕에 이 표지가 굉장히 익숙합니다ㅋ

Falstaff 2021-07-22 10:39   좋아요 3 | URL
ㅎㅎㅎㅎ 사신 건 꼭 읽어야 합니닷! 그리고 별 세 개를 줘서 그렇지 읽을 만하긴 합니다. ^^;;;

다락방 2021-07-23 07:48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ㅋㅋㅋ아놔 ㅋㅋㅋㅋㅋㅋㅋㅋ 저는 사이오 님은 ㅋㅋㅋ 제가 모르는 알라디너라고 생각했지 뭐예요? 쇼님도 셜터 좋아하는데 초사이어인이 또 있구먼.. 했는데 이 분이 그 분이군요? ㅋㅋㅋㅋ 아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1-07-22 22:10   좋아요 3 | URL
우리가 아는 사이오. ㅋㅋㅋㅋㅋㅋ

Falstaff 2021-07-23 08:51   좋아요 0 | URL
syo 님은 자기 이니셜이 여러가지로 불리는 걸, 지금 은근히 즐기고 있답니다. ㅋㅋ

잠자냥 2021-07-23 09:37   좋아요 0 | URL
아니 그런 걸 다 아는 사이오? ㅋㅋㅋㅋㅋ

잠자냥 2021-07-23 09: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폴스타프 님 왜 수영장 도서관 리뷰 안 올리셨어요.... 흑 ㅋㅋㅋㅋㅋㅋㅋㅋ

Falstaff 2021-07-23 09:43   좋아요 2 | URL
ㅋㅋㅋㅋ 그건 다음 주 금욜에 올라옵니다.
몇년 전에 이 루틴 한 번 깼다가, 저역자한테 을매나 귀싸대기를 얻어 터졌는지, 하이고, 그 담부터 재수없어서 애초에 정한 스케쥴을 무조건 따르고 있답니다.
 
단지 유령일 뿐 민음사 모던 클래식 71
유디트 헤르만 지음, 박양규 옮김 / 민음사 / 2015년 3월
평점 :
절판


알라디너 여러분들! 드디어 숨겨놓은 제 애인 유디트 헤르만의 <단지 유령일뿐>이 품절에서 풀렸습니다! 저를 아시는 모든 알라디너 분들께서는 통촉하시옵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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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아 2021-07-21 20:2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오 바로 장바구니 담았어요!! 품절없는 세상을 꿈꾸며~😆

Falstaff 2021-07-21 20:25   좋아요 4 | URL
크.... 탁월한 선택입니다! ^^

새파랑 2021-07-21 21:33   좋아요 3 | URL
저도 담습니다 ^^ 이런 평이라면~!

독서괭 2021-07-21 21:5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도 일단 담고 봅니다 주섬주섬

Falstaff 2021-07-22 08:51   좋아요 1 | URL
좋습니다!

페넬로페 2021-07-21 22:4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역시나 전혀 몰랐던 작가입니다
감사합니다^^

Falstaff 2021-07-22 08:52   좋아요 2 | URL
아, 참 섬세한 작가입니다. ^^

수이 2021-07-21 22:5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폴스타프님이 ‘사랑할 수밖에’ 라고 말씀하셨으니 믿어보고 구입 고고씽! 근데 사놓고 안 읽은 책도 많아서;;;;

Falstaff 2021-07-22 08:52   좋아요 1 | URL
처음 한 작품이 중요하지요. 그냥 시작만 하시면 되는데, ㅎㅎㅎ 사실 그게 쉽지 않아 문제이긴 합니다.

꼬마요정 2021-07-22 00:0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앗 저 4/1에 샀는데 품절이었나 봅니다. 전날 쓰신 폴스타프님 글 때문에 샀더랬죠. ㅎㅎㅎ

Falstaff 2021-07-22 08:53   좋아요 2 | URL
앗, 그렇습니까. ㅎㅎㅎ 고맙습니다.

바람돌이 2021-07-22 01:5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초강력 뽐뿌!!!

Falstaff 2021-07-22 08:53   좋아요 1 | URL
이게 바로 알라딘 개미지옥이랍니다! ㅋㅋㅋ

다락방 2021-07-22 21: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 단편집이네요? 저도 읽어보갰습니다!

아 괜히 자기 전에 폴스타프 님 서재 들어왔다가 이게 뭐에요 ㅠㅠ 책 담아가고 ㅠㅠ

공쟝쟝 2021-07-22 21:59   좋아요 1 | URL
개미지옥이요…ㅋㅋㅋ

초딩 2021-07-23 00:2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방금 카버 읽었는디 딱 또 이 분이 풀리네요~

Falstaff 2021-07-23 11:42   좋아요 0 | URL
단편 좋아하시는 분들에겐 강추입니다!!!
 
티레시아스의 유방 20세기 프랑스 희곡선 8
기욤 아폴리네르 지음, 장혜영 옮김 / 연극과인간 / 2004년 6월
평점 :
품절


 


  기욤 아폴리네르. 이 이름을 처음 들어본 사람은 별로 없을 것 같다. 그러나 정작 이이가 쓴 작품을 읽어본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시집 《알코올》 정도가 유명하다. 시의 번역은 반역이란 믿음을 가지고 있던 나는 왜 유명한지는 모르지만 하여튼 유명한 《알코올》을 알고는 있었으나, 믿고 있는 바(시의 번역은 반역)를 깨지 못해 구입을 포기했었다. 이러던 차에 눈에 띈 것이 바로 <티레시아스의 유방>. 이 작품은 십 몇 년 전에 프랑시스 풀랑의 오페라 작품, 필립스에서 낸 한 장짜리 음반으로 들어본 적이 있다. 그때 아주 힘들었던 기억. 풀랑이라 하더라도 일인극 <사람의 목소리>는 수월하게 들어서 무턱대고 도전했다가 아이고, 새치 생겼다.

오자와 세이지, 사이토 키넨 오케스트라


  먼저 기욤 아폴리네르의 한 살이를 좀 보자. 이이는 폴란드에서 망명한 어머니와 이탈리아 장교 아버지 사이에 로마에서 태어났다. 가족 모두 기욤이 열아홉 살 때인 1899년에 프랑스 파리로 이주했고, 1901년에 독일 귀족의 가정교사를 했다고 하니, 당시 가정교사라는 위치를 생각해보면 겨우 입에 풀칠하며 학교나 보내줄 수 있는 중류 집안 출신이었던 듯하다. 하여튼 밀레니엄과 벨 에포크 호시절을 만나 시, 비평, 에세이 등을 발표하는 문필가로 활약하다 지난주에 소개한 <위뷔 왕>의 작가 알프레드 자리, 막스 쟈콥 등의 작가, 피카소, 브라크, 블라멩크, 마티스, 루소 등의 화가 등과 어울려 당시에 생각할 수 있는 모든 전위 예술에 참견하게 된다. <티레시아스의 유방>도 이 약소한 질풍노도의 초기였던 1903년에 초고를 쓰고 1차 세계대전 중이던 1916년에 서막과 수정을 거쳐 초연한 작품이다.
  세월은 아폴리네르 역시 비켜가지 않아서 이이는 세계대전에 포병으로 참전했다가 1916년에 포탄 파편이 머리를 스쳐지나가(르메트르의 <오르부아르> 수준은 아니고) 제대한다. 이때 극을 완성해서 공연까지 한 것. 이후 1918년에 부상 치료 때문에 허약해진 체력이 당시 유행했던 스페인 독감을 견디지 못하고 그길로 생을 다했으니 그나마 작품의 초연까지 지켜볼 수 있었던 것이 불행 중 다행이라고나 할까.

 

  아무리 바빠도 희곡을 읽기 전에 티레시아스, 그러니까 테이레시아스가 어떤 인물인지를 먼저 알고 있는 편이 좋다. 지금부터 위키 백과에 나오는 것을 대폭 각색해 소개한다. 테이레시아스는 양치기 에베레스와 님프 카리클로의 아들로 테베에서 태어났다.
  이 아이가 자라 몇 살이 되었는지는 모르지만, 아빠가 양치기니까 아마도 양을 돌보기 위해 펠로폰네소스의 킬레네 산에 갔다가 뱀 한 쌍이 교미하고 있는 모습을 보게 된다. 뱀이 왜 정력제라고 불리는지 아는가? 교미하는데 근 70시간을 쓴다. 징그럽지? 그건 테이레시아스 역시 마찬가지였고 그래서 함부로 휘두른 회초리에 하필이면 암컷이 맞아 그 자리에서 죽고 만다. 그랬더니 배꼽 아래에 여태까지 거꾸로 매달렸던 신체부위가 몸속으로 쑥 들어가더니 그 자리에 모세의 기적이 일어나는 동시에 유방이 돌출되어 여자가 되어버렸다. 이렇게 해서 테이레시아스는 7년 동안 여성으로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고 산다.
  세월은 쏜 살처럼 빨라 어느덧 7년이 흐르고 다시 킬레네 산에 갈 일이 있어 갔다가 또다시 한 쌍의 뱀이 나타나 훤한 대낮에 테이레시아스 앞에서 교미를 하고 있었다. 7년 전의 실수가 생각난 여사님은 이번엔, 뱀들을 보면서, 그래, 사랑 한 번 맺기가 얼마나 힘든데 쯧쯧 계속 애써라, 하고 미물을 살려두었다. 그랬더니 모세의 기적이 다시 덮이고 몸속으로 들어갔던 게 쑥 나오면서 아이를 길러낸 유방이 쪼그라들더니 다시 남자가 되어버렸다.
  이때 이야기가 되느라고, 저 올림포스에서 제우스와 헤라가 말다툼을 하고 있었다. 남녀가 자리 깔고 운우의 정을 나눌 때 누가 더 희열을 맛볼 수 있느냐는 문제를 놓고 서로 침을 튀고 있다가, 여신 중의 여신 헤라가 여자와 남자 입장에서 해볼 거 다 해본 테이레시아스가 생각나 그를 불러다 물어보았다.
  “이봐, 넌 알 거 아니냐. 둘 중에 누가 더 좋디?”
  그래 테이레시아스가 답을 하기를,
  “인간에게 오르가슴을 느낄 수 있는 기관이 모두 열 개가 있사온데, 이 중에 아홉 개는 여자의 몸에, 딱 한 개가 남자의 몸에 있습니다. 그리하여 여자가 남자보다 최대로 아홉 배의 쾌감을 느낄 수 있다고 할 수 있사옵니다.”
  이 말을 듣고 심통 맞고 괜히 열 받기 잘하는 헤라가 테이레시아스의 눈알을 파버리는 형벌을 내린다. 근데 왜 화가 났을까? 여자가 남자보다 아홉 배 더 즐거워한다는데. 하여튼 괜히 의문의 1패를 당한 느낌이 든 제우스. 그는 이에 대한 보상으로 테이레시아스에게 당시엔 가장 훌륭한 축복 가운데 하나였던 예언의 능력을 주고, 다른 인간보다 일곱 배 더 오래 살 수 있는 특권을 내린다. 이렇게 해서 졸지에 제우스를 모신 신당의 주연급 박수가 된 테이레시아스가 하루는 오이디푸스 앞에 나타나 누가 오이디푸스의 선왕인 라이우스를 죽였는지 알려주는 일은, 다들 아시지?

  테이레시아스의 유방은 이런 모습이다.

요한 울리히 크라우스의 판화, 1690

 

  그럼 극은 어떻게 전개되느냐. 이게 문제인데, 저 위에서 십 몇 년 전에 풀랑이 음악극으로 만든 같은 작품을 듣다가 머리에 쥐가 나서 새치까지 생겼다고 했다. 이번에는 기욤 아폴리네르가 쓴 원작을 읽다가 몽매에, 주화입마에 빠져버렸다. 아폴리네르가 서문에서 주장하기를, 이 작품은 20세기 들어 사람들이 별로 신경 쓰지 않는 인구증가를 지구 멸망의 근원으로 보고, 어서 어서 피임 없는 사랑을 해 가을밭에서 무 뽑듯이 쑥쑥 아이들 많이 낳으라는 취지로 만들었다고 하고, 해설을 쓴 역자 장혜영도 “이야기의 주제는 한마디로 인구증가를 위한 출산 장려이다.”라고 선언을 하는데 어떤 생각으로 극을 이렇게 만들었을까 도무지 짐작이 가지 않는다.
  내가 도무지 이해하지 못하는 작가 가운데 한 명이 앙드레 브르통이다. 아시다시피 초현실주의 문학의 대표선수. 그런데 기욤 아폴리네르의 <티레시아스의 유방>도 마찬가지로 초현실주의 작품이라고 주장한다. 희곡 속에서도 온갖 알 수 없는 대화와 선언과 샤우팅과 코러스가 등장하고, 비록 초연에는 물자와 인력이 부족해 생략했지만 음악까지 곁들여진다. 사람이 안에 들어간 종이 인형극으로 공연한 것 같기도 한, 이해하기엔 매우 수상한 희곡.
  아, 암호해석의 어려움을 피해 시에서 희곡으로 도피했거늘, 희곡에서마저 또다시 암호해독기를 빌려와야 하나? 참 세상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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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1-07-20 09:4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폴스타프 님이 쓰신 마지막 두 줄 읽기 전에 이 리뷰 읽다가 속으로 ‘어머 뭐야 초난해한 시에서 탈출했는데 이건 한술 더 뜨네?‘ 했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

아니 근데 왜 헤라는 승질이 났을까요? 9대 1이면 좋을 텐데, 100대 1이 아니라서 그랬나...? 하여간 승질머리하곤 ㅋㅋㅋㅋ

Falstaff 2021-07-20 10:01   좋아요 2 | URL
ㅋㅋㅋㅋㅋ 그러게요. 다 인생입죠. ㅋㅋㅋㅋㅋ 다행인 건 우리나라 희곡은 많이 편하다는 겁니다. 물론 아직까지 제가 읽은 것들만 얘기하자면 그렇다는 겁니다만.

헤라가 내기에 남자가 더 좋아한다는데 만 원 걸지 않았을까요? 하여튼 헤라 없었으면 그리스 신화가 아주 빈곤해졌을 겁니다. ㅋㅋㅋㅋ 근데 궁금하긴 궁금해요. 만 열세 살 이후 평생토록. 여자는 얼마나 (보다는) 어떤 방식으로 좋을까, 하는 거요. 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1-07-20 10:08   좋아요 2 | URL
다음 생에는 올랜도 폴스타프로 거듭나십시오- ㅋㅋㅋㅋ

Falstaff 2021-07-20 10:12   좋아요 2 | URL
걍 이렇게 살다가 가겠습니다.
ㅋㅋㅋㅋㅋ 전 다시는 태어나지 않을 겁니다. 물고기 자리는 윤회의 마지막이라고 하더군요. 음메 좋아라!!!!

mini74 2021-07-20 21: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제목이. 기욤 하면 저는 마리 로랑생과 미리보다리 말곤 ㅠㅠ 이런 책을 쓰기도 했군요 ㅎㅎ 테이레시아스가 나오는군요 *^^*

Falstaff 2021-07-21 07:35   좋아요 1 | URL
ㅎㅎㅎ 그럼 저보다 많이 아시는 건데요. 저도 이 책이 처음 읽어보는 아폴리네르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