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는해의 마지막날이라고 일찍 끝날것처럼 굴더니, 결국은 평상시와 같이 끝났다. 체엣. 어쨌든, 며칠전부터 심심하다고 꼬셔논 친구와 대학로에 갔서 저녁을 먹기로 했다. 뭘 먹을까, 고민하다가 불닭집 광고를 보고는 이거나 먹자하고 걷다가 발견해 버렸다. 그래, 대학로에 생긴 멀티플렉스라는 영화관을!
영화나 보자!하고는 들어가서 뭘 볼까 고민하다가 우린 결국 저질러 버렸다. 영화 세 편 연달아 보기. 흐흐흐.번호표를 뽑아들고, 기다렸다가 표를 예매했다.

'오페라의 유령', '하울의 움직이는 성', '알렉산더'

종각에서는 종이 울리면서 많은 이들이 카운트 다운을 외칠때, 나와 내 친구는 영화관에서 하울의 성을 보고 있었다. 아마도, 소피와 하울이 처음 만나서 하늘을 걸을때! 제작년 연말과 작년 새해때 처럼, 작년 연말과 올 새해를 밤을 새우며 보냈다. 내년엔 불가능하리..라.

저문해가 가버렸고, 새해가 이미 와있건만, 그렇게 새롭지가 않다. 아, 그러고보니 나 24살이구나... 실감이 별로 안난다. 이제, 05년이란 표현을 사용해야 할테이지만, 아마도 여러번의 실수를 거치면서 익숙해져가겠지.. 실감이 나질 않네.. 새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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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1-02 21: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작은위로 2005-01-03 09: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무슨 일인지는 모르지만, 님. 잘 해결될거에요. 그렇게 믿자구요. ^^

네에, 새해복 많이 받으시고요.(저도 많이 늦은 인사군요..^^;;;)
 

과연 어떻게 지나가게 될지 걱정되고, 불안하다. 사람 피 말리는 것도 아니고, 말하려면 빨리 빨리 해주지. 그래야 나도 무슨 결단을 내릴거 아닌가! 정말, 내일이 올해의 마지막 날이건만 왜 이렇게 사람 피곤하게 만드는 건지 모르겠다. 빨리 무슨 말이 있고, 인사발령에 대한 언급이라도 있어야 하는 거 아닌가? 제일 피해보는 사람이 난데, 왜 나한텐 아무 말도 없는 건지, 원. 좀, 기분좋게 새해를 맞이 하고 싶건만... 피곤하게 스리.

부장님, 미워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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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4-12-30 10: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작은위로님 심호흡하시고 마음 가라 앉히시고... 평상심... 숨 쉬고 내 쉬고... 잘 될겁니다...

마태우스 2004-12-30 12: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작은위로님이 잘 되셨으면 좋겠어요. 진짜, 왜 빨리 말 안해주는 건지, 갑갑하시죠? 별 도움이 못되어 죄송해요. 그 회사 주식을 제가 좀 사들여야 할 듯...

작은위로 2004-12-31 08: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물만두님, 아, 조금 성질이 나긴 하지만, 어쩌겠어요. 네, 평상심을 유지해야죠. ^^ 덕분에 더 잘 될겁니다. 감사해요.

마태우스님, 후후, 감사해요. 그럼요, 갑갑하죠. 이번주까지 말해주기로 해놓고는 또 연기하네요. 1월 10일경엔 결판이 난다나요? 도움이 안되긴요! 많은 위로가 되는걸요.^^

쿡쿡, 주식요? 저흰 회장님이 100% 독식이랍니다. 아무리 재벌이시라도, 불가능할듯..ㅎㅎㅎ
 

내가 첫 회사에 입사하기전 면접을 볼때의 일이다. 내 앞에 앉아계셨던 면접관들 몇분은 나에게 물었다. 어떤 쪽에서 일하고 싶냐고. 혹시 경리과 쪽에서 일해볼 생각이 없냐고 물었었다. 아마도 나에게 있었던 부기2급자격증을 보고서 물었던게 아닌가.. 싶다. 나는 당당히 싫다고 대답했다. 가능하다면 그쪽관련업무는 하고 싶지 않다고.

그렇게 면접을 봐놓고 나는 떨어졌겠거니, 했다. 웬걸. 턱하니 붙었다는 합격통지가 날아왔다. 취업과로 터덜터덜 걸어가면서도 내가 왜 붙었나, 싶었었다. (아무튼 그때, 1학기 기말고사를 안볼수도 있었는데, 열성적인 선생님으로 인하여 졸지에 안봐도 될 시험하나 더 보고 취업했었다.)

내가 근무하게 된 팀은 생산관리쪽이었는데, 여직원 채용은 내가 첨인듯 싶었었다. 아무튼 한달여 가량을 깨작깨작거리면서 캐드도 만져보고 이것저것 업무를 조금씩 익혀갈 무렵이었다.

회계, 경리쪽에서 일하던 언니(당시 학교 선배였다.)가 그만두게 된다는 통보있었고, 졸지에 내가 그쪽으로 옮겨가게되었다. 내 험란한 회계경리 일상의 시작이 그때였다. 여직원 둘과 대리급 남직원하나, 그리고 부장. 이렇게 넷이서 꾸려가던 중에 총무쪽에 결원이 생겨 대리급 남직원이 총무과로 발령나고하더니 얼마있지 않아서는 웬걸 부장이 같이 일하던 언니를 너무 괴롭혀서 언니가 회사를 그만두기까지 했다.

덕분에 얼떨결에 혼자 남은 나는 죽을둥 살둥 혼자서 모든 것을 해내야 했다. 컴퓨터관련자격증이 있다는 이유로 전산관련 업무도 했고, 각종 세금신고도 혼자서 다했고, 출납에, 회계업무까지 했으며, 수입관련업무도 했다. (물론, 영어가 부족한 이유로 서류정리하고 결재올리는게 다였지만.) 8시 출근에 7시 퇴근이던 그 회사에서 나는 홀로 늘 늦게 까지 남아서 일할 수 밖엔 없었다.

너무 너무 힘들어서, 일도 그렇지만 후에 들어온 남직원으로 인해 무척이나 힘들었었다. 아무튼 그렇게 힘들어서 나는 어느날 사표를 집어던지고 바로 다른 회사에 입사했고, 지금까지 다니고 있다. 여기와서도 처음엔 무척이나 좋았고 편했다. 일도 별로 없었고, 부딪치는 사람도 별로 없었다. 그렇게 반년을 넘게 나는 행복했다. 연말이 되자 일이 많아지면서 나를 부려먹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 물론, 내가 소속되어있던 팀이 공중분해되면서 일어난 일이다.

지금의 팀장은 나를 데려가려고 - 당시 그녀는 과장이었음에도 밑에 직속이 한명도 없었다. - 당시 내 직속상관이던 부장님께 위로는 일도 잘하고, 어쩌고 저쩌고 엄청난 칭찬과 함께 나에게도 참 잘해주었다. 그래서 나는 남들은 다 알던 팀장님의 본색(?)을 반년넘게 혼자만 몰랐다.

점차 나는 팀장의 모습을 알아갔고, 혼자서 울기도 많이 울었다. 어찌보면 내가 여기까지 버텨온것은 기적일지도 모르고, 그만큼 내 성격이 더러워서 일지도 모르고, 물들었는지도 ...모른다.( 이 생각하니까 너무 너무 두렵다.)

수학은 좋아하지만, 수학는 푸는 재미라도 있지, 이건 완전히 죽노동이다. (그래, 죽노동. 별다른 말이 필요없다.) 요즘같은 시대에 손으로 직.접 장부기장을 하는 회사는 여기뿐이다.(사실, 이건 보여주기 위한 일이다. 회계장부 같은걸 보기 싫어하는 회장님 덕에 내가 고생하는 것이지.)

어쨌든, 내년안으로 나는 이 회사를 떠날 것이다.(이건, 정말 확고한 결심이다. 이제나도 졸업반이니까, 전공쪽을 가능하면 살리고 싶은거다. 도전은 해봐야지.) 그리고 두번다시는, 가능하다면, 절대로, 회계나 경리업무는 하지 않을테다. 이건 정말 싫다. 5년가까이 해먹었으면 됐다.

언젠가 내 친구가(내가 경리쪽 업무를 한다니깐) '넌 단순하니까 잘할거야.'라는 말로 나를 구렁텅이에 집어쳐 넣은 적이 있지만, 내가 알고, 이제는 그 친구도 알듯이 난 절대 단순하지 않고, 알고보면 무지 복잡하고 예민하다. 단순하다 복잡하다도 그 업무에 대해서 말할수는 없지만, 없겠지만, 어쨌든 단 하나는 확실하다. 내가 아무리 그 업무를 몇년간 별 트러블 없이 잘 해왔다고 하더라도(팀장이 뭐라건 난 내 나름의 최선이었다는 걸 안다. 남들도 알더라.) 내 적성이 아니라는 것을.

숫자놀이 이제는 탈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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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4-12-27 12: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직장 구하고 탈출하세요... 안 그럼 후회하시게 될지도 모릅니다... 꼭 님이 찾는 직장이 내년에는 나타났으면 그래서 님의 능력이 찬란하게 발휘되기를 바랍니다...

작은위로 2004-12-27 19: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흐흐. 물만두님, 너무 감사합니다. ^^

그렇죠, 그래서 저도 취업대란이라 약간 고민이긴 하답니다. ^^;; (적어도 지금처럼 월급주는데가 흔치 않다는 것도 알고는 있거든요.)

그래도, 이곳에 오래있다간 제가 너무 많이 도태될것 같아서요. 적어도 앞으로 한발자국은 나아가고 싶어서 말입니다.
 

내 친구들 중에는 쌍둥이가 있다. 이 자매들 중에서 동생의 얼굴을 늘상 볼수 있었으나, 언니의 얼굴은 몇년간 한번 보기 힘들정도였다. 이천에 있는 하이닉스에 입사했던(당시는 현대반도체였다.) 그 친구는 우리와 시간도 맞지 않고 힘든 몸을 이끌고 서울까지 올라오라고 감히 말할수 없었기에 만나기가 힘들었었다. 그저 문자 몇번과 동생인 다른 친구로 말미암아 '아, 그래도 얘가 살아는 있구나.'라고 밖엔 느낄 수가 없었다.

올 초에 친구는 하이닉스를 그만두고 나왔고, 나와서 몇달간을 놀다가 다른 회사에 입사했다.  년초에 두 녀석들 생일에 한번 보고 부평에 있는 친구는 그곳에서 벗어나올 생각을 안해서 지난 주말에 간신히 만날 수 있었다. (입사한 회사가 일이 많기도 했다. 주말에도 출근하고..)

고등학교 시절 처음 보았을때, 그 누구도 분간할 수 없을 만큼 닮아있던 두 친구는 이제는 확연히 차이가 들어난다. 동생은 살이 토실토실 쪄서 보기 좋을 정도인데(오히려 빼라고 구박하기도 한다.) 언니는 말라서 안쓰러울 정도였다.

간만에 만난 친구는 추위에 떨면서 완전무장을 한채 나타났고, 친구들은 오바라고 놀려댔지만 이어지는 동생의 말에 안쓰러움을 느껴야 했다.

'추위 알레르기'

나는 태어나서 추위 알레르기가 있다는 것을 처음 들었다. 조금만 추워도 온몸이 빨갛게 일어난다는 친구. 반도체 라인에서 근무하다보면 낮과 밤이 바뀌고 온도 차이를 잘 느낄 수 없어서, 그런 생활이 너무 길게 이어져서 친구는 난생처음 듣는 병에 걸려있었다. 19살 고3때부터 이천의 기숙사에서 밖에 자주 나오지 못하고 일만 했던 내 친구는 동생과는 다르게 살아왔다.

동생이 여기저기 회사를 옮기면서 언니 집에서 조카들과 형부와 하하호호 웃으면서 다닐때 혼자 기숙사에서(물론 같이 입사했던 친구들도 있고, 새로 사귄 회사 친구들도 있었지만.) 가끔씩 부평에 있는 오빠집에 다닐 뿐이었다.

같은 날 몇분차이로 언니 동생으로 갈린 친구들은 언니는 어른스럽고 동생은 막내답게 굴었다.

나는 이 두 자매를 너무 좋아한다. 고1시절 처음 같은 반에서 앞자리, 뒷자리로 만난 인연이 여기까지 왔고, 난 그 인연이 너무 고맙다. 이 인연이 죽는 날까지 이어지길 바란다.

쌍둥이 언니는 지금도 열심히 회사에 다니고 학교 공부도 하고(올 초에 두 자매는 나란히 방통대에 들어갔다.) 친구들에게 이쁜 문자도 잘 날려준다. 그런 친구가 너무 이쁘고 자랑스럽다. 동생이 언니를 챙기고, 언니가 동생을 챙기는 두 쌍둥이가 계속 그렇게 웃으며 같이 있으면 너무 좋겠다.

그리고 빨리 저 '추위 알레르기'가 친구에게서 떠났으면 좋겠다. 알레르기가 고쳐지는 것에 대해선 잘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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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뭐든지 다 허무하게만 느껴진다. 책읽는 것도 별로 안땡기고, 노는 것도 별로 기분이 안내키고, 술은 원래 싫어하고, 밥먹어도 먹은거 같지 않고, 굳이 먹고 싶은 마음도 별로 생기지도 않고. 이제 인생의 절반도 살아오지 못한 어린 애가 벌써부터 재미없는 인생에 질려가고 있다. 하긴 인생 어디 재미있어서 살겠는가 만은...

질린다. 회사도, 사람도. 내 주위의 친구들도 그런 말을 한다. 질렸다고, 지겹다고. 너무 일찍 세상에 눈을 떠버렸다. 내가 학생시절 생각하던 세상은 핑크빛은 아니었지만, 이런 잿빛도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어딘가에선 행복에 겨워 웃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나보다 더한 잿빛세상에 눌려 지내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사회생활을(회사원 생활을) 시작한지 년수로 벌써 5년차가 되어가는 지금 나는 지쳐버렸다.

'나이들어 봐라. 지금이 그리울거다.'라고 하셨던 선생님들의 말이 새삼 기억에 새록새록 돋아나는 것은 내가 지금 간절히 그 시절을 그리고 있기 때문이다. 돌아가고 싶다, 간절히.

생각해보면, 그 시절만큼 행복하고 즐겁고 추억많은 시절도 없는 것 같다. 내 고등학교 시절이 내겐 천국이었나 보다. 나름의 걱정과 시름이 존재하고 있었지만, 그래도 떨어지는 낙엽에도 까르르 웃던 시절이 그 때였다.

내가 생각해도 웃긴게 크면 얼마나 컷다고 벌써부터 이런 생각들인지 모르겠다.
한 일년만 푹 쉬었으면 좋겠다. 그냥 그냥 집에서 뒹굴뒹굴 거리다가 여행도 한번씩 가보고, 대학생들이 많이 하는 배낭여행도 해보고 싶다.(굳이 해외가 아니라.) 지금처럼 금요일밤에 떠나서 일요일 오전에 돌아와야 하는 시간에 쫒기는 여행이 아니라, 그냥 몇일을 마음 편히 쉬면서 보내는 여행도 해보고 싶다. 내가, 내 친구들이 함께 하는 여행이란 항상 그런 것이었으니.

얼마전에는 친구들끼리 그런이야기를 했다. '우리 회사 그만두고 한 일년 놀면서 할 거 다해보고 그럴까?' 라는 이야기. 그냥 어딘가로 훌쩍 떠나서 많이 걷기도 해보고. 밤을 새서 놀기도 해보고. 내일 회사가야 하니까 오늘은 그만하자 라는 말없이 그냥 원없이 놀다가, 늘어지게 자는 일상이 있었으면 한다.

배부른 투정으로 들릴지라도 지금 나에겐 간절한 것이 긴 휴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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