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친구들 중에는 쌍둥이가 있다. 이 자매들 중에서 동생의 얼굴을 늘상 볼수 있었으나, 언니의 얼굴은 몇년간 한번 보기 힘들정도였다. 이천에 있는 하이닉스에 입사했던(당시는 현대반도체였다.) 그 친구는 우리와 시간도 맞지 않고 힘든 몸을 이끌고 서울까지 올라오라고 감히 말할수 없었기에 만나기가 힘들었었다. 그저 문자 몇번과 동생인 다른 친구로 말미암아 '아, 그래도 얘가 살아는 있구나.'라고 밖엔 느낄 수가 없었다.

올 초에 친구는 하이닉스를 그만두고 나왔고, 나와서 몇달간을 놀다가 다른 회사에 입사했다.  년초에 두 녀석들 생일에 한번 보고 부평에 있는 친구는 그곳에서 벗어나올 생각을 안해서 지난 주말에 간신히 만날 수 있었다. (입사한 회사가 일이 많기도 했다. 주말에도 출근하고..)

고등학교 시절 처음 보았을때, 그 누구도 분간할 수 없을 만큼 닮아있던 두 친구는 이제는 확연히 차이가 들어난다. 동생은 살이 토실토실 쪄서 보기 좋을 정도인데(오히려 빼라고 구박하기도 한다.) 언니는 말라서 안쓰러울 정도였다.

간만에 만난 친구는 추위에 떨면서 완전무장을 한채 나타났고, 친구들은 오바라고 놀려댔지만 이어지는 동생의 말에 안쓰러움을 느껴야 했다.

'추위 알레르기'

나는 태어나서 추위 알레르기가 있다는 것을 처음 들었다. 조금만 추워도 온몸이 빨갛게 일어난다는 친구. 반도체 라인에서 근무하다보면 낮과 밤이 바뀌고 온도 차이를 잘 느낄 수 없어서, 그런 생활이 너무 길게 이어져서 친구는 난생처음 듣는 병에 걸려있었다. 19살 고3때부터 이천의 기숙사에서 밖에 자주 나오지 못하고 일만 했던 내 친구는 동생과는 다르게 살아왔다.

동생이 여기저기 회사를 옮기면서 언니 집에서 조카들과 형부와 하하호호 웃으면서 다닐때 혼자 기숙사에서(물론 같이 입사했던 친구들도 있고, 새로 사귄 회사 친구들도 있었지만.) 가끔씩 부평에 있는 오빠집에 다닐 뿐이었다.

같은 날 몇분차이로 언니 동생으로 갈린 친구들은 언니는 어른스럽고 동생은 막내답게 굴었다.

나는 이 두 자매를 너무 좋아한다. 고1시절 처음 같은 반에서 앞자리, 뒷자리로 만난 인연이 여기까지 왔고, 난 그 인연이 너무 고맙다. 이 인연이 죽는 날까지 이어지길 바란다.

쌍둥이 언니는 지금도 열심히 회사에 다니고 학교 공부도 하고(올 초에 두 자매는 나란히 방통대에 들어갔다.) 친구들에게 이쁜 문자도 잘 날려준다. 그런 친구가 너무 이쁘고 자랑스럽다. 동생이 언니를 챙기고, 언니가 동생을 챙기는 두 쌍둥이가 계속 그렇게 웃으며 같이 있으면 너무 좋겠다.

그리고 빨리 저 '추위 알레르기'가 친구에게서 떠났으면 좋겠다. 알레르기가 고쳐지는 것에 대해선 잘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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