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에게.
오늘은 아침부터 기분이 좋질않는 날이네. 어쩐지, 네가 보고싶은 날이기도 하고. 그러고 보니까, 이렇게 너에게 편지를 쓰는 것도 정말 오랜만이지 않니? 전화나, 문자보다는 편지가 더 많은 것을 알려주기도 하는데 말이야. 갑자기 웬 편지냐고 묻는다면, 딱히 뭐라고 할 만한 말은 없는데, 그래도 웬지 오늘은 출근길 내내 너에게 편지가 쓰고 싶어졌어. 어쩌면 너에게 보낼수도 있고, 보내지 않을 수도 있는 편지를.
학생시절 우리는 그래도, 환한 웃음을 지을 수 있었지. 걱정도 있었고, 상처도 있었지만, 그럼에도 환한 미소를 지을 수 있었던것 같아. 지금처럼 허무함이 깃든 웃음이 아니라, 정말 태양처럼 환한 미소말이야. 너나 나나, 서로 가족에게 많이 상처를 받고 그 상처를 싸안지 않을 수 없어서, 힘들어 했고 그럼에도 친구들이 있어서 버틸수 있었던 것도 같아. 적어도, 나는 말이야.
아마, 그래서일거야. 어린 시절의 상처가 너무 커서 나로인해 누군가가 받을 상처도, 누군가로 인해 내가 받을 상처도 나는 무서웠고, 무서워. 마음이 강하지 못한 나는 친구들의, 가족들의 사소한 말에도 상처입었음에도 표현조차 하지 않았지. 나는 이런 말로, 이런 행동으로 인해서 상처 받았다고. 두려워서 였을거야. 잃어버릴까봐, 그리하여 더 큰 상처를 받을 까봐. 바보같게도 말이야. 겨우 그정도로 무너질 관계가, 우정이 아닌데도 말이지.
쉽게 사람을 사귀지도 못하고, 마음을 열지도 못하는 나로서는 많은 친구가 있는 네가 가끔은 부럽기도 하고, 서운하기도 하고. 욕심이지. 가슴에 수없이 많은 생채기가 나있는 상황에서도 나는 약을 바를줄 모르는 바보이기도 해. 어떻게 해야, 상처가 낫는지 미련스럽게도 전혀 모르니까. 그런데 요즘의 널 보면 너도 그런것만 같아서, 조금 슬프져.
우리는 왜 이렇게 닮은 꼴로 세상을 살아가는 지 모르겠다, 그렇지?
예전에 나는 마침표를 많이 좋아했었는데, 지금은 쉼표가 더 좋아. 쉼표의 여유가 좋아진 걸꺼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