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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자꾸만 딴짓 하고 싶다 - 중년의 물리학자가 고리타분한 일상을 스릴 넘치게 사는 비결
이기진 지음 / 웅진서가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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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블로그를 운영 해오면서 파워 블로거에 욕심을 내보지 않았다면 분명 거짓말이다. 내가 부러워했던 파워 블로그들은 크게 두 블로그였는데, 책 블로그와 드라마 블로그였다. 파워 블로거의 내공도 부러웠지만, 내가 부러워했던 또 다른 것은 한 우물이었다. 어떻게 책 이야기만 할 수 있고, 드라마 이야기만 할 수 있지? 하루는 책 이야기를 하고 며칠은 드라마 이야기를 했다가 또 어느 날은 야구 이야기에 열을 올리고 부족하지만 직접 쓴 캘리그라피까지 포스팅 하는 나로서는 부러워는 해도 도무지 실천할 수 없는 길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나는 일찌감치 파워 블로거의 꿈을 접었다. 나는 딴짓을 좋아해도 무척이나 좋아하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기, 나의 딴짓에 비하면 넘사벽이라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자꾸만 딴짓하는 사람이 있다. 그가 말하길, 하나만 하고 살기엔 인생은 너무나 짧고 하나만 하다 죽기엔 인생은 너무나 길단다. 들어가는 말을 끝내고, 그가 제일 먼저 하는 일은 자주 오해를 받는 자신에 대한 진실을 고백하는 일이다.

 

직업이 물리학자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철저하게 과학적 사고로 무장된 사람일 거라고 나는 자주 오해를 받곤 한다. 사실은 전혀 그렇지 못하다. 내 일상은 오히려 지극히 게으르고 비과학적이다. 실험실 문을 닫고 나오는 순간,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된다. (p.7)

 

그리고 이어지는 차례를 살피는데, 설탕 펜치와 연필깎이와 야채수프용 국자가 그의 고백이 진실이었음을 말해준다. 25년 전, 아르메니아에서 가져온 설탕 펜치, ‘에릭이라는 이름의 핑크빛 로봇, 범상치 않은 포르투갈 사나이설탕그릇, 세상을 여행하는 녹색 에마야주, 날렵한 야채수프용 국자 등 그의 연구실 혹은 집에 있을 소장품들은 모두 그가 한 딴짓의 결과물이다. 그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그의 딴짓은 깊이도, 범위도 남다르다 싶어서 절로 대단하다는 소리가 나온다. 딴짓의 고수를 만난 기분도 들고. 그래서인지 데뷔도 하기 전에 이미 만화가가 되었다는 이야기나 물리학자가 동화를 쓰게 된 사연은 놀랍지도 않았다.

 

한번 이런 열정에 사로잡히면 나는 앞뒤를 못 가리는 상태가 된다. 일종의 몰입이라고 할 수 있는데, 남들이 보기에 이런 상태의 나는 뭔가에 미친 사람처럼 보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지극히 정상적인 상태다. (p.41)

 

위 구절은, 처음엔 금속으로 만들었다가 경기도 이천에서 우리 장인이 만든 도자기를 유럽에 진출시키고 싶어서 소재를 도자기로 바꾸었다던 이야기를 할 때 그가 한 이야기인데 굳이 이렇다 말하지 않아도, 그의 이야기를 하나 하나 읽고 있으면 충분히 느껴진다. 맞다. ‘딴짓거리라는 건 남들이 봤을 때 그렇다는 것일뿐, 나는 진지한 삶을 살아왔다고 자부한다는 그의 말에 절대적으로 공감하기 때문이다.

 

그가 풀어낸 이야기 끝에, 궁금했던 그의 연구실 사진이 펼쳐진다. 사진을 위해 따로 손댄 흔적 없이 자연스러운 연구실을 보고 있으면, 연구실도 이런데 집은 오죽할까 싶어진다. 책의 앞날개에 담긴 말마따나 몇 평 안 되는 교수실에 가득한 온갖 보물. 그의 보물들이 더 빛나보이는 건, 연구실에 앉아서 찍은 그의 모습이 담긴 사진 아래에 덧붙은 그의 말 덕분이다. “무모하게 살아도, 어떠한 삶도, 삶이 된다.”는 말. 그의 딴짓이 삶이 되었듯, 나의 여전한 딴짓도 삶이 될 것이라 나는 자꾸만 믿어 보련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취미 생활은 연애와 같다. 애정과 관심에 따라 취미의 깊이가 달라진다. 조금 눈길을 멀리하면 토라져 버리고, 만남이 뜸해지면 헤어짐의 아픔을 당하기도 한다. 물질적으로 투자를 하면 둘 사이는 럭셔리해지고 급격하게 친밀해지기도 한다. 가끔 삼각관계에 휘말리기도 한다. 둘 중 한 사람을 버려야 하는 불편한 상황처럼, 애지중지하던 취미를 멀리하고 새로운 관심사로 갈아타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헤어진 애인의 편지와 선물을 처리하듯, 취미 생활에서 구입한 물건들이 눈길 한 번 주지 않는 폐기물처럼 방치되기도 한다. (p.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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