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헝거 게임 헝거 게임 시리즈 1
수잔 콜린스 지음, 이원열 옮김 / 북폴리오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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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기 평범한 걸 기대해서는 안 되는 게임이 있다. 이 게임의 이름은 ‘굶주림’이란 뜻의 'hunger' game이다.

 

 

  소설의 배경은 폐허가 된 북미 대륙에 건설된 독재국가 '판엠'. 판엠의 중심부에는 '캐피톨'이라는 이름의 수도가 있고, 모든 부가 이곳에 집중되어 있다. 주변 구역은 캐피톨에 대항해 반란을 일으키지만 결국 실패로 돌아가고 만다. 그로부터 시작된 판엠의 피비린내 나는 공포 정치를 상징하는 것이 앞서 말한 '헝거 게임'이다. 헝거 게임은 해마다 캐피톨을 둘러싼 12구역에서 각기 두 명씩의 십대 소년 소녀를 추첨으로 뽑은 후, 한 명만 살아남을 때까지 서로 죽고 죽이게 하는 잔인한 유희다. 또 이 모든 과정은 24시간 리얼리티 TV쇼로 생중계된다. 마침내 온갖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경기장'에 던져지는 스물 네 명의 십대들. 죽지 않으려면 먼저 죽여야 한다. 이제 오직 단 한 명의 생존자를 가려내기 위한 잔혹한 게임이 시작된다.

 

  소설의 시작은 제 74회 헝거 게임에 참여할 아이들을 '추첨'하는 날이다. 만 열 두살이 되면 추첨 대상이 되고, 추첨 대상이 된 첫 해에는 유리공 안에 이름이 적힌 쪽지가 한 장 들어간다. 만 열세살이 되면 두 장 들어간다. 그런 식으로 매년 한 장 씩 늘어나서, 마지막 해인 만 열여덟 살 때는 일곱개의 쪽지가 들어가게 된다.

  추첨 대상에 대한 기준은 나름 '공평'한 축에 속한다. 앞으로 언급할 추첨 시스템에 비하면 말이다. 이 추첨 시스템으로 가장 손해를 보는 것은 가난한 사람들이다. 자신이 살고 있는 12번 구역을 "안전하게 굶어 죽을 수 있는 곳."이라 표현하는 주인공 캣니스 에버딘과 같이 가난해서 배를 곯는 사람들에게 해당되는 웃지 못할 '반전'이 있기 때문이다. 유리공에 이름을 더 집어넣으면 배급표를 받을 수 있다. 배급표 한 장은 한 사람이 1년 동안 먹고 살 수 있는 만큼의 곡식과 기름에 해당한다. 또 가족들을 위해 이런 식의 거래를 여러 번 하는 것도 허용된다.

  탄광에서 폭발 사고로 아빠를 잃고, 엄마와 동생 프림을 책임지는 가장이 된 캣니스는 가족을 먹여 살리기 위해 유리공에 이름을 더 집어넣는다. 그렇게 해서 유리공 안에는 올해 열여섯 살인 캣니스의 이름이 스무 장 들어가 있다. 올해 열여덟 살이고 7년째 혼자서 다섯 가족을 먹여 살리는 게일의 이름은 도합 마흔 두 장이다. 먹고 살기 위해 추첨에서 뽑힐 확률을 높일 수 밖에 없는 암울한 현실. 그러나, 여기서 끝이 아니다. 평범한 걸 기대해서는 안 되는 헝거 게임답게, 12번 구역에서 몇 안되는 기분 좋은 곳 중 하나인 광장에서 추첨이 열린다.

 

  캣니스도 어쩔 수 없는 '추첨' 대상이 되는 만 열두 살. 캣니스의 동생 프림도 만 열두 살이 되어 처음으로 추첨에 참가하게 된다. 캣니스는 프림 앞으로 배급표를 받는 일을 절대 없도록 하였기 때문에 유리공 안에 든 프림의 이름은 한 장. 뽑힐 확률은 가장 낮다고 생각한다. "행복한 헝거 게임 시즌이 되시기를! 그리고 확률의 신이 언제나 당신의 편이기를!" 이라는 대사가 트레이드마크인 12번 구역 담당 수행원 에피 트링켓이 종이쪽지 한 장을 집어 꺼내 호명한다. 다행히 캣니스의 이름이 아니다. 동생 프림로즈 에버딘이다.

  프림이 무대에 오르는 순간 캣니스의 머릿 속에는 수많은 생각들이 스치고, 캣니스는 무대에 오르는 프림을 붙잡는다. 그리고는 숨을 헐떡이며 외친다. "내가 자원할게요! 내가 조공인으로 자원할게요!"라고. 그렇게 캣니스는 헝거 게임에 참가한다.

 

  '서바이벌'하면 생각나는 일본 영화 <배틀 로얄>을 떠올린다. 칼부림 영화(칼 외에도 여러 무기들이 나온다지만)를 못 보는 탓에 영화의 도입부밖에 보지 못했지만, 헝거게임은 배틀 로얄의 설정보다 더하면 더했지 절대 뒤지지 않는다. 헝거 게임에 관련된 수많은 설정 중에 가장 잔인하다고 생각하는 설정은 ‘24시간 리얼리티 쇼로 생중계’라는 설정이다. 게임에 참여하게 하는 것으로도 모자라, 게임을 보는 것을 의무로 하여 이를 갈며 시청하게 만든다. 이와 대조적으로, 게임이 끝난 후에 경기장은 유적으로 남고 그대로 보존되어 캐피톨 주민들이 놀러 가거나 휴가를 보내는 인기있는 관광지가 된단다. 그 곳에서 캐피톨 주민들은 한 달 동안 머무르며 지난 헝거 게임을 다시 시청하고, 지하묘지 투어를 하며, 조공인들이 죽음을 맞은 현장들을 방문한다. 심지어 재연에 참가할 수 있다니.

  이런 무시무시한 설정들에 비해, 아이들이 한 명 한 명 죽어나가는 대목의 수위는 약한 편이다. 그게 <배틀 로얄>과 <헝거 게임>의 차이라고 생각한다. 배틀 로얄이 설정보다는 죽는 장면의 수위가 센 편이라면, 헝거 게임은 수위는 약하되 설정이 센 편이다. (물론 배틀 로얄의 설정은 헝거 게임과 비교했을 때 약한 편이지, 배틀 로얄만을 놓고 봤을 땐 전혀 약하지 않다. 그 당시에는 굉장히 파격적인 설정이었으니까.)

 

  내가 헝거 게임을 오롯이 읽어낼 수 있었던 이유는 배틀 로얄보다는 수위가 약하고, 매체가 '영화'가 아닌 '책'이었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주인공 캣니스의 내면 심리 묘사 덕분이었다. 부재한 아빠를 대신해 가장이라는 막중한 책임감을 지니고 살아온 캣니스라 그런지, 여자아이임에도 불구하고 강인한 면모를 보여준다. 그런 강인한 면모 뒤로, 12번 구역 멘토 헤이미치에 대해 생각하는 대목이라던가, 12번 구역에서 함께 참가한 피타와의 과거, 현재의 관계에 대해 생각하는 대목, 루와 카토를 비롯한 다른 구역의 참가자들에 대해 생각하는 대목이 그려진다. 소설 곳곳에서 캣니스의 내면 심리를 묘사함으로써, 캣니스라는 캐릭터의 매력을 더한다.

 

  주인공 캣니스와 함께 소설의 흐름을 이끄는 캐릭터 피타는 이렇게 말한다. "그저 내가 계속 바라고 있는 것은캐피톨이 나의 주인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 줄 방법을 생각해 낼 수 있으면 좋겠다는 것뿐이야. 나는 그저 헝거 게임의 작은 한 부분이 아니고, 그 이상의 존재라는 것을."

  피타의 말을 통해 게임에 참여한 모든 아이들은 결코 헝거 게임의 일부가 아니며, 비록 게임이라는 궁극의 엔터테인먼트에 가려졌을지라도, 판엠에 존재하는 모든 사람들은 그 이상의 존재다. 이러한 생각에 도달한 캣니스가 소설의 후반부에 꾀하는 반전이 무척이나 짜릿하고 재밌었다.

  판엠에 헝거 게임이 행해지는 것처럼, 모든 시대는 각자의 공포를 가지고 있다.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에도 억압하고 통제하는 자가 있고, 억압과 통제를 받는 자는 자유를 위해 저항하며 살아간다. 캐피톨의 무자비한 폭력과 힘이 200% 묻어나는 헝거 게임 속에서 캣니스의 모험 아닌 모험을 통해 우리는 캣니스가 활을 쏘아 목표물에 명중했을 때처럼 통쾌함을 느낀다.

 

 

  영화 <헝거 게임>을 개봉을 앞두고 읽게 되어서 나만의 캣니스를 상상하며 읽는 재미는 없었지만 캣니스 역으로 제니퍼 로렌스를 캐스팅한 건 탁월한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제니퍼 로렌스의 눈을 보고있으면, 캣니스 에버딘도 저런 눈이 아닐까 싶은 생각 덕분에 소설에 더 빠져들 수 있었던 것 같다.

 

  아래는 인상깊었던 구절 모음.

 

  "너보다 훨씬!"

  다시 나를 놔두고 무대 앞으로 걸어 나간 헤이미치가 카메라에 삿대질을 하며 고래고래 외친다.

  "너보다 훨씬!"

  관객들에게 하는 말일까, 아니면 너무 취해서 대놓고 캐피톨을 비난하는 것일까? 그가 다음 말을 하려고 입을 여는 순간 무대 아래로 떨어져 의식을 잃어버렸기 때문에, 진실은 알 수 없게 되어 버렸다. (p.29)

 

  "정확히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모르겠어. 그저… 나는 내 자신으로서 죽고 싶어. 그게 말이 되나?"

  피타가 묻는다. 나는 머리를 흔든다. 자기 자신으로 죽지 그럼 누구로 죽겠어?

  "경기장 안으로 들어간 후에도 난, 그들 때문에 변하고 싶지 않아. 내가 아닌 다른 어떤 괴물로 날 바꿔놓는 그런 거 말이야."
  나는 열등감을 느끼며 입술을 깨문다. 내가 숲이 있을지 없을지를 고민하고 있는 동안, 피타는 자기 정체성을 어떻게 지켜야 할지 고심하고 있었다. 순수하게 자기 자신이 된다는 것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p.147)

 

  어느 때보다 작아 보이는 루, 그물로 만든 둥지 속에 웅크리고 있는 아기 동물 같은 루에게서 눈을 뗄 수 없다. 루를 이대로 버려둘 수가 없다. 이제 더 이상 고통을 느낄 수도 없는, 너무나 무방비한 모습. 1번 구역 남자애도 죽고 나니 약해 보인다. 그를 미워하는 것도 부적절한 것 같다. 내가 증오하는 것은 우리에게 이런 일을 하게 만든 캐피톨이다. (p.235)

 

  헝거 게임에 대해 떠들어대고 있으면서도, 어떤 사건이 일어났을 때 자기가 어디 있었는지, 자기가 뭘 하고 있었는지, 자기 기분이 어땠는지에 대해서만 이야기하는 것이 좀 우습다. 모든 이야기는 경기장에서 죽어가는 소년 소녀들이 아니라 자기들에 대한 화제뿐이다. 12번 구역에서는 이런 식으로 헝거 게임에 빠져 들지 않는다. 우리는 게임을 보는 게 의무이기 때문에 이를 갈며 시청하고, 끝나자마자 되도록 일상생활에 전념하려고 애쓴다. 준비 팀을 싫어하고 싶지 않아서, 나는 그들의 말을 듣지 않아버린다.(p.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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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그림자를 읽다 - 어느 자살생존자의 고백
질 비알로스키 지음, 김명진 옮김 / 북폴리오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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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S.엘리엇이 '죽은 땅에서 라일락이 자라는 가장 잔인한 달'이라고 표현한 4월을 앞둔 3월말. 뉴스에서는 어김없이 '우울증'에 관한 이야기가 흘러나온다. 뉴스에서 우울증을 표현하기를 '마음의 감기'라 한다. 낯설지 않다. 뉴스에서 우울증이 언급될 때면 흔히 나오는 표현이기 때문이다. 헌데, 이 책 <너의 그림자를 읽다>를 완독하고 다시 생각해보니, 아무래도 '감기'라는 표현이 좀 걸린다.

 

  '안정적이고 평탄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은 절망을 껴안고 살기보다 차라리 죽음을 택하는 사람의 내적인 연약함을 짐작조차 할 수 없을 것이다. (p.37)'라는 구절처럼, 의식하지 않았지만 나 역시도 안정적이고 평탄하게 살아온 모양이다.

 

  이 책은 <너의 그림자를 읽다>라는 인상깊은 제목만큼이나 '어느 자살생존자의 고백'이라는 부제 또한 인상깊었다. 그 중에서도 '자살생존자'라는 단어가 가장 강렬했다.

  '자살생존자(Suicide Survivor)', 가까운 사람을 자살로 잃은 사람을 이르는 말이며 일반인보다 높은 2차 자살의 위험성에 노출되며, WHO에 따르면 한 명의 자살자가 주변의 8명에게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자살'과 '생존자'라는 단어의 조합이 생소했지만, 자살생존자의 고백이 어떤 고백일지 궁금해졌다.

 

  1990년, 21살이었던 여동생 킴 엘리자베스가 스스로 목숨을 끊음으로써 자살생존자가 된 저자 질 비알로스키는 책의 시작하는 말에서 본인의 개인적인 얘기뿐만 아니라 가족사까지 들춰내야 한다는 도덕적 딜레마와 복잡한 감정에도 불구하고, '자살은 누구에게도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이라는 걸 다른 사람들에게도 알리고 싶다. 그것이 바로 내가 이 책을 쓰고 있는 이유다. (p.18)' 라고 밝히면서 본격적인 '고백'을 시작한다.

  저자의 고백이 깊이있게 다가왔던 이유는, 저자 자신도 '킴에게 그런 일이 일어나기 전까지만 해도, 한 인간이 끔찍한 고통 때문에 스스로 목숨을 끊는 자살이라는 잔혹한 일은 충격적이고 비극적이긴 해도 추상적인 개념으로 느껴졌다. (p.15)'는 구절 때문이었다. 마치 내가 가진 '자살'이라는 개념을 글로 풀어놓은 것 같았다. 저자가 동생 킴의 자살로 인해 자살에 대한 개념이 바뀌었다면, 나는 저자의 고백을 통해 자살에 대한 새로운 개념을 세울 수 있었다.

  도입부에서 언급했던 T.S.엘리엇의 '죽은 땅에서 라일락이 자라는 가장 잔인한 달' 4월에 대해 저자는, '정신적인 문제로 고통받았던 엘리엇은 날씨와 기질의 관계를 이해했던 것 같다. 4월은 그야말로 잔인한 달이다. 자살이 겨울에 많이 일어날 거라는 통념과는 달리 4월의 자살률은 다른 달 평균보다 12퍼센트나 높다.' (p.40) 라던가 '예를 들어, 자살하는 사람은 정신이상자라는 오랜 믿음이 있었지만, 그들은 자살하는 사람의 15퍼센트만이 정신병자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또, 자살의 위험이 큰 사람들은 그 상태가 단기간만 지속될 뿐이며, 그러므로 외부의 도움이 꼭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p.129)와 같은 이론적인 개념을 비롯해서 자살에 대한 여러 연구로 알게 된 사실들이 이에 포함된다.

 

  저자 질 비알로스키가 가족의 역사와 심리학, 철학, 문학을 넘나들며 동생의 내면이 붕괴되는 과정을 재구성한 '심리 부검'을 통해 나는 이 책을 읽는 동안 킴 엘리자베스라는 사람을 알게 되고, 그녀의 죽음에 대해 함께 애석해할 수 있었다. 그렇게 할 수 있었던 이유는 동생 킴을 향한 저자의 사랑을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시인이자 소설가답게 책 곳곳에서 저자 자신의 시와 여러 시인들의 시를 읽으면서 킴의 죽음을 더 깊이있게 이해할 수 있었다. 그 중 책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실비아 플라스의 시는, 전공 수업 중 시 수업 때 접한 적이 있었는데 그 당시에는 단순히 실비아 플라스만을 생각하며 읽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실비아 플라스의 시가 다시 읽혔고, 그녀의 시를 통해 킴의 내면을 추측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책을 읽어 내려가면서 정말이지 울컥, 했던 구절이 있다. 저자가 로스앤젤레스에 있는 S 박사와의 대화 중에,

 

  그는 만약 자신이 킴의 치료사였다면, 킴에게 두 가지 질문을 했을 거라고 말했다. "어디가 아프죠? 어떻게 도와줄까요?" 그가 이 말을 했을 때, 내 눈에 눈물이 고였다. 너무나 간단해 보였다. (p.327)

 

  라는 구절이다. 물론 이 두 가지 질문으로 자살을 결심한 사람의 마음을 쉬이 돌릴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 두 가지 질문으로, 어쩌면 죽고 싶었던 것이 아니라 기분이 더 좋아지고 싶었지만 그 방법을 몰랐던 사람의 손을 잡고, 그를 위로할 수 있지 않을까.

 

  또, 저자는 심리 부검뿐만 아니라, 자살생존자 모임에도 참여한다.

 

  모임이 끝난 후 나는 그 부부에게 다가가 그들의 눈을 바라보며 손을 잡고는, 고개를 돌리거나 그들의 고통을 두려워하지 않고 유감이라고 말했다. 할 수 있는 일이 그것밖에 없을 때도 있다. 하지만 가치 있는 일이다. 무의미한 일이 아니다.(p.330)

 

  저자가 결코 쉽지 않은 심리 부검을 계속 해나가고, 이 책을 집필할 수 있었던 데에는 남편과 입양한 아들의 힘이 컸다고 생각한다. 남편은 불안해하거나 걱정하는 기색 없이 이해심 어린 표정으로 저자를 바라보고, 저자 본인이 해야 할 일을 하는 거라고 말해준다. "못할 게 뭐 있어?"라는 말도 덧붙인다. 아들 루카스 또한 자신 나름대로 심리 부검하는 엄마 곁에서 이모인 킴의 자취를 바라보며 저자에게 힘이 되어준다. 아름다운 아이와 착실한 남편이 있어 멋지고 든든한 인생을 가진 자신이 행운아라고 느끼는 저자이기에, 심리 부검을 통해 동생을 이해하려 노력하고, 다른 자살생존자들을 위로하며, 그 노력을 책을 통해 전파할 수 있었지 않나 생각된다.

 

  "누군가 자살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내가 말했다.

  "용기를 내서 물어봐야죠." 그가 말했다. (p.328)

 

  내 가까이에도 스스로를 죽음에 맡기려는 사람이 있을 수 있고, 자살생존자가 있을지도 모른다. 비단 남의 이야기가 아닐 수도 있다. 그리고 이 이야기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다.

  '그 어떤 인간도 섬은 아니다. 그 혼자서 완벽하지 않으므로. / 모든 인간은 대륙의 한 조각이자 / 전체의 한 부분이다.'

  영국 시인의 존 던이 쓴 유명한 시 구절처럼, 우리 모두는 그 혼자서 완벽하지 않으므로, 때때로 도움을 주거나 도움을 받으며 살아갈 것이다. 그렇게 살아가는 와중에 '가장 나쁜 일'을 만날지도 모를 일이다. 그럴 때, 이 책이 많은 도움을 주고, 큰 힘이 될거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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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밍업 Coming Up 1
기선 지음 / 북폴리오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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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포일러를 원치 않는 분들은 본 서평을 피해주시기 바랍니다.

 

 

최근 종영한 드라마 <난폭한 로맨스>에서 이런 대사가 나온다.

 

 

 "겨우 공놀이... 근데 말이야. 너, 어? 한 순간에 인생을 걸어봤어? 그 한 순간에 네 인생뿐 아니라 다른 사람 인생, 팀들의 인생까지 다 걸어 봤어? 손바닥이 다 까지도록 방망이 휘둘러봤어? 다 까져가지고, 짓물러가지고 어쩔 수 없이 손등으로 세수 해봤어? 너, 너 하나에 수천만, 수백만 관중이 울고 웃고 해봤냐? 그거 해봤으면 너 가져도 돼. 그 50억."
부상으로 야구를 그만두고, 현재는 스포츠 전문 기자로 활동하고 있는 남자가
4년에 50억을 받고 재계약한 선수에 대해 못마땅해하는 남자에게 받아치던 대사다.
 
<커밍업>을 보면서 위 대사가 생각났던 건, 자신의 인생뿐 아니라 다른 사람 인생까지 다 걸고
많은 사람들이 자신 하나에 울고 웃고 하는 사람은 비단 야구선수만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다시보니, 지향이 표정 참 리얼하다.ㅋㅋ)
 
TV에서 연예인들 보면서 감동하고 설레본 적이 없다는 지향이를 방송국에 데려가는 오사장.
음악 방송을 보기 위해 전날부터 방송국에 와서 줄 서고,

앞자리에 앉기 위해서는 3~4일 전부터 와있다는 아이들을 보고
미친 거 아니냐며, 격한 반응을 보이는 지향이의 물음과 오사장의 대답.
 

 "저 애들한테 아이돌은 그런 존재야. 남들이 볼 때는 이해하기 힘들 수도 있겠지만."

 

'고작' 50분자리 프로그램에 몇십 명이나 되는 스텝들을 보며 놀라는 지향이.

그리고 이어지는 오사장의 대답.
 

 "이 정도는 해줘야 고작 50분 보려고 며칠씩 기다린 사람들이 만족하지 않겠어?"

집에 돌아온 지향이에게 감동했냐며 문자를 보내온 오사장.

그런 오사장의 문자를 보고 지향이는 이런 생각을 한다.
 
"생각보다 노래도 잘하고... 춤도 엄청 잘 추고... 솔직히 말해서 멋있었어. 그동안 아이돌이라고 싸잡아서 욕했던 게 부끄러워질 만큼. 왜 최고라고 하는지 알겠더라. 사람들이 왜 그렇게 좋아하는지도. 얼마나 열심히 노력하는지도 알겠어. 나 같은 게 허접하다고 비웃을 만한 게 아니었어.
위 장면들을 보면서 나 역시도 지향이처럼 방송국 앞에 줄 서서 기다리는 팬들을 바라보고,

놀라고, 방송국에 들어가
50분짜리 프로그램을 준비하기 위해 분주히 일하는

몇십 명의 스텝들을 바라본 느낌이었다.
이렇듯 지향이의 시선과 생각에 공감할 수 있었던 이유는

나 역시도 음악 방송 현장에 가본 적이 없고,
현장에서 방송=아이돌을 기다리는 팬이 되본 적이 없으며,

결정적으로 현장에서 느낄 수 있는 설렘을 느껴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현장을 체험해봄으로써 '아이돌'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는 지향이와

그런 지향이를 통해 다시 생각하게 된 나.^^
이게 이 작품의 매력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본래 아이돌 팬에게는 아이돌이라는 존재를 다시금 생각할 수 있게 만듦과 동시에
아이돌에 대해 잘 모르거나 현장을 경험해보지 못한 사람들에게

지향이라는 캐릭터를 통해 간접적으로 경험하게 하고,

이해 할 수 있는 시간을 준다는 것. 이 부분에서 독자는 작품에 한층 더 다가갈 수 있게 된다고 생각했다.

 

 

아이들 소개가 늦었다. 왼쪽부터 지수, 지향, 아영.^^
'본격 걸그룹 만들기 프로젝트'라더니, 위 사진이 본격 걸그룹 된 아이들의 모습이냐고?
아니다.^^; 아이들이 한 때 꿈꿨던 펑크밴드 '고압선' 때의 모습이다.ㅎㅎ

 

매화여고 2학년 1반 성아영, 문지향, ???
서평단으로 받아본 책이라 그런지 몰라도 지수 이름이 빠져있었다ㅠ.ㅠ
내 책만 그런 것인가...T_T 여하튼, 다음 번엔 우리 '우지수' 이름 확실히 넣어주시길!
 
여하튼, 이 세명의 아이들이 우연히 아이돌 프로듀서 오준오를 만나게 되고

펑크밴드 '고압선'을 내려놓고
걸그룹으로 목표를 수정한다.
혹독한 환경  속에서 트레이닝을 하며

스타 아이돌이 되기 위한 꿈을 키워나가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 <커밍업>이다.^^ 

 

'소효맛사탕'이라는 닉네임으로 팬픽계를 주름잡는 사람이 지수임이 밝혀지고,

걸그룹으로 데뷔하기 위한 목표가

단지 좋아하는 연예인을 만나기 위한 것이냐는 갈등이 그려진다.
 
처음엔 좋아하는 연예인을 만나기 위해서 시작했지만 트레이닝하는 과정에서
열심히 노력하면 칭찬받고, 처음으로 잘한다는 소리를 듣고,
내가 잘하는 것도 있구나... 나도 쓸모가 있구나...

나도 뭔가 열심히 하면 되는 구나.
그런 생각을 하게 됐다는 지수.
 
그런 생각을 하게 된 지수가 부러움과 동시에 참 와닿았던 장면이었다.
 
가난한 소속사로 정상적인 데뷔를 할 수 없는 아이들은,

지망생들을 데뷔시켜주는 신설 아이돌 육성 서바이벌 예능 프로에
출연하게 되고, 1회부터 대대적인 욕을 먹으며 어떤 의미로 화려하게 방송 데뷔를 하게 되는데...

 

 

매일 매일이 행복할 수는 없겠지만, 재밌고 행복하다는 감정을 느꼈던 처음을 생각하며

무모한 도전을 계속 해 나가기를 응원한다.
 

"너 혹시 이런 말 들어봤니? 혼자서 꾸는 꿈은 그저 꿈일 뿐이지만

함께 꾸는 꿈은 현실이 된다고..."

현실이 될 꿈을 함께 꾸는 친구들과 함께하는,

위험하지만 그래서 더 값진 모험을 하는 아이들을 보며 마음껏 설렐 수 있어서 행복했다. ^^
 
 
 
p.s. 

 

4번째 멤버 초희~ 가창력 좋은 초희의 등장으로 좀 더 현실적인 멤버 구성이 될 수 있었던 것 같다.ㅎㅎ

 

 

책에서만 볼 수 있는, 온라인 미공개 에피소드 <취향의 문제> 도 참 재밌었다.ㅋㅋ
 
마지막으로 인상깊었던 구절 모음.^^

 

 

 

"초등학교 때 사촌 언니를 따라갔던 락페스티발은 내 인생을 완전히 바꾸어놨다. 그런 두근 거림은 태어나서 처음이었어... 무대 위의 그 사람은 너무 눈부시게 빛나고 있었다. 나도 저 사람처럼 되고 싶다고 줄곧 생각해왔다. 그 사람처럼 눈부신 존재가 되고 싶었어..."

 

"모험은 나한테도 해댱되는 얘기야. 너희는 시간과 열정을 소비하는 거지만, 난 그 둘과 돈을 써야 하는 입장이거든. 너희가 크게 손해 볼 건 없는 것 같은데?"

"...왜요? 왜 우리가 아저씨 모험에 동참해야 하는 건데요? 딱 보기에도 완전 위험해 보이는데? 그 위험을 왜 같이 감수해야 하는데요?"

"위험하지 않은 모험을 모험이라고 할 수 있을까? 너 혹시 이런 말 들어봤니? 혼자서 꾸는 꿈은 그저 꿈일 뿐이지만 함께 꾸는 꿈은 현실이 된다고... 너희들 꿈이랑 내 꿈, 같이 현실로 만들어보지 않을래?"

 

"사람이 뭔가 도전할 땐 실패를 생각하고 하면 안 된대요~"

 

"내가 잘하는 것도 있구나... 나도 쓸모가 있구나... 나도 뭔가 열심히 하면 되는구나. 그런 생각을 하게 됐단 말이야. 그래서 나 지금 너무 재밌어... 행복해."

 

- 기선 <커밍업>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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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주 한잔할래?"로 시작하는 이 책은 <잘 지내니, 한때 나의 전부였던 사람>으로 베스트셀러 반열에 오른 공병각의 신작이다. 그의 이름앞에 어떠한 수식어―여기서 말하는 수식어란 직업이다―를 붙이지 않은 이유는 그에게 이렇다 할 수식어가 없어서가 아니다. 오히려 수식어가 정말 많은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를 통해 ‘캘리그라피(아름다운 서체의 예술)’를 처음 접했던 나처럼 ‘캘리그래퍼’로 알고 있는 사람도 있을테고, 누군가는 실제 그의 직업인 그래픽 디자이너, 작가, 아트 디렉터,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알고 있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어떤 직업으로 불리우던지 간에 이 책의 저자 공병각은 인생 선배 공병각으로서, 나의 고민이자 이 시대 청춘의 고민을 상담해준다.

 

 

  <청춘포차 상담소>라는 제목답게, 정말이지 '포차'에서 선배의 밑바닥부터 쌓아온 경험치를 안주 삼아 마주 앉고 한잔 하는 듯한 느낌이 드는 것이 이 책의 매력 중의 매력이다. 

 

 

물론 사람들은 말하겠지. 그만 좀 피곤하게 살고 하던 일이나 열심히 하라고. 근데 그 사람들이 내 인생 대신 살아주는 거 아니잖아. 한우물만 죽어라 팠는데 그 우물이 수맥 끊긴 우물이면 어쩔래? 여러 우물을 파보다가 이거다 싶은 그 순간 집중해서 파는 거야. 아주 깊게. 이도 저도가 아니라 이것도 저것도 잘하면 되는 거니까. 네가 가진 가능성을 믿어보라고. 하고 싶은 일 맘껏 하면서, 또 도전하면서 우리 그렇게 살자.

 

- 공병각 <청춘포차 상담소> p.39

 

  저자보다 나이있는 독자가 읽는다면 조금 불편할지도 모를 반말투긴 하지만(^^;) 나는 이 문체(?)가 참 좋았다. 반말은 손아랫사람에게 하듯 낮추어 하는 말이기도 하지만, (대화하는 사람의 관계가 분명치 아니하거나) 매우 친밀할 때 쓰는, 높이지도 낮추지도 아니하는 말이기도 하니까. 어쩌면 내가 이 책의 많은 매력 중에 위와 같은 매력을 최고로 치는 건 나에게 있어서, 포차는 둘째치고 솔직 담백한 인생 이야기를 해주고, 상담해주는 인생 선배가 없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절대 자랑은 아니지만ㅠ.ㅠ)

 

 

  이 책은 크게 네 잔에 걸친 인생 상담이 펼쳐진다. (사진은 캘리(개인적으로 캘리그라피를 캘리라 줄여 부른다. 이하 캘리로 통일^^;) 중심으로 찍어서 안 나왔지만, 멀리서 포차를 찍은 사진, 술잔을 마주대는 사진, 술자리에 빠질 수 없는 안주 사진, 술자리가 끝난 후의 술자리 사진 등 포차에서 한잔 하는 느낌이 드는 사진들을 챙겨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잔마다 공통된 주제를 가진 챕터들이 있고, 챕터마다 그 챕터를 이끄는 중심 질문이 있다. 이때, 이 질문을 누가 했는지에 대한 정보가 없어서 좋았다. 질문자의 성별, 연령, 직업(전공) 등 이러한 사람이 질문을 했다~는 식의 정보가 없었기 때문에 이 질문도, 저 질문도 다 내가 던진 질문마냥 한층 더 집중할 수 있게 되었다. 또, 중심 질문에 대한 병각님의 답이 끝나면, 답에 관련된 더 깊이 있는 질문이 이어지는 것도 참 좋았다. 마치, 실제로 내가 이야기를 다 듣고 나서, 이야기를 들으며 궁금했던 질문을 묻는 것 같은 느낌이었달까. 무엇보다 막상 질문하라면 선뜻 못하고 끝끝내 못하는 경우가 많은 나로서는, 누군가 내가 하고 싶은 질문을 해줬을 때! 그 속 시원함을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는 것도 소감이라면 소감이려나?ㅎㅎ

 

 

 

 

 

  요건, 앞에서 설명한 적 있는 챕터! 병각님이 쓴 캘리와 그 제목에 맞는 디자인도 이 책의 매력 중 하나다. 챕터마다 멋지게 쓰여진 캘리와 그에 맞는 디자인으로 이루어져서 그런지 몰라도, 한 챕터 한 챕터를 마주할 때마다 책 표지를 보는 느낌이 들어서 좋았다. 너무 좋았던 나머지, 전 챕터의 여운을 곱씹을 새도 없이 다음 챕터에 빠져들게 되었지만 말이다(^^)

 

 

 

  챕터의 시작과 끝에 자리하는 병각님의 캘리. 챕터의 마지막에 자리한 캘리의 여운이 서평을 쓰는 지금까지도 가시질 않는다. 수많은 고민 끝에 본 서평의 제목을 '캘리그라피, 청춘을 만나다'라고 정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캘리그라피가 주는 여운. 내가 캘리그라피를 좋아하는 이유 또한 여기에 있다. 

 

  어떤 감정을 미사여구로 구구절절 설명하지 않아도 글씨 자체에서 느껴지는 감정으로 표현할 수도 있단 생각에서 만든 첫 번째 책 <잘 지내니? 한때 나의 전부였던 사람>. 

 

- 공병각 <청춘포차 상담소> p. 168

 

  물론 캘리로 썼기 때문에 다른 글보다 튀는건 분명한 사실이지만, 한 글자 한 글자에 진심이 담긴다고 해야할까? (이렇게 말하면 다른 글들은 진심이 담기지 않은거냐- 싶을지도 모르지만) 나는 위 구절처럼 '캘리그라피'는 부연 설명 없이도 글씨 자체에서 감정을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까닭에 계속해서 캘리그라피와의 인연을 붙잡고 있는 것일지도. 그런 캘리그라피가 그 어떤 부연 설명 없이도 '아프니까' 한마디로 설명되는 '청춘'과 만난 것이다. 가만있자, 이럴 때 쓰는 단어가 있는데! 조우? (조우 : 우연히 서로 만남) 아니다. 이건... 운명이다!ㅎㅎ (물론, 과장을 좀 격하게 보탰다ㅋㅋ) 

 

  쓰디쓴 청춘이지만, 이 책을 만나 깊은 한숨 한 잔, 따뜻한 위로 한 잔,

다시 일어설 용기 한 잔 하고나니 이 청춘, 마냥 쓰디쓰지 않다!

 

 

p.s. 인생 상담에 있어서 본인의 경험을 안주 삼아 하는 것이기 때문에,  디자인이라던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아트 디렉터 등등에 관련된 전문적인 언급이 없진 않다는 것을 참고해야 할 것 같다. 하지만 걱정할 필요는 없다. 내가 그랬듯, 그의 직업(들)에 빠져들어 귀 기울여 이야기를 듣고 있을테니.ㅎㅎ

 

p.s. 나도 모르게 책 본문 사진을 많이 찍었다^^; 밑줄을 치고 또 치게 할 뿐만 아니라, 사진도 찍고 또 찍고 싶게 만든 마성의 책이다,ㅋㅋ

 

 

 

아래는 인상깊었던 구절 모음.

 

절대 남들이 한다고 그냥 따라 하지는 마. '이거라도 안 하면 도태되는 거 아니야?'라는 생각에 울며 겨자 먹기로 하는 건 정말 바보 같은 짓이야. 무슨 일이든 재밌게 해야 남아. 무엇보다 중요한 건 남기는 거야. 나한테 무언가 남기기.

- '뭐든지, 남는 장사를 해!' 中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내가 꿈꾸고 바라던 것들을 하나하나 이뤄가는 맛. 그거 정말 맛있어. 해본 사람마 느낄 수 있는 맛있는 맛. 꼭 한번 맛보길 바래...

- '독거남의 놀이터' 中

 

이것저것 욕심부려서 피곤한 내 인생은 결코 나를 가만두지 않겠다는 나와의 약소에서 비롯된 거야. '인생 참 피곤하게 산다'라는 말이 나에게는 훈장과도 같지. 인정받고 싶고 성공하고 싶어? 그럼 현실에 타협하지도 말고, 안주하지도 말고, 그냥 피곤하게 살아. "이게 최선입니까? 확실해요" 를 묻고 또 되물으면서.

- '세 잔, 인생 참 피곤하게 살자' 中

 

너도 아이덴티티를 지키는 일에 소홀하지 말았으면 해. 정체성은 정말 중요한 거니까. 난 디자인을 할 때도 늘 나다운 디자인을 하자고 다짐해. 사실 내가 작업한 것이 내 것 같지 않으면 굳이 내가 그 일을 할 필요가 없는 거잖아.

- '당신의 필살기는 무엇인가요?' 中

 

그리고 시간이 해결해 줄 거라는 말은 믿지 마. 그거 다 거짓말이야. 시간은 절대 해결해 주지 않아.

- '걸음마부터 다시 시작하기...'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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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로망 다이어리 - 사는 게 살짝 더 즐거워지는 45가지 위시리스트
여하연 지음 / 앨리스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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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난 '로망'이라는 단어를 좋아한다."라는 구절로 프롤로그를 여는 이 책은, 처음부터  

마음에 들었다. 프롤로그 속 구절처럼 "꼭 이루어져야 하는 것도 아니고, 헛되다 해도 

누구 하나 뭐라고 하는 이 없"기 때문에, 내가 이제껏 '로망'을 좋아해왔던 것 처럼 이 

책 또한 그러한 이유에서 마음에 들었다.



  이 책의 부제는 '사는 게 살짝 더 즐거워지는 45가지 위시리스트'인데, 여기서 주목할  

것은 '45가지 위시리스트'가 아니라, '사는 게 살짝 더 즐거워지는'이다. 저자의 45가지 

로망 리스트를 느긋하게 들여다보고 있노라면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고 있고,  아 

가 나의 '로망'까지 되새겨보게 된다. 정말 맛있는 커피 한 잔-심야식당등 사람과 장소에 

대한 로망, 하얀 속옷이 주는 기쁨-서재 결혼시키기등 소소하나 사소하지 않은 로망,  

낮술과 그릇등 생각만으로도 즐거워지는 나만의 로망, 나이 든 '귀여운' 오빠들-내게도 

첫사랑이 있었어등 남자들에겐 차마 말하지 못한 로망이라는 4가지 챕터로 나누어진 

저자의 로망을 읽고 있으면 평범하다고 느껴질 법한 이야기도 마냥 평범하게 읽히지 

않는다. 그 이유는 '로망'이라는 단어에 담긴 힘도 있겠지만, 저자의 소소한 일기장을 

읽는 듯 하면서도, 카페에서 마주앉아 이야기를 주고 받는 느낌이 드는 이유도 한 몫 

하는 듯 하다.


  이 책을 읽고 나서, 안 그래도 차고 넘치던 내 로망 목록에 새로운 로망 하나가 추가됐다.

나와 '로망'에 대해 이야기 하길 좋아하는, 나의 둘 도 없는 친구에게 선물하기 - 그리고  

책에 대해 이야기하고, 다시금 서로의, 우리의 로망에 대해 이야기하기. 나의 이 로망 

은 이 책의 저자 여하연님의 말마따나 "마음먹으면 쉽게 이룰 수도 있는" 로망에 속할 것이 

다. 개인적으로, 온라인상에 올리는 책 서평은 이번 글로 처음이다. 서평을 잘 쓰고 싶었던 

심이 많았던지라 어떤 책으로 첫 서평을 시작할지도 나름대로 많이 고민했다. 고민 끝에 

이 책으로 결정한 이유는 앞으로도 계속될 나의 책 서평이 꾸준히 계속 되고, 쓴 글 마다

다 만족할 수는 없겠지만 쓴 나는 물론이요, 내 서평을 읽는 분들마다 다음 서평이 기다려 

지는, 읽었던 서평도 다시 읽게 하는 마음이 생기게 하는 서평을 쓰는 것이 나의 로망이기  

때문이다.  

"자신의 로망을 떠올리면서 행복해한다면 나의 큰 로망 중 하나가 이루어졌다고 할 수 있  

겠다."라는 저자의 로망이 소소하지만, 나로 인해 이루어졌다고 볼 수 있겠다. "로망을  

떠올리는 것만으로 매일매일 행복했던 나는 '로망에 대한 로망'을 꿈꾸고 있었는지도 

모른다."는 저자의 말처럼 나 역시도 내 로망이 이루어질 거라는 확신은 없지만, 끊임없이 

로망한다면, 이 로망으로 인해 평범한 나의 일상도 초콜릿처럼 달달하고, 레몬에이드 

처럼 상큼한 일상이 될지도 모른다는 기분 좋은 생각이 든다.

 

p.s. 책의 뒷 표지에서 '여자의 인생에는 로망이 필요하다!'라는 문구가 실려있는데,  

이 문구를 보고 책을 내려놓는 남성 독자분들에게 한마디 하자면, '남성의 인생에도  

로망은 필요하다'라고 말하고 싶다. '로망'자체가 성별에 구분없이 가질 수 있는 것이고, 

이 책을 읽고 지금 이렇게 평을 쓰는 본인 역시도 남성 분에게 추천을 받은 책이니 말이다. 

  또, 이 책의 아쉬웠던 점 한 가지. 글 한 편과 글 한 편 사이에 사진이 들어있으면 충분히 

글을 읽고 사진을 감상할텐데, 글 한 편 사이에서 문장이 다 끝나지 않은채로 한 면이 사진 

으로 채워져서 글을 읽는데 종종 끊기는 느낌이 들었다.  (참, 이건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독서 스타일이니 전혀 불편없이 책을 읽은 분들도 분명 있으시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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