린 인 Lean In - 200만이 열광한 TED강연! 페이스북 성공 아이콘의 특별한 조언
셰릴 샌드버그 지음, 안기순 옮김 / 와이즈베리 / 2013년 5월
평점 :
품절


 

 

셰릴 샌드버그의 『LEAN IN(린인)』을 처음 봤을 때, 단순한 성공학 책일 거라 생각했다. 그도 그럴게, 표지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었던 건 셰릴 샌드버그라는 이름 옆에 ‘페이스북 최고운영책임자’였으니까. 성공학 분야를 그다지 즐겨하지 않는 내가 『LEAN IN(린인)』을 집중해서 완독할 수 있었던 건, 어쩌면 셰릴 샌드버그의 책이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단순히 그가 여성이어서가 아니라, 여성의 일과 리더십에 관해 이야기하고자 한 사람이기에.
이 책을 읽어나가면서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은 내 자신이 ‘여성의 일, 리더십, 성공’이라는 주제를 진지하게 자문해보지 않고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 깨달았다는 점이다. 그녀의 2010년 TED 강연의 제목처럼 왜 여성리더는 소수인지, 직장 여성들이 불리한 조건에 놓이기 쉬운 상황, 예컨대 임금 협상, 회의 자리, 멘토링, 이직과 승진 등 그 무엇 하나 진지하게 생각해보지 않았다. 물론, 이런 이야기가 모든 여성에게 해당되는 이야기는 아닐뿐더러 당장의 내게 직면하지 않은 문제들인지라 생각해보지 않았던 건 당연한 일일 수 있다. 헌데, 당연한 일이라 넘어갈 수 없다는 생각이 드는 걸 보니 내겐 깨달음을 넘어 꽤나 충격으로 작용한 모양이다. 여성의 일과 리더십과 성공에 관해 치열하게 고민하며 살아가는 여성들이 있구나, 그러한 여성들이 직면하는 사회 속 일하는 여성의 입지가 이러하구나, 이런 저런 문제들을 이 사람들은 이렇게 생각하고 해결해나가는구나 등의 여러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또한 이 책의 매력은 구글과 페이스북 매출 신화의 주역이자 현재 페이스북 최고운영책임자 셰릴 샌드버그의 책이어서가 아니다. 자신 역시 여성이기에 여성 직장인이 가지는 한계를 알고 그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하고, 격려하고 그러면서도 성 편견이라는 복잡하고 감정적인 문제를 올바르게 다루는 방법을 찾기 위해 지인과 노력한 셰릴 샌드버그. 그 노력 끝에 그녀가 여성들에게 전하고자 했던 이야기를 꾸밈없이 진솔하게 써낸 셰릴 샌드버그의 책이기 때문이다.
 
여성은 업무 성과가 좋으면 당연히 보상을 받으리라고 믿으면서도 충분히 자격이 있을 때조차도 승진하겠다고 지원하는 것을 남성보다 꺼리는 경향이 있다. 니고시에이팅 위민 주식회사를 공동 설립한 캐럴 프롤링어와 데버러 콜브는 이러한 현상을 ‘왕관 증후군(Tiara Syndrome)’이라고 불렀다. “여성은 자신이 직무를 충실히, 제대로 수행하고 있으면 누군가가 알아보고 자기 머리에 왕관을 씌워줄 것이라고 기대한다”는 뜻이다. 물론 완벽한 능력 위주의 사회라면 적임자에게 왕관을 씌워주겠지만 그런 사회는 아직까지 실현되지 않고 있다. 자신이 열심히 일하는 모습과 결과를 다른 사람이 인정해주어야 하지만 그렇지 못할 때는 자신을 위해 스스로 발 벗고 뛰어야 한다. (p.102)
 
‘왕관을 쓰려는 자, 그 무게를 견뎌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을, 위 구절처럼 셰릴 샌드버그의 말에 따라 바꿔보자면 이렇다.
‘왕관을 쓰려는 여자, 자신이 쓸 왕관을 발 벗고 뛰어 스스로 찾아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고양이 변호사
오야마 준코 지음, 김은모 옮김 / 북폴리오 / 2013년 6월
평점 :
절판


 

오야마 준코의 『고양이 변호사』에 대한 첫 인상은 꽤나 수수했다. 고양이에 둘러싸인 한 남자. 차림새를 보니 평범한 사람은 아닌 것 같은데, 제목을 보니 변호사란다. ‘고양이 변호사’. 고양이를 변호해서 붙여진 별명이라는 건 알겠는데, 대체 고양이를 어떻게 변호했기에 고양이 변호사가 되었을까하는 궁금증이 일었다.

고양이 변호사의 이름은 모모세 타로. 도쿄대 법학부를 수석으로 졸업하고 졸업한 해 사법고시에 합격한 초초엘리트다. 하지만 현재는 가난한 사무소에서, 의뢰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오갈 곳 없어진 열한 마리의 고양이를 모시며 일하는 노총각 변호사다. 초초엘리트답게 무슨 사건이든 명쾌하게, 그리고 인간미 있게 해결하지만 경영 감각은 제로라 적자에 허덕이기 일쑤. 그러던 어느 날 신데렐라 슈즈라는 큰 구두 회사에서 모처럼 착수금 두둑한 사람 사건을 의뢰받게 되는데, 사연인즉슨 회장의 장례 과정에서 시신을 도난당했다는 것. 뭔가 모자라는 시체 납치범과 초유의 협상을 벌이는 모모세. 이 사건의 진상은 무엇이며 그는 이 사건을 어떻게 해결해나갈지가 이 소설의 주된 이야기다.

마지막 장을 덮고 나서 이 책에 대한 애정이 솟아났던 건, 사실 소설의 전개나 이야기에 앞서 소설을 관통하고 있는 인물의 성격과 윤리관이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다.

 

[아래부터는 스토리에 대한 직접적인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니 원치 않으시면 피해주시길.]

 

“만사가 잘 안 풀릴 때는 위를 쳐다보렴. 그러면 뇌가 뒤로 기울어 두개골과 전두엽 사이에 틈이 생겨. 그 틈에서 신선한 발상이 생겨날 거야.”라고 가르쳐주던 어머니.

“모모세 씨가 회원증을 반납하고 7번 방을 나갔을 때, 이제 당신을 두 번 다시 만날 수 없다고 생각하니 여기, 그래요, 가슴이 너무 아팠어요. 정신을 차려보니 천장을 쳐다보고 있더군요. 눈물을 참으려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그런 자세가 되더라고요. 어머님이 당신한테 가르쳐준 방법이에요. 만사가 잘 안 풀릴 때는 위를 쳐다봐라. 그건 눈물을 참을 수 있는 마법이었던 거예요.”라며 어머니의 가르침을 헤아려 일러주던 아코.

“저 이래 보여도 여기서 일하면서 법률 같은 걸 조금 공부했어요. 도움이 되고 싶어서요. 뭐, 무슨 말인지 거의 못 알아먹었지만, 이해한 것도 있다고요. 변호사 배지의 의미요. 그거 해바라기를 디자인한 거죠? (중략) 태양을 바라보는 정의와 자유의 꽃이죠. 그러니까 이 문에는 꼭 이 색을 칠해야 해요.”라며 변호사 사무소 문을 매번 노랗게 칠하던, 자식을 잃은 경험이 있던 나나에.

그런 사람들을 주위에 두고 묵묵히 제 갈 길을 갔던 주인공, 초초엘리트 변호사보다 사람 냄새 물씬 나는 변호사 모모세 타로. 모모세의 됨됨이, 주변 인물들의 됨됨이가 내게 있어 이 책을 열심히 읽게 만든 힘이 되었다. 그리고 이 힘의 바탕에는 저자 오야마 준코의 인성이 바탕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누가 뭐래도 글에는 그 글을 쓴 사람의 인성이 어떻게든 묻어나는 법이니까.

전업주부 생활 10년 만에 다시 사회로 나왔으나 일할 곳이 없어 고민하던 중, ‘하고 싶은 일을 해보라’는 충고를 받고 작문을 잘하던 초등학교 시절이 떠올라 글쓰기에 도전했다는 작가 오야마 준코. 그런 그녀는 어릴 적부터 영웅을 동경했고 어떤 사람이 진정 멋있는 영웅일까를 고심했다고 한다. 그녀의 고심이 있었기에, 초초엘리트한 실력을 갖추고 있음에도 개인적인 면에 있어 어수룩하기 짝이 없는 대반전의 인물이지만 결코 상처를 피하지 않고 긍적적으로 살아가는 모모세를 통해 ‘열심히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보내는 응원가’라 불리는 소설이 쓰일 수 있었던 것 같다. 비록 영웅에게 구해지는 일반인 같은 비주얼을 가졌을지라도 비주얼만으로는 세상을 구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세상 어디에도 없는 착한 변호사 모모세 타로의 이야기는 작가 오야마 준코가 바라던 진정 멋있는 영웅의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적어도 나는 이 고양이 변호사의 이야기로 많은 힘이 되었으니 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혈액형에 관한 간단한 고찰 3
박동선 글 그림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3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고찰(考察)

[명사] 어떤 것을 깊이 생각하고 연구함.

 

책 <혈액형에 관한 간단한 고찰 3>을 읽고 서평을 쓰려는데 문득 ‘고찰’의 사전적인 정의가 궁금해졌다. 그건 아마도, 몇 년 전에 구입해서 책장 한 구석에 자리하고 있는 책 <혈액형 심리학 ABO>의 부제가 ‘성격과 관계에 관한 고찰’이었다는 것을 뒤늦게 발견했기 때문인 것 같다. ‘왜 혈액형을 이야기 하는 두 권의 책 제목에 ‘고찰’이 붙는 것일까?’하는 생각 끝에, 이런 결론에 도달했다. 책 <혈액형 심리학 ABO>의 부제처럼, <혈액형에 관한 간단한 고찰 3>의 저자 박동선과 <혈액형 심리학 ABO>의 저자 스즈키 요시마사는 ‘혈액형’이라는 큰 틀 안에 담긴 사람의 성격과 관계에 관한 고찰을 이야기 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A, B, O, AB라는 4가지 유형에 맞춰 이야기할 뿐, 그들의 고찰은 어디까지나 성격과 관계에 관한 것이라는 사실이 아닐까 하고 거창하게 생각해봤다.ㅎㅎ

 

이왕 두 책에 대해 이야기 한 김에 계속 이야기 해보자면, ‘고찰’이라는 공통점 말고도 또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는 것이다. 그건 바로, 혈액형에 관한 이론을 맹신하지 않는다는 것.먼저 <혈액형에 관한 간단한 고찰 3>에서는 이렇게 나온다. 책 도입부에 나오는 ‘혈액형별 성격론의 허구성’에서 A형인 남자가 오랫동안 사귄 A형 여자 친구가 A형이 아니라 B형이었다는 사실의 이야기를 통해 혈액형 이론은 피그말리온 효과, 낙인 효과, 바넘 효과에 바탕을 둔 심리적 현상이라는 것을 밝힌다. 특히, AB형의 말이 흥미롭다. ‘21세기에 혈액형이라니, 에효-’ <혈액형 심리학 ABO>에서는 서문에서 보다 직접적으로 밝힌다. ‘물론 인간의 마음의 문제를 혈액형이라는 단 하나의 잣대로 기술할 수는 없다. 인간의 뇌와 영혼은 단순히 어느 한 요소로 좌우되거나 결정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라고 말이다.

 

454페이지에 달하는 혈액형 이론에 관한 서적을 소장하고 있을 정도로 혈액형에 관심이 많았던 나는 <혈액형에 관한 간단한 고찰 3>에 나온 것처럼 ‘사람들이 보편적으로 가지고 있는 성격이나 심리적 특징을 자신만의 특성으로 여기는 심리적 경향’이라는 바넘 효과의 영향을 크게 받았던 것 같다. 다른 혈액형보다는 내 혈액형의 성격에 있어서 공감 하는 게 재밌었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의 성격은 몰라도 내 성격만큼은 잘 알았으니까. 한 가지 더 잘 아는 것이 있다면 이거다. 두 저자처럼 나 역시 혈액형 이론을 나를 비롯한 사람의 성격과 관계를 이해하는데 참고할 뿐, 맹신하지 않는다는 것.

 

<혈액형 심리학 ABO>의 저자 스즈키 요시마사는 ‘아무쪼록 독자들이 이 책을 통해 인간관계의 심리를 이해하는 한 단초를 마련했으면 하는 바람이다.’라는 문장으로 서문을 마친다. 맞다. 혈액형에 관한 이야기는 어디까지나 서로 다른 성격의 사람들이 모인 관계 속에서 나를 비롯한 사람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을 뿐, 결코 전부는 아니다. 전부가 아니어서 재밌다.

 

*함께 읽으면 좋을 책 <혈액형 심리학 ABO : 성격과 관계에 관한 고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당신의 출근길은 행복한가요? - 놀이하듯 일하는 여성 멘토 13인의 드림 시크릿
김희정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3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의 출근길은 안녕하지 못해서, 이 책 <당신의 출근길은 행복한가요?>를 읽었다. 애석하게도, 나의 출근길은 행복을 찾을 것도 없이 안녕하지도 못했기 때문에. 그래서, 출근길이 행복한 사람들의 출근길은 어떠하기에 행복한가하고 이 책을 집어 들었다.

 

책에 나오는 여성들에 대해 이야기하기에 앞서, 작가 김희정에 대한 이야기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작가 김희정은 왕가위 감독의 영화처럼 발랄하고 유쾌하면서도 폼 나는 영화를 만들고 싶어서 영화 연출을 전공했고 영화 기획자와 자유 기고가로 활동했으나 현재는 동숭동에서 카페를 운영하며 동화와 그림책 만들기라는 새로운 일에 도전하는 삶을 살고 있다. 자신이 그랬던 것처럼 ‘내 일’에 대해 고민하고 방황하는 이삼십 대 여성들이 하루하루 참고 견디며 일하는 삶이 아닌 춤추듯 즐기며 일하는 삶을 찾기를 바란다는 마음에서 이 책을 썼다고 한다. 하루하루의 일상을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천직을 찾아 살아가는 사람을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듣고 들려주는 식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작가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전달하기에는 이만큼 확실한 것도 없다고 생각한다. 작가 본인의 이야기도 좋지만, 세상엔 사람도 많고 직업도 많으니까.

그렇게 담긴 놀이하듯 일하는 여성 멘토 13인의 이야기는 책을 읽는 나의 흥미를 더 북돋았다. 이탈리안 식당 오너, 일러스트레이터, 소설가, 여행 작가, 공예 작가 등 괜히 ‘여성 멘토’라는 수식어를 달고 나온게 아니구나 싶었다. 내 직업으로 삼진 못해도, 여자라면 충분히 상상했을법한 직업이거나 누군가에겐 여전히 ‘로망’인 직업들이 아니던가. 그 중, 내가 가장 흥미 읽게 읽은 여성 멘토의 이야기는 소설가 정수현의 이야기였다. 그건 아마도 그녀처럼 글을 전공했기 때문이 아니라, 그녀처럼 소설가를 천직으로 삼고 살아가고 싶어서 유독 그녀의 이야기에 끌렸던 것이 아닐까 싶다. 소설가로 살고 있어서 행복하다는 이야기는 부러웠지만, 살이 되는 이야기는 ‘소설 쓰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라는 꼭지에서 언급된 말이었다.

 

“소설 쓰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어찌 됐든 책상 앞에 앉아 일정한 시간은 글쓰기에 몰입하는 태도인 것 같아요. 어떤 장르의 글을 쓰든 글 쓰는 직업을 갖고 싶다면 몰입하는 연습이 필요하죠. 컨디션에 상관없이 매일같이 자신의 이야기에 살을 보태야 해요. 그렇게 한 편의 소설을 완성하는 경험이 늘다 보면 그다음부터는 작업이 한결 수월해져요. 그러다 보면 자신의 스타일도 찾게 되고, 이야기에 살을 보태는 방법도 스스로 터득하게 돼요. 작가적 상상력과 필력도 중요하지만 글쓰기는 우선 노동인 것 같아요. 끈기를 갖고 작업하지 않으면 완성 자체가 불가능하니까요.”

 

또 그녀는, 작가라면 피해갈 수 없는 창작의 고통에 대해 이야기하고 한국에서 전업 작가로 산다는 것에 대해 이야기한다. 모든 여성 멘토의 이야기를 세세히 읽었지만, 책을 덮고 난후에 가장 기억에 남는 이야기는 역시 정수현 작가의 이야기였다. 그렇다고 해서 다른 여성 멘토의 이야기가 내게 살이 되지 않았다는 건 아니다. 좋아라하는 삼청동에 자리한 카페 오시정의 오너 오시정과 떡 카페 희동아 엄마다의 우리 떡 연구가 김희동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서 반가웠고, 일러스트로만 접했던 일러스트레이터 권신아의 이야기를 읽은 뒤 그녀의 일러스트에 대한 느낌이 새로워졌다. 또, ‘자기 손에 쥔 것들은 하나도 포기하지 않고 그 밖에 있는 것들을 부러워만 한다면 늘 제자리걸음일 수밖에 없다. 부러움과 질투를 넘어서려면 시도해봐야 한다. 다른 비용을 아끼고 아껴 여행 경비를 만들고, 시간을 쪼개고 쪼개 여행 스케줄을 짜보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라며 부럽다면 실천하라는 여행 작가 조은정의 말은 정말이지 인상 깊었다. 뒤늦게 발견한 재능이 천직이 되고, 삶의 태도가 직업을 만들며 성격에 꼭 맞는 직업을 만난 여성 멘토들의 이야기를 읽고 있노라면, 어딘지 모르게 힘이 났다. 사회적으로 크게 성공하진 못하더라도, 적어도 자신이 무엇을 잘하는지 알고 그것을 위해 하루하루 충실히 살아갈 나의 미래를 상상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행복하진 못해도 어제보다 더 안녕할 수 있는 내일을 위해. 결국엔 행복하다 말할 수 있는 나날을 위해서 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모두에게 해피엔딩 - 황경신 연애소설
황경신 지음, 허정은 그림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3년 2월
평점 :
품절


 

어디선가 이런 글을 읽은 적이 있다. ‘남자는 자기가 더 사랑하는 여자를, 여자는 자기를 더 사랑해주는 남자를 만나야 행복하다’고. 이렇게 살고 있진 않지만, 결국 이렇게 살고 싶은 나는 이 말을 믿는다. ‘내가 좋아하는 남자’와 ‘내가 좋아하는 것보다 나를 더 좋아해주는 남자’ 사이에서 갈등하는 나날을 보내고 있을지라도.

 

그런데, 여기 그런 삶을 살고 있다고 말할 수 있는 여자가 있다. 황경신의 연애소설 『모두에게 해피엔딩』의 ‘나’가 바로 그런 여자다. 여자를 사랑해주는, 여자보다 10살 어린 남자 에이. 에이는 여자보다 자신이 여자를 더 사랑하고, 여자는 자기를 더 사랑해주는 에이를 만나고 있으니 앞서 말한 말대로라면, 둘은 행복해야 맞다. 하지만 둘은 행복하지 않았다. 여자에겐 여자가 더 사랑하는 비가 있었으니까. 가장 절망적인 순간에도 여자는 비를 생각했고, 여자는 비를 위해 살아 있었다. 인터뷰차 만났던 남자를 통해 듣게 된 비의 마음도 여자의 마음과 다르지 않았다. 남자의 말에 따르면 비는 ‘세상에 태어나 단 한 사람을 사랑했다고’ 말했다 했고, 비가 세상에 태어나 사랑한 단 한 사람은 여자였다. 하지만 우리네 뜻대로 되는 게 사랑이라면, 그건 사랑이 아닐 것이다. 뜻대로 되지 않는 게 인생이고, 그 인생 속에서 우리는 사랑하며 살아가고 있으니까.

 

내 인생은 너무 많이 읽어서 그 내용을 다 외워버린 한 권의 책과 같다. 한 발은 에이, 다른 한 발은 비에 담근 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면서 지지부진하게 세월을 낭비하고 있는, 죽어가는 나무와 같다. 수 년 동안 그 모든 것들이 되풀이되어 왔다. 나는 비를 사랑하지만 비로부터 벗어나야 하고, 에이는 나를 사랑하지만 나로부터 벗어나야 한다. 두 사람을 끊어내는 일이 가능하지 않다면 내가 사라져야 한다는 것도 수 년 전부터 알고 있었다. 그러나 나는 망설였고, 몇 번이나 같은 자리로 돌아왔으며, 무엇하나 달라지지 않았다. (p.183-4)

 

둘에 대한 마음을 수 년 전부터 알고 있었으나 망설였고, 몇 번이나 같은 자리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던 건, 더와 덜의 차이가 있었을지라도 여자는 둘을 사랑했기 때문이다. 자신을 잊어야하는 에이와, 자신이 잊어야하는 비를 말이다. 비의 진심을 전해준 새로운 인물 ‘남자’를 만나면서 여자는 비로소 둘을 놓는다. 에이와 비와 그 둘을 사랑한 자신 모두에게 해피엔딩을 위해. 어쩌면, 모두에게 해피엔딩의 해피엔딩은 ‘행복한 결말’이 아니라 ‘최선’이 아닐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랑이 다른 사랑으로 잊혀진다는 하림의 노래처럼, 여자는 남자를 만나 새로운 사랑을 시작하고 비는 결혼을 하고 에이는 여자를 잊고 새로운 여자와 사랑하는, 그렇게 그들의 사랑이 다른 사랑으로 잊혀진다는 최선. 책장을 덮고 모두의 해피엔딩을 떠올리는데, 나는 조금 먹먹해졌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