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률 여행산문집. <끌림>과 <바람이 분다 당신이 좋다>를 기억하는가. 작가는 그 사이 더 부지런히 걸었고, 더 오래 헤매고, 결국은 더 깊게 사랑하였으므로, 더 진하게 웅숭깊어졌다. 하여 2015년 여름, <끌림>이 출간된 지 정확하게 10년이 되는 날, 세번째 여행산문집 <내 옆에 있는 사람>을 출간한다. '여행산문집'이라고 하지만 일련의 제목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사람에 대한 애정이 먼저다.

전작들이 주로 전 세계 80여 개국을 종횡무진 다니며 이국적인 풍경을 담아냈다면, 이번에는 그 국내편으로 봐도 무방하다. 그렇게 다닌 곳이 서울 경기 충청 강원 경상 전라 제주, 그야말로 전국 8도를 넘나들고 있으며, 산이고 바다고, 섬이고 육지고 할 것 없다.

금발의 아리따운 연인이 키스하는 장면을 포착한 대신, 허름한 시장통에 삼삼오오 모여 국수를 먹거나 어느 작은 버스터미널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 길가에 아무렇게 피어 있는 들꽃들, 시골 골목길에 목줄 없이 뛰어다니는 똥강아지들이 시선을 붙잡는다. 고개만 돌리면 마주할 수 있는 주변의 풍경들, 그리고 평범하지만 그 안에 뭔가를 가득 담은 사람들의 표정들이 무심한 듯하면서도 다정하게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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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고 구매하는 이병률 작가님의 새로운 여행산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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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쓰는가, 이런 거 물어보는 거 아니다. 옳기는 하겠지만 좋지는 않다. 짧은 질문은 긴 대답을 요구한다. 차라리 쓰고 있는 사람을 지켜본 이가 답하는 게 좋다. '쟤는 아마 그것 때문에 맨날 뭔가를 끄적거리고 있을 거야', 이런 답이 나올 테니까. 왜 안 좋은가? 왜 사는가와 같은 질문이니까. 왜 사는가를 물어오면 스스로를 깊이 들여다보아야 하니까. 그렇게 하면 대부분 부끄럽고 쪽팔리니까.
(중략)
정확히 말해보면 쓰는 행위가 먼저 있다. 왜 쓰는가에 대한 답은 뒤에 생긴다. 늙은 농사꾼이 작물을 심고 가꾸어온 자신의 과거에 대해 새삼 생각해보는 것과 같다. 시작부터 이유와 의미를 정해놓는다면 '네 지금은 창대하나 나중에는 심히 미약해지리라' 소리 듣기 십상이다. 내가 어디로, 어떻게 갈지 아무도 모르니까. 살아본 다음에야 팔자를 알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그전까지는 잘 모른다. 우리 동네엔 해녀들이 대여섯 명 남았다. 평생 물질을 해온 그들이 오늘도 물옷을 입고 바다로 나가는 이유는 단 하나이다. 어제도 나갔기 때문에. -한창훈 <한창훈의 나는 왜 쓰는가> p.6


개정판 작가의 말에서 인상 깊었던 구절. 아, 작가의 말부터 이렇게 재밌어도 되나😁

이런 거 물어보는 거 아니라는 말에 혼자 빵터짐ㅎㅎ 이런 사이다같은 구절이라니🙊💕


언뜻 언뜻 읽었는데, 321쪽에 이런 구절이 나온다.

 

'기다리면 올 것은 온다. 견디느냐와 못 견디느냐의 차이뿐이다.'


아, 멋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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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워하는데도 한 번 만나고는 못 만나게 되기도 하고, 일생을 못 잊으면서도 아니 만나고 살기도 한다."



드라마 <사랑하는 은동아>를 챙겨보는데 좋아라하는 구절이 나와서 멈칫했다.

피천득의 『인연』속 구절. 현수의 삶에 은동이가 들어오고, 현수는 은동이 말마따나 바르게 살기로 결심한다.

수업을 빼먹지 않고 다시 듣기 시작한 것도 은동이 덕분이다.

 그리고 국어시간, 피천득의 『인연』을 읽어주는 국어 선생님의 목소리에 현수는 눈을 빛낸다.

수업이 끝나고, 인연이라는 단어를 소리내어 곱씹어보고는 미소 짓는 현수.



나도 저 구절을 처음 접할 때, 딱 현수와 같은 반응을 보였던 것 같다.

'아니 만나고 살기도 한다'는 문장의 무게를 모르고.

 

 


 

그건 그렇고... 이번에 느낀 건데, 나는 저 구절을 참 좋아하면서도 수필집을 찾아 읽으려고 하지 않았다.

이번 기회에 구매해서 제대로 읽어야지.



아래는 <사랑하는 은동아>에 대한 단상들.

1. 드라마 <남자가 사랑할 때>에서 마냥 귀여웠던 똘이는 어디가고, 훈훈한 고딩 현수가 여기있네 X)

20년에 걸친 길고 긴 '은동앓이'의 시작점이자, 지고지순하고 운명적인 사랑의 시작을 알리는

 열입곱의 현수를 잘 표현해낸 것 같다. 주니어의 재발견🙌


2. 이 드라마의 기획의도가 참 마음에 든다. 위대한 개츠비와 피천득의 인연이라는 두 작품의 조합. 크😍


3. 그리하여 남주의 캐릭터는 이렇다.

'현재 대한민국 자타공인 최고배우. 우린 너무 짧게 만나고 너무 길게 헤어졌습니다.

오로지 첫 사랑 은동을 찾기 위해서 톱스타가 된 집념의 남자.'


4. 위 캐릭터를 연기하는 배우는 주진모인데, 박현수이자 지은호인 이 캐릭터에 감정이입해서 챙겨보게 되지 않을까 싶다.

중간 중간 흐르는 독백이 개인적으로 취향 저격.


5. 1995년 춘천에서 만난 어린 현수와 어린 은동이, 두 사람의 순정은 두고 두고 기억날 것 같다.


6. 잠깐 본 김러브 언니, 미모 여전하시네요🙆👍


7. 악연 같았던 친구 현발이가 시간이 흘러 누구보다 가까운 존재가 될 줄이야.

어쩐지 그냥 스쳐지나갈 비주얼은 아닐 것 같긴 했지만ㅎㅎ 드라마지만, 정말 사람일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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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같다면 2015-06-07 22: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시는 만나지 못한다는 것을 우리는 서로 알아요..
하지만 마지막 헤어지면서 하는 인사는.. 그냥 내일 볼것처럼 안녕..

해밀 2015-06-08 18:02   좋아요 0 | URL
그냥 내일 볼것처럼 안녕... 이란 말이 와닿네요ㅠㅠ
`안녕`이란 말은 반가우면서도 참 먹먹한 단어 같아요.

자성지 2015-06-08 11: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요즘 이 드라마 다시 보기로 열심히 보고 있답니다. 일회적인 사랑이 난무한 시대에 은동을 향한 현수의 사랑은 지순함의 결정체로 보입니다. 사랑하는 은동아~

해밀 2015-06-08 18:05   좋아요 0 | URL
은동을 향한 현수의 사랑은 정말...ㅠㅠ
20년간 어떻게 한 여자를 사랑 할 수 있냐고 하지만,
현수를 보고 있으면 20년간 한 여자를 사랑 할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한동안 정통멜로의 매력을 잊고 살았는데, <사랑하는 은동아> 덕분에
정통멜로의 매력에 다시 빠져 지내고 있습니다.
자성지님 말씀대로 일회적인 사랑이 난무한 시대여서 더욱 그런 것 같아요.
한동안은 현수의 애절한 사랑을 지켜보는 것으로 한 주를 버틸 것 같습니다.^^
 

 

신과 함께 신화편 상, 중, 하를 빌려왔다. 중권에 이런 장면이 나온다.

어려서부터 목공에 신기에 가까운 소질을 보였으나, 장가를 간 후부터는 세상만사가 귀찮아져 아내와 함께 산골짜리에 자리를 잡고 살아가던 황우양과 그의 부인 막막. 어느 날 두 사람 앞에 일직차사 해원맥과 월직차사 덕춘이 나타난다. 황우양이 저승 대별궁 신축 공사의 시공자로 선정되었으니, 즉시 저승으로 파견나와 대별궁의 신축을 맡으라는 염라대왕의 명을 전하러 온 두 사람.

그 자리에서 거절하고, 두 사람을 돌려보내지만 사람 마음이 참 이상하다. 그날 밤 황우여는 잠을 못 이룬다. '궁전이라니... 건축의 끝판왕...' 하고. 다음 날 아침, 아내 막막은 아침부터 연장을 만든다. 그리고는 완성된 망치를 황우양에게 건네며 이렇게 말한다. 그 저승 궁전 짓고 싶어지지 않았냐고. 당신이랑 여기 있는 게 제일 좋다고 답하는 황우양에게 거짓말하지 말라고, 가슴이 시키는 건 하고 살라고. 그러는 게 나도 더 좋다고. 실력발휘 하고 오라며 막막은 그렇게 황우양을 보낸다. 그렇게, 차사들과 저승으로 가는 길. 왜 마음이 바뀌었냐는 덕춘의 물음에 대한 황우양의 대답.


"나도 그걸 모르겠어요. 처음에는 귀찮다고 생각했는데... 정말로 좋아하는 일은 왜 하는지 모르는 것 같아요." 그런 황우양의 말에 "그런 것 같아요." 하고 대답하는 덕춘이. 그런 둘은 보면서 지난날의 나를 이해할 수 있었다. 좋아해서 하는 일이라는 걸 잘 알면서, 아이러니하게도 왜 하는지 모를 때가 있었다. 이렇게 한 문장으로 설명하기엔 조금 복잡한, 그런 순간들. 순박하게 웃으며 덕춘의 물음에 답하는 황우양을 보며 깨달았다. 아, 정말 좋아하는 일이었구나 하고.

 

 

 

내가 좋아하는 일에 있어서 재능이 없다는 걸 알지만,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일에 몰입하는 기분은 내가 생생히 살아서 숨쉬고 있다는 실감을 안겨준다. 그렇게 조금씩 걸어나가는 일, 건전한 야심을 잃지 않는 일은 무척 중요하다. 결국 열심히 한 것들만이 끝까지 남는다.' (임경선 에세이, 태도에 관하여 p.168)

는 것 또한 알기에 내가 좋아하는 일을 멈추지 않고, 오히려 더 열심히 해보려고 한다. 주간 해밀 100호에 남겨주신 열두분의 덧글에 답글을 남기며 다짐했던 일이기도 하다. 누군가의 진심어린 응원을 받으며,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다니. 그래서 힘닿는데까지 끝까지 남겨보기로 했다. 주간 해밀도, 내 열정도.

오늘은 잠이 쏟아지기 전까지, 책을 읽다 잠드는 것이 목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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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고 돌아오니 책이 도착해있었다.

 

이번달 신간평가단 도서, 박상미 에세이 <나의 사적인 도시>와

한창훈 산문 <한창훈의 나는 왜 쓰는가> 이렇게 두 권.

 

 

<한창훈의 나는 왜 쓰는가>를 잠깐 읽었는데, 본문 중에 이런 구절이 있다.

 


도시에서 살기 때문에 욕망과 만나고, 그렇기 때문에 우울하고, 우울하기 때문에 웬만한 책임은 피할 수 있는 소설이 대부분이다. 대중 속의 고독도 사람의 일이라 작가가 그곳으로 손을 뻗지 않으면 안 되지만, 너무 많이들 어두운 카페로 걸어들어가버렸다. 개인의 우울이 사회의 비참보다 더 크고 강렬해져버린 것. 이른바 문학적이다. 그러나, 문학을 키우는 것은 비문학적인 것이라고 나는 믿고 있다. (p.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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