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과 함께 신화편 상, 중, 하를 빌려왔다. 중권에 이런 장면이 나온다.

어려서부터 목공에 신기에 가까운 소질을 보였으나, 장가를 간 후부터는 세상만사가 귀찮아져 아내와 함께 산골짜리에 자리를 잡고 살아가던 황우양과 그의 부인 막막. 어느 날 두 사람 앞에 일직차사 해원맥과 월직차사 덕춘이 나타난다. 황우양이 저승 대별궁 신축 공사의 시공자로 선정되었으니, 즉시 저승으로 파견나와 대별궁의 신축을 맡으라는 염라대왕의 명을 전하러 온 두 사람.

그 자리에서 거절하고, 두 사람을 돌려보내지만 사람 마음이 참 이상하다. 그날 밤 황우여는 잠을 못 이룬다. '궁전이라니... 건축의 끝판왕...' 하고. 다음 날 아침, 아내 막막은 아침부터 연장을 만든다. 그리고는 완성된 망치를 황우양에게 건네며 이렇게 말한다. 그 저승 궁전 짓고 싶어지지 않았냐고. 당신이랑 여기 있는 게 제일 좋다고 답하는 황우양에게 거짓말하지 말라고, 가슴이 시키는 건 하고 살라고. 그러는 게 나도 더 좋다고. 실력발휘 하고 오라며 막막은 그렇게 황우양을 보낸다. 그렇게, 차사들과 저승으로 가는 길. 왜 마음이 바뀌었냐는 덕춘의 물음에 대한 황우양의 대답.


"나도 그걸 모르겠어요. 처음에는 귀찮다고 생각했는데... 정말로 좋아하는 일은 왜 하는지 모르는 것 같아요." 그런 황우양의 말에 "그런 것 같아요." 하고 대답하는 덕춘이. 그런 둘은 보면서 지난날의 나를 이해할 수 있었다. 좋아해서 하는 일이라는 걸 잘 알면서, 아이러니하게도 왜 하는지 모를 때가 있었다. 이렇게 한 문장으로 설명하기엔 조금 복잡한, 그런 순간들. 순박하게 웃으며 덕춘의 물음에 답하는 황우양을 보며 깨달았다. 아, 정말 좋아하는 일이었구나 하고.

 

 

 

내가 좋아하는 일에 있어서 재능이 없다는 걸 알지만,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일에 몰입하는 기분은 내가 생생히 살아서 숨쉬고 있다는 실감을 안겨준다. 그렇게 조금씩 걸어나가는 일, 건전한 야심을 잃지 않는 일은 무척 중요하다. 결국 열심히 한 것들만이 끝까지 남는다.' (임경선 에세이, 태도에 관하여 p.168)

는 것 또한 알기에 내가 좋아하는 일을 멈추지 않고, 오히려 더 열심히 해보려고 한다. 주간 해밀 100호에 남겨주신 열두분의 덧글에 답글을 남기며 다짐했던 일이기도 하다. 누군가의 진심어린 응원을 받으며,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다니. 그래서 힘닿는데까지 끝까지 남겨보기로 했다. 주간 해밀도, 내 열정도.

오늘은 잠이 쏟아지기 전까지, 책을 읽다 잠드는 것이 목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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