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등록 마감일 즈음에 만나자는 연락이 오면, 열에 아홉은 `글을 써야 한다`고 그날은 안되겠다고 답하곤 한다. 다 내가 부지런하지 못해서 그런 거지만, 그럴 때마다 한 편으로 신기하다는 생각이 든다.
책을 읽고 메모를 남긴다거나 이런 저런 방식으로 기록하긴 좋아해도, 온전한 서평을 남기는 건 어려워해서 반강제적으로 시작한 일이었다. 그렇게 시작한 일이 벌써 4년째. 4년간 책을 읽고 글을 써오면서 느낀점은 이렇다.
첫째. 가리지 않고 다방면으로 잘 읽는다고 생각했지만 내게 안맞는 책이 있음을 알았다. 예를 들자면 판타지 소설도 판타지 소설 나름이고, 감성 에세이도 감성 에세이 나름이라는 것. 내가 수용할 수 있는 그 `선`을 알게 되었다.
둘째. 평소의 나라면 가까이 하지 않았을 책을 읽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시작할 땐 낯설었지만 글을 쓸 때 그 책에 대한 애정이 생긴 것을 느끼면서 `내가 이런 책도 좋아하는구나` 하고 깨달았다. 출판사 북폴리오 리뷰블로거 시절에 고양이에 관한 책을 여러 권 읽게 된 후로 지금은 스스로 고양이에 관한 책을 찾아 읽게 되었다.
셋째. 어렵지 않고 쉽게 서평을 쓰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나처럼 어렵게 서평을 쓰는 사람이 있다는 것. 쉽게 쉽게 쓰는 사람이 정말이지 부럽지만 어쩌겠나, 나는 그렇지 못한 걸.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평을 쓰는 그 과정에서 내 생각이 정리되고 그렇게 완성된 서평은, 잘났든 못났든 내게 남는 글이 된다는 것.
이 세 가지가 4년간 책을 읽고 글을 써오며 느낀 것들이다. 이렇게 긴 이야기를 하려고 했던 건 아닌데...🙈
김혜남 작가님의 <오늘 내가 사는 게 재미있는 이유>를 읽고 쓴 서평의 마지막 두 문단을 덧붙여본다.
작가님의 버킷리스트 중에 7번째, ‘책 한 권 쓰기’에 눈길이 간다. 그동안 다섯 권의 책을 냈지만 부끄럽기 그지없다고. 부끄럽지 않은, 사람들에게 정말 도움이 되고 그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만들어 줄 책 한 권을 쓰고 싶다고 하셨는데, 나는 이 책을 읽음으로써 마음이 넘치게 따뜻했다. 그런 생각이 들어서 앞서 읽었던 구작가님의 에세이 『그래도 괜찮은 하루』를 읽으며 써내려갔던 버킷리스트를 다시금 꺼내들었다. 그리고 빈칸에 이렇게 써 넣는다.
이 책처럼, ‘내 마음을 넘치도록 따뜻하게 만들어주는 책 한 권이라도 더 찾아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