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토요연재가 되어버린 것 같은 느낌적 느낌? ㅎ

식량 소식으로 시작한 한주다. 하하. 앞으로 석달은 거뜬할 커피들 도착.

그리고 또 다른 식량 도착. 회사동료 오키님께서 콩고기를 잔뜩 주셨다. 채식을 할 땐 오히려 콩고기를 먹지 않았는데, 그건 뭐랄까, 콩고기를 먹을 정도로 고기가 먹고 싶어지면 고기를 먹는게 낫지, 라는 생각이랄까. 그런데, 정작 먹은 콩고기는 고기의 느낌이 아니었다. 콩고기라는 음식에 콩고기라는 이름이 아닌 다른 이름이 붙었다면 더 널리 사랑받았을텐데 괜히 고기라는 이름은 붙어서 고기랑 다르다고 질타나 받고 뭐 그런 슬픈 음식이 되어버린 것 같다는 생각이다. 오히려 고기보다는 어묵에 가까웠고, 담백해서 좋았다. 그리고, 오키님은 정말 러블리하다. 저 깨알같은 쪽지좀 봐요 :)

살짝 야근을 하고 집에 온 날, 비가 오고 날도 으슬하여 국물을 먹고 싶어 집에 가서 국수를 끓여먹으려고 생각했는데, 결론적으로는 버섯 샐러드를 만들어먹었다. 마음은 국물을 먹으라 하고, 머리는 샐러드를 먹으라 하네. 다이어트...때문에 샐러드를 먹는 쿨싴한 아가씨면 좋겠다만 실상은 새싹을 오늘에는 한번 먹어줘야 버리지 않을 수 있겠어, 라는 뭔가 주부근성스러운...

화요일엔 칼퇴근. 6시땡! 하고 나와서 무려 6시 30분 요가를 가던 길. 하루가 끝냈는데 하늘이 하늘색이야... 라며 감동받아서 찍은 사진. ㅎㅎ

근태기록과 휴가기록을 함꼐 체크하는데 휴가가 너무 많이 남았다. 무려 10.5일 ㅠ 충동적으로 금요일 휴가를 내고 업무 마무리를 하느라 살짝 야근을 하고 회사를 뛰쳐나온 목요일 밤, 목요일밤에 벌써 주말이 시작이라는 생각에, 너무 기뻐서, 너무 좋아서, 집에 못들어가고 카페에서 맥주대신 탄산수 한잔을 마시며 독서 독서. (네, 저기도 자주 가는 서울역 투썸)

금요일 아침, 10시 반에 요가에 갔다가 버스를 타고 다른 동네로 가던 길에 버스가 회사로 올라가는 동네를 슥 지나갔다. 너무 기뻐서 '회사로 가는 길, 하지만 나는 내리지 않지'라고 트위터에 올렸고요.

명동 롯데 지나며. 굳이 찍은 이유는 '나 저 동작 할 수 있다'
물론 저렇게 우아하지는 않다. 누구도 보여줄 수 없다. 하지만 할 수 있다. 할 수 있다고. ㅎ

김중혁의 <일층, 지하일층> 속 <일층, 지하일층>에는 건물 관리자들의 바이블 <지하에서 옥상까지> 라는 책이 나오는데, 웃기고 슬프다는 건 바로 이런 걸 일컬어 하는 말.

이 책의 마무리는 김중혁이 직접 쓴 작가의 말. 딱 한마디로 끝낸 이 작가의 말이 이 책과 얼마나 어울리는지, 또 그와 얼마나 어울리는지. 나도 이 속된 도시가 좋습니다.

회사 근처에도 있는 카페마마스는 정작 한번도 가보지 못했 ㅠㅠ 이날은 청계천점으로, 일부러 붐비는 시간을 피해서 갔다. 나는 휴가니까!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웨이팅. 아. 정말 무섭고 후덜덜한 카페구나. 다시 갈 수 있을까. 리코타치즈샐러드와 청포도쥬스를 들며 빨간 책방을 듣던 오후. (맛있습니다. 맛있고요)

서울의 어떤 모습. 개인적으로 무척 좋아하는 사진. (찍은지 하루만에 좋아하는 사진이래) 도무지 흠잡을 데가 없는 사진이다. (자뻑)

지하철역에 들어가자 회사 동네로 가는 지하철 표지판이. 하지만 난 저 지하철을 타지 않았지 (휴가라 계속 이러고 놀았다. ㅋㅋㅋㅋ 어찌나 좋던지)

느즈막한 오후에 다녀온 스티브 맥커리 사진전. 사진이 많지 않아 아쉬웠지만, 좋은 사진들이 많았다. 강렬한 색감을 가진 사진들이 특별히 더 기억에 남았다. 휴가를 냈는데 특별히 할 일이 없으면 꼭 미술관에 간다. 나는 미술관을 좋아하지만 휴일에 미술관에 가는 건 정말 싫어하기 때문이다. 미술관은 무조건 평일에. 게다가 요즘엔 평일에도 사람이 꽤 많다.

서울의 달. 눈썹달. 송승헌 눈썹 달

토요일 아침에 눈이 떠져 9시 30분 요가를 갔다가 씻고 커피한잔 하러 단골 카페에 갔으나 멘/붕
일찍 가본 적이 없어서 오픈 시간을 처음 알았던 것 -_-

이 동네는 카페가 더 없는데..... 라며 기억력을 총동원해보니, 얼마전 지나며 얼핏 봤던 카페가 기억나 그 쪽으로 발을 옮겼다. 빙고. 새롭게 문을 연 hens coffee 라는 카페. 깔끔하고 모던한 인테리어가 무척 마음에 들었다. 결국 토요일은 여기서 보내기로.

자몽주스를 시켰더니 보덤의 더블월 글라스에 담겨나왔다. 다 마시고, 좀 더 체류시간을 늘리려 싱글세트(샌드위치반쪽+아메리카노)를 시켰다. 커피도 깔끔하고 모짜렐라 토마토 샌드위치도 정말 맛있었다. 뭔가 건강건강한 것 같은 느낌 ㅋㅋ 똑부러지는 언니들이 정말 빠릿빠릿하고 깔끔하게 운영하는 카페인가보다. 아. 이제 원효로커피의 시대는 저무는가. 그런건가. (사진에 등장한 언니가 매니저 언니. 어쩜 동생일지도) 이 카페에서는 유독 근처 단지에 사는 젊은 부부들이 나와서 간단히 아침을 해결하고 가는 모습을 많이 볼 수 있었다. 원효로커피가 문을 닫지 않았다면 아마 이 카페를 계속 몰랐을테니, 음, 오히랴 잘된 일이 되었다.
참, 네, 저것이 두 도시 이야기의 두께입니다. 네. 뭐. 그렇습니다.

오래 앉아있는 내가 거슬릴 법도 한데, 오히려 꽃을 띄운 차를 한 잔 주었다. 잔의 선도 곱고, 색도 곱고, 꽃도 곱고, 찻물도 곱고, 은은한 향도 고와서 마시는 내내 기분이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