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고 누가 묻는다면, 분명 얼마 전까지는 '텔레포트'였는데, 지난 주, 그 소원이 바뀌었다. 


매우 덥고, 머릿속은 복잡해 올림픽에 도무지 관심 가질 여력이 없던 나른한 금요일의 점심시간이었다. 나는 애국 교육을 제대로 못받아서 올림픽을 보면서 우리 나라를 꼭 응원하고픈 마음도 없고, 세계화 교육도 제대로 못받아서 올림픽으로 세계가 하나되고 어쩌고 하는 소리만 들으면 코웃음을 치는데, (그럼에도 개막식은 정말 멋졌다.) 점심시간 밥을 먹으러 우연히 한 식당에 들렀을 때, 내 눈을 잡아 끈 경기가 있었으니, 그것은 '체조'였다. 더글라스라는 미국 선수가 금메달을 따는 장면을 보여주는데, 


"아, 나 체조는 챙겨 봐야지" 


라는 생각이 절로 드는 거다. 그래서 지난 주말부터 보기 시작해 처음 본 체조 경기가 트램펄린 결승. 퐁퐁 혹은 방방, 혹은 덤블링....이라고 부르던.... 그 트램펄린 위에서 뛰고, 균형을 잡고, 더 높이 뛰고, 공중에서 몇바퀴씩 도는 장면을 보는데, 세상에 너무 아름다운거다. 경기하는 걸 보는 것보다 슬로우모션을 볼 때 더 설렌다. 천천히 몸의 움직임을 보면, 몸이 그리는 곡선이 정말 예술이다. 그리하여 나는 새로운 소원을 갖게 되었다. 


"공중에서 한 바퀴만 돌아보고 싶어요"


그러자 너무나도 정직한 누군가 이렇게 말해주었다. 


"누나, 이번 생에는 끝났어. 포기해"


그러면서 녀석은 내게 <에버랜드 병신>이라는 제목을 가진 유튜브 동영상을 소개해줬다. 비참하니까 동영상은 링크하지 않을 작정이다. 요는 에버랜드에서 외국인 곡예사들이 트램펄린 위에서 뛰고 돌고 하면서 일반인 시범을 할 사람을 지원받았는데, 그 사람이 그 위에서 제대로 균형도 못잡고 빌빌대던 모습이 담긴 동영상. ㅠㅠ 그래, 내가 저 병신과 다를 게 무언가 ㅠㅠ 굳이 다른 게 하나 있다면 나서지 않는다는 거겠지.. 어차피 몸병신으로 태어났는데 이번 생은 아무래도 좀 마이 어렵겠지, 하면서도 나는 자꾸만 아름다운 체조의 영상을 찾아보고 있다. 보면 볼수록 선수들은 너무 아름답고, 나는 계속 비참하고 뭐 그렇다. 


오늘은 남자 링 경기와 여자 이단 평행봉 그리고 남자 도마 경기를 봤는데 양학선 선수가 금메달을 안겨준 도마도 재밌었지만, (히히 덕분에 이번 올림픽 첨으로 우리나라 금메달 따는 것도 봤긔 ㅎㅎ) 아, 남자 체조는 링이 갑이다, 뭐 이런 생각을. 공중에서 링 두개에 몸을 의지하고, 근력으로 서서 버티고 앉아서 버티고 물구나무 서서 버티고, 회전하고, 또 회전하고... 아 정말 멋지고 멋지다. 정말 절도 있다. 가오가 킹왕짱이다. 근육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링을 잡고 있는 체조선수들의 근육이 참 아름답다는 생각을. 하필 오늘 오랜만에 요가를 가서 필라테스 수업을 했는데, 복근 앞에서 힘없이 무너지는 내 안의 몸병신을 만난 터라... 저렇게 버틴다는 게 나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로 힘든 일이라는 걸 알겠고... 저 근육들은 정말 단단한 인내의 시간을 거친 후에야 가능했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어 좀 감동적이기도 하고... 이단 평행봉은 또 어떤가...! 두 평행봉을 자유롭게 넘나들고, 물구나무 선채로 손을 바꿔가며 돌고, 돌고, 나도 한번쯤은, 저런 묘기에 완벽한 착지를 바라지는 않아도 내 몸이 가볍고, 자유롭다는 걸 느낄 수 있는 그런 경지에 오를 수 있다면 좋을텐데. 


아무래도 몸이라는 것의 한계, 에 대해 계속 생각하는 요즘이라 더 그런가보다. 학교 때 체육은 왜 그렇게 등한시했는지, 달리기도 못하고, 유연하지도 않고, 점점 더 나무토막이 되어가는 몸이라. 저렇게 자유롭게 제 몸을 컨트롤하는 체조 선수들이 그리 멋져보였나보다. 


아. 부럽다. 부러우면 지는건데, 실은 안 부러워도 이미 진 것이나 다름없으니 그냥 부러워해야지. 




 트램펄린이라도 한 번 타보고 싶네. 아. 더 비참할 뿐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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웽스북스 2012-08-07 01: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트램펄린 넘 비인기종목인지 금메달딴 선수 사진 하나 없긔 ㅠㅠㅠ 결국 핸드폰으로 내가 캡처한 사진임. ㅠㅠ

風流男兒 2012-08-07 01: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동영상이 에버랜드 병신이었나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제목은 생각안하고 보면서 웃겨서 너무 힘들었었죠. 한바퀴 돌아 텔레포트라면 트렘블린이 게이트가 되는 건가요? ㅎㄷㄷ 뭔가 엄청난 소원이에요 ㅎㅎ

웽스북스 2012-08-07 01:43   좋아요 0 | URL
그렇죠. 트램펄린 위에서 뛰면서 눈을 감고 원하는 곳을 얘기해요. 그리고 한바퀴 도는거죠. 그럼 나는 원하는 곳으로 이동하는거죠

근데 착지를 잘해야돼요. ㅋㅋㅋㅋㅋㅋ

사과나무 2012-08-07 08: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건 어디 가르쳐 주는 학원이 없는지... 늘 생각'만' 합니다

웽스북스 2012-08-08 12:34   좋아요 0 | URL
그니까요..... 음.... 아무도 안다니겠죠 ㅠ ㅋㅋ

라주미힌 2012-08-07 09: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버랜드 뭐시기.. 아마 연기자일걸요.... ㅎ 예전에 동영상 보고 한참 웃었던 기억이...
저런 종목도 있었군요... 처음 알았네요.

웽스북스 2012-08-08 12:34   좋아요 0 | URL
아. 그렇지 않아도 우리도 그런 의혹을 보냈었어요.
저도 체조에 트렘펄린까지 있는 건 이번에 첨 알았어요. 아. 해보고싶어.

굿바이 2012-08-07 10: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니까 그러니까 나도 나도!!!! 요즘 내가 얼마나 몸병신인지 그리고 앞으로도 쭉- 그렇게 살아갈 것인지를 생각하면!!!!! 몸이 몸으로 존재하는 이유를 좀 발견하고 살았으면 좋겠고, 몸이 기억하는 뭐 하나라도 있었으면 좋겠고 ㅜㅜ 근데 웬디의 소원도 정말 엄청나구나. 엄청나다~

웽스북스 2012-08-08 12:35   좋아요 0 | URL
네. 언니. 야망이 너무 원대해서 감당이 안되요. 휴휴.
요즘엔 요가를 좀 게을리 했더니 몸이 다시 원상복귀됐어요. 휴휴.
제 몸은 기억상실증에 걸렸나봐요. ㅠㅠ

네꼬 2012-08-07 11: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음 생애에는 옛날의 여우로 태어납시다. 너구리나. (재주넘기쯤이야.)

웽스북스 2012-08-08 12:35   좋아요 0 | URL
너구리 좋다. 너구리.
(너구리로 태어나서 양학선 집에 보내지면 어쩌지? ㅋㅋ)

비로그인 2012-08-07 14: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왜 학교 다닐 때 운동장을 뛰어다니는 꼬맹이들을 보며 스탠드에서 여유부렸는지, 저도 후회 많이 했어요. ㅋㅋ 뭐 원체 운동감각이 없기도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안해서 그렇지 제대로 하면 잘할 것 같기도 하고... 그러네요. (그러니까 웬디양님도 시도해보세요! 저도 시도해볼거에요!) 저는 올림픽 보면서 서른 전에 올림픽에 한번 나가보자, 허무맹랑한 꿈을 꾸고 있답니다. 올림픽 끝나고도 유지될런지 모르겠지만요.

웽스북스 2012-08-08 12:36   좋아요 0 | URL
서른 전에 올림픽이라.
제 꿈보다 더 구체적이고 현실적이어서 너무 아득해보여요.
수다쟁이님 화이팅

근데 종목은요?

개인주의 2012-08-07 15: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사격만 봤어요.
우와.. 사격은 시간이 짧아서 좋아. 이러면서 결승경기만.
진종오의 차분한 눈빛이 매력적이지 않나요..;;
결승에서 최영래가 울 때
아.. 은메달이 어딘데.. 근데 진종오땜에 묻히겠군.
했어요.
그러고 이제 안 봄..
사실 더워서 텔레비젼 열마저 줄이려고 일찍 꺼놓습니다. =_=

웽스북스 2012-08-08 12:37   좋아요 0 | URL
어제는 장대높이뛰기를 봤어요. 저는 왜 이런 종목만 좋아하는건지.
그래도 오늘은 바람이 좀 불어서 좋더라고요 :)
스누피님, 여름 건강하게 잘 나세요~

L.SHIN 2012-08-08 13: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은, 어릴 때 처럼, 다리를 쭉 뻗고 앉아 가슴,배가 다리에 닿을 정도로
몸이 완전히 반으로 왜 안 접어지는지, 진지하게 생각 중입니다.=_-
어릴 때는 무수히 가능했던, 거의 요가에 가까웠던 몸 동작 놀이들을 왜 지금은 할 수 없는지..
'결코 나이를 먹어서가 아니라' '단지 운동 부족이다'라고 합리화 중입니다.(웃음)

오랜만입니다, 웬디님!

웽스북스 2012-08-19 21:43   좋아요 0 | URL
우와 엘신님이다!! 반가워요 엘형님!!!
저도 어렸을 땐 체조선수하라는 얘기좀 들었지 말입니다
아. 그때 계속 몸을 단련시켰으면 좀 괜찮았을까요

휴휴. 나무토막은 웁니다.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