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미안 라이스가 내한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아. 나는 이 소식을 얼마나 기다렸던가. 티켓 오픈 공지를 기다리는데 오픈 날짜도 계속 바뀌고, 예매처인 인터파크 고객센터에 전화를 해봐도 상담원이 전혀 몰라서, 혼자 좀 난감해하던 중 오늘에서야 티켓 공지가 떴다. 현대카드 문화사업의 일환인 슈퍼콘서트 같은 개념으로 오는 듯. 회사 과장님 트위터를 보다가 알았다.
과장님은 "데미안라이스 R석은 데미안라이스 무릎이냐?" 라는 누군가의 말을 리트윗했는데, 보자마자 1) 헉, 오픈했구나. 2) 헉, 얼마길래, 라는 두 생각이 교차. R석은 16만원이 넘고 S석은 13만원이 넘는다. 현대카드 결제시 20% 할인되긴 하는데, 그래도 뭔가 급 마음이 상한다. 올림픽 홀에서의 거대한 공연도 마음에 안드는데, 표값도 너무 비싸다. 데미안라이스의 음악은 소극장에서 함께 숨쉬는 기분으로 들어야 하는데 그 거대한 무대에서 노래를 하는 데미안라이스의 모습도 서운할 뿐더러 나는 올림픽공원에서 하는 공연들을 매우 싫어한다. (집에서 멀고 무대도 멀고 시설도 별로라) 게다가 티켓 값이 저렇게 비싼데!!!! 이성적으로는 버려, 버려, 하지만 마음은 절대 버릴 수가 없다.
공연을 즐기는 스타일은 아니다. 킹스 오브 컨비니언스가 왔을 때도, 올림픽홀이라 쿨하게 포기했고, 웬만한 가수들이 공연을 해도 크게 눈을 깜짝하지 않는데 (그 와중에 루시드폴은 두번이나 다녀왔지만) 데미안라이스는 그럴 수가 없다. 벌써 몇년 째 듣고 있는데도, 비가 오면 듣고 싶고, 눈이 오면 듣고 싶고, 우울해도 듣고 싶고, 쓸쓸해도 듣고 싶고, 그렇게 듣고 듣고 듣고 듣고 듣고 들어도 질리지 않고 계속 듣는 거의 유일한 가수다. 세상에는 데미안라이스만큼 좋은 가수가 많겠지만, 나는 음악적 식견이 짧아 좋은 가수들을 많이 찾아보지 못했고, 알지도 못하고, 긴 세월을 그냥 데미안라이스에게 많이 의존했었다. 그런데, 그가 온다니. 하필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 (체조경기장 아닌 걸 다행으로 여겨야하나) 누군가는 마음이 상했다고 버리기도 하고, 누군가는 그 돈으로 세 명의 가수 콘서트를 볼 수 있다며 상업주의에 퉤퉤 침을 뱉지만 나는 그럴 수가 없다. 아무리 마음이 상해도, 거기 앉아서 상할 거고, 실망해도 직접 경험하고 실망할 거다. 지금이 아니면 언제? 라는 심정으로 월요일 12시에 태어나 처음으로 티켓 전쟁에 동참할 작정이다. 나한테는 세명의 가수와 바꿀 수 있는 그냥 가수가 아니라 어떤 한 시절이다. 그러므로, 나는 기꺼이 글로벌 호구가 되어 성공적으로 예매를 해내고야 말 작정이다. 예상보다 비싸서 우울하지만, 성공 확률이 조금은 더 높아졌다며 기뻐하고, 현대카드가 있어서 참 다행이야 라는 생각을 하고 있는 나는 레알 돋는 글로벌 호구. 흑흑. 호구를 글로배운 글로벌 호구.
아. 그런데 실패하면 어쩌지? 생각만 해도 우울하다. ㅜ_ㅜ
리사해니건이 없으니, 어떤 노래들은 또 들으면서 좀 허전하겠지. 그래도 난 갈거다. 예매할거다. 엉엉. 어수룩하게 놓치면 어떡하지? 팀에 있는 선수들에게 노하우라도 전수 받던가 해야지. 흑.
암튼 그가 온다. 나의 가장 고요한 순간을 함께하던 이가.
이토록 요란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