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회사에서 생일파티를 하는데, 떡볶이를 실컷 먹고 나니, 시원한 맥주 한잔을 너무너무 마시고 싶은 거다. 회사니 맥주한잔을 걸칠 수도 없고, 아쉬운 마음 뒤로 한 채, 영화를 보러 갔다가 별 생각 없이 페리에 플레인을 마셨는데, 아! 이거구나.....!
탄산수는 내가 도저히 적응할 수 없는 영역의 맛이었는데 ;; 사이다가 아니라, 맥주의 대용이라니, 갑자기 얘기가 달라지는 느낌. 그러면서 깨달은 것은, 아, 나는 알콜 중독이 아니라 탄산 중독이구나. 그 알싸한 느낌이 좋았던 거야. 사이다나 콜라는 별로 안좋아하는데, 거기서 단맛을 빼면 탄산수가 되니까, 탄산만 마시는 거잖아. 음. 뭔가 좋아!
암튼, 탄산수 한병에 맥주를 마시고 싶었던 느낌이 싹 사라지고 난 뒤, 이리저리 탄산수의 세계에서 좀 헤맸다. 일단 너무 비싸고!!! 종류도 가격도 천차 만별인데, 한병에 2천원도 넘는 독일 탄산수를 매일 마실 수도 없고, 1600원씩 파는 페리에를 계속 마실 수도 없고, 하여 이리저리 탐방을 좀 했었다. 그러다가 어쩐지 촌스러워보여서 안마시던 롯데칠성에서 나온 트레비를 마셨는데, 가격 대비 만족도 최고!
페리에는 레몬과 라임향이 들어간 경우 (플레인은 좀 덜했는데) 그 특유의 향이 끝맛을 감싸서 그게 좀 느끼했는데, 트레비는 쿨하다, 그런 게 없이 그냥 톡! 쏘니 알싸하다. 정말 칠성사이다에서 단맛만 빠진 것 같은 느낌이야. 진짜로, 그냥 칠성사이다 되기 전단계의 탄산을 상품으로 만든 거 아닌가 싶다.
편의점에선 1500원, 마트에선 900원에 살 수 있는 280ml 트레비 병. 벌써 몇개나 먹었는지 모르겠다 -_- 이러다 망하지 싶어 여기저기 알아봤는데, 캔으로 사면 330ml를 500원에 살 수 있는 거다. 우와! 당장 주문 완료하고 배송 오기만 기다리는 중. 아. 그런데, 친구가 알루미늄 캔은 유해하다고 하니, 이거 또 걱정 걱정.... 가열 및 재사용만 안하면 괜찮다고는 하던데, 뭐, 캔음료를 계속 마시면 안좋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그러다가도 캔맥주도 마셨는데 뭘, 싶기도 하고....
뭐 암튼, 탄산수를 마신 이후로는 일단 매일 매일 집에서 한캔씩 홀짝거리던 맥주를 뚝 끊었으니, 이것만해도 중요한 변화가 아닌가 싶다. 건어물녀처럼 맛있는 안주에 맥주 마시며 뒹굴뒹굴 노는 것도 즐겁고 낭만적이지만, 내가 지금 그럴 몸무게가 아니다 -_- 인생 최고점에서 도저히 내려가지 않는 이 심각한 상태를 타개하기 위해, 맥주를 끊게 만들어준 트레비에게 그저 고마울 뿐 ;;;;;
이건 여담인데, 무한도전에서 조인성이 살쪘다고 중국음식 안먹는 거 보고 자극을 좀 받았다. 아, 저 아름다운 조인성도 살을 빼는데 (물론 그는 몸이 재산이지만...) 내가 미쳤구나 싶어 ;;;; 서 ;;;
암튼, 나이 서른 둘에 뒤늦게 탄산중독이라니. 그런데 알콜중독이라고 착각하고 살았다니, 참 한심한 노릇이다. 탄산을 몸에 들이니, 알콜 따위 그립지 않아. 이대로라면 적어도 술살은 뺄 수 있을 것 같아! ^-^/ 트레비는 안주도 필요 없으니 ㅎㅎㅎ 아름답고, 아름답다 :) 나도 아름다워져야할텐데....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