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만 그런걸까. 누군가의 죽음에 대한 소식만 들려오면 과도하게 추모하고, 마치 그 사람이 세상에서 최고였던 양 떠받드는 모습이 영 불편하다. 디자이너 앙드레김의 죽음 이후, 그의 희화화된 이미지를 팔아먹던 포털들이 최고의 디자이너였다며 너도 나도 추모 배너 하나 더 달지 못해 안달하는 것 역시 고운 마음으로 보기가 어렵다. 죽음 앞에 지극한 반성의 마음이라도 생겨서 그러는 거라면 다행이겠지만, (우리 모두 반성하자는 얘기를 하려는 건 아니다) 그게 아니라, 그저 추모의 물결 위에 숟가락 하나 더 얹겠다는 심정이라면, 그냥, 그만 해 주지 않겠습니까. 진심이 아니고서는 소식을 듣는 순간 철렁, 하더라도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라는 말을 하기 전 스무번쯤 망설이는 나로서는, 정말 불편하다. 불편하고 또 불편하다. 죽고나면 최고의 연기자, 죽고나면 최고의 가수, 죽고나면 최고의 개그맨, 죽고나면 최고의 그 무엇, 갑자기 숭고하게 조명되는 삶들. 나는 그저, 제대로 한 번 살아보겠다고 끝까지 노력했으나, 끝내는 실패한 평범한 사람. 이라는 평가를 받더라도 그걸로 족하겠다, 는 느낌이다. (결국엔 실패할테니) 삶이라는 게 꼭 그렇게 거창하고 숭고하게 조명되어야만 의미가 있는 것일까.


* 김두식 교수의 <불편해도 괜찮아>를 읽고 누군가 쓴 시사인 리뷰에는 이런 말이 있었다.

   
  이 책이 ‘우리’, 다 가졌으면서 불편함의 감수성까지 소유하려는 중심을 ‘위한’ 책이 아니기를 희망한다.  
   

매우 예리한 지적이다. 김두식 교수를 향한 경계의 메시지이기도 하겠지만, 실은 또한 저 책을 읽는 대부분의 독자들을 위한 경계의 메시지이기도 하다. 저 글을 읽고, 나는 아직도 멀었다고 생각했다. 이 말 앞에 좀 더 고민하며, 입장을 정리할 필요가 있겠다.

(참고로, 저 리뷰는 김두식 교수가 직접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소개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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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체오페르 2010-08-14 01: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음이 뭔가 울리는 글입니다.
평소 생각했던 바도 있어 공감 합니다. 추천!

저 리뷰를 보니 순간 멍 해지네요. 정말 그렇습니다...

웽스북스 2010-08-16 20:31   좋아요 0 | URL
예. 정말 그렇죠.
이런 문제로 저만 툴툴거리고 있는 게 아니라,
참 다행이다, 싶어요.

2010-08-14 01: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8-16 20: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8-16 23: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사과나무 2010-08-14 05: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망자에게 좋은 말을 하려는 문화적 전통도 한몫을 하겠지요.

웽스북스 2010-08-16 20:32   좋아요 0 | URL
하지만, 역시나...
살아있을 때 잘하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귀를기울이면 2010-08-14 10: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리뷰, 대단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천마디 말을 하는 한마디..

웽스북스 2010-08-16 20:32   좋아요 0 | URL
네, 정말 그렇지요.

마태우스 2010-08-14 16: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앙드레 김에서도 보듯 우리나라는 정말 죽고나면 갑자기 신격화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죽은 사람에 대해서 냉정한 평가를 한다는 게 정서상 쉬운 건 아니겠지만, 그렇다고 과도한 미화는 불편하더군요. 아, 전 앙드레 김에 대해서는 신격화에 동의합니다. 패션이라는 걸 저같은 무지한 대중에게 알려준 분이니깐요.

웽스북스 2010-08-16 20:34   좋아요 0 | URL
네 전 여전히 패션에 무지하긴 하지만,
그냥 삶을 좀 소박한 눈으로, 그 자체로 의미를 부여해주는 시선들이 없다는 게 참 아쉽습니다.

토깽이민정 2010-08-15 12: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완전 동감.

심지어는 죽음에까지도 허세가 들어가지 않으면 안되는 사회가 된걸까 하는 씁쓸함과, 어떤 사람을 대하는 일관성이 없는 언론과 함께 또 거기에 생각없이 동조하는 분위기.(그 누가 고인을 추모하자는데 그걸 반대하는 비인간적인 사람이 되겠어.)


웽스북스 2010-08-16 20:42   좋아요 0 | URL
언니. 와락 :)

yamoo 2010-08-15 2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그런 면이 없지 않지요~ 근데, 저는 앙드레김과 같은 사람은 우리나라에서 거의 나올 수 없는 사람 같습니다. 그처럼 유명인이면서 겸손하고 순순했던 사람은 대한민국에서 눈씻고 찾아볼 수 없습니다. 연예인들이 얼굴 좀 팔리면 썬그라스 쓰고 주접떨던데, 앙드레김은 세계적인 유명인임에도불구하고 자기가 만든 옷입고 평상시처럼 동네 식당에서 밥먹고 애들이 싸인해달라면 꺼리낌없이 해주고...권위를 부릴만한 위치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앙드레김은 소탈 그 자체였다고 할까요..특히 디자이너들의 세계에서는 난척하는게 좀 있는 것 같습니다...우영미만 하더라도 짜증날 정도인데 말이죠. 원래 죽으면 살았을때보다 좀 과대포장해주는 것이 동양의 미덕인거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현재 앙드레김에 대한 찬사는 부족하면 부족했지 과대포장된 게 아니라고 잘라말하고 싶습니다!

웽스북스 2010-08-16 20:43   좋아요 0 | URL
네 야무님. 무슨 말씀이신지 알아요.
그치만 전 꼭 앙드레김의 얘기만을 하고 싶었던 건 아니에요.

카스피 2010-08-15 22: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앙선선생님과 살아 생전에 친분이 있으셨던 이주일선생이 앙드레 김을 회화하는 개그맨 후배들을 보고 그의 애국심과 치열한 삶에 대한 열정등의 1/100에도 못 미치는 사람들의 앙드레 김을 웃음거리로 만든다고 화를 불같이 내었다고 하더군요.
오히려 돌아가신 다음 그의 삶에 대한 기사들을 보면서 "아하 앙드레 김이 살아생전에 이런 분이셨구나"하는 감탄을 하게 됩니다.비록 포털이나 신문지상의 너무 지나친 반응에 다소 눈쌀이 찌프려지긴해도 우리 시대에 저렇게 치열한 자기 삶은 보내신 분이 계시다는것이 한편으로 기쁘기도 하군요^^

웽스북스 2010-08-16 20:43   좋아요 0 | URL
그러셨군요. :)

2010-08-16 00: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웽스북스 2010-08-16 20:44   좋아요 0 | URL
전 재밌는데요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