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부산에 다녀왔습니다. 책읽는 부족이라는 지인들의 모임이었는데, 이건 뭐, 숙제가 너무 많습니다. ; 각자 블로그에 올리기로 한 사항이라, 여기에 올립니다. 다른 분들은 그냥 재미로 읽으세요. // 답변하지 못했던 질문들에 대해서만 올릴게요.
2. (질문자 : 민정) 좋아하는 이성상?
이런 질문에 대한 답은 쓸 때마다 바뀌는 것 같아요. 일단, 돈이 많고 잘생긴 남자를 좋아하고요. (이 나이에 시집 못간 거 변명하려면, 뭔가 터무니 없이 눈이 높은 척이라도 해야....;;;) 예전에는 똑똑한 사람을 좋아했는데, 요즘은 지혜로운 사람이 좋은 것 같아요. 진중하면서도 다소 수다스러운 부분도 있으면 좋겠고, 술을 잔뜩 마신 후에는 커피도 같이 마셔줄 수 있는 사람이면 좋겠네요.
3. (질문자 : 민정) 스스로 생각하는 가장 안 좋은 습관은?
고칠 의사가 없긴 하지만,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는 거요. 그래서, 회사에도 종종 지각을 했고, 큰 코를 다쳐 집을 옮겼죠. 집은 옮겨도, 잠 드는 시간은 못 옮겨요. 저는, 2시 전에 잠드는 건 제 삶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해요. 전 소중하니까요. (피부는 어쩔거니)
4. (질문자 : 도치님) 본인을 동물로 표현한다면?
본인이 대답하기 쉬운 거라고, 그러는 거 아닙니다. 도치님. 저는 스스로를 동물에 빗대어서 생각해본 적이 맹세코 한 번도 없습니다. 마음 같아서는 한마리 사슴이라고 답하고 싶지만, 도저히 양심상 그럴 수가 없네요.
5. (질문자 : 후니마미님)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자신과 현실의 자신이 왜 다른가?
이상은 이상이니까요. 자기객관화만큼 세상에서 어려우면서도, 또 비참한 게 없는 것 같아요. 그래서, 자기 자신이라도 좀 속이면서 살아야, 편해지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해요. 아무도 안 속아줄 때, 그래도 끝까지 날 위해서 속아주는 건 자기 자신 밖에는 없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드네요. (뭔말이래?) 앞으로도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저와 현실의 저는 계속 다를 예정이에요. 이 간극을 좁혀나가기 위해 노력이라도 좀 하면서 살았으면, 싶어요.
6. (질문자 : 후니마미님) 자신이 생각하는 자신의 이중적인 면은? 혹은 맞다고 생각하면서도 실천하기 어려운 가치는?
후니마미님. 반칙이에요. 번호 하나에 질문을 두개씩이나 하다니. 저 이중적인 면, 매우 많지요. 너무 많아서, 부끄러워서 이야기할 수가 없네요. 맞다고 생각하면서도 실천하기 어려운 가치. 와. 이것도 엄청 많지요. 이를테면, 우리 KTX 타고 수많은 터널 지나면서 얘기했던 것처럼. 그게 문제인 걸 알면서도 뿌리치지 못하는 것들. 그저 몸 좀 편하고, 돈 좀 절약되면, 목에 핏대 세우던 가치 정도는 살짝 눈감아주는 놀라운 센스를 발휘하는 일이 점차 많아지는 것. 을 예로 들 수 있겠어요.
7. (질문자 : 후니마미님) 당신의 성격 중 당신을 실패/성공으로 이끄는 요인은?
와. 후니마미님. 또 반칙이다. 실패. 성공. 둘다 얘기해야 하나? 질문 하나에는 하나의 답으로만 이야기하자면, 저는 혼나는 것에 대한 공포가 있어요. 그래서 혼나기 전에 좀 알아서 잘 하는 스타일이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칭찬도 종종 받고, 잘한다는 이야기를 듣기도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면 오히려 그것 때문에, 혼나야 할 시기에 혼나면서 배워야 할 것들을 배우지 못하고 넘어가 나중에까지 쩔쩔 매는 경우가 종종 생겨요.
8. (질문자 : 후니마미님) 타인이 당신을 안다고 하면서 어떻게 표현할 때가 속상한가 (혹은 반가운가)
일단, 안다, 라고 하는 자체가 속상한 일 아닐까요. 나는 보여준 적이 없는데, 자신이 저를 좀 안다,는 식으로 답을 하면, 화가나고, 속에서는 반항심도 슬 솟아오르죠. 그렇지만, 그냥, 그래, 니가 나를 아나보다, 라는 식으로 웃어넘기고 말지요. 그리고, 딱 그 지점에서 멈추죠. 그 사람이 아는 내가, 그냥 내가 되는 거죠. 안다, 라는 말은 누구에게건, 참 함부로 할 말은 못되는 것 같아요. 대신 안다, 가 아니라, 알겠다, 라고 말하면 조금 더 반갑겠지요.
12. (질문자 : 민정) 스스로 나 이럴 땐 꽤 괜찮은 사람이네 싶어질 때는?
이번에 이사를 하면서, 참 많은 분들이 도와주셨어요. 그 분들의 손길을 접하면서, 내가 꽤 괜찮은 사람이네, 싶었다기 보다는, 그래도, 괜찮게 살아온 편이구나, 생각하면서 참 고마운 마음이 들었었어요.
13. (질문자 : 민정) 내가 정말 참을 수 없어서 덮어버리는 책은? 구체적으로.
스파르타쿠스의 죽음이라는 책이었는데, 예전에 네이버 북꼼이라는 서평단(민정언니와 굿바이언니를 만난 곳이지요)에서 서평 도서로 받았던 책이었어요. 읽다가 너무 재미없어서 지하철 기다리다가 주저 앉아서 울었어요. 나는 야근을 했었고, 너무 지쳐 있었는데, 유일하게 허락되는 몇 분 안되는 독서 시간에, 이렇게 재미없는 책을 의무적으로 읽어야 한다는 사실이 너무 속상했어요,
17. (질문자 : 웬디, 민정) 블로그 방문자 숫자/답글을 의식해서 글을 썼거나 썼던 글을 지운 적이 있는가?
예전에는 그런 일이 별로 없었는데, 요즘에는 서재에 글을 자주 쓰지 않으니까, 마지막 글로부터 시간이 많이 지나 서재브리핑에 댓글이 하나도 안나올 때가 있어요. 저로서는 새로운 경험인데, 이게 사라지면, 제가 썼던 댓글들을 찾는 메뉴 자체도 같이 사라져서, 적어도 서재 브리핑에 최근 댓글은 계속 나올 정도로만 글을 쓰자, 뭐 이런 어처구니 없는 결심 같은 걸 한 적이 있어요. 가급적 한번 쓴 글은 지우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편이에요. 대신 다른 글을 써서...덮죠. ㅜㅜ
19. (질문자 : 웬디, 민정) 내가 정말 집요하다고 느껴질 때는?
궁금하거나, 바라는 게 있거나 할 때, 좀 심하다 싶을 정도로 계속 조르거나 물어보거나 해서 상대를 질리게 한 적이 몇 번 있어요. 아. 그리고, 마피아 게임 하다가 세명 남았을 때, 독하게 게임해서 결국 이긴 적이 있었는데, 그러다 친구를 여럿, 잃을 뻔해서, 요즘에는 속은 부글부글 끓어도, 그냥 쿨한 척 하고 있어요.
20. (질문자 : 쟁님) 자신이 그릇이라면 어떤 모양의 그릇인지 그림으로 표현한다면?
제일 마음에 들었던 질문이에요. 정작 뭐라 답해야할 지는 모르겠지만, 상대를 많이 알 수 있는 질문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제가 그림을 못그려서. 스캐너도 없고, 해서 말로 설명해요. 투명한 유리볼이에요. 그 볼이 지름 15cm정도 되는 거라면, 맨 위에, 지름 4cm 정도의 구멍이 있어요. 그리고 그 안에는 지름 5cm정도의 은색 쇠구슬이 하나 들어있어요.
- 숙제 일단 끝. (다음은 여행 후기가 남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