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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의 결혼식에서 나는 울지 않았다. 마음은 좀 짠해졌을지언정. 역시 전통혼례에는 감정이입이 되지 않는 걸 보니, 나도 참 기존 결혼식 방식에 많이 젖어있었구나 하는 생각. 결혼식 전에 연회 비슷한 분위기로 부채춤을 공연하는데, G언니의 말에 따르면 부채춤은 우리 나라 전통 춤이 아니란다. 박정희 시절에 관광 상품으로 만든 춤이지, 우리 나라 전통 춤에는 저렇게 화려한 춤이 없단다. 그치, 우리나라 춤은 한이지 한. 갑자기 그 관광상품을 모든 초등학생들이 다 운동회 때 배우고 있다는 걸 생각하니 좀 끔찍해졌다.
결혼식을 보며 나도 전통혼례를 한번 해볼까 하는 생각이 잠시 들었었는데, 이유는 두가지, 하나는 낙낙한 한복이 몸매를 가려주니까 ㅋㅋ 그리고 더 큰 이유는, 아아, 연지곤지 너무 찍어보고 싶어서! 세상에 연지곤지 왜이렇게 귀여운거야! 연지곤지를 찍고 활짝 웃는 언니가 너무 예뻐서 나도 연지곤지를 좀 찍어보고 싶었다. 연지곤지 찍고 싶어서 전통혼례 하고 싶다는 사람은 나밖에 없을 거야 ㅋㅋ 그치만 식순이 너무 어렵고, (내 결혼식 때 날 위해서 하는 말을 내가 못알아들으면 곤란하잖아) 스스로도 감정이입이 안되서 금세 포기했다. (미안하다, 사랑한다 연지곤지, 아이구 말도 귀엽네, 연지곤지 흐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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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식장에서 만난 저 낯익은 사람 누구지? 누구지? 라며 다가가는데 상대방도 의아한 눈길로 내게 왔다. 맞으시죠? 00000직원분.... / 네, 그런데 누구셨더라? / 저 2층 S다방.../ 아아아!!!!
내게 웃는 얼굴로 커피를 내어주던 그녀는 M언니의 사촌동생이었다. 오오, 이런 신기한 인연이. 아쉽게도 이제 그만뒀다지만, 으흠, 으흠, 너무 신기했던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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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식이 끝나고 K의 공연을 봤다. 봄을 앓는 아이들, 이라는 원작을 가지고 이루어진 공연인데, 이 책 뒤에는 마노아님의 서평이 쓰여져있다고 한다. 더 재밌는 건 K가 메신저로 나에게 "야 마노아가 니 친구라매?" 라고 물어봤던 거. ㅋㅋㅋ 마노아님은 내 블로그 이웃이라고 잘 설명해줬다. ㅋㅋㅋ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좀 웃긴다.
연극은 꽤 뭉클했다. 최근 스스로에게 가책 혹은 환멸을 느끼던 부분과도 맞닿아있어서 더 그랬을까. 놓아버린 것들, 혹은 애써 눈감았던 것들, 그 모든 것들... 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던 시간. 역시나 자기중심적 감상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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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에게 선물로 책을 주려고 교보에 잠깐 들렀다. 청춘의 문장들을 사려고 했는데, 이 직원들이 이 책을 못찾는 것이지 -_- 세상에, 교보 가서 청춘의 문장들을 못샀다고 하면 누가 믿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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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보니 오늘 마이 알라딘에 반짝반짝 김연수의 신간이 떴구나. 지금 나와있는 책들도 다 못읽었으면서, 왜 신간만 보면 사야한다는 압박이 스믈스믈 드는지. 참을테다! 조만간은 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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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외로 내가 관계지향적인 측면이 강하다는 사실을 발견할 때면 깜짝 놀라곤 한다. 우리의 공간이 나의 공간이 되고, 또 그 나의 공간이 또 다른 우리의 공간이 될 수 있다는 건 참 즐거운 일. (또 불라에서 수다 떨고 놀았다는 얘기다, 불라불라 수다를 떨어서 불라인가? 막이러고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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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한 건, 함몰되지 않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