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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는 나의 대학시절 룸메이트로 참 좋아하는 친구다. 성격도 다르고, 글 쓰는 스타일도 다른데, 취향 하나는 참 비슷하다. 가끔 좀 신기할 정도로. 성격을 말하자면 K는 불같은 성격이고, 나는 물같은 성격이다. (물같은 성격은 뭘까 근데, 쓰고보니 참 ㅋㅋㅋ 굳이 고치지는 않겠다, 정의내릴 수는 없지만 꽤 맞는 표현인 것 같아) 글 쓰는 스타일을 말하자면 K는 집약형 운문체고 나는 줄줄형 산문체다. 그런데 우리는 서로의 다른 글을 읽는 것을 좋아하고, 서로의 다른 성격을 좋아하고, 우리의 비슷한 취향을 또 좋아한다. 가끔 미니홈피의 음악을 좀 엄선해서 골라놓으면 꼭 우리의 K는 반응하고 열광해준다. 하하하. 물론 나도 그런다.
얼마 전, 날씨가 너무 좋아, 메신저에 접속해 있는 친구들에게 음악을 하나씩 추천 받았다. K는 자리를 비우고 있었고, 나머지 친구들 중에는 썩 마음에 드는 음악을 추천하는 사람이 없어 나는 그냥 내가 듣고 싶은 음악을 찾아 듣고 있었다. 잠시 후, 자리로 돌아온 K. 내가 남겨 놓은 메시지를 확인했다.
"K야, 오늘같이 살랑살랑 화창한 낮에는 어떤 음악을 들으면 좋을까?" (남겼던 메시지)
"음, 미안 지금 왔어. 혹시 000라는 노래 부른 그룹 누구인지 알아?"
하하하하하하 순간 나는 터져나오는 웃음을 참을 수가 없었다.
"왜?"
"나 지금 그 그룹 음악 듣고 있어"
2
K와 막 음악을 듣는 이야기를 하다가, K가 우리의 취향을 단 한마디로 일축해 주었다.
"우리는 '가난한 목소리'를 좋아하잖아"
하하하하하, 이렇게 명확한 표현이라니
기교없이, 조금 메마른듯한, 가난한 목소리, 아, 이 표현 정말 딱이었다.
그래, 우리는 가난한 목소리를 좋아하지
노래에 앞서는 목소리가 아니라, 노래를 살려주는, 가난한 목소리
꼭 잘 부르지 않더라도, 진심이 담긴 듯한 목소리, 노래....
그래서 우리 에쓰지워너비같은 노래는 떼로 들이밀어도
부담스러워서 못듣잖아
너무 풍성해서
(에쓰지워너비 이름 생각 안나서 인기음악순위 검색하고 온 사건 -_-)
시간이 흐를 수록,
노래를 부르는 기교보다는
노래를 만드는 마음을 따라
내 마음도 흐르게 되나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