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살면서 세끼 연속 스파게티를 먹기는 또 처음이다. 하하하 -_- (난 아침은 안먹는다) 워낙 각자 다른 맛이어서 나름의 매력이 있긴 했지만 이쯤되면 통통한 쌀알이 그리운 거지, 내일 점심엔 꼭 밥먹어야지. 1년간 서포트했던 팀의 연매출이 지난 해 회사 창립 이래 최고치를 기록한 관계로 (좀 작은 경쟁사에 빗대면 거의 1년 매출 수준) 서포트했던 우리 실 식구들을 불러 패밀리레스토랑 T에서 점심을 먹었다. 그리고 저녁엔 승진하신 우아한 L과장님의 승진턱. 오래전부터 M 패밀리 레스토랑으로 잡혀 있었다. 예전에는 T의 립이 로망이었는데, 오늘 먹으니 또 예전의 그 감동이 아니다. 샐러드도 그냥 그렇고, 스파게티도 쏘쏘. 그래서 약간 실망. 근데 M 패밀리 레스토랑은 여전히 맛있다. 마늘은 못먹으면서, 마늘을 주재료로 사용하는 여기 음식은 또 좋아하는 모순쟁이다. (이럴거면 이니셜을 왜쓰니 -_-) 사람들은 내가 마늘을 못먹는데 M 패밀리 레스토랑을 가도 될까, 라며 걱정을 했으나 난 좋아요 좋아요 가요 하고 우겨댔다는 ㅋㅋ 이것 저것 다 맛있게 먹었는데 마늘 듬뿍 바른 빵은 도무지 못먹긴 하겠더라. 으!
* 와인은 살짝 붉은 빛이 감도는 화이트와인을 시켰는데 (이름은 까먹었다) 이게 색깔이 흐릿하고 맛이 진하지 않아서 내가 또 겁없이 세잔이나 마신 것이지. 룰루루 마시고선, 근데 이건 몇도에요? 라며 병을 두리번두리번 살피는데, 허걱! 10도가 넘는 거다. 난 갑자기 알콜도수를 확인하니 취하는 기분이라며 헤롱거리기 시작한다. 정말 10도가 넘는 걸 확인하는 순간 맛이 뿅! 하고 가버리는 사건. 세상에 우째 이런 일이. 사람들은 막 비웃으며 쟤가 플라시보 대마왕이라고 놀려댄다. 내가 좀 그렇긴 하다. 난 타이레놀만 먹어도 온몸에 열이 쭉 내려가거든. 예전에 몸살로 죽어가는 나에게 G언니가 준 약을 먹고 언니 힘이 막 솟아요, 다 나았나봐요, 라고 했었는데, 그 약은 감기약이라기보다는 비타민에 가까운 영양제이었다. 좀 좋은 영양제라고는 하지만, 암튼 꿀꺽 삼키고 제대로 흡수되기도 전에 낫는 것 같다고 쌩 오버를 한 것이지, 결국 어찌나 놀림을 받았는지. ㅠㅠ 그치만 난 정말 기운이 솟아났단 말이지. 실제로 군대에서는 무슨 병에 걸리든 똑같은 약을 준다는 소문이 있던데, 난 분명 거기서도 약 한알이면 병이 다 나았을 거야.
* 계산하시는 L과장님을 기다리는데 팀장님이 으 춥다. 진짜 추위오나봐, 라고 얘기한다. 그러니 온몸에 소름이 좍. 돋으며, 아 정말 너무 추운거야. 코트깃을 올리며 아아 그러게요, 진짜 추워요 라고 얘기했더니, 팀장님 또 막 비웃으시며, 저봐저봐 쟤 또 정신이 몸을 지배해. 너 안춥다가 내가 춥다고 하니까 갑자기 추운거지? 라고 하신다. 아, 정말 그런 거 맞는데. 나 진짜 이렇게 단순한 인간인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