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금요일, D씨가 카메라를 가져왔다. DSLR이 이제 워낙 흔해지긴 했지만, 그래도 우리 팀에서는 D씨가 유일한 DSLR 소유자. 좋은 사진기에 한번 찍혀보겠다고 또 헤벌쭉 웃으며 사진을 찍었으나 오늘 돌아온 사진은 처참했다. 화장 안한 얼굴의 적나라한 피부, 최근에 송송 솟아오른 왕뾰루지 군데군데 너무 드러나 주시는 거지. 뭐 이거야 하루이틀인가 그럴 수 있다 치지만
아, 내가 웃으면 이렇게까지 눈이 안보였던가. 그랬던가. 아무래도 눈 위의 살들이 나이가 들어서 축축 쳐지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눈이 안보이는 거다. 혼자 가만히 충격 받고 있는데 팀장님께서 "너도 웃으면 눈이 안보이는구나"라고 말씀하신다 엉엉 급 충격 강화
심지어 D씨는 사진을 보내주고는 내 자리로 와 충고를 한다. 내가 사진 잘 찍히는 법을 알려줄게. 사진 예쁘게 나오려면 웃지 마요. 팀장님처럼 살짝 미소지으며 눈을 크게 뜨는 방법을 연구해봐요. 이것봐, 웃으니까 눈이 안보이잖아.
큰일났다. 그나마 사진기 앞에서 덜 어색할 수 있었던 건 웃을 수 있었기 때문인데, 사진기 앞에서 웃지 않는다면 난 그야말로 안절부절, 도대체 뭘 해야될지를 모르는데 어쩌지? 눈은 동그랗게 입은 웃음으로 하는 표정들을 연습해본다. 하지만 아! 도무지 어색해 어색해. 그냥 한동안 카메라를 좀 피해다녀야겠다